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일주일 전 아침, 치바현 치바시 마츠시타의 집. 토모는 대전란 ~시들어버린 무로마치의 꽃~ 스페셜의 마지막화를 보고 있었다. 치열한 쿠노이치 카엔과 쿠노이치 제로의 싸움, 그리고 화해. 그리고 긴 이야기의 대단원. 대전란의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재밌으니까. 감동적이니까. 평론가들은 말한다. 그런 원초적인 재미가 아니라 더 깊은 주제의식과 철학적 담론, 역사적 사실을 담아야 진정한 작품이라고. 외국의 어떤 평점 사이트에서의 대전란의 평점은 고작 17점밖에 되지 않았다. 초록색 토마토가 선명하게 그려진 평론자의 평점과는 반대로 관람객의 평점은 흔히 보기 힘든 100을 유지하며 팝콘을 터트리고 있었다.

 D 엔터테인먼트는 평론가들의 비판에 별 대응을 하지 않았다. 대중들은 여러 사건을 겪으며 평론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평론가들과 대중의 괴리는 나날이 심해졌고 이제는 평점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는 시대가 되었다. 알지못하는 평론가들의 말보다는 옆에 앉은 사람의 추천이 더 설득력있는 시대였다.

 대전란은 그런 드라마였다. 모든 것을 떼어내고 오직 재미만을 추구한 극한의 결과물이었다. 인터넷에는 어째서 대전란이 큰 인기를 끌었는가를 설명한 수많은 글과 영상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글을 볼 필요도 없이 대전란을 직접 보게 된다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매 1분 1초가 빠짐없이 재밌는 드라마니까. 지루할 틈도, 재미없는 장면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긴 빌드업은 없었고 의미없는 대사나 제작비를 아끼기위한 꼼수, 분량 때우기용 장면이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재밌는 전개로 가득했다.

 D 엔터테인먼트가 가장 중시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언제, 어느 장면을 봐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무슨 방법을 써도 좋다. 그 화끈함이 대전란의 장점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재미없어진다 싶으면, 재미가 없어지기도 전에 닌자들이 나타나 등장인물을 죽이기도 하고 몇화내내 계속해서 클라이맥스가 계속되는 전설의 전투장면도 있었다.

 이런 페이스면 14화 정도 되어서는 재미가 없어지겠네. 힘이 다 빠지겠네. 그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100화가 넘는 대하퓨전사극이었지만 1화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끝임없이 재밌었다.

 전설은 이렇게 탄생했고 토모는 그 전설의 두번째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감동적인 대단원의 앞에서 토모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닭똥같은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그녀는 옆에 앉은 마츠시타를 불렀다.

 “마츠시타, 어때? 재밌지? 연대급 명작이지?”

 “쿨...”

 토모의 옆에서 마츠시타는 고개를 떨구고 졸고 있었다. 이런 명작을 보면서도 잘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토모는 믿을 수 없었다.

 “마츠시타, 일어나, 마츠시타!”

 토모가 마츠시타의 어깨를 흔들자 마츠시타는 벌떡 일어나며 잠에서 깼다.

 “토모, 나 잔 거야? 지금 몇시야? 지각이야? 나 어떡해. 토모? 토...”

 당황한 마츠시타는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야 진정했다.

 “아, 뭐야. 한참 잔줄 알았네. 깜짝 놀랬잖아. 뭐, 슬슬 나갈 준비해야할 시간이네.”

 마츠시타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마츠시타가 TV를 보았을 때는 이미 광고타임으로 넘어간 다음이었다.

 “아, 끝난 거야? 토모, 어땠어? 재밌어?”

 “정말 재밌었어! 끝이라 끝내주게 재밌었어! 다시 봐도 재밌어! 마츠시타도 이거 봤어야 하는데. 제로와 카엔이 화해하는 장면은 언제봐도 재밌었어. 마츠시타도 기자면 이 장면은 무적권 봐야해! 아니,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봐야해”

 “기자랑 무슨 상관이 있는 줄은 모르겠는데.”

 -대전란 ~시들어버린 무로마치의 꽃~ 126화 끝

 그 때 TV에서는 대전란의 엔딩컷이 나왔다. 떠오르는 해와 지는 벚꽃과 푸른 논과 산, 붉게 물든 구름, 그곳을 내려다보는 언덕과 그곳에 서있는 카엔과 제로의 두 닌자가 서있는 장면이었다. 누구나 생각할법한 옛날 일본 드라마의 엔딩으로 적합한 장면이었다.

 “엑.”

 126화. 각편을 20분을 잡는다고 해도 약 2500분, 40시간이 넘는 분량이었다.

 “126화면 이틀내내봐야 할 양인데.”

