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이걸로 세팅 준비는 다 끝냈어요. 그보다 의외네요. VR 하나쯤은 가지고 계실줄 알았거든요.”

 VR존에서 마츠시타가 앉은 장비의 조정을 다 끝낸 사치스케의 말이었다.

 “난 사회부 기자지, IT 기자가 아니라고. 이런 최신 기기에는 관심도 없고 그렇다고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살 정도로 싼 기기도 아니잖아.”

 “그래도 요즘은 다들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걸요. 요즘은 인터넷 커뮤니티보다는 VR 커뮤니티가 대세에요. 중요 정보들도 오가고 있다고요. 기자라면 필수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랬을지도. 기기가 10만엔 정도만 했다면. 그 수십, 수백배나 되는 가격에 돈을 쓸 정도로 마츠시타는 여유롭지 않았다. 다행히 이런 업소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나도 VR 해보고 싶은데.”

 사치스케의 뒤에서 토모는 부럽다는 듯이 마츠시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츠시타만 VR로 들어가려는 이유는 단순했다. 돈 문제 때문이었다. VR은 공짜가 아니었다. 수백만엔이 넘는 고가의 전문가용 VR 장비가 이곳에 있는 것은 자선사업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모든 것은 수익사업이었다. 기기값을 뽑으려면 그만큼 비싼 돈을 받고 장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단순히 토모에게 즐기게 해준다는 이유로 가볍게 들어가게 할 정도로 싼 가격이 아니었다. 토모는 사치스케 옆에서 뭐라도 먹고 있으면 되겠지. 그런 생각이었다.

 “뭐 기회가 있겠죠.”

 아마도. 사치스케는 토모를 위로하며 말하고는 고글을 마츠시타에게 건네주었다.

 “이제 저기 앉아서 이 고글을 쓰면 VR에 들어갈 수 있어요. 들어갔다 나와서 하나 사야겠다고 말하시기 없기임다?”

 “절대로 없을 거야.”

 마츠시타가 그렇게 말하며 사치스케가 든 고글을 잡으려 할 때였다.

 “인터체인지!”

 토모가 갑자기 둘 사이에 끼어들더니 사치스케가 들고 있는 고글을 빼앗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마츠시타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고글을 쓰고 자리에 누웠다.

 “다이스 인!”

 의미없는 외침은 덤이었다.

 “아... 저거 강제로 벗기면 어떻게 되는 거야? 뇌가 타는 거 맞지?”

 “설마요. 그런 상품을 팔겠어요? 그냥 꿈을 꾸다가 잠에서 바로 깬 그 기분만 겪을 뿐이에요. 말했잖아요. VR은 일종의 꿈같은 거라고요. 다만 진짜로 수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감을 가지고 가상 세계를 들어가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거죠. 그걸 끊는다는 건 그냥 기분만 나쁠 뿐이에요.”

 기분이 나쁘다라. 마츠시타는 토모가 쓴 고글을 만졌다. 손만 쥔다면 바로 벗길 수 있었다. 하지만.

 “헤헤.”

 기분 나쁠 정도로 기분 좋게 웃고 있는 토모의 입을 보고서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무엇이 그리도 좋은 것이었을까. 마츠시타는 토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치스케. 미안한데 하나 더 준비해줘.”


 “이걸로 다 끝났어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이걸 쓰고 자리에 누우면 될 검다.”

 사치스케는 마츠시타에게 고글을 건네주었다. 그걸 받은 마츠시타는 자리에 앉아 고글을 쓸 준비를 했다.

 “아, 그리고 세팅은 토모에게 맞춰놨슴다. 마츠시타씨의 설정은 토모양이 이미 가져가서 대신으로 한 검다. 아마 신기한 경험일 거에요.”

 사치스케는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토모로 맞춰놨다라. 그냥 아이디만 토모로 나오는 수준이겠지. 마츠시타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글을 썼다.

 -다이브 개시 3초전

 거대한 글자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먼 옛날 달에 포탄이 박히는 것을 보며 사람들이 놀랐던 것처럼, 거대한 아이맥스 스크린을 본 사람들처럼, 1세대 VR을 처음 본 사람처럼 마츠시타는 시작부터 압도당했다.

 -2초전

 마츠시타는 침을 삼켰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1초전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 아무 소리도, 빛도 중력도 없는 우주 공간에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아니, 그런 느낌조차 느낄 수 없었다.

