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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키보刀대회] 출품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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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백제외 8686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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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沙糖▽/砂糖▽

발음 [사탕]

명사

1. 설탕이나 엿 따위를 끓였다가 식혀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굳힌 것. 알사탕, 눈깔사탕, 드롭스, 캐러멜, 누가 따위가 있다.

2. 맛이 달고 물에 잘 녹는 결정체. 사탕수수, 사탕무 따위를 원료로 하여 만든다.

 

 -멸망 전의 한 백과사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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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그 사람을 보고 든 생각은, 바보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다.

 

 “사탕....이요?”

 “어? 왜? 혹시 사탕이 마음에 안들어? 사탕 싫어하니?”

 “단순하게 좋아하냐, 싫어하냐로 따진다면 좋아하는 편이긴하지만...... 갑자기 무슨 사탕인가요?”

 “맛있잖아, 사탕. 안그래도 임무 때문에 힘들텐데. 단거라도 먹으면 조금은 기운이 나지 않을까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 뿐이니까......”

 “...... 그러니까 그런 점이 이해가 안돼요. 저희는 바이오로이드. 인간님들의 명령을 듣는 도구일 뿐이에요. 사령관님께서는 혹시 필기를 하다가 글씨가 부드럽게 잘 써지면, 연필이나 볼펜같은 필기구에게 상을 주시나요?”

 “...... 나는 너희를 단순한 도구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 나는 너희가 모두 하나의 인격체라고 생각해.” 

 “그건 사령관님의 생각일 뿐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거에요.”

 “뭐 어때, 이제 세상에 남은 인간은 나 혼자 뿐인데.”

 “........”

 “그리고 정말로 너희가 인격체가 아닌, 단순한 도구일 뿐이라도. 그게 내가 너희에게 감사를 표현하지 않을만한 이유는 되지 않잖아?”

 “...... 그렇다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또 부탁하실 일이 있으시면 그때 불러주세요.”

 “알았어, 알았어. 가서 편하게 쉬어.”

 “그럼 퇴실하겠습니다.”

 “그래.”

 

 탁.

 

 문을 닫았습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탕....인가요.”

 

 연구소에서 갇혀있던 저를 라비아타님이 구조해주신 이후, 라비아타 님이 말한 오르카 호에 합류한지 어느덧 일주일이 됐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랜서 미나’라는 구조용 바이오로이드와 함께 ‘스트라이커즈’라는 분대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바스락

 

 주머니에서 난 소리를 듣고 주머니를 뒤지자, 그 안에는 오렌지색의 비닐로 포장된 사탕이 있었습니다. 방금 사령관님에게 받은 사탕. 저는 그 사탕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으려다가 사탕 옆에 달려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참 잘했어요!]

 

사탕의 목 부분에 감겨있는 리본이었습니다. 사령관님의 글씨체로 ‘참 잘했어요!‘ 라는 글씨가 적힌 흰 리본이었습니다. 손으로 글씨를 만지작거렸더니 글씨가 조금 번지고 말았습니다.

 

 “...... 정말 이상한 사람.”

 

 모든 사탕에 이런 리본을 달아 놨던 것인지 아니면 저한테 줄려고 했던 사탕에만 이런 리본을 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그 사람이 이상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 사람, 오르카 호의 사령관이자 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인류. 방금까지 같이 대화를 나눈 사람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난 모든 사람과는 다른, 이상한 사람. 바이오로이드를 도구로 보지 않고, 인격체로 대해주는 괴짜.

 

바스락

 

 오렌지색 비닐을 벗기자 주황색으로 투명하게 빛나는 동그란 알사탕이 나왔습니다. 입 안에 넣고 굴리자 상쾌한 오렌지 향이 코 안에 맴돌고 기분 좋은 신맛과 은은한 단맛이 입 안에 맴돌았습니다.

 

 ’괜찮은 결과구만. 자, 여기 사탕이다.‘

 

 빠드득

 

 “아......”

 

 저도 모르게 이빨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동그랗던 사탕은 깨져버려 결정질의 가루가 되었고 그 가루는 혀 위에서 서서히 녹아내렸습니다.

 

 사탕을 좋아하냐 싫어하냐고 묻는다면 좋아합니다. 사탕의 달콤함을 맛보고 있는 동안에는 힘든 일을 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탕을 받는 것은 싫습니다. 왜냐하면......

 “아야.”

 “앗!!!”

