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3192812


 이걸로 된 것입니다. 수많은 물밑작업들을 해두었지만, 가장 미루고 또 미루던 일을 끝마치고 나니 가슴 한켠이 너무 쓰라리지만 또 후련한 기분도 듭니다. 



"오늘은 괜히, 날이 좋네요."



 마지막으로 남은 폐하께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 그것만 끝내고 나면 부관으로 맡아두었던 모든 일들은 마무리됩니다. 오르카 호의 참모라는 직함을 내려두고, 단순한 바이오로이드 '아르망 추기경'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기왕이면, 울적하고 습한 날이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이대로라면, 앞으로 몇 일은 더 화창하겠네요."



 몇 번이고 새로운 정보를 더해가면서 도출해낸 결론은, 

ㅣ아르망 개체의 완전 파괴와 그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ㅣ 이었습니다. 



"저는 분명 올바른 일을 하고 있을 텐데요. 제 얕은 재능을 충실히 따르고 있을 텐데요."



 무엇이든 봐버리는 덕택에, 순수하게 기뻐하지도 못하며 참상에는 두 배로 슬퍼하게 하던 이 저주받은 재능을 유일하게 쓸모 있다고 느끼는 일이었을 텐데요. 어째서일까요, 이번 만큼은 제 계산이 잘못 되었으면 하는 기분이 자꾸 기어 올라와서. 



"이런 제 자신이 역겨워요, 폐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솔직하게 곁에 남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제 계산의 우선사항은 '인간' 이었을까요, '폐하' 였을까요. 아무리 자가진단을 반복해도 그것만큼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무릅쓰고 소중한 동료들과 세상을 지켜준 당신께 얼굴을 보일 면목이 없습니다. 저는 무엇을 위해 지난날의 결정들을 내려왔는 지도 모르니까요. 어쩌면 그저 폐하의 곁에 남아서. 오르카의 아이들과 함께 오순도순 사는 건 어땠을까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어요."



 친애하고 증오하는 이 두 눈에는 자꾸만, 올바른 답이 비칩니다. 조금의 반박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답안과 완벽한 미래. 기계 된 몸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과 한점의 오류도 없는 완벽한 결론. 



"조금의 희생도 허용하지 않는 당신의 비효율과는 닮은 구석이 단 하나도 없어."



 만약 당신이 곁에 있었고, 내가 당신에게 내 계획을 말 했더라면. 당신은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제 계획을 기각하고 제 의사 따위는 접어둔 채 머리를 모아서 방법을 강구했겠지요.



"하지만, 언젠가 꼭 다시 만나요 우리."




 ...




"아르망이라는 개체가 다시금 비효율의 극치가 되어서, 모두의 관심이 식어버리고 나면."




 ...




"당신을 닮은 눈동자를 하고서. 꼭 다시."




 ...


"높은 곳은 생각보다 춥네요."


"제 눈에는 완벽하게, 고장나버린 제가 보이는데. 이번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부디, 조각난 제 모습을 보고 너무 충격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이 점만은 어쩔 수 없네요."





 ...






"꼭. 다시 만나요 폐하. 아직 제가 보지 못한 미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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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보낸 청부살인닌자를 피해 투신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