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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 나온 것은 각종 고급 해산물들. 가리비와 관자, 전복 그리고 랍스터 순으로 버터와 각종 소스가 입혀져 우리 앞으로 나온 해산물들은 그야말로 산해진미의 일각을 당당히 차지한 모습 같았다.


단 일 할의 질깃함도 느껴지지 않고 치아에 부드럽게 잘려 나가는 가리비와 관자는 우리가 여태 먹어왔던 음식과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맛만 따진다면 다른 소완들이 해준 것과 그리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요리에 다가갔다는 것이 혀를 타고 느껴졌달까.


“와- 솔직히 해산물은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많이 사용했던 형식이라 전의 쌈 요리에 비하면 밋밋한 감이 없잖아 있는 느낌이었는데…”

“철판요리에서 플레이팅이라…거기다가 그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냐. 웬만한 고급 레스토랑의 메인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전의 메뉴들과는 달리, 랍스터와 각종 조개는 철판 위에서 비교적 길게 요리되고 있었다. 그 지루할 수도 있는 시간을 실시간으로 완성되어 가고 있는 플레이팅을 보는 것으로 무마한다. 평범하게 실력이 좋은 셰프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노련미를 보여주는 포티아.


황금의 버터 비를 맞으며, 하늘로 고개를 쳐들고 마치 승천하는 듯한 모습을 갖춘 랍스터. 그리고 그 주변에는 각종 패각들이 막 주둥이를 열고 승천을 축하하는 모양새. 그것들이 다 익는다면 이 아름다운 플레이팅을 해체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저기- 이건 그대로 놔두고 새로 요리하면 안 되나?”

“나도 그러고 싶긴 하지만…민폐야, 바보야.”

“하? 누구보고 민폐라는 걸까?”

“…”


그런 싸움도 포티아의 각자의 접시에 놔드리겠다는 말에 멈췄다. 말싸움을 하느라 사진을 찍지 못한 예냐와 한은 다급하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열성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집어넣자 포티아는 랍스터와 조개들로 만든 플레이팅을 무감정하게 무너트렸다. 우리의 아쉬움도 함께.


하지만, 그런 아쉬움도 랍스터와 조개들을 입안으로 가져갔을 땐 녹진한 버터처럼 랍스터 살 위로 녹아내렸다. 모든 감정이 사라지고 기쁨과 즐거움이 빈 곳을 가득 채운 느낌이 바로 이런 걸까. 아무리 슬픈 일이 있더라도 이걸 먹는다면 분명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고개를 둘러보니 다들 순수하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 랍스터를 다 먹은 건 나뿐인 건가- 아쉽지만 이번에는 그 옆에 있는 조개로 눈을 돌렸다. 탱글탱글한 조갯살이 버터를 머금은 모습은 포크로 찔러도 튕겨낼 것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했다. 


랍스터가 화려한 아름다움을 뽐낸다면, 조개들은 그 옆에서 음란한 모습을 숨기지 않고 은근히 드러내는 것이랄까. 그야말로 군침이 돌게 만드는 외형이었다.


“크르르- 못 참겠다.”


작은 조갯살을 하나하나 먹다가 감질이 났던 난, 아예 접시를 들어 바닥에 흥건한 버터와 남은 조갯살을 한입에 넣었다. 입 안 가득 씹히는 조갯살과 해산물의 풍미를 머금고 더욱 농염한 맛을 자랑하는 버터가 내 입안을 애무하는 듯했다. 


그야말로 만족, 대만족이었다.


“흫흐흐-”


고작 버터와 조개만으로 이렇게 행복해지다니. 내가 쉬운 건지, 포티아의 요리실력이 뛰어난 건지… 이런 내 고민은 다음 요리를 준비하는 포티아 덕분에 저 뒤편으로 날아갔다. 식전 수프(죽), 애피타이저(쌈)에 해산물까지 끝이 났다. 그렇다면 이번 차례는 드디어 메인일 터.


하지만 어떤 메뉴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철판요리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직전에 나왔던 화려한 플레이팅에 그 존재감이 죽지 않을까.


“그렇지, 바로바로 요리를 내와야 하니까. 하지만 이 포티아한테는 버닝 건틀렛이 있잖아?”

“여태까지는 셰프의 창의성과 그것을 적절히 결합해서 결과물은 좋았지만…어디까지나 임기응변에 불과하다는 약간의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어.”

