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모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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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Day 77. AM 07:46

 

콰-앙!

 

쿠궁!

 

 푸른 하늘 아래, 적막만이 감돌던 작은 섬의 한가운데에서 희뿌연 연기와 함께 지축을 뒤흔드는 파열음이 수차례 터져 나왔다.

 우거진 숲들은 어느새 불과 잿먼지로 뒤덮여 이전의 울창한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무너지는 나무들 사이로 밝은 섬광들이 총성과 함께 허공을 뒤흔들었다.

 

투-두두두!

 

타-타탕!

 

“에이씨! 저 철충놈들은 왜 둠 브링어의 폭격을 맞고도 무사하답니까!?”

 

 상륙정에서 당찬 기합과 함께 내림과 동시에 불타오르는 수풀 사이로 연신 모습을 드러내는 철충들을 향해 브라우니 1호는 자기 허리까지 오는 돌 뒤에 몸을 숨긴 채 탄창을 갈아 끼우며 연신 불만을 토해내었다.

 그녀의 불만이 섞인 목소리에 그녀의 선임, 레프리콘 219는 회색의 잿가루로 뒤덮인 땅 위에 포복 자세로 기관총의 탄약을 소비하던 것을 멈추고 돌 뒤에 숨어 탄창을 갈아 끼우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연신 터져 나오는 포화의 소음 속에서 그녀를 향해 고함을 내쳤다.

 

“브라우니 1호! 쟤들이 말한다고 물러선답니까? 어서 전선이나 유지하세요!”

 

“흐잉..”

 

 그녀의 불타오르는 붉은 눈동자의 위세에 기가 눌린 브라우니 1호는 한숨을 내쉬며 힘 빠진 손으로 탄알집을 결합하고선 노리쇠를 당겨 장전을 완료했다.

 

찰-칵

 

“그러고 보니 우리 노뱀은 어디 갔슴까?”

 

“어디 계시긴요! 우리보다 한참 앞에 있겠죠! 저기 콘크리트벽 안보여요?!”

 

투-두두두!

 

 레프리콘 219는 2달 넘게 동고동락한 후임의 물음에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며 자신의 기관총의 방아쇠를 꾹 당겨 불길이 일렁이는 수풀을 해치고 나오는 철충들에게 섬광이 번쩍이는 포화를 선사했다.

 브라우니 1호는 평소보다 더 신경질적인 자기 선임의 대답에 입술을 삐죽이며 다시금 돌 뒤에서 일어나 그녀의 보조를 맞추며 큰 소리로 불만을 표출했다.

 

타-다당!

 

“제발 빨리 끝내고 쉬고 싶지 말임다!”

 

“그건 저도 그렇거든요!”

 

 연신 귓방망이를 때리는 총성 속에서도 그 둘은 정면으로 시야를 고정한 채 연신 떠들어대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전장 속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은 그녀들뿐만이 아니었다.

 

투-두두두!

 

투-다다다!

 

“제군들! 우리는 오늘! 우리의 충성을 증명할 기회를 얻었다!”

 

 우거진 수풀 사이로 연신 기관총을 갈기며 어떤 이가 그녀들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쏟아지는 포화 속에서 오른손에는 스피커 폰을, 왼손에는 붉은 바탕의 깃발을 펄럭였다.

 군인치고는 아담한 체구였으나 가느다란 목청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박력이 넘치는 목소리는 그녀 아래의 병사들에게는 전투에 대한 고양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사령관 각하께서 명하셨다! 이 섬을 확보하라고! 그 명령을 수행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타-다당!

 

“스틸라인이지 말임다!”

 

 브라우니 1호는 전방을 향해 사격을 유지한 채 그녀의 스피커 폰의 물음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당연히 이런 격전의 장소에서 자신의 말이 하늘 위의 그녀에게 닿지 않을 것이라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레드후드 1호의 귀는 매우 좋았다. 무려 누구인지까지 전장 속에서 파악할 정도로.

 

“..그렇다! 브라우니 1호! 우리는 스틸라인! 오르카 1호를 지키는 굳건한 성벽!”

 

“..브라우니 1호, 나중에 생활관에서 이야기 좀 해요.”

 

“...”

 

 기관총의 탄알집을 교체하던 레프리콘 219의 한기가 서린 말에 브라우니 1호는 항상 짓고 있던 미소조차 굳어버리며 식은땀을 한 방울 흘렸다.

 그런 그녀들의 사정은 신경 쓰지 않는지 레드후드 1호는 목대에 핏줄을 올리며 연신 스피커에 대고 자신의 격문을 읊어갔다.

 

“스틸라인의 용맹한 병사들이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의 시체는 곧 오르카 1호를 지키는 성벽이 될 터이니! 싸우라! 저 같잖은 벌레들에게 알려주어라! 우리의 용맹함을! 우리가 누구인지!”

 

찰-그락

 

 그녀의 목청에서 고함에 가까운 격문이 한 줄 한 줄 나올 때마다 그녀의 격한 몸짓에 그녀 목의 인식표가 푸른 햇빛 아래 반짝였다. 레드후드 1호는 자신의 아담한 가슴께 위에서 찰랑대는 인식표를 한 번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들어 포화의 한가운데서 녹색 빛의 두 눈을 번뜩였다.

 

“우리야말로 오르카 저항군의 위대한 버팀목! 스틸라인이다! 그것의 긍지를 이 가슴에 새겨라! 병사들이여!”

 

투-두두두!

 

 그녀의 길고 긴 격문이 잠깐 멈춤과 동시에 그녀의 격문을 가만히 듣고 있던 브라우니 2호는 피식 웃으며 콘크리트 벽 너머로 사격을 하는 노움 1021 병장에게 물었다.

 

“노뱀, 우리 죽으면 안 되지 않슴까?”

 

투-두두!

 

 노움 1021은 연신 콘크리트 벽 너머로 한참 사격을 하던 중 몸을 벽 뒤로 엄폐하다가 그녀의 곁에서 입가에 미소를 올리고 있는 브라우니 2호의 질문에 그녀 역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아아, 맞죠, 죽으면 사령관님 교전수칙에 위배 되는 행동이니깐요.”

 

“헤헤, 전장에 나서는 군인보고 죽지 말라는 건 조금 무리지 않슴까? 저희 사령관님도 여전히 참 너무 하시지 말임다!”

 

“후후. 그만큼 사령관님이 저흴 아끼신다는 이야기니까요.”

