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미안하지만 날 좀 도와줄 수 있겠어?"


아직 해가 뜨기엔 많이 이른 어느 새벽, 오늘도 주름 진 손으로 닥터를 깨우며 부탁을 하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사령관이었다.


"오빠 부탁이면 당연히 도와줘야지. 무슨 일인데?"


"내가 그 동안 애들한테 받기만 하고 준게 없어서....이번에는 산타가 되보고 싶어"


".....그렇구나. 오빠도 참, 사람이 착하다니까"


오늘로 벌써 1년째, 사령관은 매번 이 시간이 되면 닥터를 찾아와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준비해야한다거나, 그녀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등

매번 같은 말을 같은 시간에 닥터에게 하소연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이번엔 레오나한테 신경을 많이 써줘야겠어. 레오나가 전부터 서운해하는게 눈에 띄게 보였는데, 레오나....아, 레오나는.....죽었지...."


한창 해맑게 웃고 있던 사령관은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며 다시 침울한 표정을 지었고, 닥터는 조용히 사령관을 토닥이며 안아주었다.


"불쌍한 우리 오빠, 차라리 다 잊어버리고 살면 좋을텐데.....언니도 너무했다. 우리 오빠 냅두고 혼자 가버리기나 하고"


"닥터, 내가 혹시 또 이상한 소리 하거나 그러진 않았니? 그보다 내가 왜 여기있는거지"


"아니야, 오빤 이상한 소리 안했어. 내가 같이 있고 싶다고 해서 온거잖아, 기억 안나?"


"그랬던가"


"밖이 추워, 안으로 들어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성장해 어엿한 성인이 된 닥터는 이불을 살짝 들친 후, 침대를 툭툭 치며 사령관을 불러들였다.


"닥터, 몸만 컸다고 해서 내가 너랑 잠자리를 가질거란 생각은 하지마. 정신적으로도 성장해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거야"


".....알았어, 이상한 짓 안할거니까 빨리 들어오기나 해"


사령관은 첫 크리스마스때 했던 소리를 또다시 뱉어대기 시작했고, 그런 사령관을 보며 닥터는 눈시울을 붉혔다.


"오빠, 내가 성인이 되면 그땐 정말로 나랑 같이 잘거야?"


"그건 생각해봐야지"


"하아....너무 기대된다. 빨리 오빠랑 하고싶다"


이불 속으로 들어온 사령관을 꼬옥 끌어안은 닥터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닥터, 지금 우는거야?"


"아냐, 추워서 그래. 이렇게 붙어있으면 괜찮아져"


시간이란 괴물은 사령관에게서 많은 것을 빼았아갔다. 그의 건강, 연인들, 그리고 그것만으로 부족한건지 이제는 기억까지 앗아가고 있다.

가장 사랑했던 오르카호의 첫 크리스마스만큼은 잊고 싶지않은걸까? 그는 오늘도 닥터의 품에서 첫 크리스마스의 기억을 떠올리며 끝나지 않는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