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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이오로이드를 혐오한다 34화

우선 계획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였다. 아무리 리리스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전국에 있는 모든 경찰들을 상대할 수 는 없을 테니 말이다. 나는 창고에 리리스를 함께 데리고 들어간 다음, 우선 가장 먼저 나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그 남자, 테리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대략 30초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스피커에서 엥엥거리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Hello?"


"...저에요."


"아, 오랫만인걸?"


모기같이 엥엥거리던 목소리는 금세 저음으로 내려가 분위기 있는 말투로 변하였다.


"그러게요. 한참 힘들어서 죽을거 같았거든요."


"...그래서, 무슨 일로 전화한거지? 텔로니를 죽이기라도 하게?"


"예. 죽이기라기보단, 벌을 내려야죠."


"오! 그거 마침 잘됬네! 3일 안으로 한국으로 애들 데리고 가도록 하겠어. 그럼-"


"아, 아직 세부적인 계획을 짜질 못했거든요. 그리고 테리, 예전에 그쪽이 텔로니를 죽일때 가능한 선에서 지원해줄수 있는 물품들 전부 대주겠다고 했잖아요?"


"당연하지! 그 개씹새끼 죽이는데 내가 가진 돈 300조를 너한테 전부 대줄수도 있어!"


"ㅎ... 그정도까지는 아니구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테니까, 그때 준비좀 해주세요. 대략 일주일 정도 후에 다시 연락 드리죠."


"알겠다! 다시한번 말하는데 물품걱정은 하지 마라! 내가 싹다 대줄테니까!"


다음으로는 내 근처에 있던 지인들한테도 연락을 해봐야겠지. 정수하, 박영지, 그리고... 나에게 깊은 배신감이 쌓였을 김창식에게도 말이다. 수하랑 영지는 나의 질문에 다행이도


"당연히 가야지! 형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데 내가 안가면 섭섭하지!"

"오빠, 그런거 있으면 제발 말좀해! 속으로만 썩히지 말고 제발! 도와줄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줘!"


라며 흔쾌히 수락을 해줬다. 이제 남은 마지막 사람은... 나에게 많은 것이 쌓였을 김창식이였다. 그의 전화번호를 누르는데만 해도 한 세월은 흘러갈 정도로 힘들었고, 통화 버튼을 누를 때에는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 된통 혼났다. 마침내 전화가 연결이 되었고, 피로에 쩔은 한 남성의 목소리가 그곳에서 흘러나왔다.


"여...여보세요? 누구...시죠?"


"아, 나야. 박소한..."


"아... 형님... 이제 괜찮으세요?"


처음으로 나의 위안을 물어봐 준 김창식에게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같이 분노해주지 않았던 나였기에 김창식은 분명히 나에게 화가 많이 났을텐데...


"화... 났니? 미안해... 그때 내가 너무-"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화가 왜 난다고."


"화 안났어? 정말이야?"


"화는 텔로니 그 씨발새끼한테 난거구요.., 형님은 아무 잘못도 없으신데 화 낼게 뭐가 있다고... 항상 도움 많이 받고 있는데 그런거 가지고 있으면 제가 나쁜 사람이죠."


아이구야... 헛된 오해와 걱정으로 스트레스가 꽉꽉 채워진 내 머리가 한꺼번에 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뭐, 어쨋든, 김창식한테도 물어봐야겠지? 같이 텔로니에게 복수하자는 내용을 수화기에 대고 말을하니 김창식의 졸음에 찬 목소리가 갑작스레 커졌다.


"아니, 당연히 가야죠! 그 새끼때문에 술값만 몇백을 썼는데... 그래서, 언제정도-"


"그건 나도 몰라. 완벽한 작전을 한번 짜봐야지. 나중에 다시 연락 줄테니까 그때 다시 이야기 하자. 알겠지?"


"이번 거는 나도 양보 못해요! 가능한 빨리 전화 주세요! 항상 기다리고 있을게요!"