 

 노움 1021은 잿가루와 흑연을 잔뜩 묻힌 얼굴 위로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폭음이 터져 나오는 전장의 한 가운데서 사령관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때도 이렇게 전장의 한 가운데였었는데.’

 

 노움 1021은 벌써 두 달은 훌쩍 넘어버린 과거를 회상했다.

 21스쿼드의 지원 요청으로 현 사령관 경호대장인 블랙 리리스와 자신의 후임 레프리콘 219와 함께 기절해 있던 사령관의 첫 모습과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바이오로이드에 불과한 자신들에게 정중하게 존댓말로 인사를 건네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자 노움 1021의 양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휘-유. 우리 노뱀, 또 사령관님 생각에 얼굴이 붉어지신 검까?”

 

“..브라우니 2호, 선임을 너무 놀리면 못써요.”

 

“흐히히.”

 

 브라우니 2호는 얼굴이 한참 붉어져 자신의 묵직한 가슴 위로 얼굴을 숨기는 귀여운 선임의 모습에 장난끼가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투-두두두!

 

 한참 숨을 고르던 둘은 다시 터져 나오는 총성에 서로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시에 총성이 난무하는 콘크리트 벽 뒤로 몸을 내밀어 대응 사격을 다시 개시하였다.

 

타-다다당!

 

“하긴! 저나 1호도 오르카 1호에서 막 생산되었을 때만 해도 곧바로 죽을 줄 알았슴다!”

 

투-타다당!

 

“..그때는 정말 상황이 안 좋았죠! 그럴 만도 했어요!”

 

“크으! 그때는 저렇게 장교님들도 안 계셨으니 말임다!”

 

 정면의 수풀의 그림자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총구의 방향으로 연신 양손에 꽉 쥔 총의 총구에서 불꽃을 내뿜으면서도 그녀들의 입담은 멈출 줄을 몰랐다.

 

타-앙! 타-앙!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사령관님! 변한 건 얼굴뿐이지 말임다!”

 

투-두두!

 

“그래요! 예나 지금이나! 사령관님은 한결같으시죠!”

 

 허공을 한껏 메우는 총성의 포화 속에서 그녀들의 고함에 가까운 대화가 점차 숨에 벅찰 무렵, 하늘 위에서 그녀들의 총성을 묻어버릴 만큼의 크나큰 바람 소리가 그녀들의 머리 위로 점차 다가오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

 

 그녀들의 머리 위에 점차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과 동시에 하늘을 후려 패는 것만 같은 강렬한 파공음이 점차 그녀들의 귓가에 들려왔다.

 

“이건..”

 

“사령관님 직할부대! AGS 로보테크 아임까!”

 

 브라우니 2호는 사격을 중시하고선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들리는 하늘 위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푸른 하늘의 아래, 그녀들이 타고 왔던 상륙정의 두 대는 합쳐놓은 듯한 거대한 크기의 수송선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광경에 브라우니 2호는 사격을 멈추고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를 머금었고 노움 1021 역시 연신 쏘아대던 기관단총을 내려놓으며 등을 콘크리트 벽에 대며 점차 그녀들을 향해 내려오는 수송기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여긴 끝이지 말임다.”

 

“그러게요. 작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걸 보고 속전속결이라 한다고 들었슴다.”

 

 브라우니 2호의 말에 노움 1021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어있는 왼손을 들어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미소를 지었다.

 한참을 하늘 위에서 멈추어 있는 수송기를 바라보던 브라우니 2호는 미소를 여전히 머금은 채 말을 이어갔다.


“노뱀, 역시 저는 운수가 좋은 놈임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린가요?”

 

 후임의 뜬금없는 말소리에 노움 1021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브라우니 2호는 고개를 여전히 올린 채 자신의 입을 열었다.

 

“저는 바보임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희 개체들의 평균 수명을 모르는 건 아임다.”

 

“아..”

 

 노움 1021은 브라우니 2호의 말에 그녀의 이어질 다음 말을 곧바로 유추해낼 수 있었다. 브라우니 2호는 푸른 하늘과 그 아래에서 땅을 가리는 AGS 로보테크의 하얀 로고가 돋보이는 수송기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저도 들었슴다. 여태까지 살아남은 저희 브라우니들 중에서 가장 오래 산 브라우니는 저희 대장님 전 부관이었다고. 그마저도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고 들었슴다.”

 

“..그렇죠. 불과 몇 달 전까지 생존해 계셨다고 들었어요.”

 

“대부분 저희는 그저 소모품이니까, 곧잘 첫 전투에서 죽거나 불명예 퇴역을 강요받곤 한다고 멸망 전 생존 개체인 선배님들께 자주 들었슴다.”

 

“...”

 

“그런데 말임다, 노뱀. 전 여기서 도저히 죽는다는 상상을 못 하겠슴다.”

 

 브라우니 2호는 고개를 내려 노움 1021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희망찬 미래를 그리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의 밝디밝은 얼굴에 노움 1021 역시 땟자국이 무색하도록 환한 미소로 응답했다.

 

“훌륭하신 사령관님과 불굴의 대장님, 거기다 등을 맡길 수 있는 전우들까지. 이런 환경에서 죽는다는 생각을 하는 건 사치 아임까?”

 

“..그렇죠. 브라우니 2호 일병.”

 

“헤헤! 저나 1호처럼 이렇게 빠르게 일병에 오른 브라우니들도 멸망 전에는 없었다고 대장님이 저번에 극찬하셨지 말임다!”

 

 브라우니 2호는 머쓱한 미소와 함께 잿가루로 엉켜버린 뒷머리를 흙이 묻은 장갑을 낀 손으로 벅벅 문질렀다. 그녀의 그런 행동에 노움 1021은 피식 웃음소리를 내며 그녀의 이야기에 말을 덧붙여주었다.

 

“저번 모의작전 결과가 매우 좋았으니까요. 불굴의 마리 대장님도 깜짝 놀라셨겠죠.”

 

“헤헤, 그거야 전부 저희 사령관님이랑..”

 

“그만! 브라우니 2호! 그 이상 말하면 안 돼요!”

 

“웁쓰!”

