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사령관실.


LRL: 게 아무도 없느냐! 진조의 공주가 당도하였느니라!


사령관: 하하, 공주님 오셨습니까. 모두들 기다리고 있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워울프: 꼬맹이가 제일 늦었잖아. 딱밤을 때려줘야 하나?


LRL: 미, 미안... 신나서 준비한다고 늦었단 말야...


애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마. LRL, 괜찮니?


워울프: 농담이야 농담. 아무리 막나가도 애를 때리는 취미는 없다고.


드씨: 그보다 진조의 공주 어쩌고 한게 난 맘에 걸리는데? 진짜 흡혈귀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하나? 아하핫!


LRL: 히익! 무서워 사령관!


알프레드: 자자, 아가씨들. 이쯤 하고 다들 자리에 앉으시지요. 사령관님께서 영화 보자고 초대하신거잖습니까, 쿠후후....


사령관: 그래그래. 애 놀리는건 그쯤 하자고. 


-사령관이 불을 끄고 방에 설치된 빔 프로젝터를 켜자 아주 오래 전의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한다. 흥겨운 노래와 함께 주인공이 등장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틀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 영화가 끝나고...


워울프: 다시 봤어 사령관. 총잡이의 로망을 가졌는지는 몰랐는걸?


애니: 엄청 오래된 영화래서 별로일줄 알았는데 재밌네? 센스 좋은데, 사령관!


사령관: 칭찬 고맙군. 나도 한땐... 보안관이었어서 말이지.


드씨: 오오! 그렇다면 말도 타고 권총도 쏘고 한 거야?!


사령관: 뭐.. 비슷하지. 그나저나 난 서부극만 보면 술 생각이 나는 체질이란 말이야.. 스코티 볼저 올드 8번이 땡기는군.


알프레드: 안타깝지만 현재 선내는 금주령이랍니다. 그리고 말씀해주신 주류는 제 데이터베이스 상에 없군요. 마이너한 종류인가요?


사령관: 그냥 그런게 있어.


-삼삼오오 잡담을 나누던 중 LRL이 사령관을 건드리면서 칭얼댄다.


LRL: 사령관.... 나 배고파...


드씨: 하긴.. 아까 영화에서도 초반에 주인공이 막 뭘 먹더라. 정작 다 먹어치우고 나가면서 맛 없다고 한건 웃기긴 했는데.. 보면서 배 고파지는건 어쩔수 없네.


애니: 시간이 야식 먹을 시간이긴 해. 사령관은 영화 고르는 센스는 있으면서 세심함은 없구나?


사령관: 아니, 그게 뭔 소리야?


워울프: 당연히! 영화를 볼거였으면 팝콘이랑 콜라 정도는 준비했어야지!


애니: 난 츄러스도 좋더라. 아우로라가 만들어 준거 먹어봤는데 정말 좋았어, 그거.


사령관: 그렇다고 이 시간에 취사반 인원들을 부르기도 뭐 한데...


알프레드: 쿠후후... 이럴줄 알고 제가 준비를 해 뒀지요.


-과장된 몸짓을 하는 알프레드에게 모두의 시선이 모인다.


알프레드: 오늘 보신 영화는 '내 이름은 튜니티' 라고 하는 영화입니다. 서부극이죠. 정확히 따지자면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스파게티 웨스턴' 이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LRL: 그게 먹을거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 기계 권속이여?


알프레드: 그래서! 스파게티 요리를 해 드리겠습니다! 이미 준비도 다 됐답니다!


모두들: ......


사령관: 그 얘기 하려고 영화 장르까지 파고 든거야? 허 참, 연상 작용이 대단한건지 어떤건지 모르겠군. 어쨌든 고마워. 원랜 방 주인이 대접을 해야 하는 법인데...


알프레드: 쿠후후... 그럼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곧 만들어 올테니까요!


-잠시 뒤. 알프레드가 연분홍 프릴 앞치마를 두르고 나타난다.


사령관: 알프레드... 신났구나...


알프레드: 쿠후후... 요리를 직접 대접하는건 처음이라서 말이지요. 어쨌든 기다려 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거두절미 하고 바로 나가죠!




알프레드: LRL 양에게는 이 토마토 오븐 파스타를 드리겠습니다! 심플하면서도 녹은 치즈 덕에 먹는 재미도 있죠! 대신 뜨거...


LRL: 와! 잘 먹을... 앗뜨!


알프레드: ...우니까 드실때 조심하라고 할랬는데...


애니: 괜찮니, LRL? 어디 보자.


사령관: 다행히 다치진 않았네. 말은 끝까지 듣자, LRL.


LRL: 힝... 알겠도다 권속이여... 그래도 맛은 좋구나!




알프레드: 드라큐리나 양에게는 명란 알리오 올리오가 좋겠군요! 오르카 호는 참 축복받았답니다. 늘 신선한 해산물들을 구할 수 있으니까요! 며칠 전 잡힌 신선한 명태에서 나온 알로 만들었습니다. 즐겨 주시지요!


드씨: ....저기, 나 흡혈귀인데? 마늘을 먹으라고?


