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이 이상하게 이상한 세상은 왜 자신을 가만두지 못하는 걸까


래후는 싱숭생숭한 마음에 이불에 누워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르카에서 쓰던 침대보다 더 푹신하고 편안한 침대지만 차라리 잠은 오르카에서 더 잘왔던것 같다.


저녁에 음식점에 보았던 또래의 남자애

내게 인사를 건낼정도면 평소에 날 알았던 건가?

오르카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인데... 막상...막상 이렇게 다가오니..


두근두근 


심음이 들렸다. 얼굴도 후끈해졌다. 

혹시 정말 그렇다면.. 여기서는 내가 각하와....


"으아아아아!!"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으니 육성으로 터져나오는 부끄럼

수줍음 기타 등등 안절부절 오매불망한 감정의 응어리들이었다.


"진짜... 모르겠다.."


그리고 그때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문장

[이번엔 잘 해봐, 레프리콘] 


그건... 이걸 얘기하는 거였을까?

.

.

.

.

다시 한번 맞이한 아침

오늘은 구름이 낀 하늘이 눈에 보였다. 비는 오지 않았다.

....

혹시 잠이라도 다시 잔다면 오르카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은 해보았지만...

역시.. 그렇게까지 녹록치는 않나보다.


"오늘은 안색이 안좋아, 언니."


"그러게, 잠은 제대로 잤어?"


제대로 잘 수 있을리가 없지. 그럼 누구를 만났는데.

여기서는 그냥 평범한 남자애일지 몰라도

제조실에서 숨을 토해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생의 전부였던 남자였는데...

그리고 그 수만명의 전부를 어깨에 지고도 내색조차 하지않던 강철같은 사령관이

내 눈앞에 나타났는데 어떻게 제정신을 차리고 쿨쿨 잠에 빠지란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래후는 식탁위에 물을 한컵 마셨다.


아 미지근해.

.

.

.

분주한 급식시간이 끝나고 남은 점심시간


학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배부른 배와 함께 대충대충 휴식시간을 보낼 즈음이다.


"어디가시나요?"

함께 점심을 먹고나서 급하게 어디론가 가는 래후에게 님후가 말을 걸었다.


"확인할게 있어서 그래요"


"무엇을 확인하시길래 그렇게 급하신지 궁금하네요"


"아 이거 별거 아니에요"


아가씨 집안에서 자라 공손한 말투를 쓰는 님후는 항상 궁금한게 많았다.

몇 없는 친구인 래후가 이런 모습을 보여준건 처음이었기에 

갑자기 뭔가 파고들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는건 당연했다.


자기야 뭐 처음부터 존댓말을 썼다지만 래후가 맞존대를 해주는 것도 처음이었다.

확실히 지금까지 알던 래후와 지금의 래후는 어딘지 다른 느낌이 많이 났다.

하지만 그게 대수랴 어차피 사람은 변화의 동물이고 가만있기만 한다면 재미가 없잖은가

아이 참 씽나네요. 따라가서 뭔일인지 봐야지.


그렇게 뒤를 쫄래쫄래 따라간다.


"오...!"


그리고 내뱉는 감탄사!


그 래후가 남자반인 9반의 문앞에서 마치 누구를 찾는 것처럼 창문 너머를 두리번 대는 것이 아니겠는가?

빛조차 잘 안들어 음침한 4반과는 창문넘어로 햇빛이 잘드는 양지바른 9반의 대비는 꽤 흥미롭다.

그리고 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창때의 소녀!


이건 뭔가 있는 거 같네요


아가씨의 감각은 날카롭다.


이거는 명백한 러브러브각이었다.


그나저나 공부밖에 몰랐던 그 래후가 사랑을??

이건 진짜 흥미로운 사건이다. 와~~~~~


그리고 래후는 자기가 친구(?)에게 관찰당하며 망상거리를 제공하는지도 모른채 누구를 찾고 있었다.

숨겨서 뭐하랴 당연히 사령관(과 똑같이 생긴..어쩌면 그 알맹이도 똑같은 소년)이었다.


실희가 어제 말한거에 따르면 각하는 9반이랬어...

여기서 기다리면 분명 만날 수 있겠지.

잠깐, 근데 만나서 뭔 말을 하려고 내가 여기에 있는 거지?

나는 그냥 4반 여자애일텐데. 여기서 각하는 사령관이 아니잖아

이렇게 다가가는거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이상한 상황아닌가?


흐에에에에엑!


드디어 자각했다. 래후가 사령관을 찾아야하는 이유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진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찾아가는거는 아무리 생각해도 좀 그렇고 그렇긴했다.

래후는 서둘러 사령관 찾는 것을 그만두고 다시 4반으로 발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 빌어먹게 이상한 세계가 지금까지 레후에게 어떻게 대했었지.

도저히 가만히 냅두고는 못봐줄 곳이었다. 그렇게 또 한번 


콩! 