 

 다른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반대편 길목에서 나온 누군가를 보지 못하고 부딪혔습니다. 다행히 저는 균형을 잡는데 성공해서 비틀거리는데서 끝났지만, 저와 부딪힌 분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만 바닥에 넘어지셨습니다. 

 

 “어...라? 티아...멧,씨? 여기서 뭐하세요?

 ”!“

 

 바닥에 넘어지신 분을 도우려고 손을 내밀려다가 들린 목소리에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색이 빠진, 탁한 금발색 머리카락과 머리에 달려있는 이상한 기계들. 제가 너무나 잘 아는 그녀였습니다.

 

 ”아.... 손, 감사“

 ”만지지 마!!“

 

 아.

 제가 멍하니 내민 손을 레이시 씨가 잡았고 저는 그 손을 뿌리쳤습니다. 힘 조절을 잘못한 것인지 레이시 씨는 다시 바닥에 뒹굴었습니다. 이러면 안됩니다. 빨리 다시 일으켜 줘야 하는데.

 

 일으켜 줘야 하는데.

 

 ’아아아악!!!!!! 살려줘! 아파, 머리가!!‘

 ’도와줘,도와줘,도와줘,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너만! 너만 죽으면! 죽어! 죽어! 죽어!!!!‘

 

 소리가 

 

 ’왜, 왜 내가 이러고 있어야 하는거야, 도와줘! 나 좀 여기서 꺼내줘어어!!‘

 ’히, 히이익! 자, 잘못했어요! 제가 그런게 아니에요, 다, 다! 저년이 시켰어요! 저년이 저를 꼬드긴거라구요!‘

 ’아파.... 아아. 엄마, 아빠....보고싶......‘

 

 소리가

 

 ’오늘은 조금 상태가 별론데요, 어제 너무 심했나?‘

 ’괜히 꾀병 부리는거지. 저년한테 얼마나 많은 돈을 꼴아박았는데, 겨우 몇 바퀴 돌려먹었다고 저러는 게 말이나 돼?‘

 ’저게 튼튼한 건 알지만, 저러면 실험도 못 해요. 오늘 일정은 변경해야겠는데요.‘

 ’그래? 그러면 저번에 C구역에서 받아온 물건들 좀 가져와 봐.‘

 ’역시 소장님 취향은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뭐뭐 가져올까요?‘

 ’싹다. 처형용 기구만 빼고 다 가져와. 움직이기 싫다는데, 오늘은 하루줭일 느그~읏하게 내구성 테스트나 하자고.‘

 ’하하. 구멍은 망가뜨리시면 안 됩니다.‘

 ’하여튼 변태새끼 아니랄까 봐, 알았어 임마! 빨리 가져오기나 해.‘

 

 소리가 들립니다.

 

 비명을지르는소리살려달라고울부짖는소리톱날이돌아가는소리송곳이몸을뚫는소리연구원들의비웃음소리가족을부르는소리칼날이목뼈를가르는소리목에서피가솟구치는소리머리가폭발하는소리소리소리소리소리.....

 

 ”E I oㅏ 메ㅅ 씨?”

 

 손을 뻗어야 하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손도 발도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온몸에서 불쾌한 끈적거림이 느껴집니다.

 

 피야.

 

 온 몸에 모든 복도에 피칠갑이 되어있습니다 피투성이 시체가 하나 둘씩 저를 바라봅니다 무서워 보지마 싫어싫어싫어---

 

 “우웁, 우웨에엑, 커흡, 우욱......하아하아, 콜록.... 여긴, 화장, 실?”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어느새 화장실 변기통에서 속을 게워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정신을 놓고 달린 것 같습니다.

 

 “....사과, 해야 하는데.”

 

 변기 물을 내리고는 일어났습니다. 제가 방금 먹은 사탕은 토사물과 함께 변기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이래서, 사탕은 싫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누군가가 앞에 있었습니다. 

 

 “저기, 티아멧. 괜찮아?”

 “미나씨.... 저는, 괜찮아요. 잠시 나갔다가 올게요.“

 ”어딜 나갈려고? 지금 안색이 엄청 안 좋아. 정글에서 다리가 부러진채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일주일간 있다가 발견된 사람같은 얼굴이라고.“

 ”죄송한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됐어! 일단 누워! 사과는 내가 하러 갈테니까. 자! 잠자!“

 저는 어느새 침대에 누워 있엇습니다. 미나씨의 쾌활함과 행동력은 정말 부럽게만 느껴집니다. 