 “그런데도 재밌다니까? 말이 안될 정도의 재미야!”

 “난 무리.”

 직장인에게는 1분 1초의 휴식이 아쉬웠다.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40시간이 넘는 분량의 드라마를 보는 것은 무리였다.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마츠시타가 잠을 안잤으면 대전란이 얼마나 재밌는 건지 알았을 텐데.”

 -대전란의 세계로 뛰어들어라!

 TV에서는 다시 VR 게임의 광고가 나왔고 토모는 마츠시타를 보며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아무리 그래도 안돼. 저게 얼마나 하는데. 난 돈이 없어.”

 마츠시타는 그렇게 말하며 토모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바라본 TV에서는 쿠노이치 카엔이 불타는 검을 들고 화려한 액션을 펼치고 있었다. 바이오로이드란 대단했다. 저런 액션이 CG가 아니라 직접 행동하는 것이라니. 마츠시타는 토모가 저런 동작을 할 것을 생각하고는 웃었다. 설마. 토모는 저런 동작에는 안어울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TV를 보았다. 마츠시타가 VR을 할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도쿄도 토시마구 타카다1쵸메의 아카바네 츠키의 집. 그의 집 현관으로 긴 노다치를 든 닌자가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긴 칼은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맹렬하게 불타고 있었다. 고열로 달궈진 칼은 철제문을 한번에 벨 수 있을 정도였다.

 피로 범벅이 된 현관에는 하나의 머리가 굴러가고 있었다. 아카바네 츠키의 머리였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에서는 점점 생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는 마츠시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간신히 토하는 것을 참고 있는 마츠시타였다.

 조금전까지 마츠시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남자였다. 그가 이렇게 갑자기 죽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이렇게 죽을 사람은 아니었다. 그 이전에 어째서 그가 죽어야 했는가. 그는 그저 평범한 D 엔터테인먼트의 전직 직원일 뿐이었다. 아무리 사내 이야기를 유출했다 한들, 그것은 죽어야 할 이유는 아니었다.

 너무나 허무했다. 이렇게 갑자기 죽음이 찾아올줄이야. 마츠시타는 간신히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던 세토 토오노의 죽음을 떠올렸다. 마츠시타가 경험한 첫 죽음. 마츠시타의 앞에서 총알에 너덜너덜해진 토오노의 모습은 죽은 아카바네만큼이나 끔찍했다.

 마츠시타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죽음에게서 거리를 두고 싶었다. 보고 싶지 않았다.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고개를 돌려도 눈은 아카바네의 머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마츠시타!”

 마츠시타의 앞에 서있는 토모는 마츠시타를 불렀지만 마츠시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쿠노이치 카엔이 현관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토모는 카엔이 아닌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바닥에는 아카바네의 산탄총이 놓여있었다. 그 총이라면 카엔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다못해 맨몸으로 덤비는 것보다는 나았다.

 과연 내가 저 총을 집는 것이 카엔이 내게 달려오는 것보다 빠를 것인가. 그 상황에서 마츠시타를 지킬 수 있는가. 토모의 머리속에서는 수많을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토모는 그 모든 상황을 상정하고 움직이게 할 연산능력을 갖추지 않았다.

 그저 토모는 자신의 본능을 믿고 행동할 뿐이었다. 토모는 카엔에게 달려갔다. 정확히는 카엔과 토모의 사이에 있는 아카바네의 총을 향해 달려갔다. 몸을 날려 손을 뻗은 토모는 바닥의 산탄총을 붙잡았다.

 그것을 본 카엔은 반응을 했다. 칼이 움직이며 불의 잔상을 허공에 남겼다. 토모는 그것을 보며 관성을 이용해 몸을 빠르게 굴렸다. 총을 붙잡은 토모는 구르면서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치고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왼손은 펌프를 잡아 총을 쏠 준비를 마쳤다.

 바닥에서 한바퀴 구른 토모는 지체없이 카엔을 총으로 겨누었다. 그리고 아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 반동과 함께 토모는 뒤로 물러나며 일어섰다. 그렇게 지향사격을 두번 한 토모는 펌프를 당기는 대신에 산탄총 전체를 밀어내며 어깨높이로 올렸고 왼팔을 뻗어 정조준자세로 자연스럽게 전환했고 다시 두발을 사격했다.

 다섯번의 총성이 울린 뒤 토모는 정면의 현관을 보았지만 그곳에는 아카바네의 시체 뿐이었다. 토모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고 특히 천장까지 살펴보았지만 카엔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토모가 총을 들어 일시적으로 물러난 것에 틀림없었다.

