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보면서 듣기 좋은 노래? 사실 방해 될지도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외로운 사령관 (모음)



*****



 "읏차! 아자즈, 이 정도면 됐지?"


 사령관과 티아멧이 힘겹게 들고 온 철근들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 앞에는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해체자 아자즈가 있었다. 한쪽엔 언제 만들어두었는지 골타리온과 램파트의 프라모델이 저마다 포즈를 잡고 서 있었다.


 "이 정도면 잠수함의 앞부분을 모두 만드는 데는 적당한 양이네요.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티아멧, 상으로 각각 2 아자즈 포인트를 드릴게요."


 아자즈 포인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10개를 채웠다는 기쁨에 미소를 짓는 사령관과는 달리, 티아멧은 약간 불만이 섞여 있는 목소리로 아자즈에게 따졌다.


 "그런데 왜 이만큼의 철근이 필요한 건가요. 아자즈. 이 주변의 모든 철근을 다 사용할 셈인가요?"


 그런 티아멧의 짜증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자즈는 밝은 목소리로 답을 했다.


 "오, 좋은 질문이에요! 티아멧. 사실 그냥 일반 잠수정을 만들었다면 벌써 저희는 태평양 어딘가에서 바닷속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기왕 잠수정을 만들 거, 디자인도 예쁘고 쾌적한 잠수정을 만든다면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말을 듣고 티아멧은 기가 찬 얼굴로아자즈에게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했다.


 "아니, 하루 한시가 급한 거 몰라요? 저희는 빨리 오르카호로 돌아가야 한다고요! 더군다나 여기 철충들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


 "아냐. 아자즈, 원하는 만큼 시간을 쓰도록 해. 나도 기왕 며칠 묵을 거 좋은 침실에서 자고 싶네."


 갑자기 사령관이 티아멧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깜짝 놀란 티아멧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해졌다. 아자즈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데 바빴다.


 "여기는 정말 좋은 곳이에요. 사용할 수 있는 부품과 자원들이 산처럼 쌓여 있어요. 철충들은 신호기를 부순 이상 예전처럼 수시로 나오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만들어 드린 무기가 있잖아요? 음... 어쨌든 말인데요, 혹시 제가 고안한 잠수정 디자인을 한번 봐주시겠어요?"


 그녀가 곧 주변에 있는 버튼을 하나 누르니, 홀로그램 설계도가 사령관과 티아멧 앞에 등장했다.


 "어...저. 아자즈?"


 "네, 사령관님."


 "저... 호텔 룸, 뷔페식당, 관찰실, 작업실 다 좋은데, 이 잠수정 앞에 있는 거대한 골타리온의 머리는 빼는 게 좋지 않을까? 저...뒤에 달린 램파리온은 뭐고…"


 "좋지 않나요? 개성있고. 오래전 혼자 있을 때 도서관에서 댄세츠의 프로그램을 많이 봤거든요. 그리고 전체적인 잠수정의 디자인은 해저 2만 리에서-"


 "우린 눈에 띄어선 안 돼. 그게 레모네이드든지, 철충이던지, 아니면 오르카호든지. 겉은 최대한 수수하게 만들어줘. 아자즈."


 아자즈는 조금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납득하고 원래의 신비로운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알겠어요. 그렇게 이야기하신다면 어쩔 수 없네요. 사령관님."



 *****



 일에 열중하고 있는 아자즈를 둔 체, 티아멧과 사령관은 같이 바다를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해가 서서히 기울어져 가는 붉은빛 하늘과 시원한 바닷바람은 그들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리게 해 주었다. 하지만 티아멧의 마음 한쪽에는 아까의 일로 인한 의문이 조금 남아있었다.


 "저, 사령관님. 오르카호로 돌아가기 싫으신 건가요?"


 사령관은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티아멧은 조금 실망스러운 얼굴로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애초에 난, 제 발로 오르카호를 나갔는걸."


