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령관이 아니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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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로 느껴지는 열기, 쨍쨍한 태양, 맑고 푸른 바다와 고운 모래들.

청명하게 들려오는 파도의 소리와 몇 번이고 부서지고 살아나는 흰 거품.

드문드문 나있는 녹색의 수풀과 남국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들 까지.

생전 처음 와보는 이국적인 장소. 사진으로나 접해 본 그런 장소다.

 

확실히 편하기는 했지만 무언가 답답함이 느껴졌던 오르카와 다르게,

벽이 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푸른 수평선을 보자 주체할 수 없는 해방감이 파도와 같이 나를 덮쳐왔다.

 

끼룩- 끼룩-

저 멀리 물새들이 큰 날개를 펼쳐 자연그대로의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며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자연에게 몸을 맡기고 부유한다. 저 물새들의 생각도 목적도 지금의 나는 알 수가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연에게 몸을 맡겨 그저 흘러가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권속이여, 놀러 간다더니, 그런 곳에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대자연의 위대함에 감동하고 있는 와중에 굳이 찾아와서 흐름은 끊은 것은 푸른 머리의 안대 꼬맹이 LRL이었다.

 

“오, LRL 어서 오고. 으음, 옆에는 아르망이었나?”

 

그런 LRL옆에는 샛노란 머리색에 순간 리본인지 모자인지 모를 장식을 한 아르망이 서 있었다. 응, 자세히 보니까 모자가 맞다.

 

“무얼 하고 있었는지 묻고 있지 않았더냐. 권속이여, 어째서 그런 풀숲에 서 있는 것이더냐?”

 

“뭐긴, 뭐야. 이렇게 서서 대자연의 선물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있지. 너도 와볼래?”

 

자연이 주는 기쁨이라고 말하면서 장난스레 슬쩍 권유를 하듯 말을 던졌지만 오히려 LRL은 한쪽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냥 해본 말이라 곤란한데.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 멋지다...”

 

“풀숲에는 풀벌레 같은 다양한 곤충들이 가득하겠지요. ...일부러 그러시는 것 이라면 참 짓궂은 분이시네요.”

 

“무엇, 진짜더냐! 권속, 실망했다. 여섯 다리의 흉물들이 가득한 곳에 이 몸이 스스로 발을 디디 뻔 했지 않은가!”

 

“아하하하, 들켰네. 이걸 눈치 채다니, 아르망은 정말 대단하구나.”

 

갑자기 웬 벌레 이야길 해서 LRL을 막아 세워준 것은 고맙지만 아르망은 나를 한번 쓱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여기선, 두 분을 위해서라도 자리를 뜨는 편이 좋겠어요.”

 

“응? 그게 무슨 소리더냐?”

 

“…….”

 

LRL의 질문에도 아르망은 대답하지 않고 대뜸 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나라는 인간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깊고 푸른 눈.

분명 악의는 없지만 그게 오히려 더 깊숙이 파고드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왜, 왜 그래?”

 

“아니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듯 다시 원래의 눈동자로 돌아온 아르망은 조금 복잡해 보이는 얼굴을 순간 보였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가볍게 인사하고 LRL을 이끌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뭐였던 걸까, 괜히 신경 쓰이게...

 

아르망의 일은 잊으라는 듯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 불안했던 마음을 안정시켜주었다.

 

“하우읍, 읏으으♡”

 

그와 동시에 밭 밑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공기가 겨우겨우 새어나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와 나는 방긋 웃으며 아랠 보았다.

 

“이제, 다 갔어. 이제, 숨죽이지 않아도 되는데?”

 

“으으읏♡...하아♡ 그대도 참.. 너무한, 사람..♡”

 

탄탄하게 단련된 배를 보이며 절정의 여운을 느끼는 듯 거칠고 따듯한 숨을 내쉬며 호흡을 정돈하고 있는 아스널.

천 쪼가리 하나 걸치지 않은 자연그대로인 모습의 그 음란함을 표현 중인 몸뚱이는 수북한 수풀사이에 가려져 근처에 오지 않는 한 보일 리가 없었다.

 

“이야, 진짜로 LRL이 이쪽으로 오려고 해서 놀랐다니까. 아르망 아니었으면 정말, 아찔할 뻔했어. 그치? 아스널?”

