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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링크 : 멸망전 미식회 7화 - 특급요리사 (2)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오늘 분량은 역대급으로 맘에 안든닷...내 1시간 어디갔어ㅠ)


분명 하나는 샤오롱바오인 게 분명했다. 다만, 다른 하나는 무엇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다른 이들도 무언인지 생각하는 듯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건 없는 모양.


“다들 저 정체를 모르는 것 같은데…괜히 얼굴 찌푸리지 말고 기대감을 즐기는 건 어때?”

“한, 네가 얼마 만에 맞는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어쨌든 우리는 미식가지 탐정이 아니잖아? 이건 요리를 만든 소완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하나와 한의 말은 딱히 틀린 게 없었기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저 둘은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인 걸까? 서로 대화하는 게 친한 친구끼리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그런 내 의문을 알아챈 것인지, 요시미츠가 나에게 귓속말로 이야기 해왔다.


“한의 아버지가 하는 회사가 일전에 삼안과 계약을 맺었었지. 아니, 너도 BR중공의 인물인데 이것도 몰랐던 건가?”

“…”


나야 뭐… 형제간의 우애를 생각해서 회사 일은 넘보지도 않는 착한 동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한마디로 백수 아닌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눈빛을 무시하고 테이블에 조심이 접시를 올려놓는 소완의 모습에 집중했다. 접시는 뚜껑으로 닫혀있었지만 거리가 가까워지자, 진한 향이 그것을 뚫고 흘러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체 모를 접시에서는 방금 조리를 끝마쳤는지 약간의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와 파를 익혔을 때 나는 향긋한 냄새가 났다. 아마 군만두, 특별한 소를 넣어 만든 것이리라.


소완은 방금 완성된 요리인 탓에 아주 뜨거우니 조심해서 먹어야한다고 말하며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방금까지 맡고 있던 것이 농축된 듯한 진한 향이 넓은 홀을 휘어잡았다.


하나는 예상했듯이 샤오롱바오. 그리고 다른 한쪽의 접시에는 샤오롱바오(소롱포)를 찐 다음에 다시 한번 굽는 ‘생전포’ 가 놓여 있었다. 그 모습이 마이야르 반응을 제외하면 다른 것이 없었기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크기가 보통의 것과는 달리 주먹만하다는 게 특징이었다. 특대 사이즈 샤오롱바오라…


생전포를 먼저 먹은 후에 샤오롱바오를 먹는다면 그 맛이 진한 파기름에 묻힐 가능성이 있었기에 나는 먼저 샤오롱바오를 집어 들었다. 혹시나 만두피가 찢어질까, 조심히 젓가락질을 한 나는 그 크기때문에 숟가락이 아닌 앞접시에 내려놓고 접시를 통채로 들었다.


“…”

“…”

“…왜 다들 안 먹고 날 보는 거야?”

“아니, 그냥 긴장돼서…?”


확실히. 이 특대 사이즈 샤오롱바오를 내려다보자 압박감이 느껴지긴 했다. 안에 들어 있는 육수의 양은 크기를 따졌을 때, 거의 한 그릇의 국물을 마시는 것과 비슷할 것 같았으니.


나는 만두피를 살짝 찢은 후에 접시를 기울여 조금씩 안의 육수를 마셨다. 처음 그것이 입안에 들어왔을 땐 조금 당황했지만, 감동이 당황을 이길정도로 맛있었기에 계속해서 육수를 들이켰다.


꿀꺽- 꿀꺽-


내가 샤오롱바오의 육수를 마시는 소리를 제외하면, 이 넓은 홀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나를 집중해서 보고 있는 모습에 나는 육수를 모두 마시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캬아-! 이 맛있는걸 이제와서야 먹어보다니, 인생 절반 손해 봤어!”


진심만을 담아 환호성을 지르자, 그제야 다들 샤오롱바오를 자신들의 접시로 가져가 맛을 보기 시작했다.


만두피는 단순히 밀가루로만 만든 것이 아닌 찹쌀가루를 약간 섞은 것인지, 쫀득한 식감을 자랑했고. 그 안에는 소고기와 고수로 육수를 내고, 짭짤 고소한 만두소에는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숙주가 들어가 있어 마치 든든한 소고기 쌀국수를 한 그릇 먹은 것 같은 감상을 주었다.