 

 

 

 

 ”너의 이름은 티아멧이란다. 우리는 너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어.“

 

 제가 가장 처음 본 모습은 마치 각설탕과도 같은 새하얀 직육면체의 방, 그리고 제 앞에 서있는, 마찬가지로 새하얀 옷을 입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었습니다.

 

 ”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거야. 할 수 있겠니?“

 

 저는 고개를 끄덕였고 남자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고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많은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하늘에서 몇 분간 비행이 가능한지, 어느 정도의 물체까지 자를 수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지와 같은 실험들이었습니다. 그때까지의 실험들은 힘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실험을 잘 끝내면 맛있는 사탕도 주고 옆 실험실에서 같이 실험 중인 금발머리 친구와도 놀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실험은 힘들어져만 갔습니다. 하늘에서 몇 분간 비행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실험은 어느 정도의 속도까지 혼절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바뀐 것처럼 실험들이 괴롭고 위험한 실험들로 바뀌었습니다.

 

 ”아악! 으아아아아악!!!“

 ”.....장비 해제해. 제 18회 근력 측정 실험 완료. 결과는 실패입니다. 아무래도 이 정도가 근력의 한계치인 것 같은데요?“

 ”그럴 리가 없잖냐! 저년한테 투입된 오리진더스트나 돈이 얼마인 줄 알아! 투입한 재료들로 예상한 스펙에 의하면 저 정도 구속구는 종잇장 찢듯이 찢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그걸 아니까 18번이나 실험을 한거 아니겠습니까. 그냥 해도 안 되니까 약도 넣고, 더스트도 넣고 그러다가 생존본능을 깨워 보겠다고 7회차 실험부터 불침에 칼침에, 전기까지 다 해봤잖아요? 아무래도 예상 스펙을 수정하는 편이 커헉!“

 ”닥쳐! 뭘 지껄이는 거야! 이 프로젝트에 내가 윗분들에게 돈을 얼마나 받았는데! 실패하면, 니 놈이 책임질거야! 앙?!“

 ”자, 잘못해습니다.용서히주싰시오.소장님.“

 ”후우후우..... 네 놈이 어떻게든 해와. 알겠어!”

 

 다른 남자에게 얻어맞은 남자가 비틀비틀 일어나더니 저를 향해 다가왔습니다.

 

 “일어나!”

 “네,네에. 일어 나겠습니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실험을 할거야. 그때는 제대로 해야할거야. 알겠어?”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쯧. 됐어. 빨리 가.”

 

 저는 제 방으로 걸어갔습니다. 팔과 다리가 아파서 걷는게 힘듭니다. 비척비척 걷다보니 어느새 제 방 앞이었습니다.

 

 “아...티아멧.”

 “레이시, 씨? 여기는 왜 오셨어요?”

 “너랑 얘기하고 싶어서.... 우리 요 며칠동안 못 놀았잖아.”

 

 레이시 씨가 제 방문 앞에 서있었습니다. 제가 이 곳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 레이시 씨는 초능력의 테스트를 위해 가족 곁을 떠나 이 곳에서 실험 중이라고 했습니다.

 

 “죄송해요. 제가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내일 얘기해요.”

 “자, 잠깐만! 오늘이 아니면 안돼.”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나... 내일 이 연구소에서 떠난데. 오늘이 너랑 있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야. 그러니까 같이...”

 

 나간다고? 이 지옥에서, 나만 내버려두고?

 

 “...나가.”

 “티...아멧.”

 “내 이름 부르지마!”

 “!”

 “오늘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면서. 그러고도 너가 친구야? 나가, 나가! 내 눈앞에서 사라져!”

 “티”

 

쾅!

 

 밖에서 문을 두드리면서 뭐라 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듣기 싫어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는 어제와 똑같은 구속구에 몸을 묶었습니다.

 

 “제 19회 근력 측정 실험 개시합니다.”

 “티아멧, 티아멧. 들리나?”

 “네. 들립니다.”

 “잘 들어. 오늘 실험은 반드시 성공해야 해. 그래서 오늘은 조금 특별한 장치를 사용할거야.”

 

 특별한 장치라니 이번에는 뭘까요. 전기? 불? 물? 못? 아니면 칼날? 이미 다 한번씩 당해봤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남자는 히죽거리며 웃었습니다.

 

 “장치를 가동해!”