 

“...정말♡ 그녀가 눈치라도 챘다면, 어찌... 하려고 그런...”

 

나름 불만을 표출하듯 꿀같이 녹아내리는 목소리로 투덜거리며 일어나 앉아 한쪽 볼을 부풀린 채 삐진 듯 내 허벅지를 꼬집는 아스널. 응. 귀엽지만 아프다.

 

“아, 아앗, 그, 그래도 아스널도 화려하게 적셔댔잖아. 이거보라고. 솔직히 말해서 오싹오싹해서 기분 좋았지?”

 

“그, 그건. ...좋았다...”

 

방금 전까지 아스널이 누워있었던 바닥에 큰 얼룩을 가리키면서 반박에 나섰다.

확연하게 주변과 달리 그 얼룩 부분만 넓게 짙은 색을 띄며 축축해져 있었다.

어떠냐는 듯 자신만만해져서 아스널을 바라보자 역시 금방 부끄러워하면서 고갤 숙이고 있다.

 

“잘 안 들려요~”

 

“크으읏... 그, ...알몸으로 산책하고 있던 것을 들킬, 까봐... 두근두근 했지만, 사실 기분 좋았다...”

 

“응응, 그래서?”

 

“이, 이정도면 됐지 않는가! 매번 그대는 이렇게... 으으, ……그대의 발, 가락으로 소중한 곳을 잔뜩 희롱당해서... 그녀들이 있음에도 잔뜩 가버렸다... 그러니까 이제... 빨리...♡”

 

매번 이렇게 부끄러워하면서도 해달라는 걸 다 해주는 아스널은 자신이 어떤 식으로 희롱 당했는지 보고 하듯 말하면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 그럼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스스로 자세 잡아봐.”

 

꿀꺽...

 

침을 삼키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아스널은 눈앞의 야자나무 같은 것에 몸을 기대어 크고 말랑말랑한 두 개의 엉덩이를 내게 내밀어 보였다.

중심을 잡기위해 내딛은 오른 팔은 그대로 내버려둔 채 왼손의 검지와 중지로 축축하게 젖어 끈적한 액체를 흘리고 있는 자신의 조개를 펼쳐 내 앞에 대령해 주었다.

 

“이쪽에, 이쪽에다가 빨리 넣어다오... 제바알♡”

 

“우와아, 실 늘어나는 거봐.”

 

이미 몇 번이나 맛보아서 처음의 뻑뻑했던 뷰지는 거짓말처럼 지금에 이르러서는 활짝 열려 언제든지 할 수 있게 잘 젖는 착한아이 뷰지가 되어 있었다.

 

알몸의 아스널.

그런 그녀의 음란함이 묻어나오는 육체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하나둘 떨어져 흘렀다.

아까까지 누워 있었기에 드문드문 그녀의 몸에 붙어 있는 모래 알갱이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애태우지 말라는 듯 간절하게 바라보는 눈동자와 벌어진 도톰한 입술. 그녀의 몸에서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암컷의 페로몬이 열기가 시원한 바닷바람의 소금기와 합쳐지고 있었다.

 

‘이게 여름이지!’

 

슬슬 시동이 걸리려고 하는 쥬지를 꺼내…….

 

“권속이여 큰일이다!”

 

“아, 아스널 빨리 숨어.”

 

“그, 그래.”

 

당황한 나와 아스널은 조금 허둥거렸지만 어쨌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서서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누군지 대충 알 것 같지만.

한참 좋은 분위기였는데 이걸 방해한 괘씸한 녀석은 역시나 아까 보았던 LRL이었다.

짜증나 죽겠는데 무엇이 그리 급한지 나를 찾으면서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큰일이다! 권속, 이를 어찌 하면 좋은 것이더냐.”

 

“뭔데, 큰일 아니기만 해봐. 방해 했으니까 별거 아니면, 꿀밤이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이건 진심이었다.

정말 같잖은 걸로 나와 아스널의 해피 타임을 방해 했다면 핵꿀밤을 먹일 생각이었지만 뒤이어진 LRL의 말에 그런 생각도 사라져 나또한 다급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자, 장난칠 때가 아니다. 권속의, 권속이 만든 떡볶이가…….”

