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다.


하늘. 


하늘 말이다. 


...아니, 딱히 "그것은 하늘에서부터 내려왔다", 라거나 "그것은 하늘로부터 온 존재였다"같은 러브크래프트적 대사는 아니다. 이건 내 이름이다. 이하늘. 꽤 예쁘지 않은가? 하늘. 소라. 스카이. 또 뭐가 있더라. 시엘? 어쨌든 이건 내 이름이다. 


...그리고 기계장치를 등에 맨 푸른 천사가 온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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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금 환영을 보고 있는 건 아니지?" 


소년은 헛웃음에 가까운 웃음을 흘리며 제 눈 앞에 있는 푸른 머리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에서 홀로 살아남은지 한 달에 가까운 시간. 어쩌면 이는 당연한 반응일까. 군인들은 모두 퇴각했고,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도망가거나 여기서 죽음을 맞이했다. 첫번째 주 전체를 할애하여 목숨을 걸고 돌아다녀 봤지만 인간의 흔적조차 찾지 못 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눈 앞에, 자신 이외의 인형이 모습을 드러내다니.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는 말이다. 


"...인간은 아니니 괜찮다는 건가?"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십니까?" 

시답잖은 생각에 빠진 채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소년에게 여성은 짜증내듯 입을 열었다. GS-10 샌드걸. 직접 본 건 처음이다만 알고는 있다.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극지전이나 시가전 전용이랬던가? 어쨌든 이쪽으로 올 일은 없을 텐데, 없었을 텐데. 민간인이 사는─정확히는 살았던─ 온 것도 모자라 낙오된 듯 홀로 있다니.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몰려있는 것인가? 


아무렴 어때. 


"나랑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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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무너진 건물과 반파된 고철들이 가득한 배경과 어울리지 않게 활짝 웃으며 손을 내뻗었다. 지독한 고독에 시달렸다 할 정도로 괴롭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외롭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땅값도 비싸진 이 시대에 이 빌어먹도록 넓은 땅은 자기 것이 되었다지만, 혼자 돌아다니려니 관리도 힘들고 재미도 없는 게 문제 아니였던가. 


"그래서, 우리 누나는 뭐하는 사람이래. 하늘에서 내려왔으니 천사같은 건가? 흐음, 발키리? 난 전사는 아니니 그건 아닐 테고. 아니면 큐피드? 삭막해진 이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사랑을 전해주려고 온 거야?" 


샌드걸은 잠시 이 소년이 고립된 채 있었던 탓에 미쳐버린 게 아닐까 의심했다. 아무리 유쾌한 성격을 지닌 이가 있다 해도 아직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이 지금같은 상황에서까지 쾌활하게 농담을 던질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너무나도 유쾌한' 것 이외의 문제는 없는 소년을 바라보며,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GS-10 샌드걸입니다. 원래는 화력지원을 위해 이곳까지 왔지만 결국 혼자 남겨져버렸죠. 용케도 살아남기는 했지만, 글쎄요. 지옥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제가 천사같은 존재는 아니죠. 오히려 불쌍한 어린양이 아닐지." 


그리고 발키리는 따로 있어요. 아무리 상황이 나쁘다 해도, 아니.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성숙하지 못한 소년의 앞에서 하면 안 될 말을 내뱉은 그녀는 농담인지 무엇인지 모를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입을 다물었다. 


소년은 여유롭게 갈라진 아스팔트 위를 걸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부정적인 발언은 신경도 쓰지 않는지, 여전히 어렴풋한 미소를 띈 채 부숴진 콘크리트 덩어리 위에 올라탔다가 뛰어내렸다. 


"그래도 난 천사라고 생각할래. 날개 달리고 하늘에서 내려왔으면 천사지.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잖아. 아, 실제 성경에서 표현된 천사의 모습은 아름다움보다는 기괴함에 가깝지만-" 

말이 많네. 샌드걸은 여전히 앞을 바라보며 걷는 채 제 옆에서 쓸데없는 정보를 떠드는 소년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내용 따위는 딱히 기억해두지도 않았지만, 동정심은 드는 것 같았다. 이렇게 떠드는 것도 망가지지 않기 위한 인간 정신 최후의 저항인 걸까? 고립되었을 때의 지독한 외로움을 잊기 위한 발버둥일까? 


...어쩌면 그냥 말이 많은 것일 지도. 휘말려버린 것인가. 샌드걸도 시답잖은 생각 속에 파묻혀버린 채, 소년의 말이 끝날 무렵, 샌드걸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거지?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지금 목적지가 있는 겁니까?" 


대답도 안 해준다며 재미없다고 투덜거리던 소년은 샌드걸의 말을 듣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숙인 채 고민하는 듯한 표정. 턱을 만지작거리는 손길 불길한 몇 초가 지나고 난 이후. 소년은 고개를 들어 샌드걸을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물론, 있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보던 샌드걸은 약간의 허탈감을 느꼈다. 물론, 이쪽의 대답을 더 바랬긴 했지만, 이 소년이라면 당당하게 "없는데?"라고 말할 것 같았다. 작게 한숨을 쉰 샌드걸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인간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긴 하지만, 과연 이 인간과 자신이 제대로 어울릴 수 있을까. 


"...안내하시죠. 저는 이곳을 모르니까요."



쓰고 싶은 건 인류의 멸망 직후 살아남아버린 정신병적인 로맨틱 매니아 고등학생과 하늘에서 떨어진 병사인데


그냥 개병신 쓰레기 글이 되버린데스


어케 이어가지


시발근데 썼던 거 복사해서 붙여넣으니 문단 나눴던 엔터 다사라짐 개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