 

 그렇게 외치자 제 눈앞에 스크린이 펼쳐졌습니다. 스크린에는 구속대에 구속되어 있는 금발머리 여자아이 – 레이시 씨가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한 제가 멍하니 바라보고있던 그때, 소리가 들렸습니다.

 

위이이이잉!!!!

 “으으으으읍,으읍!”

 

 톱날이 레이시 씨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티아멧, 지금 너의 앞에 있는 빨간 버튼이 보여? 그 버튼을 누르면 톱날이 멈출거야. 톱날이 몸에 닿는데는 2분, 완전히 절단할 때 까지는 3분이 걸려. 멈추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지? 친구잖아? 구해줘야지? 최대한 빨리 누르는게 좋을거야.”

 “으아아아아아아!!!”

 

 아무리 힘을 줘도 구속구는 미동조차 없었습니다. 톱날이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으아아아! 흐아아아아아아!!!”

 

 모든 힘을 끌어냅니다. 온몸의 근육들이 끊어질 정도로 강하게, 강하게 구속구를 비틀어댑니다. 어느덧 톱날은 레이시 씨의 목 근처까지 왔고, 구속구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하면.....

 

쨍!

 

 맑은 소리를 내며 구속구가 부셔졌습니다. 하지만 멈춰서는 안됩니다. 버튼을 빨리 눌러야합니다. 손을 뻗어 버튼을 누른 뒤, 스크린을 봤습니다. 톱날은 레이시 씨의 목에 닿아있었습니다. 저는 긴장이 풀려 고개를 아래로 내렸습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레이시 씨.....”

 

위이이잉!!!

 

 소리에 놀라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스크린의 안에서는 레이시 씨의 목이 톱날에 잘려나가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어째서? 어째서죠? 분명히 버튼을 눌렀는데?

 

 “어...째서. 난 분명히, 버튼을 눌렀는데....”

 “1분 59.2초인가...... 이 정도면 합격치 아닐까요?”

 “이 정도면 괜찮겠지. 개인적으로는 1분 전이면 좋았겠지만.”

 “어째서야! 나는, 나는 분명히 눌렀어! 버튼을 눌렀다고!”

 “시끄럽게 빼액빼액대기는...... 어이, 너가 알아서해. 나는 본사에 가볼테니까.”

 “네. 들어가십시오........ 티아멧,티아멧 들리나?”

 “시끄러워! 대답해, 어째서! 어째서 레이시를 죽인거야!”

 “죽인건 우리가 아니라 너지. 티아멧. 너가 조금만 더 힘을 냈어도 살릴 수 있었다고.”

 “눌렀잖아! 팔이 부러지도록 힘냈어! 눌렀다고! 왜! 왜 죽인거야!”

 “너가 느릿느릿하게 굴지만 않았어도 살았어. 그 영상 1분전 영상이었거든.”

 

 1분전? 제가 톱날을 멈춘게 2분쯤이니까, 그렇다면......

 

 “아. 영상 끝났네. 봐바.”

 

 톱날은 레이시 씨의 목을 완전히 자르기 직전에 멈추었습니다. 하지만 의미가 없습니다. 레이시 씨는 죽었습니다. 제가 톱날을 멈춘게 2분대였으니, 실제 톱날은 3분동안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완전히 절단할 때 까지는 3분이 걸려.’

 

 “너가 조금만 힘내서 1분 안에 멈췄으면 살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 너 때문에 죽다니.”

 

 ‘나 때문에?’

 

 나때문에나때문에나때문에나때문에나때문에나때문에나때문에나때문에나때문에나때문에나 때문에

 

“나..... 때문에....”

 

 그 날 이후, 저 자신을 괴롭히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게 제 능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챈 연구원들은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실험은 1대1 대결이야. 너의 눈 앞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를 죽이면 돼.”

 

 죽이고

 

 “칼로 동시에 8개의 줄을 동시에 자르지 못하면 머리에 있는 폭탄이 터질거야.”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죽이고죽이고죽이고죽이고....... 눈을 떴습니다

 

 

 “........”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침대.....”

 

 제 방이었습니다. 예전 연구소에서의 꿈을 꾼 모양입니다. 옷이 땀에 젖어 찝찝해졌습니다. 옷을 갈아입으려 일어나자마자 호출음이 울렸습니다.

 

 장비를 챙기고 출격할 준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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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아멧. 복귀했습니다.”

 “응, 수고했어. 미안해, 밤 늦게 불러서. 힘들지 않았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에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래..... 자, 가져가.”

