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병장 막 달았을쯤. 날도 꾸리꾸리한게 곰방 비 쏟아질 것 같은 날씨

슬슬 분대장 뗄 준비하면서 당직으로 시간 한창 떼우고있었지.

주간 당직중에 무기고 근무자 똥마렵대서 임시 교대해주러 올라가는데 통합막사 한쪽 모퉁이 보수대 아조씨들쪽에

심폐소생술 실습때 쓰는 애니가 누워있고 거기에 급하게 병사랑 간부들이 갑바천 덮고있길래

아 보수대 화생방 교육하나부다 비와서 애니 덮어두나보지? 하고 무기고 잠깐 올라왔다 내려오는데

아까 그 애니 누워있던 현장에 폴리스라인 쳐져있고 헌병대 출동하고 막 난리가난겨


아. 뛰었나보다.

내가 봤던건 애니가 아니라, 좆같은 군대에서 허무하게 죽은 20대의 시체였던거지.

날씨도 알았는지 기어이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하고. 하루종일 기분이 편하지는 않았던거같다.

상황실 전화불나게 울리고 사단 본청 간부들 미친듯이 들락거리고, 당직서는 입장에서는 미칠노릇이였다만

덕분에 얘기는 좀 들었지.
자살한 병사는 일병 10호봉 아저씨.

4773이였는데 10호봉였으니, 대대 안에서 소문이 꽤 자자했나봐.

본인이 나쁜사람인건 아니였던것 같은데, 소심하고 조금 부족한 사람이였나봐. 덕분에 진급은 밀리고 선후임에 간부들까지 대놓고 무시하는 생활을 견디다 못해 5층에서 투신,

이송중에 사망했다고 들었고
나름 뉴스에도 짤막하게 나온 사건인데, 어떻게든 묻으려고 애쓰던 윗대가리들 추한모습 많이봤당

결국 거기 중대장부터 보급관까지 싹 날아가고, 여군이던 대대장은 그건으로 진급 싹 실패하고 전역했다고 들음.

그 병사 제사지내준다고 막 외부업체 불러다가 쇼하고, 거기 청소한다고 사단 전병력 모아서 연병장 쓸고 쇼하고.

비오는 날 그러고 있으니 당연히 짜증이야 나겠다만, 그와중에 죽은 병사 탓하는 애들도 보여서 좀 소름돋았음

그래놓고 결국 후속조치랍시고 창문이랑 난간에 철창 설치하더라

k-군대 엔딩이라 씁쓸하네

근데 이런 군대를 권리라고 주장하는 그 성별 얘기 들을때마다 한숨만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