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바보같으신 당신.



 이 길의 끝에 서 계신 당신, 돌아올 차비도 없이 드릴 마땅한 희망도 없이 당신에게 갔었지요.


 전 실패했어요 당신 아세요.


 해바라기밭 사이 절룩이며 절 마중나오지 마세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다고 하셨지요. 평생 시들기만 하는 꽃을 피우시다 이젠 그 자갈밭에 눈물만 주고 계시는 당신 그만 일어나세요.


 칡넝쿨 기어오른 빌딩 넘어, 작은 배 넘어 멀리멀리 날아가세요 당신.




 어깨를 잃은 사람들이 흰 새벽을 걸어가는 게 보여요. 

 방죽 위를 지나 모두 고향으로 가고 있어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