 

“뭐!? LRL. 지금 뭐라 그랬어? 뭐하고 있는 거야 지금 바로 안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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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바다다! 수영복이다! 그리고 저녁은 바비큐다!’를 기대하고 열심히 짠 모처럼의 오르카 모두의 휴일이건만 내 기분은 완전히 최고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진짜냐...”

 

막상 제대로 된 수영복을 입은 애들은 별로 없고 편하게 입은 애들이 물놀이는커녕 오르카 주변이나 아니면 아예 방에 틀어박혀서 안 나오는 건지 몰라도 주변을 둘러보아도 눈 호강이란 덤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나온 애들도 별로 없고.’

 

그래도 활발하거나 신체연령이 어린 애들, 사령관을 어떻게 하려는 애들이 나와서 잘 만끽하고 있었지만 나는 좀 더 뭐랄까 살구색의 다채로운 풍만함을 보고 싶었다.

 

응? 아스널은 당연히 내 옆에 있다. 물론 꽤나 대범한 수영복 차림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이거 때문이다.

 

“헤헤, 새로운 인간님이 떡볶이를 이렇게 잘 만들 줄은 몰랐지 말입니다.”

 

“저쪽의 엘븐 밀크를 사용한 것들도 좋았지만 역시 떡볶이가 더 든든한 느낌이네요.”

 

응. 간단하게 말해서 나는 지금 떡볶이를 만들어 아무나 찾아와 먹을 수 있도록 나만의 작은 가게를 열었다. 물론 가게라고 말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만 말이다.

 

물론 내가 스스로 모두에게 떡볶이를 먹이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한참 계획을 짤 때 먹거리라도 준비하자는 말을 꺼냈더니 그 사령관이 나조차 잊고 있었던 안드바리와의 약속을 들먹이더니 멋대로 정해버린 것이다.

정말 덕분에 놀 수도 없고 하루 종일 떡볶이나 휘젓고 있어야 한다.

 

“그나저나, 엘븐 밀크인가...”

 

“크흠, 그대가 원한다면 노력해 보겠다만... 오래 걸릴 지도 모르겠군.”

 

그저 엘븐 밀크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중얼거린 건데 내 옆에서 튀김을 준비하던 아스널이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해왔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닌데... 튀김이나 마저 튀겨두면 안되냐.”

 

“그, 그렇군, 그런 의미가 아니었던 건가...”

 

‘아스널, 귀 빨개졌다고. 아, 정말, 귀엽잖아.’

 

표정의 변화가 그닥 없었지만 귀가 빨개진 아스널을 보자 괜히 놀려볼까 싶던 찰나에 어디서 많이 본 조합의 꼬맹이들이 다가왔다.

 

“그때의 약속 잊지 않으셨네요.”

 

“후후후, 그대가 만든 이 붉은 것이 짐을 만족 시킬 수 있을까?”

 

약속을 잊지 않아주어서 왠지 기뻐 보이는 안드바리와 항상 사건의 시작을 알리던 두 꼬맹이들에게 친히 떡볶이를 대접해주었다.

다른 둘은 신이 난 듯 바로 미리 세팅해두었던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았지만 알비스 만큼은 뒤돌아서 나를 매우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저기, 새로운 인간님은 어째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사령관님은 저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던데?”

 

“...누가 봐도 저건 자유로운 게 아닌데. ...이해했으면 자리로 돌아가. 훠이훠이.”

 

알비스가 가리킨 방향에는 리리스를 포함한 수영복차림의 여러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등을 떠밀려 이곳저곳 끌려 다니는 사령관이 있었다.

응. 아무리 나라도 저건 부럽지 않았다. 힘내 사령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 발길을 돌려주었군 그래.”

 

“으음. 그런가.”

 

아스널의 말에 조금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안드바리말고도 신체 연령이 어린 바이오로이드들은 물론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그나저나 의외로 여기 안 올 것 같은 애들도 많이 와있구나, 스틸드라코에 더치걸, 저건 발키리인가?

 

“아, 아스널 대장하고... 새로운 인간이다...”

 

“오, 에밀리잖아. 어서 오고. 옆에는 음...?”

 

에밀리가 찾아와줘서 두 팔 벌려 환영해 주고 싶었지만 내 눈은 에밀리의 옆에선 한 바이오로이드에게 갈 수 밖에 없었다.