 "그건 그저 마음이 아픈 나머지 내린 충동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충동적이었단 건 인정 할게. 하지만 난 이렇게 사는 게 더 좋은걸. 오르카호는 나에겐 너무 과분한 곳이야. 그래서 이렇게 숨통을 풀어 줄 수도 없었어. 나에겐 그녀들이 너무 부담스러워. 난 혼자 있는 게 좋아. 그리고 여기선 무서운 눈칫밥 먹고 살지 않아도 되고."


 "거짓말. 여기까지 와서도 거짓말. 사령관은 정말 바보예요. 알아요?"


 티아멧이 고개를 갑자기 돌리더니 사령관의 얼굴을 붙잡고 자기 입을 그의 입으로 갖다 대었다. 사령관은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왠지 모를 안정감에 티아멧을 꼭 안았다. 그렇게 수초 간 그들은 서로의 입을 탐했다. 천천히 입술을 떼면서, 티아멧이 말하였다.


 "사령관은 외롭잖아요. 맨날 옆에서 잠꼬대로 저를 얼마나 껴안으시는데. '날 두지 마'라고 하시면서. 지금도 봐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실 오르카호로 돌아가고 싶잖아요. 거기 있는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사랑받고 싶잖아요. 속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령관은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날,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 같아.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거 같다고.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고, 내 마을을 알아차려 주지도 않고. 그저 자기들이 원하는 거, 바라는 것 만 이야기 하는걸. 노력해도 그 녀석들이 바라는 건 이루기 힘들고, 그러면 그녀들은 더욱더 나를 멀리하고 조롱했어."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그들은 몇 초간의 침묵을 가졌다. 아까의 돌발적인 행위로 인한 부끄러움을 바닷바람으로 날려버릴 필요가 있었다. 그 후, 다시 티아멧부터 말을 이어갔다.


 "저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사령관은 저한테 바라는 점을 이야기한 적 없어요. 아니, 오르카호 안에 있을 땐 잘했어야 하고 사탕 준 거 말곤 사령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거의 없어요. 물론 사령관을 조롱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은 많이 봤어요. 물론 그건 그들이 잘못한 게 맞아요."


 "하지만, 말도 표현도 안 하면서 우리가 사령관의 마음을 알아 줄 거란 건 좀 욕심 인 거 같아요. 하물며 사령관님과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아자즈님도 사령관이 안 된다고 하니까 바로 그걸 받아들였어요. 본인이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뭘 바라는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걸 알 수 있을까요? 100년도 넘게 사람을 본 적 없는 저희가요?"


 "나도 말을 해 보았어!"


 "어떻게요? 누구한테요? 언제요?"


 "리엔."


 "그래서 리엔씨가 사령관을 무시했어요?"


 "...아니. 많이 도와줬어."


 "거 봐요. 다 도와주잖아요. 사령관이 말을 안 한 거라고요."


 "하지만 레오나는 나를 무시했어. 자기 멋대로 내 생각을 읽고."


 "그래서 레오나님께 사령관의 생각을 이렇게 똑바로 말한 적이 있어요? 내 말을 넘겨짚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똑바로 말했어요?"


 "한번 그랬어. 그러곤 그만뒀어. 어차피 안 들을 거니까. 레오나는 그런 애니까.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랬어. 항상 나를 아는 척 다 그랬지."


 "...그럴거면 왜 레오나씨를 선택하신 거에요? 리앤씨를 선택하지 않으시고."


 그는 점점 꺼져가는 해를 지긋이 바라본 뒤, 천천히 말을 꺼냈다.



*****



 이제 레오나는 발할라 숙소로 돌아가는 일 없이 수복실 안 숨겨진 방에서 지내기로 하였다. 최대한 몸조리를 잘해야 한다는 다프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결정된 일이었다. 그녀의 업무는 불쌍한 발키리가 모두 떠안아야 했으며, 레오나가 할 일이라곤 가끔 오는 닥터와 리앤의 보고를 듣는 일밖에 없었다. 무슨 일인지 팬텀은 혼자서 보고를 하러 오는 일이 극히 적었다. 자연스럽게 레오나는 팔자에도 없던 잠정적인 휴식 기간을 가지게 되었다.


