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루이 보부아르. 프랑스의 대부호야. 프랑스에는 약 5억달러의 돈이 있다는 소문도 있지. 사업가는 아냐. 그냥 운 좋은 금수저지. 가진 땅과 돈이 많아서 돈을 펑펑 써도 몇백년을 쓸 거야. 우리로서는 상상도 안될 부를 자랑하는 사람이지. 이 사람은 돈이 필요했던게 아니라 지위가 필요했던 모양이야. 삼안이나 블랙리버, PECS에는 이미 부자들이 많았지만 일본에서 성장중인 당시 덴세츠 사이언스에는 해외투자자가 절실한 시절이었어. 몇 년도 전 이야기니까.”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였지만 사업초기에는 언제나 돈이 부족한 법이었다. 돈을 준다면 사업자는 악마와도 계약을 할 것이었다.

 “그런 덴세트에게 약 1억달러를 들고 찾아온 프랑스의 대부호는 거절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지. 그에게 막대한 스톡옵션을 주고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명목뿐인 이사자리까지 주었지. 덴세츠 사이언스 사외이사. 평생을 돈이 많을 뿐인 부자로 살아왔던 그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겠지. 그는 심지어 경영에도 참여했어. 그래봐야 안건에 손을 드는 것뿐인 역할이지만 자신의 손이 회가 방향을 결정한다는 쾌감은 잊을 수 없었던 모양이야. 모든 이사진내 유일하게 모든 회의에 참석했으니까.”

 “회사놀이란 거죠.”

 요크셔는 씁쓸하게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얻으려 평생을 노력하는 자리지만 누군가는 재미로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위기가 곧 찾아오지. 덴세츠 사이언스가 커지고 일본 정계와 깊게 연관이 되기 시작하며 외국인인 사외이사는 눈엣가시가 된 거야. 일본 답게 덴세츠는 완곡하게 루이 보부아르를 프랑스로 돌려보내려 했어. 일부러 그가 가진 주식을 매입해 줄이고 그가 올 수 없는 회의를 소집하는 등 그를 일부러 따돌린 거지. 하지만 프랑스 답게, 라임에는 맞지만, 물론 그렇게 말하면 크로아상이 화를 낼테니, 그는 바보같이도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이사자리에 계속 앉아있었지. 덴세츠는 그를 내보내기 위해 마지막 방법을 썼어.”

 “그건 나도 들었어. 직접 퇴사권고를 했잖아.”

 바이킹의 말대로였다.

 “맞아. 하지만 프랑스 부자는 자리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어. 처음에는 놀이였지만 사람은 지위에 중독되기 마련이야. 그는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켰지. 한편 덴세츠는 대놓고 말한 이상 간접적으로 압박을 하지 않았어. 직접적으로 그에게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덴세츠를 떠나도록 했어. 이때 등장한게 있어.”

 “PECS.”

 맥켄지는 뒤에서 듣고 있던 리오에게 대답을 양보했다.

 “펙스는 루이 보부아르에게 자회사 이사자리를 약속하며 하나를 부탁했어. 덴세츠 사이언스의 내부정보를 말야. 착한 무슈 로이 보부아르는 사외이사 지위를 이용해 덴세츠 사이언스의 주요 기밀 정보를 펙스에 넘겼어.”

 덴세츠의 기밀. 블랙리버도, 이 자리에 있는 모두도 알고 싶은 것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지. 부자들은 말야, 보험이라는 걸 몰라. 우리 같은 서민이야 아파서 병원비가 많이 나올까봐 모헙을 들지만 부자들은 병원을 통째로 살 수 있는 사람이야. 사망보험금? 아마 유산상속세가 더 많이 들 거야. 루이 보부아르도 마찬가지야. 그는 바보같이 보험으로 정보를 남겨두지 않고 모든 정보를 펙스에 넘겼어.”

 “병신 같은 놈이었군.”

 “그 말대로야. 펙스는 더 이상 얻을 정보가 없으니 그를 버렸어. 덴세츠에서는 그가 정보유출을 했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어. 일본 정부에서는 그의 재산을 동결했고 출국까지 금지했지. 이 상황에 우리가 나타난 거야. 프랑스 부호 납치작전을 실행한 거야.”

 긴 서장이 끝나고 이제 본론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시부야 세르리앙 타워. 맥은 말하기 힘들 테니 대신 말해주지. 여기가 우리의 무대였어.”

 리오의 말에 맥켄지는 옳다는 듯 위스키잔으로 리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시부… 리앙. 그 호텔. 우리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루이 보부아르는 호텔 최상층을 통채로 빌려 수십대의 고블린과 콘스탄챠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고 하더군. 이건 아무리 우리라도 전면전으로 루이 보부아르를 납치할 수는 없었지. 탱크라도 몰고 와야 할 거야. 그래서 우리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작전을 시작했어. 가장 먼저 크루아상. 크루아상은 프랑스 외신 기자로 위장해서 호텔내 정찰을 했어. 정보대로 호텔 최상층에는 고블린들이 사각지대 없이 루이를 지키고 있더군.”

