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lastorigin/24771111


"저...사령관님..진짜 알바할거에요?"

편의점은 3교대로 이루어진다.
오전 - 오후 - 야간.
그 오후와 야간 사이 8시부터 10시.

사령관이 뜬금없이 편의점 알바를 하겠다는 말에
편의점을 담당하던 유미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이전부터 부대원들이 잘 지내는지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스스럼없이 일을 하면서
부조리를 발견하는 사령관.
유미에게 사령관은 편의점 운영의 트집을
잡기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상관으로 보였다.

그리고 정산과 같은 것도 추가로 해야하는지,
여러 문제가 유미를 고통스럽게 했다.
아무 일 없이 이 소동이 지나가길 유미는 생각했다.

"그럼 내일부터 출근할게.
나도 오늘은 끝내야 할 일들이 있어서."
"하하..사령관님...잘 준비해놓을게요..."
"아니야. 편하게 해."

유미에게 편하게 하라는 이 사령관의 친절이
오늘만큼 무겁게 들린적이 없었다.

***

'동호회는...조만간 활성화 되면...
나도 적당한 곳 찾아서 가입하면 될거 같고...'

내용 :
모솔새끼들은 여자부터 만나라.

1. 직장 동호회 가입
2. 백수 새끼들은 알바
3. 교회
4. 카페다니기
5. 여행

과거 인류의 <여자친구>만들기 조언이 따르면
이제 3번인 교회의 차례였다.
사령관은 종교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검색 : 교회에서 여자친구 만들기

내용 :
일단 교회를 갔으면 오래 다녀라
당장 이번주 일욜날부터 다녀라

그리고 신앙심 많은척 하는건 필수다
교회에서만큼은 하나님 존나 외쳐라
예배 열심히 듣는건 당연한거고(지루해도 절대 졸지마)
성경책 조낸 쳐 읽으면 좋다
달달 외워라 외운만큼 여자가 꼬인다(중요하다 또 중요하다)

과거 인류는 신기하게도 교회에서 어떻게
<여자친구>를 만드는지 분석하여 글을 남겨두었다.
'...'
사령관은 생각했다.
왠지 이런건 잘 할 수 있을거 같다고...
마침 오늘은 일요일이다.

사령관은 교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한 번 정도는 방문해보고 싶기도 했던 사령관에게
<여자친구> 만들기라는 목적은 무척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오히려 종교를 믿는 애들이 좀 더 순수하고..
내가 생각하는 정신적 사랑을 충족시켜줄지도 몰라.'

"...한 번 가볼까?"

그렇게 교회로 사령관은 발을 내딛었다.

***

"구원자님. 드디어 이곳에 발길을...
구원자님이 오실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베로니카가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인사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대원들이 교회에 방문했다.
그리고 아자젤이 교단에 서서
양손을 뻗으며

"축도가 있겠습니다"

아자젤이 뭐라뭐라 기도하자 주위의 대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양손에 깍지를 끼고
기도를 시작했다.

사령관 역시 눈치껏 양손을 모으고 기도하는척
고개를 숙였다.

과거 인류의 조언,  ""신앙심 많은척 하는 것은 필수""
이걸 잘 이행하면...교회다니는 순수한 여자와
정신적 교감을 나누기...씹가능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숙일뿐이었다.

다 같이 찬송가도 부르고...
찬송이 끝나고 과일과 준비해둔 간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사령관님께서도 종교에 관심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사령관 옆, 예배의 시작부터 끝까지
열심히 기도하던 붉은 머리의 소녀,
레프리콘이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사령관에게 말을 건냈다.

"하하...글쎄. 오르카호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를 하고 싶었어. 신이 있다면 내 소원을
들어주면 좋겠네."

사령관이 이야기한 말은 진심이다.
종교를 믿지 않았을뿐.

"구원자님. 구원자님께서 이끄시는 것이야말로
구원이자 저희의 안전입니다.
모두 사령관님께 경배의 기도를 올립니다."

검은 수녀복의 베로니캉 한 마디에
앉아서 간식을 먹던 대원들이 간식을 내려놓고
사량관를 보며 기도를 한다.

'아...씨발...여기서 여자친구를 어떻게 만들라고...'

속으로 욕을 내뱉을뿐인 사령관이었다.

그렇게 모든 예배가 끝나고 교회를 나서자,
옆에 있던 레프리콘이 사령관을 불러 세웠다.

"저..사령관님...오늘 옆에서 기도드릴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다음에도 같이 기도 드리고 싶습니다...
앗...제가..무슨 말을..잊어주십시오!"

사령관은 레프리콘이 얼굴을 붉히는 모습에
순간 귀엽다고 생각했다.
레프리콘과 함께 저녁을 먹고 손을 잡고
서로의 미래를 이야기하고..사랑을 나누고...
흐믓한 미래에 사령관은 자기도 모르게

"알았어. 다음주에 보자."

라고 약속을 해버렸다.




***

교회누나의 미소에 넘어간 사령관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