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 https://arca.live/b/lastorigin/24545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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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으으응... 여긴..."



"다행이다 언니, 깨어났구나! 엄청 걱정했다니까?"



"수복실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응? 기억 안 나? 그럼 곤란한데."



"안타깝게도 샬럿 양 일행한테 토모로 오해받고, 왓슨을 찾으러 끌려다니다가,

 백토 양한테서 뽀끄루 씨를 지켰다는 것까지밖에는 기억이 안 나."



"뭐, 샬럿 언니가 얼굴이 새파래져서는 업고 왔으니까 어느 정도는 기억하는 것 같은데,

 자세히 이야기해 줄게. 그 편이 다음 설명을 하기에도 편할 테니까." 



"코헤이 교회에서 축성한 수류탄? 비슷한 게 터져서 말이지, 언니는 기절했어.

 살상용이 아니어서 그런지 검사해 봐도 다행히 별 외상은 없었는데. 좀 더 중요한 문제가 있더라고." 



"응? 나는 멀쩡한데." 



"언니의 사고모듈이 조금 손상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구체적으로는 기억모듈 부분이.

 당장은 별 영향이 없으니 눈치채기는 어려웠을 거야. 그래도 걱정이 돼서 조금 조사해 봤는데." 



"수류탄 때문인지, 쓰러졌을 때의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이전부터 그랬는지, 처음에는 사실 잘 몰랐지만, 

 생각해 보니까 비슷한 손상을 종종 다른 언니들한테서도 본 적이 있는 것 같더라고. 

 옛날의 발키리 언니나, 요즘도 가끔 나한테 와서 조정을 받는 레아 언니 같은. 이쯤 되면 혹시 짐작이 가?" 



"그러고 보니 끌려다닐 때 출격 포드에서 탈출한 레아 씨? 를 본 적 있었어. 

 연속출격 때문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것 같던데, 그 문제가 나랑도 관계가 있다는 거야?" 



"정답! 역시 초천재 미소녀 형사! 이해가 빨라서 다행인데?." 



"아하하, 놀리는 건 그쯤 해 둬. 왓슨한테도 그런 말을 들으면 부끄러운걸, 그래서 본론은 뭐야?" 



"나는 작전을 나가다 보면, 특히 지나칠 정도로 많이 나가다 보면 과부하로 그런 손상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결론을 내렸어.

 멸망 전 인간님들도 군용 바이오로이드들로 비슷한 문제를 연구했던 걸로 보이는데, 결국 해결책은 찾지 못한 것 같더라고." 



"처음에는 코어링크를 응용해서 부하를 경감하면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역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만뒀어.

 그런데 어제 토모 언니가 환골탈태시켜달라며 나를 찾아왔을 때 유레카도 같이 찾아왔지." 



"토모가...? 무슨 의미야?"



"여기서 퀴즈 하나 더. 언니도 일단은 '즐거운 토모'니까, 우리 기관의 모토는 기억하고 있겠지?" 



"080 기관의 모토? '그러한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과도 관계가 있는 거야?" 



"맞아, 말이 통하는 언니랑 대화하니 편한걸? 그럼 본론으로 들어갈 테니 일단 들어 봐. 

 토모 언니가 갑자기 찾아와서는 환골탈태를 시켜달라고 조르니까 자연스럽게 리앤 언니도 떠올리게 되었는데, 

 리앤 언니는 VR 속에서 오빠한테 유전자 정보를 넘겨준 적이 있잖아? 거기까지 생각하니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던걸?" 



"언니도 알고 있겠지만, 멸망 전의 토모 언니들은 임무에 투입되기 전에 기관에서 일종의 암시를 받았어. 

 조금 종잡을 수 없는 언동을 보이기도 했으니까 위장 신분과 자기 임무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한 보험이었지. 

 임무가 끝난 후에는 회수해서 기억을 지우고 다른 임무에 투입할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러니까 기관의 모토는 물리적인 증거인멸에 한정되지 않고, 정신과 기억의 영역에서도 충분히 유효한 말인 셈이지. 

 그런데 반대로 언니들의 정보를 백업해서 다른 언니에게 심어두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잠깐, 그건 즉...!"



