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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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게 사람이 버틸수 있는 온도가 맞는걸까?? 이대로가다간 시작하기도 전에 잘 구운 웰던 사령관이 될것만 같았지만, 이 지독한 몸뚱아리는 파괴와 재생을 반복해가며 내가 죽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캡슐 너머로 초록빛 물결이 아른거리고, 조만간 그녀들과의 만남이 있을 장소에 도착할 거란 사실을 어렴풋이 직감할 수 있었다.

'여기는 안된다'

이대로 도착한다면, 또다시 콘스탄챠와의 재회가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이전과 다를게 없는 일이 발생할건 안봐도 뻔한 일,
되든 안되든 도박수를 걸어야 할 시간이다.

내 몸을 구속하고 있던 안전장치를 풀고, 캡슐내부에 있는 알수없는 버튼들을 눌렀지만, 계속되는 경고메세지와 함께 버튼은 먹통이었다.

"씨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라곤 했지만, 이건 그런 레벨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경로를 뒤틀어버릴 방법, 그건 바로 이 강화유리를 깨버리는 것이다.

인간의 완력으로 그런게 가능할리는 없겠지만, 다행인건 지금의 나는 인간이라 할만한 상태가 아니었단 사실이다.

지체없이 강철로 된 머리로 유리창에 박기 시작했고, 잠시 뒤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작은 균열은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창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고막을 찢을듯한 바람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압력에 결국 기절해버렸고, 이후의 일은 날 깨우는 목소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님....이신가요???"


경계하는 듯하면서도 기대에 잔뜩 찬 소녀의 목소리는 내가 익히 알고있던 아이였다.

"리리스????"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시는거죠????그보다 상처가 심하신데 괜찮으세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깨어난 나는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반창고를 보며 진심으로 안심했다.

'해냈다......'

속으로 쾌제를 부르며 앞에 있던 리리스를 끌어안자, 그녀는 당황하며 날 밀치더니 얼굴을 붉혔다.


"저....저저저....인간님을 좋아하는건....맞지만....이건....너무 빠른듯...해요.......근데 인간님이 맞으신건가요???좀처럼 믿기지가 않아서"

"맞아"


리리스는 다시 한번 내 목소리를 듣자 입이 귀에 걸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리리스는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언젠가 인간님께서 저의 주인님이 되어주러 오실거란걸 믿어의심치않았죠.
이제 더는...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주인님, 앞으론 제가 보필할테니 아무 걱정안하셔도 된답니다??"

"리리스라면 걱정없지, 근데 슬슬 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싶은데...."


"아, 치료라면 걱정마세요. 제가 약초를 캐올테니"

"아니, 그런거 말고 혹시...제대로 된 의료시설은 없니??"

처음 본 상황에서 오르카호로 안내하라 하면 당연히 의심을 할게 뻔하다 판단해, 넌지시 그녀에게 물었지만 리리스는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반창고 같은것도 있는거 보면, 제대로 된 시설이 있는거같은데....."


"이...이이건 제가 돌아다니며 주운거에요!! 주인님, 혹시나해서 하는 말이지만, 이 지구 상엔 저와 주인님 외엔 철충말고 남아있는 존재가 없답니다"


리리스는 작정한 듯 귀에 꽂고 있던 무선 이어폰까지 빼내어 발로 박살을 내버렸다.

"주인님, 그래도 걱정마세요. 저희 둘이서 인류도 재건하고....오손도손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드릴테니까, 우후후.....후후...."

그녀와의 첫만남은 시작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