 “사탕......”

 “맛있었어?‘

 ”.......네.“

 ”그래? 그러면 다행이다. 아침인데 식당가서 밥이라도 먹어.’

 “네.”

 

 아침의 식당은 평소보다는 조용했습니다. 저는 밥을 배식 받은 뒤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순찰이 끝난 스틸라인 분들도 온 모양인지 조금 시끌벅적했습니다.

 

 “그게 정말임까?”

 “정말이지 말임다. 제가 봤지 말입니다.”

 “조용히하세요 브라우니. 남 험담을 하는 건 좋지 않아요.”

 “에이 뭐 어떻슴까. 사실이지 말입니다.”

 “티아멧 님이 레이시 님을 때렸다는 게 사실임까?”

 “때린 다음에 쌩까고 갔다는 것도 사실임까?”

 

 갑작스럽게 들려온 말에 저는 움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 정확히는 모르지만, 티아멧 님이 레이시 님에게 어깨빵을 팍! 갈긴 다음에 레이시 씨가 일어나려고 하니까 손을 잡고 던져버렸지 말임다.”

 “우와... 그거 진짜임까?”

 “진짜면 심각한거 아님까? 레이시 님한테 왜 그러는 검까?”

 “저도 모르지 말임다. 뭐, 만만해 보이니까 괴롭히는거 아니겠음까? 미나님이 대신 사과하는데..... 정말이지 미나 님도 불쌍하지 말임다.”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식당 밖으로 나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 있어? 티아멧?”

 “사령관님....”

 “괜찮아? 표정이 왜 그래?”

 “이거 놔 주세요!”

 

 사령관님이 제 손목을 잡자, 저는 손을 뿌리쳤습니다. 제 손에, 식당에서 가져온 자그마한 나이프가 들려있다는 것을 모른 채로 말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사령관님의 팔에는 한 줄기 붉은 선이 그려졌습니다.

 

 “사....령관님...... 피가.....”

 “어? 아..... 살짝 긁혔네. 이 정도는 괜찮아.”

 “제가.... 또, 나 때문에.......”

 “티아멧?”

 “제가, 제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또 나 때문에...”

 “...... 잠깐 따라와 봐.”

 “에?”

 

 사령관님은 제 손을 붙잡고 저를 어딘가로 끌고 가셨습니다. 어디로 가려는 걸까요. 해체실? 

인간에게 해를 끼쳤으니 무슨 벌을 받을까요. 그렇게 사령관님의 손을 붙잡고 한참을 걸었고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어때? 예쁘지 않아? 내 비밀 장소야.”

 

 도착한 곳은 오르카 호의 갑판이었습니다. 시간대는 아침. 아름다운 일출이었습니다.

 

 “너한테 무슨 고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라도 괜찮다면 말해 주지 않을래? 사람은 말하는 것만으로도 편해질 수 있다고.... 책에서 그랬거든.”

 

 또 사람. 이 사람은 저희를 사람으로 대해줍니다.

 

 “저희는 바이오로이드, 사람이 아니에요. 도구라고요.”

 “티아멧은 왜 그렇게 도구에 집착해?”

 “집착이라구요....?”

 “티아멧이 말하는 걸 들으면.... 뭔가 이상했거든. 오르카 호는 넓으니까, 너 같은 바이오로이드들도 많아. 그런데 그 아이들은 대부분 ‘나는, 저는’ 이라고 말하지, ‘저희는’ 같이 말하지는 않거든.”

 “........”

 “티아멧, 너는 모든 바이오로이드가 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네..... 바이오로이드는 전부. 도구에요.”

 “왜 그렇게 생각해?”

 “......바이오로이드가 도구가 아니면....인격체라면, 저는 어떻게 되는거죠?”

 “그게 무슨 뜻이야?”

 

 사령관님의 페이스에 휘말려서 저는 누구에게도 한 적 없던 제 옛날이야기, 연구소 시절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야기를 끝내고 나니. 해는 어느새 하늘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힘들었겠네.....”

 “네......”

 “사탕을 받았을 때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것 때문이야?”

 “모르겠어요......”

 “자. 받아.”

 “이건..... 또 사탕?”

 

 사령관님이 내민 손 안에 있던 것은 [참 잘했어요] 사탕이었습니다.

 

 “먹어봐.”

 

 사탕의 포장지를 까고나서 평소에 사탕을 먹듯이 입 안에 넣고 굴렸습니다.

