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깨어나 스스로의 몸상태를 파악했을 때, 나는 경악과 함께 밀려오는 고통에 신음했다.

 

블랙리버의 잔혹한 실험은 내 영혼이 깃든 육체를 인간이 아닌 흉물로 바꾸어 놓았다. 온몸 곳곳에 박힌 철근과 두뇌에 박아놓은 전자장비들에 뒤틀린 팔다리까지. 나를 발견한 사령관과 저항군은 나의 처참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사령관은 과연 그 게임의 주인공답게 자비로웠다. 그는 내게 자신 이외의 유일한 인간은 처음 본다며 부사령관이라는 지위를 주었고, 이 끔찍할 정도로 뒤틀린 육체를 보고도 애써 웃으며 나를 친구처럼 대해주고, 심지어 블랙리버의 실험 때문에 다른 육체를 만들어 옮겨 탈 수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내게 눈물을 흘려 주었다.

 

나는 그의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 그의 정성에 무언가 보답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뒤틀리고 고통에 찌든 몸으로 그의 마음에 보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일반적인 외형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 지 알고 있었다. 

 

이런 외형으로 어떠한 일을 하려 한들 고통에 신음하는 몸이 내 의지를 순순히 따라 줄 가능성은 적었으며, 바이오로이드 대원들은 이런 흉물스러운 육체를 보고 토악질을 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렇게 되기 전의 나조차도 여러 상해를 입거나 병마로 뒤틀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애써 치밀어올라오는 역겨움을 인간성으로 참아내며 애써 웃어주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라면 내게도 하나의 해답이 있었다. 발전한 미래기술의 힘을 빌리고 신묘한 닥터의 머리를 조금 빌린다면, 이 추악한 육체를 다른 이들 보기에 불편하지 않은 강철의 관 속에는 가둘 수 있을 것이었다. 그 편이 내게도, 다른 이들에게도, 사령관에게도 나을 터였다.

 

그리하여 나는 오르카 호의 집무실에 겨우겨우 뒤틀린 육체를 끌고 찾아가 사령관에게 하나의 부탁을 했다. 그는 내 제안을 듣고 경악하며 말했다.

 

“스미스 씨,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이 뒤틀린 육체로 제가 이 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일반적인 미적 기준이라는 것이 있을진대, 제 스스로조차도 보기에 흉물스러운 이 몸을 대원들에게 보이면 사기에도 좋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슬픔으로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에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제가 원하는 일입니다. 다행히 여기 닥터 양도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내 옆에 서 있던 닥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사령관의 말대로야. 오빠. 알프레드 씨가 쓰고 있는 로버트의 몸체를 조금만 응용하면, 부사령관이 원하는 일을 해 줄 수 있어.”

 

“하지만, 그걸 위해서는 당신의 팔다리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육체의 감각을 포기해야 하잖습니까?!”

 

“그렇지요. 그러나 이것이 그러지 않는 것보다 낫습니다. 사령관님, 부디 제가 이 조직에서 쓸모를 찾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사령관은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얼굴로 내 일그러진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뜻이 그러하시다면..부디 그렇게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나의 무리한 요청을 받아들여준 사령관에게 깊게 감사하며 물러났다.

 

 

얼마 후, 나는 수술대에 눕게 되었다. 뒤틀린 육체를 고정한 수술대 위에서 닥터가 조금 슬픈 얼굴로 말했다.

 

“미안해, 부사령관. 내가 방법을 찾았어야 했는데..나로서는 당신의 육체에 가해진 조작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어..”

 

“괜찮습니다, 닥터 양. 하지만 저라고 해서 영원히 강철 속에 몸을 숨기는 것은 썩 내키지 않으니,만일 이 싸움이 끝나고도 제가 살아있다면 그때는 연구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내 말에 닥터가 슬퍼하던 얼굴을 피며 작은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걱정 마, 당신이 살아있기만 하면 이 천재 미소녀 박사님이 방법을 찾아내고 말 테니까. 그러니까 죽지 말라구? 오빠.”

 

놀라움에 내 짓무른 눈이 크게 떠지려 했지만, 마침 들어오는 마취제는 다시 내 눈을 조용히 어둠 속으로 감기게 했다. 닥터가 저물어져 가는 감각 속에서 내게 말했다.

 

“너무 험하게 굴리지 말라구. 그러니까 말야. 대신 이 닥터님이 자랑하는 최고의 머신을 줄 테니까..”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나의 시야가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짓무른 몸과는 비교할 수 없이 명확하고 생생한 시야에 복잡한 문구들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Booting process complete. Sysyem analysys standby

 

-Coffin status all green. Neurolink stabilized.

 

-Weapons check procedure on schedule. 

 

GAU-8 no 1,2,3 normal: rounds: 7,000

PC(Plasma Cannon)-3 rounds: 25

Ion shield on line. 

