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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셰프 1화








"소완? 아...그래 소완. 우리 아직 통성명을 나누진 않은거 같은데 말야."


사령관의 말에 소완이 우아한 몸동작으로 인사를 올렸다. 


"소첩, 이곳 저항군에 합류한지 얼마 안되서 말이옵니다. 

이것저것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문안인사가 늦었사옵니다." 


"흐음...그래도 그렇지 어째서 네가 합류한 사실을 여태껏 모르고 있었을까..."


"왜긴요. 주인님이 항상 업무는 콘스탄챠 언니나 마리 소장께 짬때리고

하루종일 격납고에서 농땡이 치니까 모르는거 아니겠습니까?"


바닐라의 일침에 무안해진 사령관이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유명한 셰프는 언제든지 환영이지! 소완, 승선을 환영해!"


"후훗...그렇게 반겨주시다니 소첩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소첩이 정성들여 준비한 스테이크를 어서 맛봐주시옵소서."


소완이 아양을 떨면서 권하자 사령관이 스떼끼 스떼끼 흥얼거리면서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스테이크 한 점을 입안에 넣으려는 순간 소완의 입고리에 득의양양한 승리의 미소가 걸렸다.


"주인님! 그 음식을 드시면 안됩니다!!"


블랙 리리스가 함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고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난입에 소완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사령관은 폭풍처럼 들어온 블랙 리리스를 맹한 얼굴로 쳐다봤고 

리리스가 소완의 면전에 자그마한 약병을 흔들자 

일순간 소완의 얼굴에서 당황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이 약병. 설명을 해보실까?"


블랙 리리스가 약병을 소완의 면전에 대고 흔들자 

소완은 시치미를 뚝 떼고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소첩은 처음보는 물건이옵니다만...?"


"이 계집년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구라를 치고 있어! 이 약병은 네 가방에서 나온 거야!! 

그리고 네가 주인님의 식사에 이 약물을 탔고 말야!"


화가 난 리리스가 소완을 윽박지르자 교태가 가득했던 소완의 눈빛이

일순간에 변하더니 리리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그녀를 노려봤다. 


"무슨 말씀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증거 있습니까?"


"하치코의 눈은 속여도 내 눈은 못속여 소완."



사령관은 주변의 소란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티본 스테이크를 입에 넣으려 했지만

블랙 리리스가 얼른 접시를 휙 낚아챘다. 


"아 내 스테이크..."


사령관이 주린 배를 움켜잡고 울상을 지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이 다투는 소리는 그의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고

지금 사령관의 머릿속은 저 티본 스테이크 하나로 가득 차 있었다.

스떼끼...내 사랑하는 스떼끼... 대체 얼마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보는걸까. 

사령관이 입맛을 다시면서 지난 세월을 떠올렸다. 

오르카 호에서 그가 먹는 음식은 참치 한 캔과 빵 한 덩어리, 피클 그리고 커피 한 잔이 다였다. 

아침은 그가 제 시간에 일어나는 일이 없으니까 패스.

점심에는 빵에 참치를 발라먹고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

그리고 저녁은 참치에 빵을 찍어먹고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 

주말엔 일종의 특식으로 스팸 스테이크가 나왔지만 포티아 아니랄까봐

종종 스팸을 석탄처럼 시꺼멓게 태워서 내올때가 있었다. 


갑자기 울화통이 치민 사령관은 블랙 리리스를 원망스럽다는 듯이 째려봤다. 

그는 그저 스테이크를 먹고 싶을 뿐이었다. 

약이 좀 들어 있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심심할때마다 포츈 몰래

격납고 구석에서 가솔린을 들이마시거나 전투 자극제로 조제한 약물을 빠는게

그의 취미 중 하나였다. 보나 마나 미약 같은 걸 집어 넣었을 게 뻔한데 오르카 호의

프로 약쟁이인 그에게 그딴 미약 같은 게 효과가 있을 리가 없었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했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음식이었다. 맛있는 음식이야말로 고달픈 사람의 삶에 안식처가 되어주는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그에겐, 오르카 호엔 소완의 음식이 필요했다.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스테이크와 바이오로이드들의 고성, 그리고 그의 내적 갈망이 한데 뒤섞여

사령관을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고 정신줄이 끊어진 사령관은 책상을 쾅하고 내리쳤다.


"지금부터!!"


사령관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바이오로이드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그에게 쏠렸다.


"마스터 셰프 ORCA를 개최한다!!!"






갑작스런 마스터 셰프 개최 소식에 오르카 호의 주방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사령관의 지랄병이 또 도졌구나 하면서 대부분의 인원이 무시했겠지만 한 달동안 지속된 

대기 명령에 다들 지루해하고 있던 데다 요리 대회란 색다른 주제에 다들 흥미가 끌렸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여러분의 귀염뽀작 리포터!

저 스프리건이 지금 마스터 셰프의 현장에 와있습니다!!


이오가 들고 있는 카메라 앞에서 스프리건이 눈을 찡긋하면서 평소처럼 쾌활하게 오프닝 멘트를 날렸다. 


"뜻밖의 요리대회 개최에 이 주방은 지급 뜨겁게 달아오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이 열기가 느껴지십니까?"


스프리건의 멘트에 이오가 히익 거리면서 프라이팬을 태워먹고 있는 

포티아를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아, 저기 사령관님이 계시는군요! 사령관님! 주최자로써 한 말씀..."