래후가 몸을 돌려 바로 돌아갈려고 할 때 

이마가 바로 뭐에 부딪혔다.


상식적으로 사람들 자주 돌아다니는 복도에서 래후같이 작은 여자애가 뭔가에 부딪혔다면

그거는 100% 사람일테고 래후에겐 불행인지 다행인지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서 운명은 살짝 장난을 쳐서 그 부딪힌 사람이


"어, 괜찮아?"


"아 괜찮아요...오옷!"


래후가 그토록 찾아보려던 사령관이라면 어떨..


힐끔 그 짧은 사이에 래후는 이름표를 훔쳐봤다.


춘철남이라면 어떨까?

아니 근데 철남이라니 이름 되게 정겹네


아무튼 래후는 지금 철남이의 가슴팍에 부딪혀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래후는 급하게 일어났고 자기 앞에 놓인 사람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안절부절했다.


"나 너 찾았잖아."


찾았다고?


"저...저를요?"


"갑자기 '저'라니 무슨 소리야? 너 저번에는 편하게 부르자면서."


저번에?


세상에 그냥 얼굴만 아는 존재가 아니었던거야?

지금 뉘앙스로 보면 최소한 말은 여러번 섞었는데?

뭐지? 서..설마 각하랑 ㄴ...내가 칯치치ㅣ치치ㅣ친구 사이였어?

아아ㅏ아아ㅏ아나ㅣㅁ녀 여...연ㅇ...끼야아ㅏㅏㄱ!


뭐 보시다시피 래후 속마음은 지금 이렇게 연쇄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고

힘겹게 말을 꺼내는 거지.


"ㅓㅓ저,저기. 왜, 찾고 ㅇ계신ㄴㄴㅇ거ㅐㅔㅇ,요"


세상에 말도 제대로 안나오네.


"야 너 정말 괜찮아? 머리 부딪힌거 아냐? 어, 이거 돌려주게."


펜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평범한 볼펜이었다.


"저번에 합동수업할 때 나 필통 반에 놓고와서 너가 빌려줬잖아. 돌려주는 거 깜빡해서 말야. 우리반 앞에 있는걸 보니까 돌려받으러 온거구나. 괜히 오게해서 미안하네. 빚졌으니까 나중엔 내가 뭐 너 도와줄게."


그러면서 씩 웃어준다. 

아 젠장.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고 동경하던 사람이 눈앞에서 바로 웃어준다.


미치겠네


"고...고마..괌워!"


그리고 나선 호다닥

그것이 얼굴이 빨개진 18세 소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다.


"래후양!"


뭔가 큰 건수를 놓친거같은 탐정의 심정인 님후는 래후를 뒤쫓아갔다.


도망치지마! 맞서싸워! 이런 말을 전해주고 싶었던 그녀였다.

그나저나 이 아가씨. 가정교사가 그렇게 인터넷 보지 말라고 하더니

하지말란건 꼭 다 하는 성격이네. 또 뭔 소리 들을지도.

.

.

.


"도대체 아까는 왜 그렇게 뛰신거에요? 도망치는거 같으시던데."


하굣길 래후는 님후와 걸어가고 있다.

래후는 갑작스레 닥친 질문에 놀라 답했다.


"다.. 봤어요?"


"아니..그게 보려고 본건 아닌데.."


"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진짜. 왜 그렇게 도망쳤을까요?"


래후양이 모르면 제가 알겠나여

그런 말이 목구녕까지 차오르는 님후의 눈에 아까 래후가 그 남학생한테 받은 펜이 보였다.

아하! 그런 거구나! 

나름 쾌재를 부른 님후는 래후에게 질문을 바꿔서 물어봤다.


"아까 그 남학생 신경쓰이시는거죠?"


"네..?! 아.. 그건... 신경이..."


"신경이?"


"안쓰인다고 말하면...거짓말...이겠죠..?"


무야호~ 이거다! 이거야! 자신이 무슨 감정을 갖고있는지 자각도 못한 사랑에 빠진 소녀!

밥 가져와! 밥! 


참견쟁이 아가씨의 마음에 빵빠레가 울렸다.


"흠... 그 남자애 얼마나 알고 있어요?"


"잘은 몰라요.. 그냥... 합동 수업에 옆에 앉는다는 거 외에는.."


"얼마나 신경쓰이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도망갈정도면 꽤 많이 신경쓰는거 같아 보이네요...

 원하시면 제가 좀 알아드릴게요!"


"그럴 필요까지는..?!!"


"아뇨 이건 래후양만을 위한게 아니라 저를 위해서이기도 해요"

그야 개꿀잼각이니까 말이죠


"정말.. 그럴 필요는 없는데..."


"부끄러워 말고! 저희 발할라 컴퍼니의 정보력을 믿어봐요! 