Artificial muscle core GO

Reactor module GO

Hydraulic compressor GO

Armor Neurolink GO

Micro Missile pod GO

Variable system GO

 

All system GO, standby ready.

 

내 시야가 거침없이 확장되는 느낌과 함께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조용한 모터음이 울렸다.

 

우우우우웅..

 

점차 돌아오는 시야에서 사령관이 지휘관들과 함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가 물었다.

 

“부사령관, 정신이 들었습니까?”

 

내가 답했다.

 

“예, 완전히 깨어났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그가 약간 씁쓰레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합니다. 당신에게 꼭 새 몸을 주고 싶었지만, 이렇게 될 줄은..”

 

“아뇨. 제가 원했던 일이니 오히려 제가 감사한 일이지요.”

 

그 말에 그가 슬프게 웃었다. 뒤에서 눈을 크게 뜬 바이오로이드 지휘관들 중 마리가 앞으로 나와 물었다.

 

“부사령관..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제는 좀 보기 괜찮지요?”

 

“그..죄송합니다.”

 

“아뇨, 아뇨..”

 

그렇게 각 지휘관들과의 조그만 화해의 장이 열릴 무렵이었다. 격납고에 비상등이 점멸되면서 배가 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날카로워진 눈매를 한 사령관이 함교에 물었다.

 

“무슨 일이야?”

 

“사령관, 대규모의 비행형 철충들이 기습했거든? 이대로는 우리가 당하거든..?”

 

그 말을 들은 나는 비로소 내가 할 일이 생겼음을 느꼈다. 내가 사령관에게 말했다.

 

“사령관님, 저를 내보내 주십시오.”

 

“부사령관..?”

 

“닥터 양에게 이렇게 될 때를 대비해 부탁한 몸입니다. 스카이나이츠나 호라이즌 5대기보다 제가 빠릅니다.”

 

사령관이 잠시 고민하더니 내게 말했다.

 

“살아서 돌아오십시오. 당신은 나와 함께 이 세상에서 단 둘뿐인 인간 남성이잖습니까.”

 

그 따뜻한 격려에 나도 신뢰로 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스트룸보겔(StrumVogel) 2, 출격합니다. 닥터 양? 부탁합니다.”

 

내 기수 옆에 서 있던 닥터 양이 야심차게 웃으며 스위치를 누르자, 내가 올라와 있던 거대한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닥터 양이 말했다.

 

“날뛰고 오라고, 부사령관. 그러라고 만들어 준 새 몸이잖아?”

 

“훗, 물론이죠.”

 

키이이이잉..이이이이이이이잉!

 

내 새로운 심장이 된 두 개의 열핵터빈엔진이 새로운 몸에 터져나갈 것 같은 활력을 불어넣었고, 날카로운 기수에 반짝이는 COFFIN 시스템이 내 시야를 전방뿐만이 아니라 후방까지 확장시켰다. 이윽고 해치가 열리고 푸른 하늘이 나를 환영했다. 

 

하늘에 시선을 뺏김도 잠시, 멀찍이 몰려오는 비행형 철충의 군집과 어쩔 줄 모르면서도 용맹하게 맞서 싸우던 5대기조가 나를 보고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그녀들에게 외쳤다.

 

“여기는 부사령관, 가세하겠습니다. 조금만 버티십시오.”

 

위에 떠있던 흐레스벨그가 나를 보고 경악한 얼굴로 뇌까렸다.

 

“부사령관..? 당신, 그 모습..설마 가변 전투기입니까?”

 

“그렇게 되었습니다. 흐레스벨그 씨, 지금부터 본 기는 제공권 장악을 위해 당신의 지시를 따릅니다. 지시를.”

 

흐레스벨그가 잠시 침을 꿀꺽, 하고 삼키더니 내게 말했다.

 

“부사령관님, 현재 1-9-8방향에서 다량의 적기가 접근 중, 요격 임무에 임해 주십시오.”

 

“라져.” 

 

“그럼 콜사인을.”

 

“..빅 버드로 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빅 버드, 출격해 주십시오.”

 

“카피, 빅 버드, 이륙합니다.”

 

키이이이잉..카아아아아아아아앙!

 

압도적인 출력이 내 새로운 몸을 하늘에 띄웠다. 새로운 몸을 놀린 나는 곧 폭풍에 달려드는 한 줄기의 푸른 화살이 되어 달려오는 철충 군집을 향해 강철로 된 몸을 던졌다. 터질 것 같은 고양감을 차가운 이성으로 누르며 내가 외쳤다.

 


“여기는 빅 버드, 교전임무에 들어간다. 현재 지원병력 도달까지 0300, 전 병력은 본기의 뒤를 따라라!”



흉측하게 뒤틀린 살덩이를 버리고 좆간지쩌는 마크로스 발키리가 되면 만사형통이잖아?

물론 보닌은 봇박이가 아니라 빅젖이 좋으니 해당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