리리스가 내 통화내용을 다 듣고 있었는지 활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깨가 저절로 으쓱거렸다.


"참... 사람하나 잘 둔거 같아. 그치?"


"그러게요... 주인님이 정신머리 빠진 몇몇 새끼들 빼고는 인간관계가 참 좋으세요..."


우선적으로 모은 인물들과 함께 내가 꼭 필요한 인물이 한명 필요했다.


적의 적은 친구인 말이 있다. 현재 경찰세력들은 부패와 정의 두편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강수찬처럼 뇌물을 받거나 조직과 거래를 한 부패경찰들과, 정의를 바라면서 오늘도 범죄자들을 잡고 있는 경찰들, 이 두가지로 나뉘게 되어 있겠지... 내가 필요한 인물은 후자에 있다. 마약을 매우 싫어하고, 형사 정도의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는, 최종적으로 강수찬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인물을 찾아내야 했다. 곧바로 생각나는 경찰 쪽 사람은 생각나지 않았지만, 그걸 알아봐 줄 수 있는 사람은 곧바로 생각났고, 나는 곧바로 그 사람의 연락처를 찾았다.


나의 도움을 받아 인승 노동조합 데모의 참혹함을 알렸던 윤주현 기자라면, 경찰 쪽에서도 알만한 인물이 있겠지. 곧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생각 보다 빨리 연결음이 끝났다.


"제보 감사드립니다 윤주현 기잡니다. 어떤 걸 제보하려고 전화주셨죠?"


"아, 저에요. 박소한."


"아...아! 잠시만요! 기억날락말락하니까..."


그녀는 입으로 바람빠지는 소리를 연신 내더니 갑작스레 소리를 꽥 질렀다.


"아! 데모영상 보내주신분 맞죠?!"


"...예. 요즘 잘 지내요?"


"덕분에요. 그 기사 쓰고 부서 하나 맡는 대표기자 됬어요."


"오~ 어딘데요?"


"정치랑 경찰, 검찰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인데-"


"마침 잘됬네. 저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


"엄... 가능한 선에서는 도와드릴게요. 무슨 정보라도 찾고 계세요?"


"사람 한명 찾고 있어요. 경찰쪽으로요."


"특정 인물이에요?"


"그건 아니고, 조금 길테니까 천천히 말해줄게요."


내가 조곤조곤 원하는 타입의 인물유형을 말해주니 윤주현은 곧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딱 생각나는 애가 한명 있네요. 저희도 걔 때문에 골머리 썩히고 있는데."


"...응?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거에요?"


"리앤이라는 바이오로이드에요. 바이오로이드 최초로 충유시 시티가드 책임자까지 올라갔었는데, 강수찬이 압박을 가했는지, 지금은 형사겸 탐정으로 활동중에 있어요. 리앤이랑 엮인 일을 방송에 내보낼려고 하면 항상 경찰청쪽이 막아선다니까요?! 성격은 좋은데, 강수찬이랑 엮여도 심하게 엮여서 말이죠."


"리앤?"


"제가 리앤에 대해서 썼었던 기사들 보내드릴테니까 한번씩 확인해보세요. 누구한테 받았다고 말하면 안돼요?"


"알겠으니까 가능한 빨리 보내줘요."


전화가 끊기니 대략 20개 이상의 신문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바이오로이드 리앤, 부산에서의 활약으로 충유시 시티가드 대표로 활약 가능성 높아=: 2년 전 발간


=리앤, 강수찬과 끊임없는 마찰, 시티가드 이대로 괜찮은가?=: 1년 8개월전 시티가드로부터 발간불가 통보


=리앤, 충유시는 마약으로 썩은 도시. 전격수사 필요하다.=: 3개월 전 시티가드로부터 발간불가 통보

.

.

.


