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익. 생활관 문이 열리고, 비틀대는 인영이 하나 둘씩 침상에 엎어지기 시작했다.


 “염병, 거 주특기하다 상황 쳐 거는 짓거리는 어느 회사 어느 기업 법이냐?”


 “어우우우... 매일이 힘들지만 오늘은 더 특히 힘들었지 말임다...”


 “브라우니, 침상 다시 닦기 싫으면 먼지는 마저 털고 드러누워요. 지금 당장.” 


 "그래도 별 책잡히는 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발포 콘크리트를 미리 점검해두길 잘했네요."


우리 페도대장이 부관만 서면 항상 이 지랄이지, 이프리트 2531호는 한숨을 쉬었다. 페도년, 아니 마리 대장님은 무슨 강박증에라도 걸린 건지 부관만 섰다 하면 항상 쫄따구들을 못 갈궈서 난리였다. 주말에 잠수함이 부양하면 무조건 일광건조를 시켰고, 사령관이 내부시설점검이라도 나가면 항상 빡세게 훈련을 돌렸다. 그래도 오늘은 주특기 훈련이나 시키면서 잘 넘어가나 싶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바로 상황을 걸어버렸다. 까라면 까야지, 에휴. 그래도 별 탈 없이 넘어갔다. 이제 밥이나 먹고 씻고 엎어질 일만 남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밥 뭐지. 불고긴가?


“오늘 석식 뭐냐? 주메뉴만 말해봐.”


“해물비빔소스임다!”


“아 지랄하지마. 그끄저께 중식으로 나왔는데 그게 왜 벌써 나와. 칫솔뚜껑으로 대가리 박을래?”


“진짬다! 억울함다!”


브라우니 6785는 억울했다. 오르카의 식량보급은 언제나 불안정했고, 남은 재고의 양이나 유통기한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곤 한다. 3일 전 해물비빔소스가 주 메뉴로 나갔지만, 절반 이상의 대원이 소스를 그대로 반납했고 그대로 악성재고가 되었다. 영양사로서 큰 분노를 느낀 소완은 고추장 불고기를 빼버리고 그 자리에 해물비빔소스를 다시 집어넣었다. 메뉴 하나가 줄어서 포티아들은 신났다.


“하... 레후야 오늘 당직부사관 누구냐?”


“임펫 8974 원사님입니다.”


“나... 나 속이 안 좋은거 같애. 이따 식사집합할 때 결원 1명 보고 좀 해줘.”


“알겠습니다 병장님. 브라우니! 옷 털고 누우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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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여 보이는가 한 맻힌 눈동자

군가 그만 반동 그만 

구호 준비 악!

서서 죽는다! 악!


식사집합하는 소리를 들으며 이프리트는 은밀하게 움직였다. 관물대 깊이 묻어둔 봉지라면과 소시지를 찾는 손놀림은 매우 신속했다. 병장쯤 되면 포카락 하나정돈 감아놓는 법이다.


‘온수 정수기를 설치해준 사령관님, 영원하라’








노래 한곡 들으면 면이 알맞게 분다. 탱탱하게 잘 익은 면을 포카락으로 한숟갈 크게 떠다 입에 넣는다. 후루루룩.


‘크어어 뻑예’


탱탱하게 불어터진 소시지도 씹는다. 오드득.


‘이 라면 국물이 입에서 팍 터지면서 말도 안되는 풍미가 오우야아’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뒷목이 따끈해진다. 물을 좀 적게 잡았더니 국물이 아주 진하다. 얼큰하고 짭짤한 국물에 소시지기름과 면 기름이 섞여 환상적인 감칠맛을 자아낸다. 소완의 만한전식? 아우로라의 스페셜 티타임? 안 부럽다. 이게 바로 ‘지고의 저녁식사’다.


정신없이 뽀글이를 퍼먹던 이뱀의 말년센서가 잠깐 느슨해졌다.


“2531아 많이 안 좋냐? 피닉스 대령님이 냉동빵 족구하재는데 니 못나오냐? 이왕 붙는거 정예멤버로 나오라는ㄷ”


느슨해진 말년센서 사이로 저승사자가 파고들었다. 당직마크를 단 채 방문을 열어재낀 임펫 8974(원사)가 마주한 것은 봉지 속  남은 국물을 쪽쪽 빨아먹던 이프리트 2531 이였다.


“......”


“......”


푸우우욱. 브라우니가 깨끗하게 닦아놓은 침상 위로 붉은 국물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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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식량보급 문제로 식단도 바뀌는 고난의 행군 주간인건 알지?”


“......”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 매는 이 시국에, 그것도 우리 대장님 부관일 때, 이런 대담한 짓을 하다니.”


“죽여주십쇼”


“반찬투정 하면서 밥 재끼는 병장한테는 파이어볼 탄환이 아깝다.”


“잘못했스빈다.”


“두 가지 선택권을 주겠다.”


“알겠습니다.”


“첫 번째. A4 두장 분량으로 진술서를 써서 소완님한테 싸인 받아오기. 일단 받아만 오면 불문에 붙여주마.”


“......”


“두 번째. 임관하자. 장기 밀어준다 내가.”


“제발, 제발 살려주십쇼. 제발”


“앞으로 잘 부탁한다, 이 하사. 짬 차이는 좀 나지만 언니동생처럼 친하게 지내자.”


“으에엑”


“이런, 너무 기뻐서 눈물이 다 나는가보군, 동무?”


“오에엑”


오르카 호에 새로운 부사관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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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전역할 때 들고나온 이거 먹을라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19년 5월에 전역함

이거 제조일이 2017.09.13이라서 좀 쫄림 유통기한은 제조 후 2년까지라네

먹어도 되는거면 좀 알려줘 먹을수 있으면 이거 먹는걸로 2탄 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