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아스널.

AA캐노니어 부대의 지휘관.

부대 내부의 지휘와 보급을 담당하고 있다.

떄문에 일각에서는 저 멀리에서 포격과 방어전만 해대는 터렛이랑 다를게 뭐냐며(이 의견에 그렘린이 발끈하기도 했다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스틸라인의 사병들이 씹어대고, 우리 대장님은~ 이라며 마리와 아스널을 비교하고는 하지만.

그건 그녀들의 부대와 활약상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로열 아스널의 무장. 총신만으로도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대물 저격총.

그녀가 대물저격총을 들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수없이 많은 탄환을 가지고 있는데 쓰지 못하면 아깝다. 하물며 수없이 많은 표적이 부하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면 더더욱.

-로열 아스널. 총신이 부숴질때까지 사격을 가하다 자신의 무기 하나만 손실 하고 전원 무사히 귀환한 작전의 보고서에서.


보병들이 처리하지 못하는 대형 철충들을 포격으로 기동불능으로 만들어버리고 장애물들을 호쾌한 폭파로 처리한다.


이런 지휘관의 사고방식 덕분에 언제나 부대원들의 신임을 얻고있으나.


 저격이라기 보단 폭격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전투 방식을 그녀 혼자서만으로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자원이 공유되는 오르카 호 내부의 보급계원들이 불만이 서서히 쌓이고 있다고 하지만.


“하하핫. 우리의 공적을 시기 질투하다니. 그럴수 있지.”

라는 한마디와 함께 각 부대에서 받아온 장문의 탄원서들을 챙겨가는 그녀에게 어디에 사용할거냐고 물었을때.

“훈련용 표적으로 사용하고, 남은것은 연료로 쓸까 한다네.”

라는 대답 이후.

 모의탄을 사용했어야 할 훈련을 실탄으로 변경해서 수백장 분량의 종이들을 모조리 불쏘시개로 써먹었던것은. 그녀의 기행전설에 한줄 더 새겨질 뿐이었던 것이다.


...대충 설명은 이정도면 된거 같고.


이렇듯, 평소에도 화끈하게 모든것을 전투적으로 해결하는 그녀는 밤일을 할때도 다르지 않았다.


복원되자 마자 내 멱살을 잡고 그대로 침실로 끌고갈뻔한 에피소드는 그녀를 콘스탄챠로 하여금 주시대상으로 만드는데 충분하였고.


 그녀와 가진 첫날밤 이후. 잠에서 꺠어나 보니 모르는 천장에서 링거를 맞은채로 깨어나, 리제와 리리스. 간호사를 자쳐하는 둘에게 치료를 빙자한 의무방어전을 거쳐야만 했던 기억은 지금 꺼낼만한 사안들은 아니니까.


“주인님? 오늘 밤 자리는...”


오늘 일정의 마지막 서류를 끝마쳤다. 

기지개를 막 피니 시계는 1시를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아스널이었던가? 후...”


한숨을 크게 내려쉬며 책상 아래 숨겨둔 박스를 꺼내었다.


이걸 다 쓸수 있을까 싶은 양의 콘돔들과 피로회복제, 자양강장제, 정력제.


자양강장제는 레오나.

피로회복제는 칸.

정력제는 마리가.

콘돔은 -무려 놀랍게도 바로 그- 메이가.


매번 수색을 다녀올때마다 한두박스씩 주는걸로 봐서는, ‘인류는 과연 멸망한게 맞는가’ 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내가 쉬지 못하는걸로 봐서는 멸망한게 맞구나 라는 실감이 새삼 몰려온다.


...워울프가 피던 담배 생각이 난다.


“내일은 주말이시니까, 아무쪼록 괜찮으실 거에요.”


인류는 멸망했음에도, 창조주들의 문화는 아직도 남아있어 요일을 지킨다는게 우스운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모두는 -간혹 부정하는 AGS들도 있긴 하지만- 인격체다. 쉬는 날들이 있어야 사고회로도 원활하게 돌아가는 법이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약들을 모조리 따서 입 안에 털어넣었다.


“늦게까지 고생했어. 먼저 들어가서 쉬어.”


“네. 주인님 들어가는것 까지만 보고요.”


슥슥.


콘스탄챠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침실로 가는 동안 내일 일정에 관해 간략하게 전해 들었다.


토요일이니까 일은 그렇게 없을 뿐더러, 처리해야할 서류들을 어느정도 미리 땡겨서 처리 해놨기 떄문에 내일까지는 한가할것이라고.


“그럼 주인님.”


침실 문 앞에서, 콘스탄챠는 결전에 나가는듯, 비장한 목소리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마찬가지로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심호흡을 크게 들이쉬고.


“살아서 보자.”


그 어느떄보다 격정적일, 전장으로 들어갔다.


침실의 불은 꺼져있었다.


침대 저 멀리에 있는 벽난로에서 수많은 서류들이 빛을 발하며 익숙한 여성의 가슴골을 천천히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그대...” 


꿀꺽. 


마른침을 집어 삼키며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그녀는 그 잠깐의 시간도 버리기 아까웠는지. 내 어깨를 지긋이 눌러 나를 침대에 눕힌다음 내 손을 꽈악 붙잡은 채로 내 위에 올라탔다.


“오늘밤은 1분 1초도 버리지 않을거니까. 기대하라고 그대.”


난롯불에 데워진 그녀의 온기는 그녀의 입술을 타고 내 입술속으로 전해져왔다.

 

‘아. 콘돔 깜빡했다.’


사소한 생각은 사라져가고, 육욕의 밤은 깊어만 갔다.


-------------------------------------------------------------------


울컥울컥.


사정하는 느낌과 함께, 눈이 떠졌다.


내 양 허벅지를 붙잡고 마지막 여운을 느끼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어보였다,


“음. 그대 일어났는가.”


어제 먹었던 약들의 부작용 때문일까, 아니면 격렬했던 어젯밤 때문이었을까. 계속해서 몰아치는 두통에 그저 두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그대는 매일매일 발기찬 아침이군. 그렇게나 나랑 헤어지기 싫은가?”


진한 키스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내가 들어오기도 전에 침대밑에 벗어던진 옷들을 주섬주섬 주워입었다.


...진득한 액체가 흐르는 그녀의 다리사이에 대해 말을 얹으려다가 그만 두었다.


“이걸로 그대와의 아이가 생겼으면 좋으련만.”


하며, 로열 아스널은 방을 나섰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어젯밤에 깜빡하고 냉장고에 넣어놓지 않았던 물을 목에 꽂아넣듯 털어넣었다.


“후우.”


어젯밤의 일이 아득한것만 같다.


어쩌면 이게 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것들로 그대와 나의 사랑을 방해할수는 없네.’


콘돔이 들어있던 박스위에 써있는 그녀의 멋들어진 필체가 이것이 꿈이 아님을 강렬하게 표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