 '요즘 많이 힘들었는데. 엄마가 힘든 건 어떻게 알았데? 후훗.'


 그녀는 빈 시간 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바깥의 구름을 세던가, 아니면 닥터와 리앤이 매일 가져다주는 사령관의 일상이 담긴 영상들을 보았다. 그녀는 그때마다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가 저 화면 속에 나오는 남자이길 간곡히 빌었다. 화면 속의 그는 레오나가 깊이 사랑에 빠졌던 그가 있었다. 배려심 깊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사려 깊은 남자. 자신을 찾아올 때 항상 버터밀크와 같은 작은 선물을 잊지 않았던 남자. 가끔 소극적이어서 답답할 때가 있었지만, 그 부분은 레오나 본인이 이끌어주면 되는 부분이기에 딱히 결점이라고 불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을 알아채는 건 상당한 고역이었다.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선물도 준비해보고, 고급스러운 저녁도 직접 만들어보고, 침실에서 여러 밤을 보냈으나 그는 쉽사리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사실 그녀가 준비했던 모든 것들을 그저 '정말 고마워'라는 말로만 대답하는 덕분에 자신이 준비했던 이벤트들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도 몰랐다. 그가 그런 반응 만 보일수록 그녀는 다급해졌고, 급기야 그를 몰래 따라다니면서 그가 무엇을 하는지 일거수일투족 참견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공을 들이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내가 만약 그를 잘 알았다면… 그는 지금, 내 옆에 있겠지.'


 그가 떠난 이후 처음으로 안정을 찾은 레오나는 사령관이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궁금해졌다. 처음엔 자신이 사령관을 완벽한 남자로 만들 수 있는 걸 알아 선택했다고 믿었지만, 그건 자신의 일방적인 생각이었을 뿐. 의문이 꽤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자, 곧 그녀는 닥터가 보내 준 영상에서 가장 오래된 영상 중 하나를 끄집어내었다. 그 기록에는 자신이 오르카호에서 생성된 지 약 한 달 정도 지난 후의 날짜가 적혀 있었다.


 [다음 영상]



*****



 "68점."


 "하...각하. 어제 연습하신 대로만 하면 75점은 넘는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러지 말아줘. 마리. 틀린 선택은 아니었잖아? 저기 보급소 보여? 저쪽에 도착만 했다면 큰 승리를 거두었겠지. 그리고 벌써 30번이 넘는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지. 네가 힘든 만큼 사령관도 힘들다고."


 하지만 그녀가 기껏 변호해 주던 사령관은 이미 사라졌었다.


 "각하께서 다시 돌아가신 것 같군.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자네에게 이 일을 넘기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고."


 "누구보단 낫겠죠. 무식하게 밀어붙이기만 하는 지휘관이."


 그녀의 도발에 참지 못해 이빨을 으드득 갈고 있는 마리를 지나, 레오나는 사령관을 찾으러 나섰다.



*****



 현재 사령관실의 방에서 바라보는 바깥은 마치 기니피그가 철창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풍경과도 같다; 그림의 떡. 처음 콘스탄차와 그리폰의 손에 이끌려 오르카호로 들어 왔을 땐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콘스탄차가 나이트 드레스를 입고 침실로 들어오자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며 마음속으로 소리를 지르는 그였다. 어떤 남자가 그림 속에서 나올 법한 수많은 여자와 같이 사는 것을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곧 그들은 자신의 마음의 족쇄가 되었다. 사령관으로서 해야 할 일들은 불과 며칠 전 (과 같은 몇백 년 전) 일반인이었던 그에겐 너무나도 난도가 높았다. 전술 교본은 뭐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며, 불굴의 마리가 교육을 위해서 외우라고 하며 준 책은, 사령관의 눈엔,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가 빼곡히 적힌 로제타석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살인적인 스케줄 속 그는 항상 혼자였다. 매번 부관들이 들어와서 서류처리를 도와주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밤 10시가 돼서야 끝나는 게 대부분. 그들은 사령관이 어색한지 간헐적인 인부인사를 제외하곤 그저 묵묵히 일만 하였다. 몇몇 어린아이들이 부관이 되었을 땐 날짜가 바뀌어도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이러한 압박들은 그를 피로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였고, 피로는 곧 그의 두뇌를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채워버렸다.


