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충도 오메가도 별랄랄루도 다 시마이친 철남충은 어떻게 살까?

전부터 살아온 것처럼 오르카 식구들 데리고 복작복작 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철남충은 잠에서 깨어난 뒤로 단 한번도 조용히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어쩌면 참 소박하고 조용한 삶을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페어리랑 친하게 지냈던 철남충이면 다프네, 혹은 리제와 함께 작은 정원을 꾸미며 살 수도 있겠지. 아니면 드리아드와 함께 텃밭에서 옥수수와 감자를 기르며 살 수도 있고.


컴패니언에게 정든 철남충은 하치코와 함께 하루 종일 별의별 미트파이를 찍어낼지도 몰라. 끔찍한 연두색 민트파이가 만들어지면 먹어라 헬스크림을 외칠거야. 어쩌면 포이와 살림을 꾸려 집 밖은 고사하고 폭력적인 찌찌 속에서 평생을 보낼 수도 있고. 골치 아픈 일은 모두 잊고 평생 찌찌만 만지면서 쉬는 거야!


아니면 이런 이야기는 어때? 

 넓은 오르카와 철충이 사라진 대지를 마다하고 트리아이나와 함께 바닷속 곳곳을 탐험하는 거야. 좁디 좁은 잠수정 안에서 서로 살을 맞대면서도 야릇한 분위기 없이 유영하는 해파리와 반짝이는 산호들을 보며 탄성을 지르는 뜨겁게도 순수한 모험의 나날을 보낼 수도 있겠어.


 모험 이야기가 나왔으니 몇몇 바이오로이드가 더 떠오르지 않아?

워울프와 함께 도시의 잔해 속을 거닐고, 밤이 되면 모닥불을 지피고, 달과 별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낭만을 즐길 수도 있겠다. 

좀 꾀죄죄하더라도, 분명 낭만을 실현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들뜨지 않을까?


아이언 애니의 허리를 꼭 붙들어 메고, 붉은 바이크에 몸을 맡긴 채로 철충도 오메가도 없는 뻥 뚫린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은 어때?

애니와 철남충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석양은 분명 그녀의 바이크처럼 강렬한 붉은색 일거야. 


엠프리스와 함께 남극에서 펭귄 가족을 만들어도 귀엽겠다


어쩌면, 어쩌면 상처가 남은 오르카 식구의 옆을 지킬 수도 있겠지.

땃쥐 담금주, 알비스 도넛, 좌우좌/안드바리 벗짤이나 념글에 올리는 챈 꼬라지 보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모든 전쟁이 끝나 공허해진 칸이나 마리의 곁에서 만나보지 못한 그녀들의 부하들의 가묘를 만들고, 비어버린 가슴 속 구멍을 새로운 무언가로 채워줄 수도 있겠지. 

 

 잊을만하면 C구역의 악몽에 시달리는 키르케를 위해 새벽에 물수건을 쥐어짜고 있을 수도.


 네가 있는 오르카의 결말은 어땠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