워울프: 말은 똑바로 하자. 흡혈귀 컨셉 바이오로이드겠지.


드씨: 그리고 난 토마토 쥬스가 좋다고! 파스타도 토마토로 줬어야지!


워울프: 애냐? LRL도 그러진 않겠다.


-짜증난 워울프가 강제로 드라큐리나의 입에 파스타를 넣어 준다. 드라큐리나는 저항하지만 약한 완력 탓에 결국 입에 면을 넣고 오물거리기 시작한다.


알프레드: ....어떠신지요?


드씨: ......어.


알프레드: 네?


드씨: 맛있어.... 난 흡혈귀니까 인정하기 싫은데 맛있어... 간도 잘 맞고 명란이랑 면이 씹히는 식감이 좋아. 칫... 잘 먹을게.


알프레드: 후후. 기분이 좋군요. 그럼 다음 스파게티의 주인공은....




알프레드: 밖에만 나가면 술을 달고 사시는 워울프 양에게 드리는 홍합 크림 파스타입니다. 페페론치노를 넣어 칼칼하면서도 홍합에서 나오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지요! 해장용으로 아주 좋을 겁니다.


워울프: 어디... 오! 딱 내 스타일인데?


알프레드: 술이 확 깨는 맛이지요?


워울프: 술이 당기는 맛이야.


모두들: ......


사령관: 이 화상아. 술좀 그만 마셔라. 애초에 금주령이 떨어진 이유의 반쯤은 너 때문이야. 나 원....


알프레드: 크흠흠... 그럼 만족하신 걸로 알고 다음으로.....




알프레드: 아이언 애니 양에게는 이 스테이크 까르보나라가 제격이겠군요! 고기를 굽고 그 육즙을 베이스로 삼았답니다. 보안관이시니 스테이크가 어울릴 것 같더군요.


사령관: 저기, 나도 보안관이었다니까?


애니: 현직 보안관은 나지. 그러면 잘 먹을게 알프레드!


-애니는 숟가락과 포크를 이용해 면을 능숙하게 말아 입에 넣는다.


애니: 음... 척 보기에는 되게 느끼해 보였는데 말야, 허브 향이 은근히 올라오는게 좋네. 고기도 잘 구워졌고. 수란은 저렇게 섞어서 먹는 거 맞지?


알프레드: 제 추천은 절반쯤은 그냥 먹고 반은 섞어서 먹는거랍니다! 또 다른 맛이 나거든요.


애니: 그럼 다음에 또 먹는걸로 할게. 잘 부탁해.


알프레드: 제 요리를 또 찾아주신다면 그거야말로 감사하지요. 그럼 이제 남은 분은.... 사령관님이군요.



-잠시 뒤 알프레드는 뭔가를 가지고 들어온다.


알프레드: 사령관님 거는 이겁니다.












사령관: ........... 고전문학을 잘 공부한건 칭찬해 주지.


알프레드: 쿠후후.. 하지만 정말로 원하시는 스파게티 요리는 이 안에 있답니다.


-미심쩍어 하는 얼굴의 사령관. 속는 셈 치고 열어보자 안에서 음식이 나온다.




사령관: 새우 로제 파스타로군?


알프레드: 정답입니다! 워낙 유명하니 제가 소개 하기도 전에 답을 내셨군요. 설명 드리는 재미가 있는데 뺏긴 기분입니다.


사령관: 장난 친 대가야. 어쨌든 고마워. 잘 먹도록 하지.


-수저와 포크를 들고 사령관이 면에 손을 대려는 찰나, 알프레드가 사령관을 제지한다.


알프레드: 아, 잠시. 이 스파게티는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답니다. 빙글빙글 돌려서 먹어야 하죠.


사령관: 뭐야. 애니처럼 저렇게 돌려서 먹는거? 저 정도는 나도 안다고.


알프레드: 아니, 그게 아닙니다.



-알프레드는 갑자기 스파게티가 담긴 그릇을 돌리기 시작한다.



사령관: ...어?


-그릇이 더 빨리 돈다



사령관: 잠깐....



사령관: ....!






-그릇은 그릇대로 회전! 음식은 음식대로 회전! 입맛을 다시던 사령관도 음식이 순간 거대하게 보였을 정도의 회전압력에는 쫄았다!! 그 두 회전 사이에 생겨난 진공상태의 압도적인 파괴공간은, 그야말로! 회전하는 면발의 소우주!! 




















"으으... 젠장. 야식 한번 먹으려다 혼쭐이 났군."


폐허 속에서 얼굴을 있는대로 구긴 한 사내가 일어났다. 분명, 자신은 오르카 호에서 대원들과 영화를 보고..... 스파게티에 습격당했다. 뭐지? 그게 그 말로만 듣던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인가? 혼란스러운 채로 주변을 둘러본 사령관은 난생 처음 보는 폐허에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


"여긴... 도대체 어디야?"


영문을 모르겠는 사령관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어서 오게 영웅이여! 난 빛의 수호자 우서라고 하네! 자넨 시공의 폭풍의 선택을 받았네!" 







레이너 사령관: 이 X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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