"후후후...틀렸다 스프리건. 난 사령관이 아니다."


"네? 사령관님이 사령관님이 아니란게 무슨..."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 난 사령관으로써의 페르소나를 버리고 새로운 페르소나를 받아들였지.

스프리건, 나를 고든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


사령관이 포마드를 잔뜩 발라 뻣뻣하게 위로 세운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당당하게 말하자

황당해진 스프리건이 멘트 타이밍을 놓치는 방송사고를 저질러 이오가 대신 입을 열었다.


"저기 사령관님? 그건 대체 무슨..."


"고든이다 고든! 고든이 싫다면 미스터 램지라고 불러도 좋다."


"으휴...어쨌든 미스터 램지, 그래서 갑작스럽게 이 요리 대회를 개최한 이유가 뭔가요?"


"그야 당연한거 아닌가? 오르카 호의 주방장에 어울리는 자가 누구인지 판가름하기 위해서지.

우리도 이제 슬슬 제대로 된 밥을 먹을때가 됐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공개적인 컨테스트를 통해 승자를 가리면 아무도 불만이 없겠지."


사령관의 말에 스프리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사령관 아니, 미스터 램지가 정말로 오랜만에 상식적인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사실 이 요리 대회가 이번에 새로 합류한 소완이란 바이오로이드를

띄워주기 위함이란 소문이 돌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실 수 있습니까?"


스프리건의 말에 정곡을 찔린 사령관이 말을 더듬었다.


"그...그건 헛소문이다. 난 절대로 소완이 오르카 호의 주방장에 어울리는 인재란걸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서 마스터 셰프를 개최하지 않았고 소완이 해준 밥을 먹고 싶어서 

개최한건 더더욱 아니다! 이 모든건 진흙속에 파묻힌 진주같이 숨겨진 재능을 발굴하기 위함이지, 

결코 사심은 없다."


"방금 속마음이 튀어나온거 같은데요 미스터 램지?"


"아무튼! 마스터 셰프의 심사위원들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먼저 미스 미호!"


"바보 발견!"


"미스 발키리!"


"안녕하세요..."


발키리가 피곤에 쩔은 음성으로 힘없이 인사했다.


"마지막으로 닥터에몽!"


"오빠...내 이름은 닥터에몽이 아니라 닥터야."


또 골치아픈 현장에 끌려나온 닥터가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오오...의외로 정상적인 심사위원단이 나와서 저 놀랐습니다! 

사령관님이라면 램파드나 알바트로스 대장을 심사위원이랍시고 

데려왔을거라 예상했는데요. 제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스프리건의 말에 사령관이 안쓰럽다는듯이 그녀를 측은하게 바라봤다.


"스프리건...AGS는 음식을 먹질 못해. 토모나 드라코도 알고있는 기본상식을

오르카 호의 유일한 리포터인 네가 모르다니...충격이야."


"갑자기 바보취급 하고 뭡니까 사령관님?! 저 지금 기분이 좀 나빠졌는데요?!"


하지만 스프리건의 클레임은 조리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이제 심사를 시작할 때가 온거 같군. 스프리건, 난 네가 그렇게 어려움을 가진 아이인 줄은 정말로 몰랐어. 

나중에 알렉산드라의 특별교실에 등록해줄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힘내? 알겠지?"


사령관이 힘내라는 듯 스프리건의 어깨를 탁탁 두들겨 준 다음 

그를 부르는 스프리건의 험악한 목소리를 무시하며 심사위원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60분간의 조리 시간이 끝나고, 첫 번째로 음식을 내놓은건 하우스키퍼 콘스탄챠였다.


"이건...커리군요."


발키리가 먹음직스러운 황갈빛으로 번들거리는 커리를 한 숟가락 뜨면서 중얼거렸다. 


"여러모로 가장 무난한 음식이지. 그럼 어디 한입 맛보도록 할까."


심사위원 일동은 카레 한 숟갈을 입에 넣은 다음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맛있네."


사령관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짧게 평을 내렸다.


"저기...그게 다인가요? 요리 대회라길래 전 풍부한 리액션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콘스탄챠...너무 무난하고 평범한 맛이라서 진짜 뭐라고 할 말이 없어."


미호의 코멘트에 심사위원 일동이 동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콘스탄챠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자리로 돌아갔고 

10점을 준 발키리를 제외한 나머지 일동은 일제히 7점이란 점수를 공개했다. 






콘스탄챠 다음으로 심사위원석 앞에 선 것은 포티아였다. 그녀는 다리를 베베 꼬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고등어 구이를 시식하고 있는 심사위원들의 눈치를 봤다. 

심사위원들은 한참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고 마침내 사령관이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포티아. 정말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사령관의 부드러운 칭찬에 포티아의 얼굴에서 화색이 돌았다.


"헤헤헤 감사합니다. 그래서 맛은 어떠셨는지..."


"포티아. 넌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


"저기 사령관님...그러니까 맛은 어떠셨나요?"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는 너의 열정은 눈부시게 아름다워."


"그러니까 음식 맛이 어떠셨나고요~!!!"


포티아의 절규에 사령관은 5점이란 팻말을 들었고 미호와 닥터는 4점을 줬다. 

마음씨 고운 발키리는 차마 낮은 점수를 주지 못하고 다시 한 번 10점을 줬다. 







마스터 셰프 편을 내일 내로 끝낼 예정인데 끝낼 수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읽기 편하게 단락을 계속 조절하고 있지만 아직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아무튼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