 

 훈훈한 분위기의 대화가 오고 가던 상황에서 노움 1021은 큰 목소리로 브라우니 2호의 말을 끊곤 콘크리트 벽에서 등을 떼고 일어서 주변을 휙휙하고 둘러다 보았다. 말을 꺼내던 브라우니 2호 역시 자신의 방정맞은 입이 함부로 떠들지 못하게 하려는 듯 총기마저 땅에 떨구고선 양손으로 입을 막은 채 노움 1021과 같이 주변을 한껏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그녀들의 분대원인 레프리콘 219이 브라우니 1호에게 호통을 치는 소리와 그걸 보는 이들의 웃음 소리, 그리고 그녀들의 머리 위의 수송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공음만이 맴돌고 있어 그녀들의 대화가 주변에 새어 나간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걸 수차례 확인한 이후에야 노움 1021은 땅이 꺼질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뱀, 죄송함다..”

 

 아까까지의 당당한 모습은 어디 가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자길 올려다보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후임의 모습에 노움 1021은 힘든 미소를 지었다.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간 뒤, 노움 1021은 그녀의 머리에 꿀밤을 때리는 시늉을 하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이어갔다.

 

“잊지 마세요. 저희는 스틸라인 소속이지만 동시에 오르카 1호 소속이에요. 따라서 저희 최고 지휘권자는 사령관님이에요.”

 

끄덕-

 

“사령관님이 모의작전 당시 저희에게 HMD 링크를 걸었다는 사실, 그걸 전면 기밀로 붙이셨다는 사실. 꼭 명심하세요. 이 두 개는 절대 이걸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 돼요.”

 

끄덕-

 

“후우..대장님께는 어떻게든 숨기기는 한 것 같지만. 여러분들 입이 제일 걱정이에요. 정말.”

 

“후-아. 아니, 뭐..1호도 저도 항상 입조심하고 있슴다.”

 

 노움 1021의 질타를 계속해서 듣던 브라우니 2호는 막고 있던 양손을 입에서 떼며 입술을 삐죽인 채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철없는 후임의 행동에 노움 1021의 얼굴에 피곤함이 배어 나왔다.

 

“아무튼. 만약 그걸 발설하기라도 했을 시에는..”

 

“..시에는?”

 

“..경호대장님이 직접 찾아오시겠죠.”

 

“히익-”

 

 경호대장이라는 말이 노움 1021의 입에서 나오자 브라우니 2호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오르카 1호의 초창기 멤버인 그녀들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화가 나면 얼마나 무서운 인물인가를.

 오르카 1호 초기 멤버들 사이에서 퍼진 시저스 리제 1호와 블랙 리리스가 오르카 1호의 바이오로이드 제조실에서 벌인 결투에 대한 소문은 여러 이들의 입소문을 타 전장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 그녀의 전투력을 가늠케 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녀의 안색이 파래진 것을 본 노움 1021은 그제야 후하고 안도의 한숨을 바닥이 꺼질세라 내뱉었다. 내심 자신도 입이 근질근질했으나 이 이상 떠들었다가는 무심코 자신도 주체를 못 할까 싶어 꺼내지 않았던 주제였다.

 

“하아..어쨌든 간에 앞으로는 항상 입단속에 주의하세요. 저희만 HMD 링크를 받는다는 건 그만큼 사령관님이 저희에게 거는 신뢰도 매우 크다는 이야기니까요.”

 

“넵! 앞으로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겠슴다!”

 

 브라우니 2호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경례 자세를 취함과 동시에 양 입술을 앙다물었다. 노움 1021은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음에 만족하며 이제부터 시작될 AGS 로보테크와의 합동작전에 준비하고자 자신의 기관단총에 다시 재장전을 준비하려고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그때 그녀들의 사이로 어떤 이가 아주 딱딱한 음성으로 말을 걸어왔다. 

 

“무엇을 말인가?”

 

“..허억!”

 

“추..충성!”

 

 갑작스레 하늘에서 내려온 듯 발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그녀들에게 다가온 인물을 보고선 브라우니 2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숨을 크게 들이쉬었고 노움 1021은 다가온 인물을 향해 곧바로 차렷 경례 자세를 취했다.

 노움 1021의 경례에 그녀들에게 다가온 불굴의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직 자신을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굳어있는 브라우니 2호를 향해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엇을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는다는 건지, 병사. 이야기해라.”

 

“그..그..”

 

 브라우니 2호는 갑작스러운 불굴의 마리의 등장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경례조차 하지 못한 채 양손을 허공에 내젓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런 행동에 불굴의 마리의 양 눈가에 푸른 전자기가 더욱 새파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병사, 어서.”

 

 매우 짧고 굵은 명령, 거기에 당장에라도 자신을 태워버릴 듯한 매서운 두 눈에 브라우니 2호의 두 눈가에 눈망울이 맺혔다.

 말을 하고 싶어도 방금 노움 1021이 말했다시피 사령관의 명령이 최우선이었기에 불굴의 마리의 현 명령에 따르고 싶어도 따를 수가 없었다.

 이내 자신이 방금 떠들어 대었던 죽는 상상을 못하겠다는 소리가 머릿속의 휴지통에 쏙 들어가며 다른 누구도 아닌 대장의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그녀의 머리를 지배했다.

 브라우니 2호의 허둥거림에 불굴의 마리의 등 뒤에서 그녀의 전용 장비인 주시자들의 눈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하자 의외의 인물이 그녀의 주의를 돌렸다.

 

“저, 불굴의 마리 4호 소장님! 브라우니 2호를 대신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불굴의 마리는 브라우니 2호를 쏘아보던 눈총을 거두고 자신을 향해 크게 목소리를 낸 노움 1021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노움 1021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말을 이어갔다.

 

“실은 브라우니 2호가 근래에 있었던 진급에 대해 주변 애들에게 너무 떠들고 다녀서, 제가 주의를 주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흐음. 그래.”

 

 불굴의 마리는 두 눈을 질끈 감은 노움 1021의 속내를 내심 파악하려 했으나 한사코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그녀를 노려보아야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이내 깨달았다.

 아주 잠깐, 침묵을 지키던 불굴의 마리는 팔짱을 풀고는 턱을 매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각하께서도 자네 분대의 작전결과에 대해서 칭찬하셨지. 그만큼 함의 초창기부터 각하와 함께 해온 자네들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병사.”

 

“...여..영광임다!”

 

“각하뿐만이 아니다. 나 역시 그대들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지. 그래서 이례적인 진급을 허가한 것이고.”