 -다이브

 시야가 펼쳐지며 소리들이 들려왔다. 바람이 느껴졌다. 그곳은 새로운 세상은 아니었다. 모든 느낌은 현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주변이 아무것도 없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었다. 마치 마츠시타의 통장과도 같은 곳이었다.

 -멋진 신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눈앞의 글자만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몇몇 위화감이 드는 것만을 제외한다면.

 마츠시타는 양손을 보았다. 그 순간 마츠시타는 위화감의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의 발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토모에게 맞춰놨슴다.’

 그제야 사치스케가 한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가상의 신체가 토모에게 맞춰져 있었던 것이었다. 이것의 거유의 느낌이란 말인가. 가슴에 거대한 무언가가 달려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란 말인가. 어째서 신은 불공평한 것인가. 아니, 이 경우에는 조금 달랐으려나.

 -마츠시타씨, 들어오셨나요?

 “깜짝이야.”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츠시타는 이어피스라도 있는 건가 귀를 만졌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평범한 온라인 채팅이에요. 마츠시타씨는 말로 하시면 저와 연결될 검다. 첫 VR의 느낌은 어떠신가요?

 “그냥 몸만 다른 것 빼고는 별반 다를 게 없어보이는데. 이거 컴퓨터 그래픽이야, 아니면 진짜야?”

 마츠시타는 자신의 손과 몸을 둘러보며 말했다. 마츠시타의 몸이 아니었지만 진짜같아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둘 다에요. 사람의 인식은 실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의 보정을 가하죠. 흔히 말하는 뇌내보정이에요. VR은 그걸 응용했죠. 최대한 실제와 유사한 것을 보여주지만 결국 뇌는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고 인식해요. 왜냐면 자신의 몸이 존재하니까요. 그런데 이건 그걸 반대로 비틀었어요. 자신의 몸의 존재를 인식에서 제외한 거죠. 현실을 인식에서 제외함으로 비현실을 현실이라 받아들이고 아무리 비현실적인 모습도 현실적으로 보게 만든 거에요.

 사치스케의 긴 설명을 마츠시타는 절반정도 알아들었다.

 “그거에 비하면 여기는 너무 썰렁한데. 몸에만 힘을 쓰고 배경은 사진으로 떼우는 그런 건 아니지?”

 -설마요. 그건 갓 시작해서 그렇습니다. 진짜는 이제부터에요. 그곳은 로컬이라 그렇고 지금 토모양이 있는 서버로 빔업하면 됨다.

 “빔업?”

 처음 듣는 말이었다. 일본어인가 영어인가. 아니면 스페인어? 뭐가 되었건 마츠시타는 모르는 단어였다.

 -아, 그건 말이죠. 스타트렉에서 유래된 단어인데 순...

 “오타쿠 이야기면 패스할게. 그거 해줘.”

 첨언하자면 스타트렉에서 대원들을 순간이동 시킬때 쓰는 때 영어로 빔 업이라는 말을 썼고 그것이 VR 커뮤니티에서 순간 이동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게 된 것이었다. 오타쿠 같다 한들 어떤가. 인터넷 커뮤니티는 다 그런 것이었다.

 -제가 해드리는게 아니라 마츠시타씨가 하는 검다. 메뉴를 여시고...

 사치스케의 긴 설명을 들은 마츠시타는 간신히 그것을 따라했고 최종적으로 확인 창이 떴다.

 -마츠시타 쥰 씨의 장소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드는 말이었지만 이 경우에는 마츠시타 쥰이라 쓰인 것이 토모고 토모라 쓰인 것이 마츠시타였다. 마츠시타는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시야가 줄어들며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확 펼쳐졌다. 먼 예전, 마츠시타의 부모세대의 부모세대가 보던 방송에서 장소를 이동하면 점프한 장면을 편집해서 점프했더니 다른 곳에 순간이동한 것처럼 보이는 연출과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오그라드는 연기만 빠졌을 뿐.

 “와.”

 그곳에 도착한 순간 마츠시타는 할 말을 잊었다. 현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 말을 취소하고 싶어졌다.

