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이게 누구람. 당돌한 꼬마아가씨에게 코가 단단히 꿰인 사령관님 아니야~? 딸꾹.”


자신의 방을 개조해서 아예 술집을 차려버린 키르케가 뒤돌아서 술병을 고르며 대답했다.


“벌써 소문이 그렇게 퍼졌나?”


“술집만큼 소문이 빠른곳도 없답니다아?”


“지금 이제 막 점심시간 지나가는데?”


“어머, 잠수함에 낮밤이 어딨어요오? 히끅. 술마시며 깨어있으면 낮인거고 마시다가 쓰러져서 잠이 들면 밤인거죠오.”


“비상만 안걸리면 말이지.”


“그래서 술집에 놀러왔다는거언, 이유가 있다는거겠죠오?”


키르케가 자신이 흔들던 칵테일쉐이커를 들어보였다.


“술은 피곤해서.”


“저기 저 애들도 잘 마시는데. 우리 사령관님든 가정적이네~.”


바로 뒤에서는 호드와 스틸라인 부대원들의 주량겨루기가 한창이었고, 방금전까지도 통신정비를 마치고 온 유미는 다시 자기 자리에 앉아 남아있던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으며, 시야 저 멀리 구석에서는 더치걸과 드라큐리나가...?


“쟤네들한테도 술을 만들어서 준거야?”


“음? 직접 물어보세요오~”


“음? 인간? 이런 좋은데가 있는줄 알았으면 어서 말해줘야 하는거 아냐? 토마토 주스가 이렇게 맜있는데가 있는데 말야! 하나하나 수소문해서 내가 움직여야 겠어?”


“사령관? 사령관도 한모금 할래?”


드라큐리나는 입가에 토마토주스가 묻는것도 모르고 마시고 있고, 더치걸이 마시고 있는건 아마도... 오렌지 주스겠지.


“저기 더치걸이 마시고 있는거 똑같이 한잔.”


“네~ 술집에 왔는데 뭐라도 마시는게 맞지이?


이런건 일도 아니라는듯, 키르케는 주당내기가 한창인 바이오로이드들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금세 음료 한잔을 내놓았다.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오렌지 주스.


“잘 먹고 갈게.”


잔을 들며 한번에 들이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와...”


키르케와 더치걸이, 아니 이 술집에 있는 모두가 감탄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오렌지 주스 마시는게 뭐 별 일이라고.


잠깐만...뒷맛이 씁쓸한게... 설마...


“사령관 괜찮아? 나도 한번에 못마셔서 한모금씩 먹는건데.”


더치 걸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크류 드라이버. 


오렌지주스와 보드카를 섞어마시는 도수 40도 이상의 독한 칵테일.


“애한테...술을 지금...”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평형감각을 잃고 휘청이는것을. 어꺠로 벽을 짚고 비틀리는 속을 부여잡았다.


“아니야 계속 마셔 괜찮아.”


“키르게 너는 내일... 술 꺠고... 보자...”


“...히끆.”


내 방으로 들어가는 도중에 메이를 보았던것만은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내 기억은 방문을 열고 침대에 누웠다는것만으로 끝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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