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사령관이 오르카에 합류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이야기.

21스쿼드가 주된 전력이고, 그 밖의 대원들은 얼마 없을 때의 이야기다.


" 뭐, 뭐······라고 인간? "


그리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가 자신에게 내뱉은 말이 터무니 없을 정도로 황당하고, 또 천박했기 때문이다.

무드는 없었다. 배려도 없었다. 그저,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의 터무니 없는 말이었다.


" 세, 세, 섹······그걸 나랑? 아니, 아니, 아니······술기운에 그런 거지······응? "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한 자기 방어라고 해야 할까. 그리폰은 처음에 그의 말을 부정했다.

하지만 진지한 그의 얼굴을 보며 이내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그래······고작 맥주 한 캔 먹고 취하는 사람은 없겠지······. "


그리폰이 천천히 잡고 있던 맥주 캔을 내려놓았다. 그런 뒤 생각에 잠겼다.

그가 했던 말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나랑 섹스해줘!" 였다.

평소라면 분명 거절 했을 테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그리폰은 슬쩍 그의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손에는 콘돔이 쥐어져 있었다. 현재 오르카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콘돔이.


오르카 호에서 사용될 물자는 철충의 눈을 피해, 혹은 철충과 싸운 뒤 안전이 확보된 지역에서 구하고 있다.

현재 밖에서 활동할 수 있는 대원들이 몇 없는 만큼 술과 담배등의 유흥 물자는 당장 필요한 자원보다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오르카 호 내부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물건들이다.

오늘 우연히 술을 구해 마시면, 다음엔 언제 마실 수 있을지 모른다.
콘돔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 쓰면 언제 다시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즉, 다시 말해-

' 나랑 제일 하고 싶다는 뜻······? '

그리폰은 고개를 돌려 멀리 세워진 전신 거울에 비춰진 자신을 보았다.
아저씨처럼 앉아선 늘어진 옷을 걸치고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못한 추한 꼴이었다.
그는 이런 꼴을 하고 있는 자신이라도 좋은 걸까?

" ······. "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가 원하고 있긴 하나, 이런 추한 꼴의 여자가 첫 상대가 된다는 건 너무 불쌍하지 않는가.
그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나를 위해서라도 그리폰을 거절하자고 마음 먹었다.

" 음, 미안. 역시 안될 것 같아. "

그리폰은 무릎을 꿇고 앉아 다소곳한 자세로 그의 부탁을 거절했다.
미안하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맥주 캔을 다시금 집어 들었다.

" 난 전투용이니 잘할 자신도 없고······ 사령관의 처음인데 좀 더 의미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나보다는 콘스탄챠나······알겠지? 아, 그래도 뭐······ 기, 기쁘긴 하네! 아, 아니······ 기쁜 것보단 다, 당연한 건가? 아니 뭐랄까······ 으,음······. "

어눌하고 비록 끝 마무리가 깔끔하진 않지만 그리폰은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어딘가 아쉬운 맛이 남아 있는 입안을 맥주로 씻어내려 캔을 입가에 가져가던 찰나,

" 자, 잠깐! 인간! 그렇게 빈다고 내 결심이 바뀔 줄 알아?! "

그가 갑작스럽게 그리폰에게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빈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그 통통한 볼이 좋다거나, 풍만한 가슴이 좋다거나, 솔직하지 못한 게 좋다거나, 슈트가 엉덩이 살에 낀다거나, 사타구니 사이에서 흐르는 땀방울이 좋다거나, 친구 같은 느낌이 좋다거나, 슈트와 니삭스 사이로 보이는 영역이 좋다거나, 예장복을 입었을 때 들어나는 가슴골이 좋다거나 등등······
 
어쩌면 듣는 사람에게 아니, 확실히 듣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말들을 끝없이 나열하며 부탁하는 모습을 본 그리폰의 마음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결심이 흔들릴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결국-

" 아, 알겠어! 해주면 되잖아! 해주면!! 그, 그러니까 그만해! 제발 그런 부끄러운 말 좀 그만하라구!! "

그의 부탁을 수락해 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자신의 부탁을 수락해주고 나서야 그는 비는 것을 멈추고 "정말!?" 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그리폰을 "나참 어이가 없어서······" 하고 불만이 있는 것처럼 중얼거렸지만 그녀의 얼굴은 미소 짓고 있었다.
그렇게까지나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실이 기뻐서.