소고기 육수가 보통의 것보다 진했고, 만두소에도 고기가 많이 들어있어 느끼할 수도 있는 것을 고수와 숙주로 깔끔하게 잡아줌과 동시에 그 재료들로 쌀국수를 연상하게 만든 이 요리는 식탁의 마무리를 장식하기에 한 치의 부족함도 없었다. 


“돼지고기와 새우가 디폴트인 샤오롱바오를 이렇게 바꾸다니. 소고기 육수가 이런 맛을 낼 정도라면…다른 육수로 만든 샤오롱바오도 먹어보고 싶군.”

“난 이걸 먹으니까 다른 샤오롱바오… 아니 다른 만두는 생각도 안 나는걸? 아마 여운이 몇 달은 갈 것 같아.”

“이번 식사에서 먹은 만두 양을 생각해보면 그게 정상 아닐까?”

“…닥쳐.”


자, 그럼 이제 구운 샤오롱바오- 생전포를 먹을 시간이다.


생전포는 이전의 샤오롱바오와는 달리 평범한 사이즈였기에, 부담없이 집어갈 수 있었다. 그것을 젓가락으로 집자 바삭한 만두피가 쓸리는 소리와 고소한 파기름의 향은 샤오롱바오의 육수로 개운해진 입안을 다시 침으로 적시게 만들었다. 


바삭-


끄트머리를 이로 살짝 찢자, 바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육수가 내 입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조금 전까지 기름 위에 있었던 것이기에 그 육수는 엄청나게 뜨거웠다. 하지만, 뜨거움을 인식할 틈도 없이 육수는 내 입안을 제멋대로 희롱했다.


쌀국수를 연상케 할 정도로 깔끔한 소고기 육수를 자랑했던 샤오롱바오와 달리, 생전포는 농후한 돼지의 향이 나를 사로잡았다. 수프를 굳히는 데에 젤라틴이 아닌 돼지의 지방을 쓴 것일까, 그야말로 내 입안에선 돼지가 아닌 다른 재료의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향이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끝 맛에는 파기름의 향이 느끼한 지방의 맛을 잡아줌과 동시에, 아무런 간이 되어있지 않은 만두소에 훌륭한 감미료가 되어주었다. 만두소도 훌륭했다. 부드럽게 흩어지는 간고기 사이에 느껴지는 갈빗살은 부드러운 식감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건… 훌륭한 도전이야. 만두소에 아무런 간을 하지 않다니. 보통의 만두였다면 싱거워서 진작에 간장을 부었을걸?”

“솔직히 입에 넣기 직전까지도 이걸 파기름에 구울 필요가 있었을까? 란 의문이 있었지만…그게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되었어.”

“파기름 하나로 돼지의 느끼함과 농후하지만 단조로운, 질릴 수 있는 맛에 변주를 줬지. 신의 한 수라…정확한 말인걸.”


소완은 테이블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우리의 칭찬을 모두 듣고 있었다. ‘그야 내가 만들었는데, 당연하지.’라는 표정으로 한마디를 할 때마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소완이 이 요리를 만들면서 우리가 느낀 모든 것을 의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미식이 아니라…그야말로 소완의 손안에서 놀아난 게 되어버렸구만.”

“이런 식으로 혀가 농락당한다면 평생을 잡혀 살 가치가 있지. 안 그래?” 


그 물음에 모두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는 이 뒤에 브라우니의 미트파이를 내 올 생각이었으나…이 정식은 생전포로 마무리되는 연극과도 같아 조화를 해칠 것 같았기에, 미트파이는 따로 포장해 두었으니 후에 챙겨가시면 됩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우리는 위장이 한 치의 틈도 없이 꽉 찼다는 것을 인식했다. 평소에 이 정도까지 먹었으면 샤오롱바오를 먹기도 전에 식탁을 떴을 텐데… 


“이 정도라면 지고의 소완이 아닌, 설계자 소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잖아?”

“움직이라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아…맘 같아선 이 여운에 잠겨서 그대로 잠들고 싶은걸.”


딱히 억지로 자리를 옮길 필요는 없었기에, 우리는 의자에 몸을 늘어트린 채로 이번 식사의 감상을 나누다가 슬슬 눈이 감길 기미가 보이자 제2회 미식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