 “그래서 어떻게 진입한 거야? 전신 방탄복과 50구경 기관총?”

 “아니. 우리는 조금 더 창의적인 방법을 이용했어. 옥상으로 침투해 고블린들이 대응하기 전에 호텔에서 탈출하는 거야. 준비물은 간단해. 튼튼한 로프 하나와 고블린을 헤드샷으로 한방에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매그넘탄이 장전된 리볼버, 그리고 스카이훅.”

 “잠깐 맥, 스카이훅이요? 건물에 장치되는 하강기를 말하는 거에요, 아니면 오지비상탈출수단을 말하는 거에요?”

 “당연히 후자지.”

 스카이훅. 지상에서 공중의 비행기에 바로 탑승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지상에서 공중에 띄워보낸 비행선에 달린 줄에 자신을 묶고 비행기가 그 줄을 낚아챈다는,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냉전시기부터 쓰인 역사있는 방법이었다. 단점이라면 비행선이 노출된다는 것과 잘 보이지 않는 줄을 비행기로 낚아챌 수 있는 숙련된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그 편이 더 재밌잖아? 도내에 항공기를 저공비행을 시킬 수는 없었으니 헬기를 한대 구했어. 그리고 작전을 시작했어. 크로아상에게 내부 정보를 들은 나는 바로 로프를 타고 창문을 통해 들어갔어. 크로아상의 말대로 5명의 고블린이 있더라고. 탕, 탕, 탕, 탕, 탕!”

 맥켄지는 리얼해보이려는 듯 손으로 권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바닥에는 고블린의 시체가 있었고 내 권총에는 한발의 총알이 남아있었지. 복도의 고블린들이 달려오기 전에 나는 루이 보부아르를 납치하고 스카이훅에 연결된 비행선을 작동시켰어. 그리고 고블린들이 나를 본 순간, 리오가 고용한 헬기 파일럿이 나와 루이 보부아르를 낚아챘지. 바이킹, 요크셔. 스카이훅을 해본 경험이 있어? 그 기분이 어떤지 알아? 고공강하는 온몸의 내장이 몸을 밀어내는 느낌이지만 스카이훅은 그 반대야. 온몸의 내장이 내 몸을 나가려 하는 느낌이 들어. 그 스릴을 직접 안해보면 모를 거야. 반대로 루이 보부아르는 죽으려 하더군.”

 “재밌었겠네.”

 바이킹은 재미없다는 듯 말했다.

 “잠깐만요, 오늘 지진이 있었잖아요. 그 상황에서 헬기로 스카이훅을 했다고요? 도쿄 한복판에서요? 무허가 헬기 비행은 정부에서 추적이 들어오잖아요.”

 “요크셔, 그건 내가 다 설명해주지.”

 리오는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은 요크셔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비웃는 표정이었다.

 “그야 죄다 뻥이니까야. 루이를 기다리면서 봤던 영화에서 나온 이야기야. 제목이 뭐였지? 알파팀?”

 “A팀이야.”

 크로아상이 대신 대답해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20세기의 드라마가 아닌 21세기에 리메이크한 영화였다.

 “그래, 그 고전 영화에서 나온 장면으로 맥이 살을 붙인 거야. 오늘 도쿄에서는 총성이 울리지 않았어. 아마도.”

 “뭐야. 맥만 열심히 재미를 본게 아니라고?”

 “그래. 말했잖아. 루이 보부아르는 자산이 동결되었어. 고블린을 살 여유따윈 없었어. 원래 데리고 있던 삼안의 바닐라가 유일한 바이오로이드였어. 심지어 무장도 하지 않았지. 그 혼자 뿐이었어. 우리가 그를 발견한 게 아냐. 오히려 그가 살기 위해 블랙리버에 도움을 요청한 거지. 그는 덴세츠에 있는 블랙리버제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정보를 준다고 하더군.”

 덴세츠의 블랙리버제 바이오로이드. 토모의 이야기였다. 덴세츠가 고블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었으니까.

 “전투따윈 없었어. 그를 납치할 일도 없었지. 우리는 초인종을 눌렀고 우리가 펙스나 덴세츠에서 보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 그는 문을 열어주었어. 그리고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정보를 받았지. 그 뿐이야. 뭐, 허무했다면 미안하지만. 우리 역시 너희 못지 않게 지루한 일을 했을 뿐이야. 다만 성과가 있을 뿐이지.”

 “우리는 가장 먼저 물었어. 펙스에 넘긴 정보가 무엇이냐고. 그는 즉답을 하더군. 자신의 목숨이 달린 정보지만 그걸 모른다는 듯이 말야.”

 “토모.”

 리오의 말에 크로아상이 덧붙였다.