(https://twitter.com/Yong2_22/status/1307383861110697985?s=20)

장소를 옮겨서-

그리폰과 사령관은 같은 방향을 보며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동의 하에 두 사람은 섹스를 하기로 했지만 둘 다 경험이 없던 터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또 어느 쪽에서 먼저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 ······. "

침묵이 이어졌다. 시간은 어느덧 밤 10시 30분.
평소 11시에 자는 걸 생각하면 더 늦어졌다간 내일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철충과 싸우다 부상을 입었는데 사유를 '사령관과 몸을 섞다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며 역시 자신이 리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내일도 바쁘니까 빨리 해버리고 끝내자. 여, 역시 시작은······키, 키스부터 할까? "

그리폰은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말했다. 괜히 안봐도 될 달력을 보며 자신에게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감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져 있단 사실을.
언젠가 그를 몸을 섞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있는 그리폰이지만 그걸 자신이 리드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 보았다. 머리카락에 가려지긴 했으나 그의 시선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두근두근. 고작 그것만으로 심장이 미칠 듯이 뛰고, 호흡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제와서 무를 수는 없는 법. 그리폰은 움직였고, 이내 닿았다.
그 순간 찌릿-하고 전류가 통한 것처럼 온 신경이 입술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자극에 반응했다.
잊을 수는 없는, 잊어서는 안될 감각이 머릿속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혀를 얽히거나 하진 않는 순수한 입맞춤. 두 사람은 그 상태로 입을 맞대고 있다가 이내 떨어졌다.
1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입이 떨어지고 두 사람의 자세는 원상복구 되었다. 차이가 있다면 그리폰의 시선이 아래로 가 있다는 것 정도.

" 어, 어땠어? "

그리폰은 허벅지 사이에 손을 모아두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얼굴이 붉어질 대로 붉어진 터라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하, 한번 더? 조, 좋았구나······ "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말에 그리폰이 움찔 몸을 떨었다.
방금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기억이 덧씌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그리폰은 다시금 움직이고 있었다.
그게 책임감 때문인지, 그 감각에 중독되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금 입을 맞대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뭔가가 달랐다. 끈적하고 부드러우며 젖은 무언가가 자신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눈을 뜨고 본 건 아니었지만 그리폰은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건 틀림 없이 그의 혀였다.
잠깐 망설였으나 그리폰은 이내 자신의 입을 열어주었다.

그의 혀가 그녀의 혀를 탐했다. 혀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이 능숙하다는 표현은 아니었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건 아닐까, 상대방이 아파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품고 있는 배려심 깊고, 어리숙한 움직임이었다. 그리폰은 그런 어리숙한 움직임이 마음에 들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신을 좋아해준다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 올랐다.

술 기운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붕뜨는 기분이 들었다. 매일 같이 날아다니는 그리폰이었지만 지금 느끼는 기분은 평소에 느낄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게 ──하는 사람과의 키스인걸까? 그런 생각이 어렴풋이 들때쯤-

" 프흐······ "

그의 혀가 그리폰의 입안에서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자세로 돌아가진 않았다.
어딘가 멍한 눈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 어 ,어땠냐고? "

이번엔 사령관의 쪽에서 먼저 그리폰에게 물었다. 그리폰은 방금 전까지 했던 것들을 떠올렸다.

" 그, 그게······조, 좋았어······. 응······. "

그리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우연히 사령관의 바지 위로 솟아오른 고간이 눈에 들어왔다.

" 겨, 경험은 없지만 알고 있어. "

그리폰이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고간에 손을 얹었다.

" 남자들은 흥분하면 이렇게 되는 거지······? 채, 책임져줄게. "

밤 10시 37분.
그리폰은 그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벨트를 풀고, 이어서 바지를 벗겨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속옷을 곧장 벗겨낼 수는 없었다. 만일 속옷을 벗겨낸다면 자신은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때, 코끝에서 진한 그의 냄새가 풍겨왔다.
평소 맡던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냄새였다. 고약하지도,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냄새였지만 어째선지 그게 싫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흥분된다고 해야 할까.

" 어, 응!? 아, 아냐······ 잠시 딴 생각했어. "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의 말에 그리폰이 답했다.
그래, 그의 입장에서도 해결하지 않으면 난처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리폰은 있는 힘껏 속옷을 내렸다.
그러자-

" 아─? "

얼굴에 굵고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생전 처음 보는 것에 그리폰은 잠시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시선이 느껴져 얼떨결에 자지를 손에 움켜쥐어 보았다.
피부와는 달리 무척이나 뜨겁고, 또 단단했다.
 