 

 “!!!! 우웩, 퉷! 퉤! 뭐.. 뭐에요 이게!!!”

 “하하하하하하!!! 맛이 어때? 저번에 탐색 나갔을 때 받아온거거든. 살라마키인가? 하는 이름인데. 엄청 맛없지 않아?”

 “최악이에요. 이런걸 먹이다니.”

 “그래서, 긴장은 풀렸어?”

 “네?”

 “웃으니까 보기 좋은 얼굴이네.”

 “그런 이유로 이런 사탕을 먹인 거에요?”

 

 사령관님은 다시 조그맣게 웃고는 갑판 위에 벌러덩 누우셨습니다.

 

 “저기 말야. 사탕도 오렌지, 딸기, 사과, 콜라처럼 많은 맛이 있잖아. 하지만 결국 전부 단맛이 나지. 너무 많이 먹으면 이빨이 썩어버려. 그래서 말인데, 아까 그 사탕처럼, 달지 않은 사탕이 있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무슨 뜻인가요? 의미를 모르겠어요.”

 “으음......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 잠깐만 기다려 봐.”

 

 그렇게 말하시고는, 사령관 님은 누워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혼자 앉아있기 뻘쭘했던 저는 사령관님을 따라서 누웠습니다.

 

 ‘우와아아아..... 하늘 참 높구나.....“

 

 지금까지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은 적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매번 보는 하늘인데도. 무언가 특별해보이는 하늘이었습니다. 하늘은 높고 저는 무척이나 작았습니다.

 

 ”아! 생각났다! 흠흠..... 아까 그 사탕 말이야. 꽤나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야. 신기하지 않아? 보통 사탕이라고 하면 달콤한 사탕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말이야. 그런 맛없는 사탕도 누군가는 좋아해줬다는 거지.“

 ”그래도 모르겠는걸요. 조금만 더 쉽게 알려 주세요.“

 ”어? 어..... 잠깐만.....“

 ”후훗, 조금만 더 힘내세요.“

 

 정말이지 바보같은 사람입니다.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고민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는데, 왜 저는 바보같이 혼자 낑낑댄걸까요. 미나씨도 사령관님도 다른 분들도 다 좋은 사람인데. 

 

 사령관님이 고민하는 사이에 저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냈습니다. 노란색으로 빛나는 사탕. 아마도 레몬 맛이겠지요. 저는 사탕을 입에 넣었습니다. 기분 좋은 레몬향이 입에 퍼집니다. 

 

 ”사령관님, 저 레이시 씨에게 사과할래요.“

 ”괜찮겠어? 힘들지 않겠어?“

 ”힘들겠죠...하지만 그렇다고 피하고만 있을 수도 없잖아요? 세상에는 달콤한 사탕만 있는게 아니니까요.“

 ”....한방 먹었네, 비유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사탕이 들어간 비유는 많으니까요. 그리고 사령관님 시간 초과에요.“

 ”무슨....시간?“

 ”사령관님이 비유 찾는 시간이요. 너무 오래 걸리는거 아니에요? 벌칙이 필요하겠어요.“

 ”갑자기 무슨 벌치“

 

 저는 그대로 몸을 돌렸습니다. 사령관의 입술과 제 입술이 부딪히고--- 갑작스런 입맞춤에 놀라 벌어진 사령관님의 입 안으로 방금 제 입에 넣었던 레몬맛 사탕을 집어넣었습니다.

 

 ”이런 벌칙이요.“

 ”........너... 뭔가, 변했다?“

 ”어떨까요? 사령관님이 말했잖아요. 변해도 된다고.“

 ”어? 내 비유가 그런 뜻이었나....“

 

 저는 먼저 일어나서 멍하니 누워있는 사령관님의 손을 잡고 일으켜 드렸습니다.

 ”처음 봤을 때 되게 바보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누구? 나?!“

 ”네, 바이오로이드들을 인간으로 대해주는... 그런 바보같은 사람이요.“

 ”그러면 지금은 달라?“

 ”그러게요. 바보같다는 감상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지만.....“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사령관님과 같이 오르카 호의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 ’사탕’ 스러운 사람이네요.“

 

 사령관님은 저를 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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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XXXXXXXXX 님이 신청하신 [달달한 러브스토리 ㄱㄴ?]이라는 주제로 만든 이야기 입니다. 마음에 드셨나요?

루이나의 도서관은 매주 월요일에 열립니다. 3월 15일에 만나뵙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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