 거대한 세상은 그야말로 SF영화의 한장면처럼 펼쳐져 있었다. 과거, 미래하면 떠오르는 그 이상향이 이곳에 재현되어있었다. 하늘을 넘어 우주까지 마천루가 솟아올랐고 그 마천루는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거리의 위에는 거대한 홀로그램으로 된 고래가 헤엄히고 있었다. 그 고래의 곁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고래곁뿐만이 아니라 길을 거니는 사람들을 따라오며 재롱을 부리고 있었다.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장소가 이렇게 현실적으로 보일 리가 없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역시 다양했다. 어디서 본 듯한 만화 캐릭터들이 돌아다니는가 하면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싶을 정도로 평면 그림같이 생긴 사람들도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사람이 아닌 다른 것들 역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것이 가상현실의 세계였다.

 “마츠시타. 뭐하다 이렇게 늦은 거야!”

 토모가, 아니, 여기서는 마츠시타 쥰이라 해야 했을까. 여튼 편의상 토모라 부르는 것이 나을 바이오로이드가 편의상 마츠시타라 부르는 것이 나을 마츠시타를 불렀다. 마츠시타가 뒤를 돌아보자 낯익은 얼굴이 웃으며 서있었다. 바로 마츠시타 쥰 본인이었다.

 “마츠시타, 이거봐! 내가 키가 커! 게다가 서있는데 발도 보여! 신기해! 이게 빈유구나!”

 토모는 무엇이 좋다는지, 아니, 정말로 무엇이 좋다는 건지 마츠시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웃으면 저런 표정이 되는구나. 마츠시타는 그 어색한 위화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이거봐! 이게 다 공짜야!”

 토모는 대체 어느새 그렇게 돌아다닌 것일까 오른손에는 풍선을 들고 있었고 왼손에는 의미없는팝콘을 들고 있었다. 옷은 또 언제 갈아입었는지 대전란의 두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 공짜 아니에요. 전부 가상재화로 변환되어서 마츠시타씨의 카드에서 빠져나갈 거에요.

 “...”

 “공짜 아닌가봐. 헤헤.”

 마츠시타는 긴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토모가 즐기면 된 거겠지. 적당히 즐겨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나중에 다 상환 받을 거야.”

 마츠시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와, 마츠시타, 그거 알아? 마츠시타 모습일 때는 몰랐는데 내 얼굴로 그런 표정 지으니 엄청 귀여워보여.”

 “정말...”

 마츠시타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 표정도 귀여워 보이겠지. 현실의 내가 하면 안귀여워 보이겠지만.

 “그래서 사치스케. 그 전직 기획팀이라는 사람, 어디서 볼 수 있는 건데?”

 마츠시타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마츠시타와 토모(예정에는 없었지만)는 이곳에 놀러온 것이 아니었다. VR 커뮤니티에서 D 엔터테인먼트의 감춰진 진실을 이야기한다던 전직 기획팀 직원을 만나러 온 것이었다.

 -조금 기다려야 할 거 같아요. 원래는 다른 SNS를 통해 활동 정보를 말해주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요. 기왕 들어간 거 한번 즐겨보세요. 정말 좋은 곳이니까요.

 “글쎄. 이런데서 즐기는 건 취미가 아니라서.”

 마츠시타는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왁자지껄하고 소란스럽고 어지러운 곳이었다. 그리고 이런 곳에 온 마츠시타가 언제나 즐기는 것이 있었다.

 “아.”

 담배. 하지만 VR 세상에 담배가 있을 리가 없었다. 특히 토모의 주머니에는.

 “마츠시타, 저거봐! 저기 쿠노이치 제로야! 본인일까?”

 토모는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있는 한켠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 아바타를 쓰는 거겠지. 여기 있는 전원처럼. 우리처럼 현실의 얼굴인 사람이 더 적을걸? 다음에 오면 아바타를 쓰는 편이 더 눈에 덜 띌지도 모르겠네.”

 -다음 말임까?

 “그냥 한 말이야.”

 마츠시타는 사치스케의 말을 끊었다.

 “마츠시타, 그러고보니 아까 돌아다니면서 봤는데 담배도 팔더라.”

 “어디!”

 마츠시타는 토모의 어깨를 붙잡으며 외쳤다. 담배. 이곳은 가상현실이었다.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담배라면 법과는 상관없이 그 느낌을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째서 그 생각을 못한 것이었을까. 이곳에서 담배를 재현해서 판다면 떼돈을 버는 것은 당연했다.

 “저기 광장쪽에...”

 “당장 가자!”