바닷바람에 나부끼는 분홍의 머리칼과 단련된 몸. 그런 몸을 감싼 하이레그의 수영복은 면적이 너무 적어서 그 풍만하고 야한 몸뚱아리를 숨길 맘이 없는지 옆가슴을 내보이고 있었다.

에밀리의 옆에서 저런 모습을 해도 유해하지 않을까 했지만 음. 덕분에 눈호강을 할 수 있었다.

 

“저는 비스트 헌터라고 합니다. 저희 대장이 항상 신세지고 있다고 들어서, 그, 대장을 잘 부탁드려요.”

 

“어, 어어. 그래. 뭐 이왕 온 김에 한 그릇씩 먹고 가.”

 

완전 야한 모습이라서 아스널이랑 비슷한 줄 알았지만 의외로 강해보이는 인상과 달리 착실한 언행에 조금 놀라버렸다.

뭐야, 왜 정상이건데, 결국 아스널만 정상이 아니란 건가?

 

“…….”

 

“왜 그래? 아, 혹시 떡볶이 싫어해?”

 

“아, 아뇨. 싫어한다던가 하지 않아요.”

 

“그, 저, 제가 잠시 여길 맡을 테니, 두 분이서 잠시... 좋은 시간이라도 즐기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떡볶이를 싫어하는데 억지로 받은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야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너무나도 고마운 말이었다.

 

“나도 돕고 있을게... 대장하고 놀아줘... 둘이 친하니까 같이 있고 싶은 거지?”

 

“에밀리...”

 

“자, 자, 두 분은 얼른 가보세요. 이 정도는 저희가 알아서할 수 있으니까요.”

 

기특하게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선뜻 나선 에밀리는 나와 아스널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올 것 같았지만 여긴 맡기고 얼른 가보라는 비스트 헌터에게 등 떠밀려 나오게 되었다.

 

“아스널, 너 좋은 부하들을 뒀구나.”

 

“아아, 그래.”

 

그렇게 비스트 헌터와 에밀리의 따듯한 배려와 도움으로 덕분에 아스널과 놀러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들뜬 맘으로 해변으로 향했지만 막상 자유가 되어버리니까 무얼 해야 되지 그것이 고민이었다.

 

듣기론 카엔이 제로와 함께 초밥을 나눠 주고 있다고 했다.

그곳에 들러 카엔과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엘븐 밀크다.

엘븐 밀크. 이름부터가 야한 냄새를 뿜뿜 풍기는 그것이 신경 쓰인다.

 

‘잠깐, 어찌되었든 아스널과 다니니까 데이트 같은 건가? 그럼 일단 카엔부터 만나러 갈까. 아냐, 엘븐 밀크는 수량이 정해져 있다고 들었는데. 역시 엘븐 밀크를 먼저…….’

 

“그, 저기, 하고... 싶어져서...”

 

연인들의 그것에 대해 복잡하게 이것저것 망상하다가 아스널의 한마디에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 것 같았다.

무엇인가 굉장히 많이 참았다는 것처럼 올려다보는 두 눈은 촉촉해지고 그녀의 얼굴 또한 풀어져서 음, 암튼 야하다.

응. 연인처럼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역시 야스인가. 

 

“응. 그러네, 아스널은 변태니까. 그런 아스널을 위해 지금 막 생각난 게 있어.”

 

“그... 변태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응. 뭐래, 벗어.”

 

바다를 돌아다니면서 온몸으로 자연을 느낀다. 물론 내가 아니라 아스널이.

아스널은 조금 곤란해 하는 것 같았긴 무슨 바로 있으나 마나한 천쪼가리들을 벗어던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되었다. 

 

“저기, 아스널은 산책 좋아해?”

 

아스널의 대답은 없었다. 단지 거친 호흡과 붉게 물들은 뺨으로 나를 올려다 볼 뿐이었다.

축축하게 젖어 벌어진 살덩이에서 풍겨오는 음란한 암컷의 향기가 대답을 대신 하는 것 같았다.

 

“그럼 갈까.”

 

마치 암캐의 그것처럼 나의 말에 맞춰 네발로 기어가기 시작한 아스널.

이미 이런 저런 플레이도 받아들이게 되어서 수치심으로 일그러져야 정상일 그 얼굴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후후, 그렇다. 나의 여름은, 내가 계획한 여름은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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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긴 무슨, 잠깐 자리비운 사이에 이게 어찌된 일인지.

