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완전 TRPG 덕후들이었는데,

우리 파티가 쇼타 소환 의식이 거행되고 있는 방으로 쳐들어 갔더니,

의무적으로 헐벗은 사령관이 재단 위에 묶여있는 채로,

성욕이 창궐하고 신음과 흥분이 넘쳐나는 지옥을

지상에 발현시키기 위한 희생양이 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사령관: 구해줘요!


아스날: 구해 드리리다!


나앤: 어이, 발정녀. 저 묶여있는 인간을 정말 믿을 수 있는거 맞아?


엘라: 보다시피, 그는 평범하게 위기에 처한 사령관이에요.



격렬한 심사숙고 후, 발정녀 아스날은

알렉산드라의 성교육 시간에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논의에 꺼냈다.



아스날: 이건 최대한 객관적으로,

과학적인 견지에서 하는 말인데 말야,

저 사령관의 쥬지가... 엄... 지금 묶여있잖아... 알지...?


나머지 파티원들: ...


엘라: ... 잠... 뭐요...?


아스날: 그러니까 사령관이 인간이고

밧줄로 꽁꽁 묶여있는 상태에서라면

당연히 하복부에 혈액이 뭉쳐지기 때문에

보통의 음경이라면 당연히 발기하겠지만,

악마는 정액이 나오지 않잖아!

애초에 사람이 아니니까!

그... 번식이 목적이 아니라

단순 성욕을 위해서 하는거잖아?

꼭 햄스터처럼...

에, 내 말은,

그러니까 인큐버스도 그걸 하긴 하지만,

좀 다르잖아.

다른 용도로 쓰니까.

햄스터랑은 다르게.

으...


나머지 파티원들: ...


아스날: 신성학적인 결론이라고!


엘라: 대체 어느 신학론자가 낼 수 있는 결론입니까?



엘라(GM)는 시퍼런 창 밖을 몇 분간 내다 보았다.

그녀는 이미 힘겨운 세션을 진행중이었는데,

우리는 재물을 바치기 위해 뻔히 보이는

포박된 숫염소를 바치는 것을 거부했었고,

그 대신 안드바리의 창고를 털어서 바쳤으며

(우린 안드바리의 재고를 털 권리가 있다!)

그새 토론은 사령관의 쥬지를 풋잡으로 한 발 빼주어

정액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에 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엘라: ... 빨아보세요.


아스날: 내가 앞장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