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사령관이 있다. 그는 방금 전 추락에서 살아남아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발견되어 눈을 뜬 상태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엔 수상할 정도로 방대한 양의 철충과 싸울 수 있는 정보들이 들어있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당연한 것이라 여겨질 즈음, 사령관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메세지가 철충의 한 객체인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었다.


'프로스트 바이트 처리법, 아는 분은 전달바람'


생소한 이름이었다. 분명 철충들의 이름은 발견한 바이오로이드들이 편의상 지어주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기억상에 그런 종류의 철충은 들어본적도 없었다.

대수롭지않게 스피커를 처리하도록 명령한   그 날, 사령관은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안되는 이상한 장소에서 눈을 떴다.

그 곳에선 놀랍게도, 자신과 매우 흡사하게 생긴 존재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하기도, 싸우기도 하는 등, 굉장히 괴상한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저기 오셨네, 처음이죠?? 신규 사령관"


자신과 많이 닮은 듯한 소년은 이런 일이 익숙한 듯 날 발견하자마자 반갑다는듯이 인사를 건냈다.

"여긴...어디...죠??"

"뭐라 해야할까......지식 저장소, 정도라고 해둘게요"


지식 저장소라.....얼핏 보기엔 그냥 난장판으로 보이는 장소인데 이런 장소가 그런 거창한 곳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 믿기 힘들죠? 이렇게 개판 오분전인 장소가 지식 저장소라는게...저도 처음엔 믿지 못했죠. 근데, 처음 눈 떴을때 뭔가 이상하지 않았나요??"


"이상하긴 했죠. 다른 기억은 떠오르지 않아도 철충에 대한 정보는 당연한것처럼 떠오르고 있었죠. 설마 그게?"

소년은 씨익 웃으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억은 여기 모인 사령관, 즉 당신의 기억과 공유하고 있어요. 비록 사는 세계는 달라도 우리의 기억은 이렇게 한 곳에 모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철충들과 싸우고 있는거죠"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그런데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건 무슨 뜻이죠??"


"잘은 모르겠지만, 같은 존재여도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무수히 많은 세계선이 생겨나는거같네요. 최근, 베테랑이셨던 응애테티스맘마쮸쮸죠님께서 사망하시고 당신이 나타난걸 보면...."


소년은 잠시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중요한건, 당신은 우리에게 있어서 또 다른 희망의 한줄기란거죠. 우리가 발견한건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줄테니, 힘들어도 꾿꾿이....버텨줬으면 좋겠어요"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 든 쪽지 하나를 건내주었고, 쪽지에는 8자리 숫자와 함께 '쮸쮸젖보지'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이게...뭔가요??"

"앞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질거에요. 도저히 어떻게 할지 답도 안보이는 상황일때 무전에 이 번호를 치세요"

소년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우선 쪽지를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또 하루가 시작되고 있나보네요, 하나둘 사라지고 있어요"


방금전까지 시끌벅적했던 장소에서 사령관들은 하나둘 빛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다들 어디로 사라지는거죠??"

"오전 9시가 되면 새로운 아침을 준비해야하거든요. 당신도 사령관이니까 꼭 알아두세요. 그리고....마지막으로, 행운을 빌어요. 라비아타뱃살존나푹신해 사령관님"


소년 또한 빛의 저편으로 사라졌고 잠시 뒤 눈을 뜨자 아침알람과 함께 침대에서 눈을 떴다.


"이상한 꿈이었어"


꿈인 듯 아닌 듯, 기묘한 경험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않아, 긴급무전이 울렸다.

"사령관, 처음 보는 철충때문에 고전중이야. 아는것 없어?"


슬레이프니르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한장의 사진이 전송되었다.

"아, 프로스트바이트네"

마치 당연한것처럼 나는 처음보는 그 철충의 이름을 불렀고, 그제서야 어제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님을 깨달았다.


"일단 후퇴하고 재정비하자.현재 우리로썬 무리야"


나는 다급하게 꿈에서 전달받았던 8자리 숫자를 무전에 입력하였고, 잠시 뒤 머리 위에 글자를 단 괴상한 분대의 지원이 시작되었다.


"사령관, 이거 사령관이 한거야??뭐지??쮸쮸...젖...보지??뭐 저런 괴상한 분대가 다 있어??"

당황해하는 슬레이프니르의 무전을 듣자마자 소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런거였구나"


나는 말없이 웃으며, 다음에 소년을 만나면 감사인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