 "사령관, 힘들지 않아? 여기 뭘 준비할지 몰라서…"


 오늘도 밤 11시까지 작업을 겨우 끝내고 의자 위에 녹초가 되어 누워있는 그에게 레오나가 다가왔다.


 "...어. 이걸 먹기엔 너무 지친 거 같네. 읏차. 일단 침대 위에 누워, 사령관."


 그를 받쳐주며 침대에 도착한 뒤, 레오나는 사령관을 침대 위에 눕히고 무릎배개를 해준 다음 그의 머리를 슥슥 쓸며 말을 이어갔다.


 "많이 힘들었나 보네. 하긴, 아직은 이 일들에 적응이 안 되겠지. 사령관 자리의 책임이 느껴져? 왕처럼 그냥 앉아서 우리가 하는 거 보는 그런 자리가 아니라고."


 정곡을 찌르는 말이지만, 딱히 반응이 없는 사령관. 그녀는 잠시 미소를 짓더니, 어디선가 가져온 귀이개를 꺼내서 그의 귀를 살살 파기 시작했다.


 "난 누가 이렇게 해주면 잠이 솔솔 오더라고. 님프가 한번 해줬는데, 1분도 안 돼서 잠든 거 있지? 당신한테도 해 줄게. 그리고 이제 당분간 부관은 내가 할 거야. 당신도 좀 쉬어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사령관은 귀에서 나는 사각사각 편안한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



 레오나는 자기 자신은 마리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마리처럼 일단 필요한 책을 던져주는 대신, 사령관의 모든 것을 확인하려고 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안 다음, 그가 잘 이해할 수 있게 맞춤형 교육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그에게 약간의 호의를 베푼 뒤, 여러 계기를 만들어 그를 가까이에서 관찰하였다.


 "사령관, 이 일은 같이하자고. 나와 같이한다면 3시간 정도 빠르게 끝날 것 같은데."


 [다음 영상]


 "이제부턴 나와 전술 공부를 할 거야. 마리랑 할 때처럼 딴청 피웠다간 혼날 줄 알아."


 [다음 영상]


 "사령관, 오늘은 도서관에 한번 가자고. 이번에 당신에게 유용한 새로운 교본을 찾았거든. 응? 나는 어떤 책을 좋아하냐고?"


 [다음 영상]


 "사령관, 우리 부대원들과 같이 바람 쐬러 밖에 나가진 않을래? 응? 그때 내가 골라준 책이 도움 됐다고? 훗. 내가 골라준 거니까 당연하지… 나도, 고마워. 오랜만의 일탈, 재미있었어."


 [다음 영상]


 "사령관, 오늘 저녁은 나랑 먹는 거 어때? 소완이 새로 메뉴를 개발했다고 하던데. 발...키리? 그 녀석이랑 약속했다고? 취소해, 당장! 아니, 발키리는 오늘 바빠. 엄청 바쁠 거야."


 [다음 영상]


 "사령관, 내일 일도 없으니까, 피로나 풀게 나와 같이 있을- 아니. 혹시… 오늘 시간 없으면, 나랑 같이 와인 한 잔 마시면 안 될까? 제발, 응?"


 [다음 영상]


 "사령관, 그때는…윽. 미안해. 나답지 않게 너무 취했나 보네. 응? 나쁘지 않았다고? 하...다행이네 그거… 나도…좋았어. 다음에도 한 번 더- 아냐! 안 들렸으면 됐어. 아니라니까?! …뭐? 그때가 처음이 아니야?"



*****



 "...딱 봐도 데이트 아니에요? 특히 가면 갈수록… 어머. 저 얼굴이 빨개진 거 같아요."