 토모는 산탄총을 기울이고 펌프를 반만 당겨 약실을 확인했다. 다행히 총알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 다음 펌프를 제자리로 돌린 토모는 삽탄구에 손가락을 넣어 튜브의 잔탄을 확인했다. 아카바네는 이 총에 6발을 장전한 모양이었다. 6발들이 산탄총에는 약실을 포함해 7발을 장전할 수 있었지만 아카바네는 그것을 몰랐던 모양이었다.

 “마츠시타!”

 토모는 주위를 둘러보며 마츠시타를 불렀다. 마츠시타는 대답이 없었다. 아직도 공황에 빠진 것일까 총소리에 일시적으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것일까.

 “마츠시타! 정신 차려! 빨리 총알을 찾아야해! 언제 닌자가 나타나서 우리를 다 죽일지 모른다고! 마츠시타는 여기서 죽고 싶지 않잖아! 하고 싶은 일이 있잖아! 밝혀야 할 일이 있잖아! 그러니 역기서 살아 나가야해!”

 마츠시타는 토모를 보았다. 토모는 자신에게 뭐라 외치고 있었다. 총성때문에 귀가 먹먹해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보나마나 또 이상한 말장난을 섞은 말을 하는 거겠지. 이명속에 하나는 들려왔다.

 “마츠시타! 총알!”

 토모는 살려고 하고 있었다. 살기위해서는 싸워야 했다. 마츠시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숨어있으면 위기가 마츠시타를 지나쳐 갈 것이라고. 하지만 위기란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었다. 이겨야 하는 상대였다. 위축되어있는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총알? 하지만 어디에 있는데!”

 “어딘가 있을 거야! 아카바네가 총을 뒀던 곳, 그 근처에 있을 거야!”

 토모는 주변을 계속해서 살펴보며 외쳤다. 마츠시타는 바닥을 기어가 서랍을 하나하나 뒤졌다. 이래서는 완전히 도둑이잖아.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은 생계형이었다. 살기위해 하는 것이었다.

 “찾았어!”

 마츠시타는 누가봐도 총알상자인 것을 하나 꺼냈다. 묵직하고 작은 상자에는 새와 곰 그림이 적혀있었고 영어로 뭐라뭐라 쓰여있었다. 마츠시타는 그 중 Shot Gun이라는 7글자만 읽어도 충분했다.

 마츠시타에게 총알상자를 넘겨받은 토모는 무릎꿇어 앉은 뒤 샷건을 그대로 반바퀴 돌려 아랫부분이 위로 가게 한 뒤 총알상자에서 총알을 두개씩 꺼내 삽탄구로 세번 장전했다. 다시 반바퀴 돌려 원위치한 토모는 오른손으로 총을 쥐고 왼손으로는 총알을 마구잡이로 꺼내 주머니에 넣었다. 탄입대가 없는 토모였다. 이렇게라도 여유탄을 챙겨야 했다.

 “마츠시타, 내 뒤의 벽앞에 서있어. 언제 다시 나타날 지 몰라. 사각은 최소화 해야해. 혹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면 말해줘.”

 토모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마츠시타 역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다. 아니, 있었다.

 “토모! 왼쪽! 주방이야!”

 마츠시타는 주방에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외쳤다. 토모는 재빨리 몸을 돌려 왼쪽을 향함과 동시에 마츠시타를 자신의 뒤로 밀쳐냈고 산탄총의 총구를 그 그림자를 향했다.

 하지만 그림자, 카엔이 더 빨랐다. 토모가 총을 겨누었을 때 이미 카엔은 토모의 바로 앞까지 온 뒤였다. 산탄총의 길이 때문에 카엔을 조준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토모는 생각했다. 그래도 마츠시타보다는 자신이 더 카엔에 가깝다고. 일단 몸으로라도 마츠시타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가면을 쓴 쿠노이치의 칼이 붉게 타올랐다. 토모는 총구를 돌려 어떻게든 카엔을 조준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토모가 방아쇠를 당길 생각을 하기도 전, 쿠노이치의 노다치가 허공을 갈랐다.

 산탄총은 카엔의 칼에 그래도 두동강이 났다. 총열과 탄 튜브가 깔끔하게 잘려나갔고 튜브에 장전되어있던 총알들이 스프링에 의해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긴 노다치는 산탄총만을 자르지 않았다. 긴 길이 때문에 칼은 토모의 왼쪽 어깨죽지를 긋고 지나갔다. 팔이 그대로 떨어져나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깊은 상처였다.

 모든 게 끝났다. 이렇게 된 이상 마츠시타라도 구해야해.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희망은 하나 남아있었다. 아직 한 발 남아있었다. 카엔은 산탄총을 잘랐지만 아직 약실에는 한발 남아있었다. 방아쇠도 남아있었다.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총은 한 발 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총은 매우 짧아진 소드오프샷건이 되어있었다.