짧은 순간 그리폰은 어떻게 해주는 게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이내 손을 움직였다.
슥슥- 기둥을 따라 손을 훑으며 그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 잘하고 있는 걸까? '

그렇게 손을 움직이고 있던 찰나-

" 이, 입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

그리폰은 끝에 이름 모를 액체가 맺혀 있는 자지와 그를 번갈아 보았다.
그가 원한다니 해줄 생각은 있었으나 거부감이 들었다. 그리폰의 눈엔 그의 자지가 왜 인지 그로데스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지? 고민하던 것도 잠시 그가 아무런 말도 없이 자지를 얼굴에 들이댔다.

" 우, 우왓! 아, 알겠어. 해줄 테니까 갑자기 너무 들이대지 말라구. 나참, 어리광 부리는 것도 아니고······ "

이미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그리폰은 얼떨결에 또 그의 부탁을 승낙해 버렸다.
하지만 역시나 경험이 없어 곧장 시작할 수 없었다. 우선─

' 핥으면 되겠지······? '

그리폰은 조심스럽게 그의 아랫쪽 기둥부터 자신의 혀로 핥아내기 시작했다.
도저히 입안으로 들어갈 사이즈는 아니다보니 입에 물 용기가 나지 않은 것이리라.

' 짠 것 같기도······하지만 싫진 않아. '

혀로 핥고, 입으로 빠는 추잡한 소리가 그리폰의 방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런 소리가 그를 포함한 그리폰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점점 자신의 배꼽 아래에서 욱신거리는 기분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당시 그리폰은 알지 못했다. 자신의 손이 자신의 음부를 매만지고 있다는 것을.

비록 그리폰이 노력하고 있다곤 하나 핥기만 하는 건 손으로 움직여주는 것보다 자극이 덜하다.
즉, 안달 나게 만들기 좋다는 뜻이다. 그리폰의 정성에 입 다물고 있던 그였으나 결국 참지 못하고 그리폰에게 말했다.

" 못 참겠다고······? "

그렇게 해서-

사령관은 아래, 그리폰은 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비록 키스 할 땐 그의 뜻대도 되었으나 리드하기로 마음먹은 건 그리폰의 쪽이기 때문에 그녀가 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론 무엇보다 그에게 야한 여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가 참지 못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리폰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옷을 벗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할 게 된 것이다. 자신의 속옷이 보짓물에 흠뻑 젖어있다는 것을.
만일 그가 위를 차지한다면 분명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그것 만은 싫었다. 부끄러웠다. 그것도 엄청나게 부끄러웠다.

아무튼.

" 너, 넣는다? "

그리폰이 심호흡과 함께 몸을 살짝 일으키고 그의 자지를 자신의 아랫 입에 맞추었다.
첫 경험을 하는 그리폰에겐 확실히 버거운 사이즈였으나 자신은 인간이 아닌 바이오로이드. 어떻게든 될 것이라 생각하며 천천히 허릴 내렸다.

흠뻑 젖은 고기가 비벼지는 천박한 소리와 함께 그의 자지가 그녀의 속을 비집고 들어갔다.
중간에 가로막는 것이 있었으나 허무할 정도로 쉽게 뚫고 들어갈 수 있었다.
따뜻하고, 또 끈적하게 달라붙는 감각에 그의 기분은 좋아졌으리라. 하지만 그리폰은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 시, 시끄러······넌 즐기고나 있으라구······. "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탓에 그리폰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그의 말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답하며 허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통에 익숙한 몸이라서 그런 건지, 혹은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통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질척질척, 찌걱찌걱, 찰팍찰팍
단어로 나열하기도 부끄러운 천박한 소리와 그리폰의 색기 있는 흐느낌, 그리고 두 사람의 거친 호흡 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그리고 그 소리에 맞춰 시간 또한 흘렀다.

어느덧 소등시간인 23시 00분.

" 흣, 아앙······이, 인간♡ "

그리폰이 느끼던 통증이 쾌감으로 완전히 변질되었다.
자신의 뱃속을 휘젓는 그를 느끼며 다시금 붕 뜨는 감각을 맛보았다.
이 붕 뜨는 감각의 끝은 어디일까. 과연 끝까지 도달하면 그 다음엔 뭐가 있을까?
사령관과 손을 맞잡고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그리폰의 눈은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눈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리폰의 모습이 말 그대로 꼴렸던 그는 비록 아래에 있음에도 허리를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고 있던 건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단지, 그 속도가 더 올랐을 뿐이다.