 "신기하게도 그때 바이오로이드들은 나를 너무 멀리했어. 누구 하나 다가오는 이도 딱히 없었고. LRL이나 알비스야 뭐 어린아이들이니까. 그 녀석들한테 내 푸념을 말할 수는 없잖아.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 읽는 것도, 전술 교본 공부하는 것도, 너무 격식 차린 채로 밥을 먹는 것도 다 껄끄러웠지만, 오랜만에 외롭지 않았어. 그래. 이제 와서 보면 그녀랑 데이트한 걸지도 모르겠네."


 사령관은 이제는 깜깜한 하늘을 보며 한숨을 깊게 쉬고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레오나도 서약하고 나서 달라졌어. 그냥 나라는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일시적인 호의였을까."


 그의 긴 푸념을 들은 티아멧이 입을 열었다.


 "레오나씨는 연애가 처음이잖아요? 서약도 아무도 못 했죠. 그저 서투른 거 같아요. 처음엔 사령관님을 알기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죠. 그런데, 나중에는 레오나씨가 알아서 준비하셨다면서요? 사령관에게 잘 보이려 하는 거잖아요. 그...브라우니가 한번 말했는데, 점수 따는 거라고. 그런데 사령관이 아무 말 안 하니까 그냥 자기가 하는 게 맞구나 생각한 거잖아요."


 "하, 그런 것 같네. 그런데 인제 와서 뭐하나. 다 끝났는데."


 "또 또 또! 사령관은 그렇게 쉽게 단정 짓는 게 싫어요. '그래, 그 녀석들은 안 듣겠지.' '그래, 이제는 끝났지.' 아직 안 끝났어요!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사령관을 기다리고 있다고요. 다들 미안해하고 있다고요. 염치없지만, 서로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건 어때요, 네? 사령관님도 이제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기, 저희는 사령관님을 혼자 내버려 두지 않기."


 "며칠 안돼서 원래대로 돌아가면 어쩌지? 그렇게 된다면-"


 "일단 그 오르카호로 돌아가는 게 우선이지 않나요? 사령관님."


 늘 그렇듯, 아자즈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뒤에서 튀어나오는걸 선호하는 것 같다.


 "깜짝이야! 아자즈? 잠수함은 완성했어?"


 "다 들었어요. 사령관님은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기, 여러분들은 사령관님을 혼자 두지 않기. 이 정도는 쉽게 기억할 수 있겠군요. 제 자랑은 아니지만, 제 메모리는 남들보다 용량이 크죠."


 "..."


 "그리고 잠수함도 준비 완료에요. 사령관님."


 "응? 벌써?"


 "골타리온 머리를 만들지 않는다고 하지 않으셨지 않나요? 그거만 없으면 잠수함 자체는 이미 한참 전에 완성했어요."


 하마터면 골타리온 머리에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쏟을 뻔했다.


 "그럼 빨리... 괌으로 출발하자고. 다들 푹신한 침대에서 쉬고 싶지 않아?"



*****


외로운 사령관 (모음)


1. 늦어서 미안. 금요일까지는 쓴다고 했는데 도저히 마음에 안들어서. 이게 여러모로 제일 어려운 파트였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후회물 쓰면서도 레오나랑 사령관의 관계 진전은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지. 엔딩을 최대한 스무스하게 할려면 이런게 있어야 하는거 같고.


 난 일단 처음부터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전적으로 잘못이 있다고 생각을 한적은 없기는 한데… 만약 이 에피소드에서 티아멧이 억지 주장을 하는거 같다면 그건 이때까지 캐릭터 잘못 쌓아온 + 필력 딸리는 내 잘못이지 뭐. 물론 이 전개가 이상한거 같으면 바로 댓글 달아줘. 첫 장편인지라 이게 맞는건지 도움이 필요해.


2. 요즘 점점 과제 폭탄에 시달리고 있어서 다음 화는 일주일 이상도 걸릴수 있어. 밤새가면서 빨리 과제 끝낼태니까 이거 버렸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줘. 어떻게든 엔딩 낼거야.


3. 항상 글 싸는거 봐줘서 정말 고맙다. 이해 안되는 부분이나 혹시 이상한 부분있으면 바로 댓글 달아줘. 답 달수 있는건 바로 답 달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