급하게 뛰어가면서 듣기론 어떤 두 바이오로이드의 등장으로 떡볶이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아니, 그게 말이 되냐? 적게 잡아도 40인분 정도는 될 텐데.”

 

“권속이여, 그대는 그것들은 실제로 보았더냐? 그것들은 탐욕과 식욕을 그대로 형상화 한 것 같았단 말이다.”

 

40인분은 확실히 오르카의 인원수를 생각하면 적은 량이긴 하지만 더 만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40인분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바닥이 드러났다는 거다.

그 것도 둘이서. 오르카에선 나 몰래 코끼리라도 키우는 것인가.

 

“이쪽이다.”

 

“우와앗-! 벌써 10그릇을 넘겼지 말입니다.”

 

“아니, 저 정도로 먹었으면 안 질리나?”

 

“저렇게 먹어도 괜찮은 건가요?”

 

‘뭐지, 이 분위기는.’

 

마치, 푸드 파이트의 그것을 보는 관객들 마냥 달아오른 분위기의 시끌벅적함.

열심히 빈 그릇을 나르는 에밀리와 그런 빈 그릇에 다시 떡볶이와 튀김들을 퍼 담아주는 비스트 헌터.

바삐 움직이는 둘의 이마는 이미 땀이 송글송글 맺어져 내가 오기 전까지도 이 짓을 반복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아, 눈 마주쳤다.’

 

“죄, 죄송해요. 대장이랑 모처럼 좋은 때를 보내시고 계셨을 텐데...”

 

“...? 대장은 어디 갔어?”

 

“어, 그게...”


각자 할 일을 멈추지 않고 하나는 미안한 듯 하나는 같이 간 자신이 궁금했느니 말을 걸어왔다.

LRL의 말만 듣고 급하게 달려오느라 아스널을 알몸인 상태로 두고 왔다는 것이 생각났지만,

알몸산책 시키다가 두고 왔다고는 할 수 없잖아?

그렇게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 내 간절함이 이루어 진 걸까,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다.”

 

언제 온 건지 땀 뻘뻘 흘리며 등장한 아스널은 다행히 수영복 차림이었다.

머리는 조금 헝클어졌지만 음, 딱히 티도 안 난다.

그나저나 누가 그 많던 떡볶이를 아작 내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저 둘은 분명…….

 

“지니야와 에키드나인가, 꽤나 성가시게 되어 버렸군.”

 

“왜, 성가신데?”

 

무엇이 성가신지 의문을 품고 열심히 포크질을 하면서 떡볶이 그릇을 비우고 있는 지니야와 에키드나를 바라보았다.

음. 잘 먹는다. 어르신들이 말한 복스럽게 먹는다는 것이 저런 것일까.

그런 둘 중 유난히 돼... 소 같은 디자인의 전체적으로 많이 풍만한 바이오로이드 지니야는 나를 발견하곤 행복하게 웃어보였다.

 

“새로운 인간님! 이거 맛있네요!”

 

“당연하지 다른 건 몰라도 나는 떡볶이에 진심인 남자다.”

 

두 볼이 미어터지도록 우겨넣으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지니야.

라오가 게임일 적에는 떡볶이를 좋아했기도 했고 나름 자신 있는 게 이거였다.

뭐, 솔직히 말해 유일하게 만들 줄 아는 요리 같은 게 떡볶이 밖에 없지만.

 

그렇게 기분 좋아지고 있을 때 조용히 있었던 에키드나가 나와 지니야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인지 나름 고대의 여왕 같은 분위기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열심히 국물에 달걀까지 부숴서 튀김을 찍으며 말해도 전혀 위엄이라던가. 그런 건 없었지만 말이다.

 

“후후, 당신이 이 떡볶이를 만든 거구나? 맘에 들어. 찐득한 국물에 쫀득한 떡에 다양한 사이드까지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하지만?”

 

“준비한 음식의 양을 보아하니 당신의 아량을 알 것 같아. 겨우 그 정도의 남자인가 봐?”

 

“뭐라고? 좋다 이거야, 그 오몰거리는 입에서 배부르다는 말을 나오게 만들어주마.”

 

나를 그릇이 작은 남자로 멋대로 정하다니 그것은 큰 오산이다.

잘 먹으면 서비스로 심심치 않게 더 얹어 주는 시장 할머니들을 봐온 나다.

