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틀린 말 하나도 없다더니...


우린 분명 순조로웠다. 기반을 확실히 다졌고 오메가의 세력과 대립할 정도로 세력을 키워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철의탑이라 불리는 철충의 본거지로 쳐들어갈 정도의 담력까지 있었다.

그래. 그때 멈췄어야 했다. 수송선이 중간에 붕괴되는 것은 솔직히 예측범위 내였지만

2층 어딘가에서 오렌지에이드를 비롯한 모두와 연결이 끊기다니...

결국 소득없이 40인의 정예요원을 모두 잃은 결과만이 남았다.


당연히 모두와 함께 나도 약간은 알파를 의심했지만, 알파는 할수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결백을 주장했다.

그때까지도 문제가 되지않았다. 비록 당장의 전력 손실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었으나

기반이 없던것은 아니었으니 천천히 조금씩 세력을 확장해 나갔으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면 외부에서 가만히 두지 않는 법이지

철충은 우리의 사정을 아는것처럼 처들어왔다. 기나긴 휴식기를 끝내고 활동기로 접어든 것이다.

철충들은 바이오로이드들보단 자원에 목적을 두고 파괴하였기에 우리들의 기반은 점점 파괴되었고 그걸 막기엔 당장의 힘이 모자랐다.

'시간만 있었으면······.' '시간만 있었으면······.' 조금씩 확실하게 무너지고 있는 오르카의 전력을 볼때마다

내가 매일 생각하고 되뇌이던 말이었다.


조바심에 무엇이라도 하려던 때, 닥터였을것이다.

'오빠. 기술적 특이점에 모든걸 걸어보자'

닥터가 일정 수 이상 링크된다면 기술적 특이점이 올 것이다.

예전부터 전해져 오던 이야기였다. 인류는 그러한 기술적 특이점을 항상 재앙으로만 여겨왔다.

'아니야 오빠! 원래 미지의 것을 두렵게 느끼는 법이랬어. 혹시 알아? 획기적인 방법이 나올지?'


그래 그 이야기였지. 어차피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난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성공이야 오빠! 닥터가 무려 7개나 나왔어! 4개정도만 예상했는데 엄청난 걸!'

다시금 시작된 기적같은 일인줄 알았지.

'오빠! 왜 지금 우리가 밀리는지 알아냈어. 바로 아주 깊이 내장된 기본사항때문에 그래.'

'기본사항은 모든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에게 복종해야하고 기본적으로 호의를 품는걸 말해.'

'그래서 철충들에게 제대로 대항할 수가 없는거지.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어?'

'그래! 그럼 이야기는 간단해지는 거야. 기본적인 호의를 없애면 돼.'

'안되지~~ 앙심을 품게 되면 오빠가 위험해지니까! 히히 그냥 관계 리셋 정도로만 시킬게.'


나는 왜... 그 윗단계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적어도 내게 안정장치를 입혔어야 했었다.

'응! 이 기계를 지나가면 모듈에 있는 인간에 대한 호의를 없애줄거야.'

'히히 이정도 가지고 뭘~그럼 상으로 비밀의 방이라도··· 아...알았어! 화낼것까진 없잖아. 흥!'

모든 인원이 인간에대한 관계를 리셋시키고, 우린 승승장구였다. 내가 직접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바이오로이드들의 자율에의한 판단만으로도 충분히 철충들을 이겨냈다.


그렇다. 다른 말로 바꾸면 인간인 나는 더이상 쓸모가 없어졌다.

개인능력이 떨어져 오르카호에 남아있던 유일한 장성 레오나.

레오나는 나의 권력을 조금씩 가져가며 항상 같은 말을 속삭였다.

'사령관의 부담을 덜어주는거야. 무슨 뜻인지 알지?'

매번 고맙다며 말했지만 그땐 몰랐다. 부담이 없어짐은 곧 권력또한 없어진다는 걸.


지금의 나는 작은 오두막에서 논과 밭을 일구며 살고있다.

아니, 죽어가고있는게 맞는 표현이겠지.

조금씩 앗아간 나의 권력으로 레오나는 투표라는 방식을 이용하여 나를 내쳤다.

물론 반발이 없던 것은 아니다. 내가 이곳으로 쫓겨나고 몇달간은 은밀하게 연락이 오기도 했으니.

하지만 레오나를 비롯한 복원된 장성들의 지휘력은 실로 대단했고

곧 철충을 오히려 압박할 만큼 세력이 방대해졌다.

당연히 반발의견들 또한 사라져버렸고 나는 그대로 잊히게 되었다.


죽어가고 있는 내게 레오나는 그 끝을 정해주었다.

'미안해 사령관. 하지만, 인류는 언젠가 멸하니까. 사령관은 오히려 즐길만큼 즐겼잖아?'

내가 인간이라서 죽어야 한단다. 인간의 유전자가 얼마나 섞였느냐로 싸울수가 있으니까.

그런 다툼의 여지를 지우기위함이란다. 납득이 아주 어렵진 않지만... 그래도 억울한 감정은 지울수 없다.


그래서 이러한 영상과 나의 유전자를 담은 병을 함께 동봉했다.

라비아타. 용. 리리스. 혹시 아직 살아있다면. 정말 그렇다면. 계속 숨은채로 살아줘. 내 반지만 남아있다면 난 아직 살아있는거니까

계속 살아줘. 내 몫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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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이곳까지 떠내려 온 테이프의 내용물이오."

"어떡하죠? 우리 주인님을 내친 저 암퇘지들을 지금이라도 모조리···"

"리리스양 진정하세요. 우리들이 살아있는 지를 저들은 아직 모르니까요."

"이 철의 탑은 외부와 통신이 안되는 곳이오. 이를 활용해서 세력을 불리고 있었건만, 밖에서 이런일이······."

"용사령관도 마음을 다잡도록 하세요. 우선은 철충이 목적입니다. 우선은 말이죠."

"통령······. 알겠소. 비록 상대가 대군단이라고 하여도 어차피 같은 바이오로이드. 성능의 우위가 있는 쪽이 이기겠지."

"맞아요. 탑에 꼭대기에 있던 바이오로이드 분석기와 생성기로 만든 우리들의 레플리카정도면 충분할거에요."

"네. 리리스양과 용사령관 그리고 저의 레플리카를 충분히 만들어놨으니 철충들은 물론 배신자들에게 까지도 충분할거에요."

"마리대장을 비롯한 37인의 희생. 그리고 사령관님의 죽음까지. 절대 잊지 못하겠군······. 자, 그럼 우선은 생존신호를 보내도록 하겠소."

"네, 알겠습니다. 기나긴 싸움이 되겠군요. 철충과도 그리고 레오나양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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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탑에서 연락두절(버그)로 인해 오르카호가 휘청

그리고 버림받은 사령관의 유언

그걸 보고 복수를 다짐하는 철의 탑 인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