“흠- 그 말인즉슨, 앞으로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지. 이곳에서 오랫동안 수 셰프를 해왔다면, 이제 헤드셰프를 맡을 때가 되었다는 것이겠지.”


요시미츠의 말이 맞았다. 포티아는 저택에서 수십 년을 소완의 밑에서 일해왔다. 처음엔 소완의 메뉴 구성에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면, 최근에는 이렇게 자신만의 코스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이제 주방의 이인자가 아니라 총괄을 맡을 때가 되었다는 걸까.


“메인으로 준비한 것은 ‘와사비를 곁들인 사워소스를 끼얹은 규카츠’ 입니다!”


규카츠. 쇠고기에 빵가루 옷을 입히고 튀겨낸 음식, 그야말로 돈가스의 소고기 버전이었다. 그런데, 철판에서 그것이 가능할까? 이번에는 또 얼마나 기묘한 방법으로 우릴 만족하게 해줄까. 


포티아는 적당하게 썰린 고깃덩이에 튀김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빵가루의 모습을 보니 퓨전이 아닌, 튀김이 날카로울 정도로 살아있는 정통 일본식으로 할 모양. 


“규카츠…라. 그러고 보니 이전에 가본 화로구이 집에서도 규카츠를 메뉴로 내놓은 집이 있었지.”

“네가 말하는 화로구이 집은 완전히 다 구워서 나오는?”

“아니, 손님의 앞에서 1차로 구워내어 화로에 올려다 주는 식이었는데…”


요시미츠가 자신의 경험담을 계속 이야기하려 할 때, 포티아가 튀김옷을 입힌 규카츠를 달궈지지 않은 철판 위에 그대로 올려두었다. 아직까진 그 요리법을 알 수 없는 모습. 잠시 철판 위를 바라보더니 따로 준비해두었던 기름을 버닝 건틀렛으로 가열해 그대로 규카츠 위에 끼얹었다!


뜨거운 기름이 위에서 규카츠로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겉면을 익혀낸다. 말 그대로 기름의 폭포. 하지만 그런데도 우리가 있는 쪽을 향해서는 한 방울의 기름도 튀지 않고 있었다. 


기름이 다 떨어지고 철판을 덮었을 때, 포티아는 재빠르게 규카츠를 건져내어 도마 위에 올려두고 썰기 시작했다. 그 안쪽의 모습은 아름다운 스테이크와 다를 바가 없었다. 뭐- 이건 준비한 부위가 애초에 스테이크용으로 사용되는 부위이니 틀린 말인 건가?


여기에서 멈춘다면 그냥 평범하게 맛있는 요리에 그치겠지만…아직 소스가 남았다. 


포티아는 사워크림과 와사비를 섞은 후 미리 만들어두었던 양파 초절임을 꺼낸 뒤에, 레어에 가깝게 익은 규카츠를 아직 열기를 머금고 있는 기름이 가득한 철판 위에 다시 올려 익혔다. 미디엄 정도의 색깔이 날 때 그것을 접시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규카츠 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크림과 양파 초절임 한 조각씩이 올라갔다.


“젠장…그리 기대를 하게 만들어 놓고 한 사람당 두 점씩이라니…”

“진, 다음부턴 재료비를 더 쓰는 게 좋을 것 같군.”

“아니, 나도 막 먹고 싶어!”


젠장…이건 전적으로 포티아의 잘못이었다. 이전까지의 요리들은 메인이 아니었기에 양이 적어도 용서가 되었지만…클라이맥스인 메인 요리가 이러면…아.


“맛…있어.”


진짜, 엄청, 맛있었다. 


한참을 씹었는데도 그 말밖에 나오질 않았다.


바스락거리는 튀김옷, 그 안에 가득 찬 육즙과 적당히 익은 소고기…거기다가 사워크림과 와사비, 양파 초절임은 자칫하면 느끼할 수 있는 소고기와 튀김의 조합을 끊임없이 먹게 해줄 원동력이자, 리프레셔가 되어주었다.


다른 녀석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멍하니 계속해서 규카츠를 씹거나, 심각한 표정으로 침음을 흘리거나, 나처럼 감탄사를 연발하거나.


이전까지의 메뉴들이 밴시의 폭격이었다면, 이 규카츠는 메이의 융단폭격쯤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