등등... 내가 원하는 사람임을 나타내는 문장들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주먹을 꽉 쥐며 기쁨을 주최할 수 없었다. 나는 곧바로 가방을 메고 그 사람을 찾아가려고 했지만, 내 통화를 같이 듣던 리리스가 창고 밖을 나가던 나의 팔목을 꽉 잡아서 멈춰세웠다.


"주인님, 아직 안돼요."


"ㅇ, 어? 리앤이 저런 사람이면 충분히 우리편이 되줄 수 있을거 같은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저희쪽 인원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이긴다는 경우는 불확실하잖아요? 더군다나, 한 국가의 경찰이랑,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약팔이 새끼들이랑 한바탕 싸워야 되는데, 전격으로 저희가 불리한 조건입니다."


하긴, 국가와의 전쟁을 선포할 수도 있는 이 계획에서 사람만 많다고 해서 무슨 소용일까, 곰곰히 생각을 하였고, 리리스의 의견이 듣고 싶었던 나는 오히려 그녀에게 되물어봤다.


"그럼, 리리스는 어떻게 할거야?"


"ㄴ, 네? 저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임마. 너 말고 리리스가 더 있어?"


리리스는 턱을 괴고 약간동안의 생각에 빠진 뒤, 나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하였다.


"우선, 사람들은 나중에 저절로 모여질테니, 정보를 캐는 건 어떨까요?"


"정보?"


"네... 강수찬이라는 경찰청장 새끼는 이미 약팔이들이랑 손을 잡았고, 이거 하나만 터져도 불명예 퇴직은 따놓은 거죠. 그걸로 텔로니 차파예프 그 새끼도 같이..."


그녀의 말이 옳다. 이미 범죄 행각들은 모두 우리의 눈에 밝혀졌고,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기만 하면, 둘을 전부 세상 끝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윤주현이 말했듯이 강수찬과 텔로니가 가만있지 않겠지...


"음... 가장 필요한 건 증거가 맞아. 근데 그걸 어디서 찾지...? 이미 조직에서도 쫓겨났고, 거래장부나 마약위치는 나도 모르겠고..."


이를 어쩌한담. 눈으로 본 건 많은데 가지고 있는 건 하나도 없다. 그럼 어쩔 수 없다. 다시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리리스, 혹시 단추로 확인했던 증거들, 지금 볼 수 있을까?"


"물론이죠 주인님."


리리스의 가방에서 큼지막한 테블릿이 나오고, 단추를 윗쪽 구석에 붙이자 인식을 하는듯 화면이 반짝이다 이내 돈 텔로니의 사무실이 전체적으로 확인되었다. 세상이 참 좋아진듯 하다. 선명한 화질이 마치 내가 그곳에 서 있는듯 하였다. 그렇다고 증거들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의심가는건 안보이는데-"


리리스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그녀가 들고 있던 테블릿이 부들부들 떨릴만큼 그녀의 진동이 심했다. 화면에서는 내가 강수찬의 부하들에게 맞고 있던 것이 보였다. 그녀의 누런 눈동자가 감기지 않았다.


"저때 죽였어야 하는데 저때 죽였어야하는데... 리리스가 저 개새끼들을 전부 찢어발겨야 했는데..."


혼잣말을 곱씹으며 리리스는 눈을 화면에 고정시켰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목을 감싸며 어루만졌다.


"...! 주인님!"


"지금 화내봐야 아무 소용 없어. 나중에 너한테 기회를 줄테니까 그때 저것들 완전히 박살내버려. 알겠지?"


"...네..."


"초음파로 안보이는 구석도 볼수 있다고 했는데, 혹시 그걸 보여줄 수 있을까?"


"물론이죠."


리리스가 화면을 톡톡 두드리자 형형색색의 사무실은 흑백으로 변하였고, 새로운 것들이 다양하게 보였다. 책상서랍에 있던 권총과 종이뭉치들, 그리고... 돈 텔로니가 앉아있던 의자 밑에 직육면체의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내가 그쪽으로 손짓을 하며 화면을 확대해달라고 부탁할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화면을 확대하여 그곳을 관찰하고 있었다. 다시 테블릿을 바라보자 그 직육면체 속에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납작하고 넓적한 게 꼭... 하드디스크 같았다.