저 오몰거리는 볼따구들을 계속 먹여서 혼내주지 않으면 맘이 편해지지 않을 것 같다.

 

“아스널, 비스트 헌터 그리고 에밀리. 나 좀 도와줘야겠어. 반드시 저녁석들에게서 배부르단 말을 하게 만드는 거야.”

 

“배부를 때 까지 계속 먹을 수 있는 건가요?”

 

“후후, 하루 종일 먹을 수도 있어.”

 

“...으음? 우리도 하루 종일 만들 수 있어...?”

 

“에밀리 저런 거에 대꾸 하면 안 돼.”

 

각오하는 것이 좋을 거다. 지니야, 에키드나.

보여 주마 떡볶이의 비법 재료인 구 인류의 따듯한 마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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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결과부터 말하자면 완패 했습니다.

재료가 다 떨어질 때 까지 계속해서 만들어 냈지만 사라지는 속도는 멈추지 않았고,

마지막 그릇을 비우고서도 만족하지 못한 둘은 그대로 다음 목표를 찾으러 떠나버렸다.

결국 왜인지 모르지만 지켜보던 모두가 남겨진 나를 위로해 주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어, 괜찮아? 듣기론 저 둘에게 호되게 당했다면서.”

 

“야, 사령관아. 저 애들이 배부름이란 것을 알까?”

 

사령관이 가리킨 곳에는 바비큐를 받아 들고 기쁜 듯 활짝 웃고 있는 지니야와 에키드나가 있었다.

저건 마음 따윈 없는 괴물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은 무조건 집어 삼키는 그런 재앙 같은 거.

그렇게 먹고 시간에 별로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또 저렇게 먹는 것을 보면 정말 저 둘은 위장이 다른 차원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아, 그래서 어땠어? 네가 계획한 이 휴일은?”

 

“전혀 못 즐겼다. 넌 어때?”

 

사령관이 내민 바비큐를 받아들고 나만 제대로 못 즐긴 거면 괜히 억울하니까 물었다.

여러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은 물론 보았지만,

만약 나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당분간 서류 정리를 돕지 않을 거다.

 

“그, 갑자기 리리스랑 리제가 싸우기 시작해서…….”

 

“아, 너도 고생했구나.”

 

아직 이쪽의 리제는 만나 보진 못했지만 리리스와 싸웠다니까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우리 둘 다 결국 제대로 쉬지도 못한 거네.”

 

“그래도 다른 모두가 이번엔 편히 쉰 것 같아서 다행이야.”

 

“그런가...”

 

사령관의 말대로 나름 좋게 끝났으니 그걸로 된 거겠지.

그리 생각하면서 고기를 한입 베어 물었더니, 세상에...!

입안에서 팡팡 터지는 육즙,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고기. 

씹을 때마다 감칠맛 이라는 것이 펴지는 것 같은 탄력까지.

 

“맛있어!”

 

생각해보니까 오늘 먹은 거라곤 만들면서 틈틈이 집어먹은 분식이 다였던 것 같다.

결국엔 카엔의 초밥도 정말 신경 쓰였던 엘븐 밀크도 맛보지 못 했구나.

 

“하하, 맛있다니 다행이네. 정리가 끝나면 오르카에서 나 좀 볼래? 마침 줄게 있거든.”

 

“뭔데, 지금 주면 안 되냐.”

 

“으음, 그건 좀... 너나 나나 곤란해 질 것 같은데.”

 

“자꾸 사람 궁금하게. 좋은 거야?”

 

“응. 분명 너도 좋아할 거야. 그럼 이따 봐.”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고 궁금증만 남기고 사령관은 유유히 떠났다.

궁금해 미칠 것만 같았진 않았고 그냥 배고파서 더 갖다 먹기로 했다.

역시,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사니까. 꾸역꾸역 열심히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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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거의 다사다난한 하루가 끝나갈 무렵 섬을 한 바퀴 청소하고 모두 오르카에 탑승.

오르카 밖을 나가 한참을 즐긴 바이오로이드들도 피곤 한지 하나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물론 똑똑한 난 사령관의 말을 잊지 않고 피곤하지만 그를 찾아 함장실로 향했다.

 

“아, 어서와.”

 

“뭐냐, 혼자야? 부관은?”