 리치 때문에 카엔을 조준할 수 없었던 산탄총은 이제 카엔을 조준할 수 있었다. 토모는 카엔을 향해 단 한발 남은 산탄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펑!

 토모는 방아쇠를 단 한번 당겼지만 화약은 한번 폭발하지 않았다. 약실이 노출되어있었던 바람에 총알의 폭발이 일반적인 총에서보다 더 크게 일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공중에는 튜브에서 빠져나온 장전되어있었던 총알들이 날아가고 있었고 그것들이 그 폭발에 휘말려 일종의 연쇄폭발을 일으킨 것이었다.

 토모의 앞에서 대 폭발이 일어났고 토모와 마츠시타는 뒤로 날아갔다. 카엔 역시 뒤로 날아갔다. 다행인점은 토모와 마츠시타와는 반대 방향은 주방의 방향이라는 것이었다. 일어난 토모는 산탄총을 보았다. 검게 그을린 산탄총은 다시 쏠 수 있을 것 같아보이지 않았던 토모는 산탄총을 한쪽 구석으로 던졌다. 왼쪽 팔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대로는 싸울 수 없었다.

 “마츠시타, 괜찮아?...”

 토모는 조금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피를 흘린 탓일까, 약간 어질하기까지 한 토모였다.

 “너야말로, 지금 괜찮은 거야?”

 “아직은...”

 한편 카엔은 아무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력화 되었을 거라 생각한 토모의 생각과는 달리 멀쩡한 모양이었다. 폭발은 그저 소리만 요란했을 뿐 아무 위력도 없었던 것임에 틀림없었다. 다만 가면만은 조금 깨져있었다. 흰색 여우가면. 깨진 가면의 틈으로 카엔의 눈을 볼 수 있었다. 그 눈. 마츠시타와 토모를 모두 죽이겠다는 눈빛이었다.

 “마츠시타, 지금 우리는 저 카엔을 이길 수 없어.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죽을 순 없어.”

 토모는 카엔을 보며 말했다. 카엔이 칼을 쥐자 칼이 불타올랐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여기서 살아 나가는 거야. 여기는 2층이야. 마츠시타, 알겠지?”

 “아니, 나는 모르.... 으악!”

 토모는 카엔이 달려오기도 전에 재빨리 마츠시타를 안고 달렸다. 그리고 창문을 향해 뛰었다! 토모는 자신의 몸으로 마츠시타를 안은 채로 유리창을 깼다. 그리고 아무런 낙법도 하지 못한채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굴렀다.

 “토모! 토모!”

 마츠시타는 자신을 안고 보호한 토모를 불렀다. 토모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토모! 토모!”

 여기저기서 불이 켜지는 것이 보였다. 총성에 사람들이 무슨일인지 보러 나온것에 틀림없었다. 멀리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쿠노이치 카엔도 있었다. 어떻게든 살아서 도망쳐야 했다.

 “마츠시타... 생각보다 아팠어... 이정도일줄은 몰랐는데...”

 토모는 힘없이 겨우 말을 이어갔다.

 “토모, 여기서 벗어나야해. 내가 부축해줄게.”

 마츠시타는 토모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야, 아야! 아니 그쪽 말고 다른쪽 어깨로 부축해줘...”

 마츠시타는 토모의 말대로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붙잡아 부축해주었다.

 “토모, 정신차려. 내가 어떻게든 토모를 고쳐줄게.”

 “마츠시타는 의사가 아니잖아. 의사결정을 못한다고.”

 토모의 말이 전부 옳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부는 맞았다. 토모는 바이오로이드였다. 바이오로이드는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사치가 죽은 것처럼 살릴 수 있는데도 살리지 않을 것이었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아니니까. 마츠시타는 인정할 수 없었지만 아무도 마츠시타의 입장따위는 듣지 않았다. 죽어가는 사치를 바라보지 않았다.

 바이오로이드를 치료하는 것은 엄청난 돈이 들었다. 바이오로이드는 부자를 위한 것이었다. 부자는 그런 바이오로이드에 엄청난 돈을 들일 수가 있었다. 마츠시타가 상상하기도 힘든 액수라 할 지라도 말이다.

 “방법이 있을 거야. 분명. 토모를 고쳐줄 수 있는 방법이...”

 마츠시타는 이곳이 어디인지 떠올리고는 방법을 하나 떠올렸다.

 “있어. 토모를 고쳐줄 수 있는 곳이 있어. 이 근처야.”

 마츠시타는 웃으며 토모에게 말했다.

 “토모, 내가 어떻게든 너를 고쳐줄게.”

 그렇게 말하며 마츠시타는 토모를 부축하며 어디론가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