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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습이 없는 까닭에

그것을 두려워한다.   


그래, 우리에겐 운명 따윈 없다.

무지와 공포에 압도되어

발을 헛디딘 자들만이

운명이라 불리는 탁류 속으로

떨어져 가는 것이다. 



우리는 손을 뻗는다.

구름을 쫓아버리고 하늘을 꿰뚫어

달과 화성을 손에 쥔다 해도

진실에는 닿지 않는다.


닿지 않는 송곳니에 불을 밝힌다.

그 별을 보지 않고 끝날 수 있도록,

이 목을 찢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우리가 암벽의 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암벽에서 발을 멈추어 버리기 때문이다.


두려움 없는 그 꽃처럼,

하늘로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너에게

작별의 말을 하는 연습을 한다.


피와 같이 붉고,

뼈와 같이 희고,

고독과 같이 붉고,

침묵과 같이 희고,

짐승의 신경과 같이 붉고,

신의 심장과 같이 희고,

녹아내리는 증오와 같이 붉고,

얼어붙는 마음의 상처와 같이 희고,

밤을 먹는 그림자와 같이 붉고,

달을 꿰뚫는 한숨과 같이 희게 빛나며 붉게 흩어진다.


당신의 그림자는 조용하게

갈 곳 없는 독침과 같이

내 발걸음을 기워 붙인다.


당신의 빛은 부드럽게

급수탑을 치는 낙뢰와 같이

내 목숨의 근원을 끊는다.


그래, 그 무엇도

나의 세계를 바꿀수는 없어.


이 세상 모든 것은

당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있다.


우리 세계에 의미 따위는 없다.

그곳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의미 따위는 없다.

무의미한 우리는 세계를 상상한다.

그것에 의미가 없다는 사실마저

의미 따위는 없음에도


우리는 폭포 앞의 물고기

우리는 바구니 안의 벌레


우리는 파도의 잔해

해골석장

힘의 격류 그것을 삼키는 고래


우리는 뿔 다섯개의 황소

우리는 불을 뿜는 괴물

울부짖는 아이


아아 우리들은

달빛에 해를 입는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고 있다.

종언은 언제나 시작 이전부터 그곳에 존재한다.


산다는 것이 무언가를 계속 알아가는 것이라면

우리가 최후에 알게 되는 것이야말로 종언이며

종언에 대해 찾아내고 완전히 알게 되는 것이야말로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알고자 해서는 안 된다.

죽음을 초월할 수 없는 자는

그 무엇도 알고자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시간은 늘 배후에서 닥쳐오고

으르렁거리며 눈앞으로 흘러간다.


버텨라.

시간이 너를 아름다운 과거로 쓸고 가려

제 아무리 이빨을 드러내도


앞을 보지 마라.


너의 희망은 배후에 닥쳐오는

침침한 탁류 속 안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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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캐릭터들하고 시하고 매칭시키는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