"...어쩌면 저기에-"


"거래장부가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죠?"


"좋아. 돈 텔로니는 다양한 정보들을 저기 책상 노트북에 저장을 해놓거든? 그럼 거기서 정보를 빼내면, 금고의 비밀번호도 있을거야."


그리고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 수하한테 다시 전화해본다. 


"...어! 무슨일이야? 뭐 필요한거라도 있어?"


"자꾸 전화해서 미안하다 야..."


"아무 문제 될것도 없는데 무슨. 그나저나 왜 또 전화한거야?"


"혹시 노트북을 해킹하고 정보를 빼낼 수 있는 그런 기계를 좀 구해줄 수 있어?"


"그런 건 이미 가지고 있으니까, 우리집 쪽으로 오면 그 장비 줄테니까 한번 사용해봐."


"어, 그래 고맙다."


"이정도 가지고 뭘... 지금 올거야?"


"그래야 될거 같아. 조금만 기다려줘."


전화가 끝나기도 전에 리리스는 입고 있던 정장에 달린 손목단추를 고쳐매고,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창고에서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여니 자그마한 아이가 깜짝 놀라며 우리앞에서 꽈당 넘어져버렸다.


"으갸악!"


유미는 노랑머리를 찰랑거리며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고, 나는 깜짝 놀라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유미야 괜찮니?"


"에헤헤... 아찌!"


오랫만에 나의 웃음을 보았던 유미였는지, 넘어져서 아픈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베시시 웃으며 나에게 안겼다. 그러나 그런 유미의 기쁨도 잠시, 그녀가 엄청나게 불어난 나의 뱃살을 보자 진상을 잔뜩 부리며 손으로 나의 배를 통통 두들겼다.


"에엑;;; 아찌 똥배! 똥배! 초콜릿 어디갔어?!"


"초, 초콜릿? 그게 뭐야?"


"아니이이! 배에 항상 초콜릿 있었잖아! 딱딱한 초콜릿!"


식스펙을 말하는 건가... 뭐, 며칠안 술이나 미칠도록 마셔댔으니 몸은 망가져도 엄청나게 망가졌을 것이다. 나중에 미치도록 운동이나 해서 유미에게 초콜릿을 보여주도록 해야겠다. 거실에 있던 안수민은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고, 나는 그러한 그녀에게 유미를 넘겨주었다.


"...또 어디 가는거야?"


"응..."


"...나도 같이 가면 안돼?"


"어?"


"나도 걱정되 죽겠는데, 나도 같이 데려가줘... 이래뵈도 제공권 하나는 세계에서 누구도 나를 따라오는 존재가 없었다구..."


"...유미는?"


"마리아씨랑 엘븐 시리즈 분들이 돌봐 주신데. 응? 나도 데려가줘..."


예전에 이미 안수민의 전투모듈 성능을 확인해 봤었기에, 나는 그녀를 데려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옷을 입으라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가 리리스와 같이 단도를 점검하고 있었고, 곧이어서 안수민이 우중충하게 후드티만 하나 걸쳐입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니, 그 후드티..."


"아... 너무 칙칙한가?"


"...아니다. 그냥 갔다오자."


"아찌 안냥~"


"저기... 주인님?"


"응?"


"조심히 다녀오셔요..."


마리아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집에서 나갈 수 있는 엘레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또다시 적장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며 긴장이 되었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고, 나 또한 물러설 수 없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34화 끝=======================

35화를 마지막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40화는 훌쩍 넘기겠네... 썼다 지웠다를 몇번씩이나 반복하는 건지... 그러면서도 글이 나아지지 않는 거 같아서 현타가 자주오네.

시간을 너무 끄는거 같아 오늘은 여기까지 올려볼게. 다음에 더 좋은 글로 찾아오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