 

“오늘까지는 휴가인걸로 했잖아? 그래서 함장실에는 나 혼자야. 그것 보다 이거. 받아.”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 해준 사령관은 무언가를 넘겨주었다.

확인해 보니까 꽤나 좋은 재질의 매우 파렴치한 역바니 코스튬이었다.

응. 역바니 코스튬. 그 역바니가 맞다.

뭐지 나보고 이거 입으란 건가? 이성애자라면서? 드디어 미친 건가?

 

“너... 드디어 여자로는 만족 못하고 나까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응? 아니야? 아니라고? 그 뭐냐, 너네 그러니까 아스널이랑 너랑 ㅇ여즘 좋다는 소문을 듣고 너도 오늘 마침 고생하기도 했고. 그, 뭐냐, 아스널이랑 이런 옷 입고 즐기라고 나름 생각해 준거라고?”

 

당황하면서 그게 아니라 요즘 아스널과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해서 이 옷을 넘겨준 것이라 말하는 사령관.

 

“...사실대로 말해라?”

 

“...그, 발키리한테 빠꾸 먹어서.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어버려서 아까워서. 응. 그렇게 됐습니다. 그, 그래도 너도 남자잖아, 분명 좋을 거라고?”

 

사령관의 당황에도 너무 야한 옷 같지도 않은 역바니 옷을 들곤 멍 때리면서 서있었지만,

이내 사령관의 남자라면 분명 좋아 할 것이라는 한마디에 이 옷 같지도 않은 파렴치한 것을 입은 아스널을 상상하고 본능에 충실해 졌다.

응. 역바니는 못 참지.

 

“역바니 아스널인가... 좋다.”

 

“그렇지? 그럼 그건 이제 네 거인 걸로. 응?”

 

“어어, 응. 고마워. 그럼 가볼게.”

 

“응, 응. 그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나 이성애자다?”

 

너무 심하게 놀렸나 심었지만 뭐 사령관이 당황하면서 변명하는 모습도 재미있었으니까 뭐, 됐다.

사령관의 말은 결국 발키리랑 하려고 역바니 의상을 준비했지만 빠꾸를 먹어버려서 버리기도 뭐하니 눈물을 머금고 나 준다는 그런 것이었다.

 

“사령관. 취향 참... 나랑 비슷하네.”

 

확실히 이 의상대로라면 꽤나 야한 그런 모습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사령관도 제법이다. 아니 만든 건 오드리인가?

 

“그럼, 가 볼까.”

 

여름의 열기가 용기를 북돋아 주었을까, 마침 낮에도 하다가 방해 받았으니까 아스널의 방에 가보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먼저 찾아가는 건 처음이기도 하고 나름 긴장했지만,

다시 봐도 파렴치한 이 역바니 의상을 보고 마음은 다잡은 나는 힘차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스널! 이거 봐! 사령관이 이런 걸 다 줬는데 글쎄... 아…….”

 

그곳은 내가 알고 있던 아스널의 방이 아니었다.

대충 널브러진 옷들과 과자, 캔 음료들에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스타킹에 제복까지.

방안의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이 방에 있는 누군가였다.

 

“네가, 어째서 여기에...?”

 

그곳에 서있는 것은 맥주를 마시다가 옷에 흘렸는지 발할라의 로고가 박힌 목이 늘어난 티를 벗은 채 서있는 레오나였다.

놀란 것인지 당황한 것인지 모를 표정에 고무줄로 아무렇게나 묶어 올린 머리, 최근 살이 올랐는지 탄탄 할 것 같았던 복부는 한눈에 보기에도 말랑말랑 해 보였다.

 

“아, 저, 그게...”

 

여전히 이 기묘한 상황에 파악이 안 된 나와 레오나.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레오나의 젖가슴이었다.

아스널과는 다른 크기와 모양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한 손에 다 들어오지 않을 부드러운 떡 같은 새하얀 덩어리.

그중에서도 부끄러운 듯 유륜에 파묻히듯 쏘옥 들어간 유두는 묘하게 야하기도 했다.

 

“...레오나, 그, 저, 음. 찌찌 예쁘네!”

 

생각에 이끌린 대로 그대로 말했다.

이 너저분한 방에서 울린 것은 내 한 마디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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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실 레오나 좋아해요.

레오나의 말랑말랑 뱃살에 얼굴 파묻고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