성관계


로봇과의 성관계는 일방통행이다.


허리를 흔들어도 반응이 없다. 명령을 하면 짜내는 듯한 기계음의 신음이 교류의 전부.


그럼에도 사령관은 허리를 흔드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사랑은 없다


교감도 없다


그렇다면 플라토닉한가


일방적인 성관계와 애정을 받아들이는 로봇, 에이다는 사랑을 모른다.


뒤에서 허리를 흔들며, 기계 몸의 둔부를 힘껏 후려치던 사령관이 자세를 바꾼다.


허리를 끌어안고 인간의 곡선을 흉내내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가슴에 닫는 사령관의 입술.


역시 반응은 없다. 그럼에도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차가운 장갑을 입술로 따듯하게 데우려는 듯 사령관은 에이다의 신체에 연신 입을 맞춘다. 


혓바닥으로 관절을 부위를 핧고, 팔과 어깨가 만나는 겨드랑이에 숨결을 불어넣고, 그리고


에이다의 연산장치가 집약된 곳에 입술을 문지르며 조금씩 아주 조금 씩 타고 내려온다.


사령관의 입술이 멈춘곳은 이마의 중심으로 부터 한뼘 내려온, 인간이라면 입술이 있는 부위.


혀를 넣을 입이 없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얽힐 부드러운 혀도 없다, 그럼에도 사령관은 안타까운 듯이 그곳을 핧는다.


쫒겨난 강아지가 집문에 몸을 문지르듯이 애달프게.


ㅡ 사령관님 이제 이십칠일 째 되는 날입니다.


사랑을 흉내내던 행위의 끝을 알린 것은 에이다였다. 에이다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던 사령관의 팔을 풀었다.


사령관은 고개를 흔들며 손깍지에 힘을 준다. 싫다는 듯이.


ㅡ 사령관님, 이 관계는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고 저와 약속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사령관님께서 명령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에이다의 허리를 끌어안은 사령관의 깍지가 천천히 풀린다. 


ㅡ 또 약속시간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품에서 벗어나며 경고하는 에이다를 다시 끌어 안고 입을 마추는 사령관.


그러나 입을 맞춘다고 해서 기계의 작동을 멈출 수는 없다.


ㅡ 사령관님과 서약하신 레오나 대장님께 이 관계를 보고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행위의 연장을 거부하는 한마디, 사령관의 입술이 에이다의 얼굴로 부터 멀어진다. 길게 늘어진 침을 에이다는 마치 사람처럼 손바닥으로 닦는다. 


그 행위는 사령관의 고간과 마음에 다시 불을 지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전에 에이다는 사령관실에서 떠난다.


홀로 방에 남은 사령관은 하반신에서 올라오는 뻐근함을 참으며 닥터를 호출한다.


ㅡ 오빠 무슨일이야?

ㅡ 응응 이해했어 오빠, 에이다 언니로 부터 반응이 아직 반응이 없다고? 히히, 오빠 레오나 언니가 들으면 무슨일이 일어날지 궁금한데.


사령관의 책상위에 걸터앉아 설명을 들은 닥터가 키득거린다. 사령관은 닥터의 손바닥에 참치캔 다섯개를 얹었다.


ㅡ 비밀유지는 이걸로는 부족하지만......응 오빠니까 특별히 할인해줄께. 그것보다 나 엄청 놀랐다.


닥터의 기계팔이 누가 볼세라 순식간에 참치캔을 숨긴다.


ㅡ 에이다 언니를 함락시키겠다니. 내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철충에 감염된줄 알았다니까. 정신감정을 받아보라는 나를 말리려는 오빠의 얼굴 찍어뒀어야 했는데 히히.


사령관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빨리 왜 에이다로 부터 반응이 없는지를 알려달라고 닥터를 제촉한다.


ㅡ 그 러 니 까, 오빠 에이다 언니는 기계야. 그런... 음.. 오빠를 보면 두근거리거나 화끈 거리는 감정을 가지는 모듈이 없다니까.

그래서 내가 그거 에이다 언니한테 달아준다고 말했을 때, 오빠가 뭐라고 했어, 그건 에이다가 아니라서 싫다고 했잖아. 


사령관은 그건 맞지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ㅡ 그럼 에이다 언니의 연산장치에서 사랑과 두근거림이 자동적으로 발생해야하는데 그 확률이 얼마나 희박한지 오빠도 알잖아.

내가 다 설명했었는데...


닥터는 사령관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ㅡ 십칠일만에 드디어 포기를 선언하는거야?


사령관은 닥터에게 거짓말을 했다. 에이다와의 관계가 시작된 시점은 닥터에게 상담했던 시간보다 더 앞이었다.

고개를 젓는 사령관의 앞머리를 닥터의 작은 손이 스쳐지나간다.


ㅡ 오빠 포기하려면, 되도록 빨리하는게 좋아, 최근 레오나 언니의 신경이 굉장히 날카로워 졌다는 소문이 있어. 발할라 언니들의 표정도 최근 어둡고, 특히 발키리 언니는 얼굴이 반쪽이 됐다니까.


사령관은 죄를 지은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인다.


ㅡ 그러니까 오빠의 음.... 이상성욕? 때문에 여러사람 고생시키지 말라는거야. 아! 나 가볼께, 연구실에서 호출이 왔네, 그럼 안녕.


기계팔을 이용해 책상에서 내려온 닥터가 잰걸음을 치며 방을 나선다.


닥터의 말대로다.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사령관은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댄채로 무늬없는 하얀색 천장을 쳐다봤다.


레오나와의 성관계가 원인이었다.


완벽.


레오나가 항상 입에 달고 살던 단어.


처음에는 매력이었다. 연애과정에서도 여전했다.


그러나 그게 침대속까지 이어질꺼라고는 사령관은 상상하지 못했다.


레오나와의 성관계는 오로지 정상위.


사정은 1회.


애무는 키스가 전부,


그건 멸망전의 순정만화에서 조차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순정이었다.


레오나는 완벽한 성관계가 끝나면 만족한 얼굴로 사령관을 꼭 안아준다.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사령관은 안다. 레오나가 만족했음을 안다.


그러다 지쳤다. 끝 없이 부풀어오르는 성욕을 잠재우기에는 레오나와의 완벽한 성관계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그렇게 지낸지 몇달째.


사령관은 쾌락의 억압과 해방속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중에 에이다를 만난 것이다.


단 둘이서, 사령관실에서 대면한 것은 처음이었다.


우연이었다.


라텍스를 입은 것 처럼 전등빛을 반사시키는 육체.


인간 모델을 베이스르 한 것처럼 섹기를 가득담은 몸.


두 손을 자궁위로 모으고 보고를 하는 모습에 사령관의 성욕이 터졌다.


보고서를 집어 던지고 


에이다를 벽으로 밀어붙힌 일방적인 입맞춤


이상성욕이자 사랑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