"토모 기종이 백업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던걸. 대량생산되었고 '즐거운 토모'가 탄생한 걸 보면 잠재력도 충분하니까. 

 그래서 토모 언니 부탁도 들어줄 겸 조금 실험을 해 봤는데, 마침 리앤 언니도 와서 큰 도움이 됐어. 

 칸막이를 걷어 볼게. 누가 있는지 한 번 볼래?" 



"안녕? 그러니까... 나? 에에...?" 



"헤엑?" 



"자, 어때? 대단하지 않아? 역시 베이스가 똑같아서 그런지 잘 이식된 것 같네!" 



"으윽, 닥터 양이 열정적인 건 인정하겠는데 말이야... 이건 너무한 게 아닐까? 왓슨 허락은 받은 거야?" 



"기분나쁜 거야? 언니들의 기억을 안전하게 보전하려고 노력한 건데, 오빠도 기뻐할 거라니까?" 



"토모가 불쌍하잖아! 놀라서 멍해진 것 좀 봐! 그리고 형사로서 이런 건 그냥 넘어갈 수 없겠는데?" 



"이건 토모 언니가 희망한 거야. 그리고 지금 토모 언니는 언니의 백업이나 다름없으니까 토모 언니가 놀란 건 아닌걸. 

 그저 불쌍해 보이니 그만두라는 언니의 자기만족적인 동정심 때문에 이 기회를 포기하는 건 아까워." 



"하아... 닥터 양. 우리를 걱정해 주는 건 정말 고마워. 그런데 왓슨이 정말로 이걸 바란다고 생각하는 거야?" 



"오빠는 VR 속에서라지만 리앤 언니를 잃었을 때도 엄청 침울해했는걸. 기억을 보존해 두면 그런 걱정은 사라지지 않을까? 

 일단 토모 언니랑 궁합이 잘 맞는 리앤 언니부터 시작했는데 성공적이잖아. 앞으로 개선할 수 있어.



"그런 문제가 아니야. 내 정보를 덧씌운 이 토모를 방치해 두면 그건 정말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닥터 양은 왓슨이 왜 나를 각별하게 생각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본 적 있어?" 



"그건 언니가 오빠랑... 아." 



"후후, 정답이야. 이해가 빨라서 다행이라는 말은 돌려줄게. 박사님. 

 그리고 나는 닥터 양이 걱정하는 연속출격도 왓슨이 우리에게 보이는 신뢰라고 생각해. 

 레아 씨 같은 경우가 나타날 때 정신적 관리만 꾸준히 해 준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거든? 그리고 말이지..." 



"여어 토모, 깨어났다고 들어서 병문안 왔다. 음?" 



"어? 토모가 두 명이지 말입니다!" 



"알겠다! 이 쪽이 진짜 토모야! 저기, 토모, 토모." 



"에...... 응, 에에엣? 저기, 내가 '즐거운 토모'기는 한데..." 



"또 그 소리야? 역시 오늘 토모는 이상해. 왠지 기분 나빠." 




"자, 드라코 양. 토모 양한테 먼저 할 말이 있잖아요?" 



"아 맞다! 미안해!" 



"이번에는 왜 갑자기 사과하는 거야?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아하핫, 보다시피 이 토모한테는 즐거운 친구들이 있는 것 같으니까, 친구들한테 토모를 되돌려 주지 않을래?

 그리고 이 건에 대해서는 리앤이 아니라 '즐거운 토모'로서 재고를 부탁할게." 



"역시 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네. 알았어! 그리고... 중요한 걸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요, '즐거운 토모' 언니." 



"오늘도 한 건 해결이네! 그럼 이제 나는 가 봐도 될까?" 



"잠깐만요 '토모', 아니 리앤 양! 잠시 이쪽으로..." 



"응, 샬럿 양? 뭐야 뭐야?" 



"오늘은 실패했지만 다음에는 저와 둘이서만 폐하를 뵈러 갈 수 있을까요?" 



"오, 왓슨을 놀래켜 주자는 거구나? 좋아! 시간 될 때 불러 줘!" 



"후후, 기다려 주세요 폐하!"


-분위기를 급선회해서 끝. 읽어 주셔서 갑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