" 하흣, 자, 잠깐······! 너, 너무 빠르잖-아앙─♡ "

척추를 타고 흐르는 쾌감에 그리폰이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상체를 젖혔다. 두 손으로 그의 무릎을 잡아 간신히 넘어지는 걸 면했지만 그럼에도 허릴 움직이는 건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그가 움직이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허리가 제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상체가 젖혀진 탓에 그리폰은 천장을 바라보게 되었다. 천장에는 거울처럼 반사되는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기 충분했다.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젖가슴과 사랑스러움이 담긴 멍한 눈, 어째선지 나와있는 혀와 등을 타고 내려오는 풍만한 엉덩이 등 그야말로 천박하기 그지 없었다. 그 중에서 당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령관의 머리 위, 침대 선반위에 놓여진 분홍색 '무언가' 였다.

' 저건······? '

뭐더라. 중요한 물건이던가?
고개를 내려 반사된 게 아닌 실물의 모습을 보았다. 무언가의 정체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물건이자, 정사를 허락하게 만들어준 물건인 콘돔이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래도 분위기에 휩쓸려 쓰는 걸 까먹은 것 같았다.
아직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 사, 사령······! 응핫-!? 자, 잠깐! 기다려어엇-♡ "

그리폰이 젖혀진 상체를 바로 하고 앞으로 숙여 콘돔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여전히 허리는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그리폰의 쪽에선 멈춰 있었다. 움직이는 건 당연, 그의 몫이었다.

콘돔과의 거리는 불과 몇cm. 하지만 더 나아갈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출렁이는 생가슴을 가만히 보고 있을 남자는 없기 때문이다.

" 히, 히야앗!? 사, 사령 그만······! 그만해 이러다간 아흑-♡ "

그리폰은 그에게 호소했으나 자세하게 말 할 여유는 없었다. 때문에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빨라졌다. 마치 마지막을 알리는 것처럼.

" 갸, 가슴······빠, 빨지마핫-♡ 나, 난 몰라, 난······나안! 하앙! ♡ "

그리폰의 가장 깊은 곳, 자궁 안으로 백탁액이 강한 기세로 안을 가득 채워나갔다.
그리고 그건 그녀의 머릿속 사정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신경을 통해 퍼지는 쾌락에 그리폰은 저항은 커녕 어떤 말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콘돔을 향해 가던 그리폰의 손이 힘없이 침대 위로 추락했다.
그리고 이내, 어딘가로 끌려가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또 흘렀다.
그리폰이 다시 시계를 봤을 때 시침은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침대위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붉은 선혈이 한줌, 그리고 사방으로 튄 물자국과 휴지뭉치들. 온전히 제 모습을 유지한 건 핑크색 콘돔 뿐이었다.

" 인간······. "

그런 침대 위에 한쌍의 남녀가 누워 있었다.
그리폰은 그를 노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중얼거림에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그리폰과 눈을 마주쳤다.

" 미안하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나도 나름 전투원이고 말이야.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는데 임신이라도 했다간 큰 일이라고. 게다가 오늘 일정 알잖아? 우리 둘다 피곤해서 어쩌려고 그래? "

그리폰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평소라면 적당히 웃으며 넘겨갈테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넘어갈 생각이다.
이제 그리폰의 약점이라면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 사, 사랑한다니!? 가, 갑자기 그래도······ "

그리폰의 바보 털이 빙빙 돌았다. 솔직하진 못해도 감정을 알아보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 끄응······ 어쩔 수 없네······. "

이제와서 이런 말에 볼을 붉히는 것에 특이하다고 느꼈지만 그 또한 그리폰다운 모습일 것이다. 

" 나, 나도······사랑해, 인간♡ "


( https://twitter.com/Yong2_22/status/1239883177654538240?s=20 )

" ······. "
" 응? 출격? 7시였지? 하, 한 번 만 더 하자고?! 아, 안 돼! 그······나, 나도 사랑······해······. 하지만······끄응. 딱 한 번 만이다? "

──그리폰은 밀어 붙이는데 약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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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 메이 야스 쓰다가 실패하고 조금 더 머릿속을 정리하고 그리폰으로 다시 써봤어.
난 순애가 좋아. 너희도 그렇지?
감상해줘서 다들 고마워.

매일 같이 읽어주고, 개추 박아주고, 감상평 적어줘서 너무 고마워.
언젠가 글로 먹고사는 게 꿈인 나한테 선사해주는 관심은 겨울철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는 따뜻한 우유만큼이나 각별해.
다시 한 번 정말 너무 고마워!

다음에 더 좋은 글로 만나자! 안녕!

아, 짤은 출처는 남겼지만 허락은 안받았어. 혹시 문제가 생기면 자삭 하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