 “빌어먹을 펙스가 토모에 대한 정보를 가져갔어. 목적은 알 수 없어. 하지만 우리에게는 마냥 나쁜 소식이 아냐. 드디어 덴세츠 내부에서 토모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우리가 조사한대로 덴세츠 사이언스는 폐기업자를 통해 토모를 확보했어. 그리고 토모를 역설계해서 만들어낸 육전형 바이오로이드가 바로 히나고. 여기까지는 우리도 아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해. 문제는 토모의 이후 행방이지.”

 토모의 행방. 바이킹이냐 요크셔 모두 알고 싶은 중요한 문제였다. 벨을 깨워야 하나 고민을 해야 할 정도였다. 둘은 몸을 세워 리오의 말을 더 잘 듣기 위해 다가갔다.

 “기록에 따르면 히나의 개발 초기까지는 대항군으로서 테스트를 했다고 하고 있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토모의 기록이 사라져. 기밀을 남기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토모가 그 자리에 없는 것인지 알 순 없지만 루이는 말하더군. 뭐가 되었건 현재 덴세츠 사이언스는 토모를 데리고 있지 않다고.”

 “자, 잠깐. 토모가 덴세츠에 없다고? 그러면 어디에 간 건데?”

 “그는 몰랐어. 대신에 그가 준 이 정보에 답이 있었어. 야마다조. 야쿠자들에게 필요없는 바이오로이드를 넘기면서 도매급으로 같이 가버린 모양이야. 실수든 의도적이든 최소한 사회에서 볼 일은 없고 쓸모도 없었다는 거겠지.”

 “씨발.”

 “수까블랏.”

 요크셔와 바이킹은 욕을 했다. 야먀다조. 모를 리가 없었다. 자신들이 습격한 야쿠자 조직의 이름이 오랜만에 들려왔다.

 “그래. 니들이 일본에 와서 가장 먼저 죽인 야쿠자가 바로 토모에 대한 키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야.”

 “그래서 토모의 반응이 그 장소에서 마지막으로 뜬 거였네요. 당시에는 곧 토모를 찾을 거라는 욕심에 왜 이곳에 토모가 있었던 걸까는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씨발.”

 “하지만 그렇다고 그곳에서 토모를 확인한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면 토모는 어디로 간 건데? 수까, 결국 조사가 정체된 것 역시 마찬가지잖아.”

 바이킹의 말대로였다. 그곳에 토모가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면 이 고생을 지금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토모의 흔적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해서 허탕만 치고 있던 것이었다. 요크셔의 말은 그저 결과론적인 이야기였다.

 “오히려 반대야. 우리는 뒤져볼 곳을 두곳 찾았어. 먼저 루이와 만나 정보를 받아간 펙스의 요원을 알아내는 것, 두번째는 야마다조의 조사야.”

 “하지만 둘 다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어. 펙스의 요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정보로 먹고 사는 사람은 정보를 얻을 정보원이 항상 필요한 것이거든. 그리고 야마다조? 야쿠자들은 조직이 박살나더라도 사업의 주인이 바뀔 뿐이야. 누군가가 야마다조의 일의 뒤를 이었다면 그에게 토모에 대한 정보가 있을 거야.”

 리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막다른 길이 아니었다. 그저 지금까지 온 길이 막다른 길이라 뒤를 돌아보았더니 다른 길이 나타났을 뿐이었다.

 “조사는 곧 시작할 거야. 좋은 소식 기다리라고.”

 새 맥주병을 집은 리오는 일어나 외투를 걸쳤다.

 “그래서, 루이는 어디에 있죠?”

 그가 블랙리버에 연락한 것은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건 블랙리버 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누군가가 루이를 보호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최소한 이 안전가옥은 아니었다. 요크셔는 납치는 아니더라도 동행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이 틀린 것일까.

 “말했잖아. 부자들은 보험을 들 줄을 모른다고. 그 바보는 정보가 자신을 살려줄 것이라 믿고 모든 정보를 주었어. 요크셔. 이건 알아둬야 해. 정보는 목숨줄이야. 그걸 상대방에게 전부 준 순간 자신의 목숨줄은 자신에게 없다는 걸. 그리고 블랙리버는 두개 회사에서 버려진 배신자를 지켜줄 의무는 없어.”

 가장 중요한 정보는 자신의 안전이 확보된 다음에야 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루이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 대가로 그는 덴세츠, PECS에 이어 블랙리버에게도 버려지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채로 덴세츠가 그를 죽이러 오는 것을 기다릴 뿐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이것은 퀵샌드 팀에게도, 블랙리버의 정보부에게도 익숙한 일이었다.

 “아니면 손에 총을 쥐고 있으라는 거지.”

 남은 위스키를 들이키며 맥켄지는 그렇게 말했다.

 “그럼 좋은 밤들 보내길.”

 리오는 인사를 하고 안전가옥을 떠났다.

 “그래서 스카이훅?”

 “원래 술안주에는 허풍이 섞인 이야기가 좋은 거야.”

 바이킹의 말에 맥켄지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스카이훅 경험이 있는 건 사실이야. 해병대 시절에 해봤으니까.”

 최소한 이것은 거짓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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