알고 싶은 모든 정보를 합법적으로 깔끔하고 뒷처리없이 알아주는 정보팀이 있다구요!"


'와.. 정말 귀티가 난다고는 생각했는데 여기 님프양은 아가씨구나.

그나저나 발할라 컴퍼니라니.. 레오나 대장님은 여기서 어떻게 하시는 거길래...'


"아... 정말...."


"저만 믿어주시죠..!"

그러고는 님후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아! 아! 들리시나요! 정보팀! 

솔피고 2-9반 춘철남이라는 남학생에 대한 정보 조사를 부탁할게요!

네! 네! 그렇고말고요! 보수는 두둑하게 드릴게요!

오로라 제과점 특제 초코바와 머핀! 이거 말씀이시죠!"


엥?


"네! 그러면 빠른 시일내에 부탁드릴게요!"


"저기.. 정보팀이면 회사에서 운용하는게..."

그니까 누가 그런 사람들한테 과자로 퉁쳐?


"네? 에이 래후양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신거 아닌가요?

세상에 어떤 아가씨가 회사의 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하겠어요."

그니까 누가 주주도, 직원도, 고위직도 아닌데 회사 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해?


"정보팀! 언니 친구 래후언니한테 인사하도록! "



이러면서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주더니

"아! 아! 응답하라, 래후언니! 여기는 알비! 목표는 잘 알겠다! 

초코바를 위해, 그리고 언니의 사랑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겠다!

앗! 빨리 끊어야겠다! 바리가 방 밖에 있는 거 같다! 그럼 오바!"


-뚝-


아하하... 그랬던 거구나...


"나름 믿음직하고 발도 넓은 아이니까, 정보는 금방 모아줄 거에요! 우리는 기분좋게 기다리면 될 뿐이죠!"


"네. 하하... 그런거라면 저도 안심이네요."


여기 님프양은 생긴거랑 다르게 꽤나 괴짜 아가씨였네.

래후는 속으로 님후에 대한 정보를 쓱쓱 수정해갔다.


아무튼 철남에 대한 부차적인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집에 이르렀다.

님후는 잠깐의 안녕과 함께 다시 갈길을 갔다.


도대체 철남이라는 남자애에게 내가 어떻게 대해야할까?

오르카에서처럼 대한다면 날 완전히 미친 애로 볼게 뻔하고..


현관문을 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까.

그냥 아는 여자애? 친구? 

의외로 인간관계는 어려운것 투성이였다.


"오. 왔어?"


그리고 머리 밑에서 들리는 또 작은 목소리는 래후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배로 증가시켰다.


"승리!"


종소리를 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경례가 올라갔다.

아 노은 언니는 겨우 익숙해졌는데 이건 또 결이 다른 문제잖아!


저 토끼 귀 후드! 


"뭐야? 왠 경례? 뭐 잘못 먹었어?"


이뱀도 여기에 있었네!


아니 그런데 4자매인데 이뱀이 낄 자리가 있는건가?

잠깐만 내가 여기서 이뱀한테 주눅들 필요는 없잖아?

오르카에서는 굴지의 말년 병장이었지만 여기서는 그냥 외견상 보이는대로

작은 여자아이일뿐이고! 내가 이뱀보다 언니이잖아! 그렇다면!


"아.. 아니야. 그냥 오늘 오면서 군인 아저씨를 봐서 그랬쪄요~~"

이러면서 어린애 취급해도 하나도 문제될거 없잖아!


"아 래후 왔어?"


"아, 언니 왔어요. 그런데 이 꼬마는 누ㄱ"


"이모도 얼른 들어와요."


"응, 갈게. 오늘 저녁 뭐야?"


?


이모?


"그리고 래후는 아무리 내가 지보다 어려도 그렇지. 이모를 어린애 취급을 하네."


아와와와와와


"저기 이모라는 거....."


"그럼 내가 이모지. 고모임?

우리 아빠 이XX 영감님 68세 댁 외 할아버지, 우리엄마 고OO여사님 62세 마찬가지로 댁 외할머니.

우리언니 이OO 41세 댁 엄마. 나 이분희 14세 댁 이모. 언더스탠?"


아...여기서도 윗사람이구나.....


쉽지않네....마찬가지로...


래후는 그렇게 속으로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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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요약

1.각하 아니 춘철남은 레후랑 아는 사이인듯?

2.래후 단짝이라는 님후라는 애는 어디 부잣집 아가씨긴 아가씨인데 원본이랑 다르게 살짝 이상한듯?

3.이뱀이 나오긴했는데, 나이는 그나이때 소녀는 맞는데 늦둥이 이모네? 여기서도 윗사람이네?


아 쓰기 힘들다.

내용 뭣도 없고 재미도 별론데 쓰는 시간만 길고

난 그냥 삐뚤빼뚤해도 레후가 행복한 이야기를 쓰고 싶을 뿐인뎅..

빨리 진도 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