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1~4 | 숨바꼭질5 | 숨바꼭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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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교에 들어서자, 눈 앞이 하얀 빛으로 가득 찼다.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뜨려고 노력했지만, 쉬이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익숙한 천장이다. 전에는 조금 낯선 느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싶었다. 왜 의무실에 있는가를 묻는 것도 그다지 의미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애초에 무언가를 예측한다는 게 불가능 상황임을 이해했을 순간부터, 내 심장은 차가워졌다. 감정이 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으로 고개를 돌리니, 여러 장비들이 내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제야 내 입에 산소호흡기가 끼워져 있다는 것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바깥 상황이 어찌 되었든 간에, 적어도 내 상태가 멀쩡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르카 참모진, 지휘관 개체, 의료 행위가 가능한 바이오로이드들이 뛰어 들어왔다. 1인실이었기에 꽤나 넓다고 생각했던 병실이 금방 북적였다. 그리고 그녀들에게서 쏟아지는 말들로 더욱이 북적인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들도 그 사실을 느꼈는지, 금세 상황을 정리해서 몇몇만이 자리에 남았다. 

 

자가 호흡 확인했습니다. 호흡기 제거하겠습니다.”

다프네가 긴장된 어조와 굳은 움직임으로 내 호흡기를 제거했다. 

 

의학은 내 전공이 아니란 말이지…”

닥터는 작게 투덜거리며 내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의식이 있음을 확인하고는 보조의자에 가볍게 앉았다. 

 

길게는 얘기하지 않을 게. 모두가 걱정했어. 이대로 오빠가 깨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말이야. 물론, 이렇게 깨어났으니까 다행이지마는, 조금 더 대책을 세워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이걸 내가 얘기하는 게 맞는 지 모르겠지만, 돌아온 걸 환영해. 오빠.”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종료라고 하기에는 내 촉이 아직도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아직, 사건이 끝나지 않은 걸까. 그걸 파헤치기에 내 이성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ㅡ오르카. 순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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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으로 정리하려 했었는데, 미묘하게 시리즈물이 되었고, 생각보다 길어져서 묘한 마무리가 됐읍니다.

창작물에 후한 인심이라 그래도 즐겁게 썼던 것 같읍니다.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걸로 찾아뵙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