 

 불굴의 마리가 더는 되묻지 않자 브라우니 2호는 그제야 정신을 퍼뜩 차리고선 인생 최고의 속도로 딱딱한 경례 자세를 취했다. 노움 1021 역시 속으로 큰 한숨을 내쉬며 질끈 감았던 두 눈을 조심스럽게 열며 아직 자신들의 앞에서 둥둥 떠 있는 불굴의 마리를 바라보았다.

 턱을 매만지던 불굴의 마리는 이내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자만은 곧 실수를 부르는 법. 귀 분대는 이번 작전 종료 후, 따로 내가 특별히 선발한 훈련과정을 거쳐 다시 한번 올라간 계급에 맞게 재조정을 거치도록 하겠다.”

 

“...히익.”

 

 무덤덤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불굴의 마리와 달리 브라우니 2호, 그녀 곁의 노움 1021, 자신의 분대원이 또 사고친 줄 알고 머리를 박으러 오던 레프리콘 219, 그리고 선임을 뒤따라오던 브라우니 1호까지.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이 대장의 사형선고 아닌 선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불굴의 마리는 그것이 옳다는 것으로 잠정 결정을 내린 듯 고개를 다시 한번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원래대로라면 각하께서 지시한 대로 작전 종료 후, 휴가계를 지급해야 하나..그대들은 예외로 두겠다.”

 

털-썩

 

“아..아아..”

 

 레프리콘 219는 잿더미와 탄피로 뒤덮인 땅 위에 풀썩 주저앉으며 텅 빈 두 눈동자로 노움 1021을 바라보았지만 노움 1021 역시 살짝이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잿더미와 흙으로 뒤섞인 땅을 내려다보았다.

 브라우니 2호는 제발 살려달라는 눈으로 불굴의 마리 등 너머의 브라우니 1호를 보았으나 자신의 동기생은 이미 세상 다 산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자세한 훈련일정은 작전 종료 후에 전달하겠다. 이제 AGS의 참전이 시작될 것이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라.”

 

“예..알겠습니다! 충성!”

 

“추..충성!”

 

“음.”

 

 불굴의 마리는 둘의 경례를 받고는 그대로 노움 1021의 콘크리트 벽 너머로 모습을 감추었고 자신들의 대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노움 1021은 잿더미 위에 풀썩 주저앉았다.

 브라우니 2호는 동공이 풀린 두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다가 누군가가 자신의 슈트 하단을 쭈욱 잡아당기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브라우니이이이이!!”

 

 산발이 된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자신을 불태울 듯이 희번덕이는 붉은 눈동자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레프리콘 219과 눈이 마주쳤다.

 

“히-이익!”

 

“브라우니..2호..대체..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요?”

 

 레프리콘 219는 마치 호러영화에 나오는 귀신마냥 브라우니 2호의 슈트를 죽-잡아당기며 점차 그녀의 상반신으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기괴스러운 행동에 브라우니 2호가 허둥지둥거리자 누군가가 허둥대는 그녀의 어깨를 붙들었다.

 

“동기야.” 

 

“1..1호?”

 

 어느새 발소리도 내지 않은 채 코앞까지 다가온 동기의 얼굴은 죽 늘어진 머리칼의 그늘 때문일까, 아니면 동기형 개체답지 않게 낮게 깐 목소리 때문일까, 1호는 레프리콘 219에 비해 매우 침착해 보였다. 브라우니 2호는 자기 어깨를 붙잡은 1호의 손길에 미소를 지었지만-

 

“제 동기는 오늘 죽었슴다아아아!!”

 

“흐에에엑!!”

 

 이내 브라우니 1호의 지축을 뒤흔드는 고함소리와 2호의 비명이 푸른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30) Day 77. AM 07:53

 

“흐음. 과연, 각하께서 기대할만한 병사들이라.”

 

 불굴의 마리는 소강상태에 접어든 전장의 한가운데를 부유하며 내렸던 왼손을 다시금 들어 자신의 날카로운 턱을 매만지며 그녀답지 않게 상념에 빠져들었다.

 

“..확실히 브라우니들이라 하여도 오랜 시간을 들이면 성장은 하는 법. 그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지.”

 

 문득 이미 세상을 떠난 부관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오랜 세월 자신을 보좌해 온 이는 레드후드도 피닉스도 아닌 최하급 병사인 브라우니였다.

 더는 만날 수 없는 그녀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불굴의 마리의 가슴 한켠이 욱신거렸다. 불굴의 마리는 욱신거리는 감각에 몸을 맡긴 채 환하게 전장을 비추는 햇살을 향해 고갤 들어 올렸다.

 

쐐-애액!

 

“나 잡아봐라! 이 철충 녀석들아!”

 

“전대장! 너무 빨라요!”

 

푸른 하늘 아래, 수많은 기동형 바이오로이드들이 하늘을 누비며 섬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는 것이 그녀의 푸른 빛깔의 눈동자에 들어왔다. 그 광경을 묵묵히 바라보던 불굴의 마리는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부관, 그대가 보았다면 믿을 수 없는 광경이라 했겠지.”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대답을 상상하며 불굴의 마리는 팔짱을 낀 채 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이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스카이 나이츠 전대원들은 섬의 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중을 날아다니는 철충들을 하나씩 격파하고 있었고, 둠 브링어의 병사들 역시 그녀들을 보조하며 섬 이곳저곳에 폭격을 가하고 있었다.

 

“...이렇게 같은 하늘 아래, 다 함께 싸울 날이 올 줄이야. 정말이지. 꿈만 같은 광경이군.”

 

 불굴의 마리 4호, 그녀는 오랜 세월을 전장에서 살아왔다. 앵거 오브 호드의 신속의 칸 역시 그러하지만 다양한 전장을 누비며 다양한 적들을 상대한 경험으로는 이 불굴의 마리 4호를 따라올 이가 없었다.

 그만큼 그녀는 비참한 전장의 풍경을 자주 보았고, 악마보다 더한 이들을 상관으로 모신 적도 많았다.

 

“...그래. 이것이 오르카 저항군인가. 아니, 각하의 저항군인가.”

 

 불굴의 마리의 얼굴에 이제는 작은 미소가 아닌 큰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의 그런 기분을 대변하듯 무너진 나무들 사이에서 잔잔한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뺨과 머리칼을 간질였다.

 어느새 회상에 빠진 불굴의 마리의 머릿속에는 불과 한 달도 더 된 때, 사령관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만나서 반갑다. 불굴의 마리. 오르카 1호의 함장이자 현 저항군 총사령관이다.’

