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사령관은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어.


 ‘음!’ ‘음!’ ‘음!’ 누군가가 내는 이 소리는 어둠속에서 사령관을 서서히 조여 오고 있었지. 아무리 그 소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뛰어 봐도 전혀 멀어지지 않았고 그 소리는 오히려 사령관과의 거리를 좁혀 오기 시작했지. ‘음! 각하, 어딜 가십니까?’, ‘음! 각하, 지금이라면 하루정도로 봐드리겠습니다!’, ‘음! 각하...섹스...음!’ 과 같이 알 수 없는 소리를 피해 사령관은 몸을 웅크렸어. 얼마나 지났을까? 사방이 조용해 진거 같아 사령관을 고개를 들었지. 하지만,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땐 ‘음! 음! 음!’ 전의로 불타는 마리들이 잔뜩 서있었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면서 사령관은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 잠에서 깬 사령관은 한참을 두려움에 떨다 겨우 진정한 뒤 시계를 봤어. 새벽 3시 반, 평상시라면 깨있지 않을 시간대는 어슴푸레하면서 어딘가 모험심을 자극하는 신비한 구석이 있었지. 사령관은 옆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는 경호담당인 하치코 (나중에 리리스한테 혼났대. 벌로 미트파이 1주일 금지 처분을 받았다나봐.) 몰래 침대를 스르륵 빠져나와서 문을 살짝 열고 방을 나섰어. 

 

전에도 한번 봤었지만, 밤의 오르카호는 밝을 때와는 느낌이 천지차이였어. 복도의 비상등만달랑 켜져 들려오는 중후한 진동음은 꼬마 사령관에게 겁을 주면서도, 동시에 모험을 자극시키는 기묘한 소리였지. 전에도 한번 해봤으니 이번에도 별일 없겠지 하며 사령관은 복도의 벽에 손을 짚고 천천히 한발 한발 나아가기 시작했어. 타박 타박 거대한 잠수함의 안에 작디작은 한 인간의 발소리는 나앤의 가슴만큼 존재감이 없었지.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던 사령관은 ‘당직실’이라 적힌 한 문 앞에 당도했어. 어떤 곳일까 호기심이 앞선 사령관은 천천히 문을 열었지. 

 

문을 열면서 새어나오는 빛에 사령관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으로 눈을 가렸어. 잠시 후 어느정도 적응이 되자 사령관은 비로소 눈을 완전히 떴어. 눈을 떠보니 그곳엔 오르카호 곳곳의 보안카메라 가 보이는 모니터가 빼곡이 있고, 그 앞에 브라우니가 앉아 따분하다는 듯이 그걸 쳐다보고 있었지. 그 오른쪽엔 책상이 있었고, ‘당직사관 - A-1블러디팬서’ 라 적힌 명패가 있었지. 그리고 ‘커어어어엉ㅇㅇㅇ....’ 엄청난 소리와 함께 까딱하면 뒤로 넘어갈거 같은 위태위태한 자세로 블러디팬서가 자고 있었어. 평소에 봤을땐 굉장히 듬직하고 무서운 누나였는데 이런면도 있구나라 생각하며 사령관은 살금살금 가던길을 가려했지.

 

 그때 무슨일인지 문이 조금 더 열리고 열리는 와중에 끼이이익 하는 소리가 났어. 브라우니는 문쪽을 쳐다보고 아연실색해 큰소리로 경례를 할뻔 했는데, 사령관이 팔로 가위표를 만들고 열심히 고개를 저어 겨우 막을 수 있었지. 브라우니는 한손으로 사령관에게 손짓을 하기 시작했어. 아무래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나봐. 사령관은 슬슬 졸려서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브라우니가 반댓손에 들고있는 허니버터칩을 보고 홀린 듯이 그녀의 옆으로 갔어. 브라우니는 사령관을 잽싸게 안아 자신의 무릎위에 앉혔어. ‘헤헤, 역시 꼬마사령관님은 과자에 약하시지 말입니다.’ 그녀는 싱글싱글 웃으며 봉지를 열어 사령관에게 건네주었어. 깨작깨작 과자를 먹는 사령관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사령관의 얼굴에 자기얼굴을 맞대고 비비기도 하면서 그녀는 평생 느낄 수 없었던 호사를 누리고 있었지. 살면서 몇 번 보지도 못한 사령관을 당직 짬 맞은 날에 볼 줄 누가 알았겠어? 그녀는 자신에게 짬 때린 이뱀 에게 고마움까지 느끼게 되었지. 

 

얼마나 지났을까. 잊고 있었던 책상 쪽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코고는 소리가 멎었어. ‘우음... 부관아..지금 몇시냐...’하며 블러디팬서는 자세를 고쳐 앉고 하품을 했어. 그러다 부관인 브라우니가 누군가를 안아들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지. ‘부관아 지금 니 무릎위에 앉은거 누구냐?’ ‘아, 사령관님이시지 말입니다.’ 이 대답을 듣고 블러디팬서는 순간 많은걸 생각했어. 브라우니의 단순함은 소문보다 훨씬 굉장했고, 이 단순함은 일어난지 얼마 안돼 빠르지 못한 그녀의 생각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지. 

 

자리에서 일어나 브라우니의 옆에 가보니 꼬마 사령관이 과자를 깨작깨작 먹고 있는게 보였어. 그녀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볼을 살짝 꼬집었어. ‘이렇게 밤늦게 군것질하시면 콘스탄챠한테 혼날지도 모르지 말임다. 뭐, 사령관님은 조금 더 살이 쪄도 괜찮을거 같긴한데 말임다.’ 그녀는 물티슈를 한 장 빼 그의 입주위의 부스러기를 한번 닦아주고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어. 과자를 다 먹은 사령관은 다시 졸리기 시작했는지 하품을 크게 한번하고 눈을 비볐어. ‘슬슬 졸리십니까? 데려다 드리지 말임다.’ 블러디팬서는 사령관을 한팔로 번쩍 안아올렸어. 그리곤 볼에 뽀뽀를 찐하게 한번 했지. 사령관도 그녀의 볼에 한번 뽀뽀하고 그대로 잠에 빠졌어. 새근새근 잠이 든 그를 브라우니와 블러디팬서는 한참이고 바라보다가 무언가에 홀린듯 사진을 왕창 찍었어. 이 사진들은 장당 3참치에 팔았는데 누군지 모르는 익명의 사용자가 300참치나 썼대. 


어휴 무서워라. 



분명히 시작은 세시쯤에 했는데 시간 살살녹았네 개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