 마츠시타는 뒤도 안돌아보고 토모가 말한 곳으로 달려갔다. 그녀의 말대로 광장의 노상중에 담배를 파는 곳이 있었다. 각 브랜드의 담배를 진열한 노상의 주인은 본인의 취향이 담긴 것인가, 낙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마 담배죠?”

 흥분한 탓이었을까, 마츠시타의 언어능력은 토모보다 떨어져 있었다.

 “개피당 100엔에 한 갑이면 1000엔이요.”

 마츠시타의 머리는 초고속으로 돌아간 끝에 이미 처음부터 결정된 답을 내놓았다.

 “한갑 주세요. 말보로로요. 레드.”

 “여기요. 감사합니다!”

 힘찬 주인장의 말과는 반대로 마츠시타는 조용히 담배 한개피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 모양. 정원에 가까운 원통형 담배. 이게 그리웠다. 필터가 입술에 눌려 살찍 찌그러지는 느낌. 이것이 담배였다. 궁상맞은 종이쪼가리를 만 것이 아니라.

 담배를 입에 물었으면 이제 불을 붙일 때였다. 마츠시타는 언제나 옆주머니에 라이터를 넣고 다녔고 담배를 입에 문 마츠시타는 반사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그곳에 라이터가 있을 턱이 없었다.

 “아, 라이터도 파나요?”

 마츠시타가 다시 가게 주인을 보며 묻자 그는 마츠시타를 보며 웃으며 대답했다.

 “처음이신가봐요? 이건 플러그인이에요.”

 “플러그... 인? 꼽는 거에요?”

 “아뇨, 그게 아니라 이걸 사면 자동으로 손님의 장치에서 기동되는 방식이라는 거에요. 불을 킬 때는 라이터를 쓰는게 아니라 이걸 쓰는 거에요.”

 낙타 주인장은 손가락을 퉁겼다. 그러자 검지의 끝에서 작은 불이 피어올랐다.

 “오.”

 그것을 본 마츠시타는 놀라운 얼굴을 지으며 주인장이 한 것을 따라했다. 정말로 검지에 불이 붙었다.

 “감사합니다. 담배 잘 피울게요!”

 마츠시타는 평생 수많은 담배를 피우면서도 한번도 하지 않은 말을 하며 토모에게로 걸어가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흰색의 담배는 붉게 타들어가며 밝은 회색의 재를 남겼다. 담배연기는 피어올랐고 마츠시타는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탁한 담배연기가 마츠시타의 입과 목을 걸쳐 폐로 들어갔다. 아니, 폐가 있는 것인가? 그것까지 재현된 거야? 별 느낌 안드는데?

 그 의심이 든 마츠시타는 다시 한모금 빨아보았다. 위화감이 들었다. 분명 담배연기를 빨아들였지만 숨을 쉰 것과 다름이 없던 것이었다. 정확히 빨대를 입에 물고 공기를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

 마츠시타는 한숨을 쉬었다. 어찌보면 다행이었다. 이게 진짜 담배의 느낌이 들었다면 마츠시타는 진지하게 왜 VR을 사면 안되는가 자신을 설득하느라 노력했을 것이었다. VR의 배송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결국 마츠시타는 진짜 담배와는 오래된 기억으로밖에 지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광장에 앉은 마츠시타는 가짜 담배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진짜 같이 생겼으면서 실속은 하나도 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마츠시타에게 토모가 다가왔다.

 “마츠시타 담배는 어때? 나도 피울래.”

 “피우지마.”

 “에? 뭐 어때. 지금의 나는 마츠시타의 몸이라고? 성인의 몸이라고? 처녀도 아니라고? 담배 피워도 되는 거 아냐?”

 “아직 정신이 어려. 그리고 이건 담배가 아냐. 그냥 담배처럼 생긴 패션아이템일 뿐이라고. 그리고 라이터 기능이 부착된.”

 마츠시타는 손가락을 퉁겨 불을 내며 말했다.

 “그건 멋진데.”

 “그래. 이게 천엔값 재주지.”

 마츠시타는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빨아들였다.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다시 빨아들인 담배연기는 실망감만을 안겨다주었다.

 “최소한 그 전직 직원이라는 사람만은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수 있길 바래야지.”

 “그럴 거야. 전직 직원이잖아. 그러잖아. 목이 잘린 사람은 말이 많다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야. 그리고 안죽었어.”

 그리고 죽지 않길. 마츠시타는 그렇게 바랬다. 제발 이 일은 평화롭게 끝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