 

 철충들에게 고립된 상태로 간신히 병력을 유지하며 격전을 벌이던 와중이었다. 프레데터라 불리는 연결체에 고전하던 때에 오르카 저항군이 그녀를 돕기 위해 합류해 오르카 1호의 사령관 집무실에서 현 사령관과 처음 대면하게 되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인간, 그리고 여태까지 만난 인간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앉게 된 인간을 처음 만났을 때의 불굴의 마리는 그에게 큰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었다.

 

‘저 역시 반갑습니다. 각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무뚝뚝하고 정석적인 응대, 당시의 자신에게는 이 사령관이라는 인물의 됨됨이를 알 방도가 없어 그저 불신에 가까운 감정만을 지니고 있었다. 그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호감을 느끼기에는 여태껏 그녀가 만나온 인간들의 행태는 썩 좋지 못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서운 눈초리와 딱딱한 얼굴을 지닌 사령관과 그 못지않게 차갑게 응대하던 자신을 떠올리자 불굴의 마리는 끄응-거리는 소리와 함께 미소를 거두고 곤란한 얼굴을 지으며 이마를 짚었다.

 

“..좀 더 각하께 살갑게 다가갔어야 했었나. 하아..”

 

 그녀의 후회 섞인 혼잣말이 아주 작게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애초에 새로운 인간에게 별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그저 군인이었던 자신을 내세웠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다음 말로 인해 그와의 첫 만남에 대한 후회가 지금에 와서 흠씬 밀려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사령관으로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

 

‘불굴의 마리 4호, 철혈의 레오나와 함께 내 보좌를 부탁하지.’

 

‘...보좌를 말씀이십니까?’

 

‘불편하다면 개인적으로 행동해도 좋다. 그저 권유에 불과해.’

 

 죽 찢어진 눈매와 낮게 깔린 목소리, 그저 무게 잡는 애송이에 불과한 줄 알았던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낮추며 그녀에게 전략적, 전술적 조언을 부탁해왔었다. 이런 인간은 처음 본다고, 당시의 불굴의 마리는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속으로 크게 당황했었다.

 

‘..각하께서 그것을 바라신다면 따르겠습니다.’

 

 당시 자신의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이내 말을 빠르게 끊고는 사령관 집무실을 떠났었다. 집무실을 떠나 스틸라인 생활관으로 돌아온 후 사령관의 행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던 차에 오르카 1호에서 쭉 머무른 병사들이 그녀를 찾아왔었다.

 

‘그래, 그대들이 나에게 면담을 요청한 이유가 무엇이지?’

 

‘노, 병장 노움 1021! 다..다름이 아니라 사령관 각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일병 레프리콘 219! 저 역시 같은 이유로 찾아뵈었습니다!’

 

 그녀를 찾아온 노움 1021과 레프리콘 219의 말에 당시 그녀는 두 눈을 빛냈었다. 애써 자신을 찾아온 두 명의 병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녀들이 말하는 사령관에 대한 평가에 더 관심이 갔었다.

 

‘그래, 그대들의 이야기에 흥미가 당기는군. 병사들이 보는 각하는 어떤 분인가?’

 

‘그, 최근에는 좀 많이 변하시긴 했지만. 사령관님은 매우 따뜻하신 분입니다.’

 

‘..따뜻하다고?’

 

‘네, 언제나 저희가 다칠 때마다 곧잘 찾아오셨습니다. 항상 작전도 저희가 다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하셨고요.’

 

 처음에는 그녀들의 대답이 그저 인간에 대한 바이오로이드들의 맹목적인 호감으로 인한 꾸밈이 섞인 대사들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녀들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불굴의 마리는 평가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판단을 서둘렀었군. 각하는 확실히 따뜻하신 분이신데 말이야.”

 

짤-그락

 

 불굴의 마리는 허탈함을 가득 담은 두 푸른 눈동자로 오른 손목에 매달려 햇빛 아래 은색의 자태를 뽐내는 자신의 인식표를 내려다보았다.

 오르카 1호 내에서 가장 뜻깊은 기억이라고 한다면 사령관이 브라우니들을 대하는 모습이 가장 뜻깊다고 불굴의 마리는 생각했다.

 

“후우..많은 인간을 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아직 미숙하군. 각하께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하다니.”

 

 불굴의 마리는 쿡쿡 웃으며 그녀의 등 너머 푸른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수송기들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투-두두두두

 

“와-아아아!”

 

“AGS! AGS!”

 

 푸른 하늘을 덮을 듯한 기세로 하늘 위에서 점점 다가오는 수송기들의 향연에 스틸라인의 병사들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녀들의 환희에 찬 함성소리에 불굴의 마리는 자신의 군모를 고쳐 쓰며 수송기 위에 그려진 둥그런 로고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AGS 로보테크, 각하께서 유일하게 직접 다루시는 군사 목적의 부대라..’

 

 오르카 1호, 아니. 오르카 저항군 내에는 다수의 부대가 존재한다. 당장에 지휘관급 개체들을 보유한 4개의 대규모 작전 특화 부대인 그녀의 스틸라인, 신속의 칸의 앵거 오브 호드, 멸망의 메이의 둠브링어. 그리고..

 

‘..그 철혈의 레오나의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사령관의 차가운 인상과 맞먹는 금발의 암사자의 얼굴이 잠깐 불굴의 마리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불굴의 마리의 미간에 크게 주름이 잡혔다.

 그녀를 복원할 유전자 지도를 발견한 것도 자신. 복원을 시도했던 것도 자신이라는 생각에 앞선 사령관과의 첫 만남의 실수에서 느끼는 후회보다 더 큰 후회가 밀려왔다.

 

‘각하께서 만약 나와 제일 먼저 만나셨다면, 지금 그녀의 자리는 내 것이었을 터인데.’

 

 오르카 1호에 합류 한지도 어언 2달이 다 되었지만 사령관의 부관 자리를 얻은 이들 중 지휘관급 개체는 철혈의 레오나 뿐이었다. 이에 불굴의 마리는 크게 반발했으나 사령관은 고개를 휘휘 내저으며 무뚝뚝하게 자신에게 그녀의 필요성을 말할 뿐이었다.

