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침권이 복사가 된다고???????"


  두번째 인간, 부사령관의 업무는 오전중으로 끝낼수 있다. 점심식사때 쯤이면 모든 업무가 끝나는 부사령관의 오후 일과는 사령관을 놀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ㅋㅋ햇츙"


   부사령관은 점심을 먹는 내내 사령관의 옆에서 깐족대며 그를 약올렸다. 하지만 사령관도 그의 장난이 싫지는 않은듯 멋쩍게 웃어넘겼다. 둘 남은 마지막 인류라는 무게는 사령관이 부사령관을 견제하는 태도의 양상을 띄게 되었지만 그것만을 제외하면 부사령관은 사령관의 마지막 남은 '친구'로서 손색이 없었다.


  지휘관들이 바쁜 와중에 사령관과 함께 점심식사를 할 사람은 부사령관 밖엔 없었다. 다른 바이오로이드 들은 점심식사를 하며 추파를 던져대거나 그를 대놓고 유혹하려하기 때문에 사령관은 점심식사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친구가 필요했다.


  "최근에 요안나 아일랜드에 가봤나?"

"...안가본지 꽤 됐지"

"갔다와"

"선넘네"


  이따금씩 사령관은 부사령관을 골탕먹이기 위해 이런저런 업무를 넘겨주곤 한다. 이번 요안나 아일랜드 출장건이 그러했다.


  "나대신좀 갔다오란말이야"

"싫러요! 안대요!"


  흐느적대며 능청스럽게 몸을 배배꼬는 부사령관과 그를 아니꼽다는듯 눈치주는 사령관의 모습은 서로 업무를 미루려는 직장동료 내지는 집안일을 서로 떠넘기는 형제의 모습이었다.


  "애시당초 오르카호를 요안나 아일랜드에 잠시 정박시키면 될일이잖아? 가끔은 다른 애들도 바깥공기도 쐬게 하고"

"...다음 회의때 그렇게 이야기 해봐야겠네"

"왜, 애들이 반대하나?"


  소완이 만들어준 특제 점심을 다 먹은 사령관은 뒷정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날 참이었다.


  "여기 있었군 그대여, 찾고있었다."

"아...아스널?"

"자, 가자 그대여. 할일이 산더미다. 잡다한 일과는 오늘 15시 까지 끝내놓는 것이다."


  뒷덜미를 잡아 끌린채로 사라지는 사령관은 무언의 눈빛으로 부사령관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방금전에 요안나 아일랜드 이야기를 들먹이며 자신을 꼴받게 했던 사령관을 그가 도와줄리가 없었다.


  "ㅋㅋ햇츙"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브라우니들은 좀처럼 사령관을 독대할일이 없었다. 사령관이 스틸라인 숙소를 돌아다닐때는 정기적인 방문일이었는데 이는 브라우니들도 차라리 그쪽이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사령관이 방문할 예정이라며 숙소 곳곳을 치약으로 왁싱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소름이 끼쳤다.


  "앗!, 부사령관님! 안녕하십니까!"

"ㅇㅇ"


  사령관이 신나게 아스널에게 사무실 섹스를 즐기고 있을때쯤 부사령관은 오르카호 내부를 서성거리다 스탈라인의 숙소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


"마리대장은?"

"마리대장님은 지금 서류업무중이십니다!"

"ㅇㅇ...근데 오늘 저녁 뭐냐?"

"옛!...오늘 저녁은...어...그..."

"정신차려!"

"죄...죄송함다!"


  브라우니는 부사령관의 모습에서 말년병장의 모습을 보았다. 낮선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이프리트의 향기


  얼핏 보면 오후엔 아무것도 안하는 부사령관이었지만 아무도 그를 함부로 대할순 없었다. 그는 보급계원 안드바리와 함께 오르카호의 보급체계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령관이 굳이 그에게 보급체계업무를 맡긴것은 명목상의 부사령관뿐만이 아닌 바이오로이드 개개인에게서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부사령관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보급 업무에 관해선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보급체계를 쥐락펴락 하고있는 사람은 오르카호에서 사령관과 부사령관 뿐이란 뜻이었다.


  "부사령관님, 여기 계셨군요"

"ㅇㅇ, 산책중"


레드후드가 그를 찾아오고 자그마한 태블릿을 내밀었다.


"다음달 필요 보급품 목록입니다"

"에엑, 나 지금 바쁜거 안보여?"

"괜히 저희 대원들 못살게 구는것 말씀이십니까?"

"그거 니가 말하니까 되게 이상하다?"


  눈치 없이 피식웃던 브라우니가 레드후드의 눈빛에 움찔거리며 움츠려든다. 이내 경계를 올리고 허겁지겁 도망친 브라우니는 내일 취사지원을 하게된건 조금 뒷이야기다.


  "그리고, 조금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왜이리 바라는게 많어?"

"이프리트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곧 장비점검 시간인데 그게하기 싫어서 어디론가 짱박혀버린것 같습니다"

"음, 오르카호 탈출선 25사로 찾아봐, 거기에 있을꺼야"

"...어떻게 확신하시는 겁니까?"

"내가 거기서 짱박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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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후드에게 끌려가는 이프리트를 보며 저물어가는 오후는 변함없는 SSDD였다. 저녁식사를 조금 일찍 끝낸 사령관은 식당에서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


"오늘 주인께서 드실 음식들입니다."

"먹어봐도 됨?"

"아니되옵니다"

"호에엥"


  장어구이, 복분자주, 스테이크, 버터굴구이...정력에 좋다는 음식을 죄다 때려박았다.


"...사령관놈 이거 다 먹고도 살이 안찐단 말이야?"

"주인께선 숫말 같은 정력을 가지고 계시니 말이옵니다"

"근데 오늘 동침 아스널이잖아"


  소완의 눈빛이 날카로워지자 부사령관은 딴청을 피우며 다시 태블릿으로 눈을 돌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심야, 주말저녁은 저녁이 꽤 길다. 간신히 아스널에게서 빠져나온 사령관은 부사령관이 있을 아우로라의 바로 갔다.


"???이걸 빠져나오네, 어케 했노"

"진심 피스톤으로, 기절시키고 빠져나왔어, 좀있으면 다시 가야해..."

"ㅋ"


아우로라가 내어준 안주거리들을 씹으며 맥주를 홀짝이던 부사령관은 둘러보고있던 서류들을 덮어두고 사령관에게 자신과 같은것을 내주도록 아우로라에게 주문했다.


"곧 아스널이 깰꺼야"

"알아, 그래서 곧 갈꺼야"

"말은 싫다지만 몸은 정직하구나 사령관"

"제발 닥쳐..."

"동침권이 복사가 된다고??????"


  몇십분쯤 지났을까, 아스널이 앨리스와 샬럿을 데리고 나타났다. 앨리스...샬럿...오르카호 둘째가라면 서러운 착정의 화신들이 셋이나 모였다.


"아...아스널?...이게 무슨..."

"고민했다 그대여, 나에게서 도망친 이유를 말이다. 평소와는 다른 플레이가 하고싶었다면 말을 하지 그랬나"

"폐하...이 샬럿에게 전부 맡겨주세요"

"주인님의 모든 성욕을 저에게 맡겨주세요"

"긁어 부스럼을 냈구나, 사령관..."


그는 사령관이 미처 비우지 못한 맥주잔을 허공에 건배하며 목을 축였다.


아스널과 앨리스, 샬럿은 사령관과 함께 주말 내내 비밀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브라우니들은 실시간으로 송출 되는 영상을 보며 한껏 들떴고 부사령관은 자신이 부사령관이라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며 주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