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많이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삐쩍마른 손을 조심스럽게 감싼다


"그래도...저는 행복합니다"


감싼 손이 살짝 쓰다듬는다


"고맙습니다 행복하다고 해줘서"


그리고 그 손을 아주 살짝 잡는다


"그리고... 저도.. 제 첫 인상을 듣고싶어요"


남자는 조금 놀란 표정을 듣고 이내 밝게 웃어보인다


"좋아요 얼마든지요 그전에 조금만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기형아' 제가 태어났을때 그렇게 태어났다고 해요 남들과 조금 다르게.... 작고 가볍게 태어났거든요

그렇게 세상에 나온 제게 세상은 오직 동정하는..그런 시선 뿐이였어요 기사에도 나왔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아이라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다못해 인간의 육체적 노동이 도태되다못해 사라진 이 기술 사회에서 기형아는 굉장히 굉장히 드물었으니까요

처음에 부모님은 좋아하셨다고 해요 돈이 들어오니까 많은 돈이 들어오니까 저를 보물단지마냥 대해주셨고 이뻐해주시고 원하는걸 들어주셨죠

그렇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세상은 제게 관심이 사라져갔죠 당연하지만 언론이 저만을 찍지는 않았으니까요 반년 아니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세상은 저를 완전히 잊었죠

그렇게 돈벌이가 되지 않는 저는 더이상 부모님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니였죠 그렇게 저는 더이상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남들의 시선이나 행동을 살피게 된건... 

어릴때 할만한 생각은 아니지만 왜인지 자꾸만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거든요

이대로가면 정말 버려지게 될거라고 아무리 그래도 자식을 버리는 부모가 어디있겠냐만은..... 아무튼

날때부터 허약한 저는 밖은 커녕 병원 침대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지냈었죠

언론에 날땐 기부금도 인터뷰 비용도 많아 입원비로 쓰고도 한참이 남았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죠 하루하루 기부금도 줄어들고 인터뷰는 하지도 않으니 들어올일도 없었죠

하지만 입원비는 점점더 늘어만 갔어요 제가 먹는 약이 점점 늘어났거든요 한손에 가볍게 들어오던 약이 손바닥을 채우더니 이내 한줌으로 늘어났죠


하루하루 연명하듯이 살아가던 저는 결국 의사선생님에게 수명을 전달받았습니다 4개월...이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알고 있었어요 이런 몸으로 얼마 살아가지 못할거라고 그렇다고 선고 받자마자 죽고싶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살고 싶었죠

그런데 보게된거에요 저를 파는 부모님을... 곧 죽게될 아이를 바이오로이드가 얼마나 잘 돌볼수 있는지 최종 테스트라고 하더군요

성공하면 잘 팔리겠다며.... 정작 팔린건 저였지만요 하하....


그렇게 저는 당신을 만났어요 그래요....첫인상.... 차갑다고 생각했어요 길게 뻗은 은발에... 허공을 응시하는듯한 눈 그리고 매사에 진지하기까지

지금와선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말하지만....그땐 그랬어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 남자의 비니를 조심스레 쓰다듬는 이터니티가 살짝 웃어보인다


"그렇게 태어난걸요 차가운 인상에 매사에 진지하기까지...이런 성격이라도 받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처음 만났을땐...밀어냈고.... 다음날은 무시했고...다음엔... 그리고 또 다음엔...."


"그래도 결국엔 이렇게 받아주셨잖아요 그걸로 충분한걸요"


"벌써 시간도 많이 지났어요 이렇게 계속 있고싶다고 생각한건 부모님이 계실때에도 없었는데...정말 덕분에 살아온 느낌이에요"


비니를 쓴 머리를 어깨에 살짝 기댄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지금 느끼시는 기분은 행복이 아닐까 해요"


"그렇구나...이런 기분을 행복하다고...."


어깨에 기댄 머리가 앞으로 점점 내려간다


"죄송해요 조금 졸려서..."


어깨를 치우고 머리를 허벅지로 내린다


"오늘은 여기서 주무시는게 어떠신가요?"


"금방.... 다시 일어날테니까...."


일어나려는 머리를 살짝 누르고 화제를 돌린다


"그러고보니 주인님 곧 생일이신데 제가 해드릴만한건 없을까요?"


진지했던 목소리가 살짝 떨려온다


"소원...이라면 있는데..."


"제가 들어드릴수 있는 소원이라면 얼마든지"


"엄마라고 부르고 싶었...어요"


말을 마치자 몸에 빠지고 조용히 꿈에 빠진것마냥 눈을 감는다


"저도....듣고 싶었어요"


눈을 감고 곤히 잠든것같은 얼굴에 차갑게 식은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떨어진다


"진지하다고 하셨지만 그렇다고 울지 않는건 아니랍니다? 이렇게 저도 울줄 안다구요?"


눈물은 점점 거세져 이내 허벅지를 적셔온다


"사랑해 우리 아가"


달빛이 구름에 가려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때 고개를 숙이고 깊게 패인 볼에 입술을 맞춘다


"잘자요 우리 아가"


구름에 가려졌던 달빛이 내려와 다시 비출땐 두 남녀는 사라지고 굳게 닫힌 은빛 관만이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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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삐가 우는게 보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