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를 좋아하는 라붕이다. 하지만 요즘 파스타 가게에 가면 한 접시에 싸도 8천원, 심하면 만 원은 훨씬 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러다 정말 맛대가리 없는 가게에 걸리면 그것만큼 빡치는 일도 드물다.


그리고 아무리 맛있는 파스타라도 매일 먹으면 질리는 데다 메뉴들도 딱 세 가지로 한정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토마토, 크림, 오일. 그나마 다른 게 있다고 하면 로제 정도인데 그거는 그냥 토마토랑 크림 스까한 거니 넘어가자.


이번에 이벤트 스토리 다시보기 기능이 추가되었다. 흐린 기억 속의 나라 스토리를 다시 보면서 일본엔 이런 문화가 있나보군요 하고 생각하다가 일본에서 만든 '스파게티'가 문득 떠올랐다. 그렇다. 나폴리탄 스파게티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나중에 야로나가 끝나고 이탈리아 나폴리에 가서 나폴리탄 스파게티 달라는 멍청한 말은 하지 말자. 보스가 너의 배를 뚫어버리거나 어깨죽지에 춉을 날릴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나폴리탄은 재료도 어떻게 생각하면 나가서 파스타 몇 접시 먹는 값 생각해 보면 훨씬 싸게 살 수 있고, 거기다 몇 번은 다시 써도 되는 재료들이 많기 때문에 혼자 사는 사람이나 자취를 하는 사람이면 충분히 애용해 볼 만한 음식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무리 음식 솜씨 없는 라붕이들이라도 정말 못 만들지 않는 이상 그럴싸한 맛이 나는 아주 쉬운 요리이다. 아무리 못 만들어도 급식 때 먹은 케첩면? 그게 아마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맛일 것이다. 그리고 밤에 드라마 심야식당을 보면 나폴리탄이 땡기게 될 것이다.


사용한 재료는 아래와 같다.

양송이 5개,  소시지 3개,  버터 약간, 양파 하나, 스파게티 면 1인분, 케첩, 굴소스. 


여기서 굴소스는 취사선택인데, 개인적으로는 넣는 것을 추천한다. 단순히 케첩만으로 볶는 것보다 훨씬 맛이 좋아진다. 그 외에도 아주 다양한 요리에 쓰일 수 있으니 한 병 정돈 장만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시지도 취향에 따라 저런 비엔나 소시지 아니면 베이컨으로도 대체가 가능하다. 사실 일본 파스타 협회에선 베이컨을 정석 레시피로 취급한다고 하고.  


좀 더 고급지게 먹고 싶다면 위에 적힌 재료들 외에 피망이나 다른 야채들을 넣어주자. 다만 양파는 무조건 넣어야 한다. 양파를 빼면 맛이 안 난다. 


양파와 양송이는 채썰기를 하자. 원래는 양파는 반 개만 넣어도 충분한데 이번에 사온 깐양파가 보시다시피 진짜 존만이급 사이즈라 하나를 다 넣어도 충분할 정도였다. 양송이도 알이 작은 게 많았던 관계로 다섯 개를 넣어도 좀 시원찮았다고 생각한다.




보통 파스타 하면 면은 좀 덜 익히는, 이른바 알 덴테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 나폴리탄은 문자 그대로 푹 삶는 것이 정석이라고 한다.  꺼라위키의 표현대로 하자면 우동면 삶듯이 삶아버리라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정말 그 문장 그대로 푹 삶아서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내 입맛엔 영 아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비엔나 소시지는 칼집을 내 두도록 하자. 사실 만화나 이런 데 자주 나오는 문어발 비엔나를 만들고 싶었는데, 저 길이의 비엔나로는 불가능하고 좀 길쭉한 비엔나를 사서 시도해보도록 하자. 



재료가 준비되고 면이 끓는 동안에 팬에 버터를 녹여주자. 개인적으론 음식을 버터로 볶아주는 것만으로도 맛이 정말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버터가 어느 정도 녹았다 싶으면 아까 채썰었던 야채들을 넣고 볶아주자.  양파나 양송이 둘 다 숨이 금방 죽기 때문에 너무 센 불에서 볶지는 말고 중불 정도에서 살살 볶아주자. 



사실 볶는 순서를 잘못해서 먼저 소시지를 좀 익혀야 했는데 나중에 넣어버렸다. 착한 라붕이들은 따라하지 말자. 




야채와 소시지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면을 넣고, 케첩과 굴소스를 넣어주자. 정석 레시피대로 따르면 케첩은 2~3큰술 정도인데, 그냥 재량껏 눈대중으로 너무 많이 넣지만 않으면 된다. 다만 굴소스는 많아도 반 큰술 이상은 넣지 말자. 굴소스가 맛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에 굴소스를 너무 많이 넣으면 주객전도가 돼버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폴리탄의 핵심 맛은 케첩 맛이다. 



소스들을 전부 넣고 재료들에 소스들이 잘 배이도록 센불에서 잘 볶아주자. 좀 뻑뻑하다 싶으면 아까 면을 삶고 남은 면수를 넣거나 다른 곳에서 찾아본 레시피를 보면 우유를 조금 넣어서 농도를 조절하라고 한다. 다음에 다시 만들 일이 있으면 우유를 넣어서 시도해 보고 싶다.



완성이다. 위에 뿌린 건 후추다. 지갑이 어느 정도 두꺼운 라붕이라면 위에 파마산 치즈를 뿌릴 수도 있고, 고추 플레이크나 타바스코를 취향껏 넣어줘도 된다.  


 식사를 하면서 흐린 기억 속의 셜록이 생각났다. 셜록도 일본인이었으니, 아마 이 나폴리탄을 먹어 본 적이 있지 않았을까. 셜록은 죽고 리앤만이 남았으니, 아쉬운 대로 리앤에게라도 이 나폴리탄을 대접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