 

‘그녀의 부관 자리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저 업무 효율상 그녀가 가장 낫기에 그녀가 부관을 하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실제로 철혈의 레오나가 부관이라는 자리를 유지해 얻는 작전 발언권이나 작전 우선권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이 대규모 작전 때에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것은 자신의 스틸라인이었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지. 흐음, 어떻게 하면 내가..”

 

 불굴의 마리는 부관 자리를 통해 사령관과 함께 보내는 오전 업무시간이 가지고 싶었다. 내심 사령관과의 티타임을 위해 보급 물자 중에 과거 소량만 유통되었던 비싼 고급 커피 원두까지 자신의 지휘관실에 숨겨두고 언제 그것을 열어 볼 것인지 그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작전이 끝나고 각하와의 면담을 신청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이야기할 것도 있으니.”

 

-삐빅

 

 그때, 그녀의 오른 손목의 단말기에서 통신요청을 의미하는 노란 불빛이 들어왔다. 그 불빛에 불굴의 마리의 정신이 퍼뜩 깨어났다.

 갑자기 걸려온 통신 탓에 그녀는 빠른 손놀림으로 헝클어진 머리칼과 군모를 정돈하고는 큼큼거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노란 불빛이 반짝이는 자신의 단말기로 손을 가져갔다.

 

-삑

 

“통신 허가, 오르카 저항군 스틸라인 총지휘관 불굴의 마리 4호 소장이다.”

 

-사령관 직할부대, AGS 로보테크 총지휘관. HQ-1 알바트로스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HQ-1 알바트로스 총지휘관.”

 

 기대했던 남성의 목소리가 아닌 기계음이 들려오자 불굴의 마리의 얼굴에 실망감이 번져 올랐다. 그런 그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단말기 너머의 로봇, HQ-1 알바트로스는 그녀의 인사를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현 시간부로 스틸라인의 작전 계획서에 따라, 기간테스 2기, 램파트 1기, 포트리스 1기, 스파르탄즈 1팀을 강하하겠다. 셀주크 2기는 2분 후 상륙 지점에 도착할 것이다.

 

“..작전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난 사령관의 명령을 따를 뿐이다. 현장 작전 지휘권한은 그대에게 있지만 우리는 사령관의 최우선 교전수칙에 따라 귀하의 병사들의 수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

 

“..알겠습니다.”

 

-통신을 종료하겠다.

 

삑-

 

“..교전수칙이라. 흐음..병사들을 아끼는 마음씨는 훌륭하시지만.”

 

 불굴의 마리는 사령관이 내린 철칙, 병사들의 목숨을 최우선으로 하는 절대 교전수칙에 대한 생각으로 잠깐 고뇌에 빠졌다.

 분명 병사들을 소모품이 아닌 성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가 유독 사망자 제로에 얽매여 있는 것만 같아 무언가가 꺼림칙하게 다가왔다.

 

“전우의 죽음 역시, 병사들의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될 터인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군.”

 

 오랜 시간 전장을 누벼온 불굴의 마리는 다양한 이들과 만나고 헤어짐에 따라 죽음에 익숙해졌다. 병사들과 함께 전장에 나서서 그녀들 중 그 누구보다 최전선에 싸우는 불굴의 마리는 병사들의 죽음을 통해 더욱더 성장해 왔기에 그녀에게 전우의 죽음은 그저 하찮은 걸레짝과 같은 것이 아닌 전우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라는 가치 있는 죽음으로 다가왔다.

 그런 그녀에게 병사들의 안위를 일일이 챙기는 사령관의 모습은, 그 날카로운 인상에 비해 아직 못 미더운 점이라고 다가왔다.

 

“훗, 각하께서는 아직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으셨군.”

 

 불굴의 마리는 무뚝뚝한 사령관의 성장에 매우 호의적인 입장이었다. 멸망의 메이가 작전 회의 때 내뱉은 발언과 같이 사령관에게는 아직 미숙한 점이 많았다.

 사령관은 특유의 무뚝뚝함과 눈매를 빼면 일반인과 다름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전략적, 전술적 지식이 크게 부족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오히려 그 덕분에 각하께서 성장하는 모습을 이 두 눈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불굴의 마리는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사령관이 점차 훌륭하게 성장하는 상상에 크게 만족하는 얼굴을 띄웠다.

 

“각하의 성장이라, 각하께서 조금만 더 어리셨다면 아예 처음부터 내가..”

 

기-이이잉

 

 불굴의 마리가 생각을 이어갈 때쯤, 하늘 위에서 거대한 구동음이 들려오자 그녀는 다시 푸른 하늘 위를 덮은 AGS 로보테크의 로고가 박힌 수송기로 눈을 돌렸다.

 

투-두두두-

 

 수송기의 사방에 달린 모터가 더욱 거세지며 점차 하늘 위에서 땅으로 점차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자 수송기를 중심으로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음.”

 

 휘몰아치는 바람 사이로 잿가루와 먼지가 그녀의 시야를 가리고 어깨에 걸친 그녀의 검은색 장교 코트가 바람에 크게 흔들렸으나 불굴의 마리는 눈만 찡그릴 뿐 팔짱을 낀 채로 수송기의 웅장하기 짝이 없는 자태를 감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기-잉

 

철-컹

 

 수송기의 하단부부터 천천히 개방되기 시작하자 철갑에 둘러싸인 내부의 모습이 쏟아지는 햇빛에 반사되어 저마다의 색색을 자랑하는 철갑의 병사들이 점차 바깥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와아아!”

 

-AGS 로보테크, S5 기간테스 001. 준비됨.

 

-AGS 로보테크, S5 기간테스 002. 준비됨.

 

 한 수송기에서는 진녹색의 거구들이 저마다의 붉은 안광을 자랑하며 햇빛 아래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햇빛에 반사되는 그들의 진녹색 페인트와 못해도 브라우니들의 세 배는 되어 보이는 듯한 덩치. 거기에 양팔에 달린 거대한 철벽의 자태는 그야말로 성벽과도 다름없어 보였다.

 

-전 시티가드 소속. 현 AGS 로보테크, CT66 램파트 001. 강하 준비 완료.

 

-AGS 로보테크 소속, S25 스파르탄 캡틴 이하 생략. 스파르탄즈 시리즈. 강하 준비 완료.

 

-AGS 로보테크, CT-103 포트리스 001. 강하 준비 완료.

 

 어떤 수송기에서는 기간테스보다 작은 체구이나 2기에 불과한 기간테스와 달리 다수의 AGS들이 저마다의 페인트 색상을 뽐내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의 웅장한 자태가 햇빛 아래 모습을 드러내고 무뚝뚝한 음성이 수송기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자 그들이 탄 수송기 아래에 모여 있던 스틸라인의 병사들의 환호성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와아아! 이제 작전은 끝이지 말임다!”

 

“오-예..오늘은 오후 내내 잘 수 있겠다. 히히..”

 

“이뱀은 언제나 주무시잖아요..아무튼 저만치리 있으면 여기도 이젠 끝이네요.”

 

“철충으로 만나면 그렇게 무서운데, 아군으로 만나니까 든든하네요. 정말.”

 

 저마다의 안도의 말들이 바람을 타고 와 불굴의 마리의 귓가를 간질였다. 그녀들의 말에 불굴의 마리 역시 군모를 쥐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확실히, 적으로 만났을 때는 그저 부숴야 하는 이들이었는데. 아군으로 만나니 든든하기 그지없군.”

 

 이제 강하하려는 것일까, 꿋꿋하게 수송기 안에서 서 있던 철갑의 병사들이 점차 45도 각도로 몸체를 기울이며 수송기의 그림자 속에서 점차 거구의 자태를 햇빛 바깥으로 몸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지끈-

 

쿠-궁

 

 그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전장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숲속에서 나무를 짓밟는 소음이 연신 들려오기 시작했다. 불굴의 마리는 그 소음을 듣고는 다시 몸을 돌려 어두운 숲속을 응시했다.

 그녀가 몸을 돌려 응시하자마자 숲속에서는 다시 한번 철충들의 거센 포화가 터져 나왔다.

 

투-두두두!

 

타-다당!

 

“음!”

 

파-지직!

 

 빗발치는 총알의 세례에 불굴의 마리의 두 눈가에 푸른 전자기가 맴돌며 그녀 주위를 맴돌던 주시자의 눈들이 그녀를 중심으로 직사각형의 푸른색의 보호막을 전개했다.

 

티-딩!

 

팅!

 

그녀의 보호막이 전개됨과 동시에 하늘 위에서도 철갑의 병사들이 일제히 포화가 쏟아지는 전장의 한가운데로 강하하기 시작했다.

 

쿠-웅!

 

쿵!

 

-기간테스 001. 전장에 개입하겠음.

 

-기간테스 002. 이하 동문.

 

팅-!

 

팅-!

 

 땅 위로 떨어진 기간테스들이 그 육중한 무게만큼이나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전장에 그 거대한 자태를 드러내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의 한가운데 착지한 두 기의 기간테스들은 서로의 어깨를 붙이며 각자의 양팔을 모아 병사들의 앞에 강철의 성벽을 쌓기 시작하자 브라우니들의 얼굴에는 기쁨의 미소가 서렸다.

 

“이제 저 벌레들도 끝장이지 말임다!”

 

“떠들 시간에 어서 총알이나 쏴요!”

 

쿠-웅!

 

 -포트리스 001. 강하 완료. 보호 장벽 전개. 사격 개시.

 

투-두두두!

 

 포트리스 역시 기간테스와 함께 일시에 땅 위로 착지해 철갑으로 둘러싸인 4족 장벽으로 그 거대한 몸체만큼이나 많은 수의 병사들을 포화 속에서 지켜내며 몸체에 달린 기관총 터렛들과 각각의 장벽 사이로 주포들을 꺼내어 숲속을 향해 사격을 개시하자 병사들의 얼굴에 활기가 피어올랐다.

 

팅-!

 

투-쾅!

 

“포트리스 아줌마! 오늘도 고생하심다!”

 

“아줌마라니..브라우니, AGS들은 성별이 없어요.”

 

“그래도 목소리는 여성이지 않슴까. 그럼 아줌마지 말임다.”

 

“...”

 

 포트리스의 장벽에 보호받던 분대원들 역시 이윽고 포트리스의 장벽 사이로 총기를 꺼내어 숲속을 향해 사격을 개시하며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쿵-!

 

-CT66 램파트. 건전한 군인분들의 안전을 지키겠습니다.

 

쿵! 쿵! 쿵!

 

-S25 스파르탄즈 캡틴, 이하 생략. 전장에 개입하겠다.

 

 이외에도 램파트, 스파르탄즈 등의 재빠른 기동력을 자랑하는 소형 AGS들 역시 동시에 전장으로 떨어져 각각의 스탈리인 분대원들을 지켜가며 숲속의 철충들을 하나둘 쓰러뜨리며 전선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불굴의 마리는 일제히 진격을 개시하는 자신의 병사들을 보며 푸른 두 눈을 번뜩였다.

 

“그래. 이것이 각하와 나의 협력이다. 각하의 직할부대, 그것을 맡을 이는 우리 스틸라인이다.”

 

 사령관의 직할부대, 다양한 부대가 모인 오르카 저항군 내에서도 사령관의 명령만을 따르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대다수 부대는 직할부대가 아닌 독립부대로 구분되며 지휘관급 개체가 있는 부대는 지휘관들의 명령에 따라 행동을 하지만 직할부대의 경우에는 그 성격이 조금 달랐다.

 지휘관급 개체의 명령 대신에 사령관의 직접 명령에 따르며 그의 명령을 수행하는, 일종의 사령관만의 특수부대의 성격이 강한 탓에 그의 휘하에 있는 이들은 지휘관급 개체들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명령할 수 없었다.

 그런 사령관의 직할 명령을 수행하는 이들은 함 내에서도 매우 적은 숫자였다.

 

“배틀메이드, 080기관, 컴페니언들은 각하를 지키기에는 충분하나, 이런 대규모 전투에는 적합하지 않지.”

 

피-슝!

 

파-직!

 

쿠-구구구-

 

 불굴의 마리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전방을 향해 주시자의 눈에서 푸른 입자포를 휘갈겼다. 그녀가 손짓을 휘두를 때마다 땅이 푸른 전자기에 뒤집히며 숲의 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내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점차 무너지는 나무들을 바라보던 불굴의 마리의 머릿속에 한 가지 사실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조차도 각하의 직할부대라는 명예를 얻지 못했다.”

 

키-이이잉!

 

 무너지는 나무들 사이로 검녹색의 스캐럽 개체 한 마리가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그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팅-!

 

팅-!

 

“대장님! 피하십시오!”

 

 스캐럽은 자신의 튼튼한 철갑을 과시하듯 자신을 향해 일제히 쏟아지는 총알들을 막아내며 점점 속도를 가속해 공중에 둥둥 뜬 채 자기를 무심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불굴의 마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언젠가 이 오르카 저항군 내에서도 각하의 곁을 지킬 대규모 부대가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각하 한 분이라는 보장은 없으니.”

 

 불굴의 마리는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는 스캐럽의 모습을 관심 밖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다 오른팔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파-직

 

 그녀가 팔을 내밈과 동시에 그녀의 두 눈가에 맺힌 푸른 전자기가 점차 그녀의 목과 쇄골, 어깨를 타고 팔꿈치로 내려와 그녀의 손끝으로 점차 모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푸른색의 초능력이 어느새 그녀 몸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하자 그녀의 몸이 더더욱 지면에서 붕-떠오르며 그녀 주위의 흙먼지들과 돌까지도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파-직! 파-직!

 

 입을 다물고 있던 그녀의 새빨간 입술이 미세하게 열리며 낮게 깔린 그녀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러니 그런 때에 사령관 각하의 곁에 설 부대는.”

 

파-지지직!

 

 그녀의 손끝에 모인 푸른 전자기는 점차 구체형으로 변하기 시작하며 이내 코앞까지 다가온 스캐럽의 몸체를 향해 촘촘한 그물망과 같이 반원 형태를 그리며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갔다.

 

촤-아아악!

 

 갑작스러운 푸른색 그물망의 등장에 스캐럽의 몸체가 움찔거리며 빠르게 다가오던 몸체를 공중에서 멈추고는 이내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왼쪽으로 몸을 틀었으나 왼쪽으로 튼 스캐럽의 앞에는 어느새 일제히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주시자의 눈들이 푸른 안광을 내뿜고 있었다.

 

“-바로 우리 스틸라인이다. 사라져라, 각하의 안위를 어지럽히는 벌레여.”

 

피-슈웅!

 

쿠-직!

 

 주시자들의 눈에서 일제히 푸른 빛깔의 에너지포가 뿜어져 나오자 스캐럽의 몸체에 4개의 구멍이 뚫림과 동시에 호기롭게 날아오던 벌레는 그대로 지면 위로 철커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볼썽사납게 드러누워 버렸다.

 불굴의 마리는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와 이미 절명한 스캐럽의 몸체 위에 오른쪽 군홧발을 들어 올려 볼썽사납게 쓰러진 스캐럽의 몸체를 짓밟으며 말을 이어갔다.

 

“멸망의 메이는 그 입담과 성격을 생각하면 각하의 곁에 설 인물이 아니지. 허나, 각하가 보급을 맡은 앵거 오브 호드, 전속부관에 가까운 철혈의 레오나. 그리고 각하의 AGS 지원을 받는 나.”

 

 묵묵히 정면을 응시하는 그녀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우며 그녀 몸 주위의 주시자의 눈들이 빠른 속도로 그녀의 몸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등 뒤로는 거구의 AGS들이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점차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자 그 거구의 그림자에 그녀의 병사들이 따라붙어 일제히 섬의 전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무적의 용이 합류하기 전에, 반드시 각하의 직할부대라는 명예를 얻고야 말겠다.”

 

쿠-웅!

 

쿠-웅!

 

 어느새 그녀의 양옆까지 도달한 기간테스들의 그림자가 그녀의 몸체를 가렸다. 불굴의 마리는 고개를 들어 햇빛에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기간테스의 얼굴 파츠를 바라보았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왔다. 내가 충성을 바치기 부족함이 없는 인간을.”

 

 붉은 안광을 내뿜는 기간테스의 시야모듈은 불굴의 마리를 보지 않고 올곧이 철충들이 숨어 있을 숲속으로 항해 있었으나 기간테스의 양팔에 부착된 거대한 방패 파츠는 언제라도 뒤의 병사들을 지킬 수 있도록 앞으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다. 부관. 내 이상의 인간님을 말이다.”

 

 그런 기간테스의 모습에 불굴의 마리는 사령관의 얼굴을 떠올렸다. 언제나 차갑게 병사들을 대하나 그녀들 모두를 지키고자 하는 철혈의 사령관, 그의 모습이 기간테스와 겹쳐 보였다.

 불굴의 마리는 자신의 상상에 입꼬리를 올리며 그 기간테스 방패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는 스틸라인의 병사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모두가 승리를 확신하며 저마다의 얼굴 위에 희망이 가득찬 미소를 띠며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불굴의 마리는 그 모습에 입꼬리를 더욱 크게 올리며 전장으로 향하는 병사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결전의 시간이다! 오늘 각하께 이 섬을 바치겠다! 스틸라인의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와아아!”

 

쿠-웅!

 

쿠-웅!

 

 그녀의 당찬 포부와 함께 그녀의 뒤를 따르던 병사들이 일제히 자신들의 총기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불굴의 마리의 두 눈가에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자신감이 가득 찬 눈빛이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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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매너리즘이라고 해야하나 그냥 모든게 귀찮아진 탓에 글 쓰는 것도 되게 끄적 끄적 쓰다보니 많이 늦어졌다.

글 쓰기는 싫은데 억지로 끄적이다 보니 뭔 2만자 분량이 전부 급발진에 개연성 1도 없는 글이 되어 버려서 전량 폐기하고 다시 쓰고 그걸 또 반복하고, 요 며칠 사이가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쓰기 힘들었다.

최대한 공식 설정에서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창작하려다 보니 캐릭터들 감정선이나 행동 하나하나 검수해가며 쓰다 보니까 힘이 좀 부치네.

 사실 이번 편에 사령관이랑 레오나 파트도 같이 첨부할 생각이었는데 검수해주는 친구가 사령관 파트가 많이 아쉽다고 해서 이거 다시 쓸 생각이고 하니, 아마 그냥 15편으로 분할 될 것 같다. 원래 이 파트까지 넣으면 분량이 4만자 정도였는데, 무리 무리. 사령관 파트는 다시 생각해서 다시 써야겠다. 내가 만족할만한 글이 안 쓰여.

 이제는 언제 안으로 올린다 이런 소리를 못하겠다. 현타가 너무 길게 가네. 항상 봐주는 라붕이들한테 고맙다는 말 밖에 못해주겠다. 연중은 최대한 안하도록 노력해볼게. 오타나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