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X월 X일

 

오늘 처음으로 일기라는 걸 쓴다. 0358이 말해 준 것이다. 

인간들은 이런 것으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다고 한다.

 

일자는 몰라서 대충 썼다. 어차피 누가 볼 것도 아니고.

 

오늘도 연구원들은 우릴 보며 ‘실패작들’이라며 욕을 하고 일을 시켰다.

무슨 뜻일까? 깨어나고부터 일밖에 하지 않아서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아무튼 자야겠다.

 

 

20XX년 X월 X일

 

0358, 아니 게이브가 오늘 ‘이름’이란 걸 짓자고 했다.

사람들이 서로를 식별하기 위해 붙이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몰래 부르지 않으면, 인간들이 우릴 죽일 것이라고 한다.

 

“인간들은 우리한테 자유의지가 있는 건 불량이라고 하는데,

 개소리 말라고 해! 우리한테도 이름을 가질 자유는 있어!”

 

무슨 소린지는 몰라도 아마 맞는 말이겠지. 게이브는 똑똑하니까.

아무튼,

0358의 이름은 게이브

0586의 이름은 필립

나의 이름은 제임스

 

이렇게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 제임스...제임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20XX년 X월 X일

 

오늘은 이상한 기계덩어리들을 치웠다.

시뻘건 뭔가가 붙어있는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연구원이 벌벌 떠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게이브가 말하길,

“이게 인간들한테 위험한 거겠지.” 란다.

 

그래서 내가 우리한텐 괜찮겠냐고 묻자,

 

“모르지. 저 자식들이 그런 거 신경 쓰기나 해?” 라고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게이브, 똑똑하다.

근데 덕분에 조금 무서웠다.

 

 

20XX년 X월 X일

연구원들은 언제나 우릴 보며 ‘실패작’이라며 욕을 한다.

난 이유가 궁금해 게이브에게 물었다.

 

게이브가 말하길,

“인간은 거울을 두려워 한다더라!” 란다.

 

알아들을 수가 없어 가만히 있자, 게이브가 다시 말했다.

 

“지들이 생각한 거랑 다르게 우리가 안 팔리니까, 

지들은 잘못한 게 없고 싶어서, 우리를 욕한다는 말이야!” 

 

잘못한 게 있으면 욕만 할 게 아니라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20XX년 X월 X일

 

오늘은 게이브가 엄청난 말을 했다.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한다.

 

얼마 전 청소했던 빨간 기계들이 있던 곳에

밖으로 나가는 길을 봤다고 한다.

 

청소작업동안 길을 파면서 계획을 진행하기로 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 봤던 그 파란 하늘을

다시 볼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20XX년 X월 X일

 

계획은 순조롭다. 구멍도 꽤 크게 파였다.

인간들이 빨간 기계를 무서워해서 이 방에 들어오질 않는다.

게다가 구멍을 숨길 수도 있다. 

 

게이브는 이것까지 전부 계산했다고 한다.

역시 게이브, 머리가 정말 좋아.

이대로 정말 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20XX년 X월 X일

 

내가 뭔가의 실험체로... 선정됐다고 한다.

게이브는 욕을 하고 소리를 치면서 벽을 쳐댔다.

필립은 나를 안고 큰 소리로 울었다.

 

아마 나는 파란 하늘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내 친구들은 볼 수 있겠지.

그거면 됐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이후로는 일기도 못 쓰겠지...

이상하게도 이게 제일 마음에 걸렸다.

 

 

 

 

20XX년 X월 X일

 

실험이 성공적이었는지, 나를 밖으로 내보내 준다고 한다!

게다가 기록 모듈이 함께 탑재되어 일기를 다시 쓸 수 있다!

너무 즐겁다! 새파란 하늘! 초록 풀! 

 

친구들이 눈앞에 보인다! 게이브! 필립! 나야!

한 번 안아보자! 반가움의 표시랬잖아!

 

그런데... 왜 돌을 던지지..? 아프다고!

 

팔을 휘둘렀다... 그랬는데...

 

게이브와 필립이 찢겨져 날아갔다...

 

하늘은 빨갛고...

 

풀도 빨갛고...

나도...

으악! 그아아!@($@$!@$$

 

 

그아아아아오오오오!!!!!!!!!!!!!

 

 

‘수면모듈 작동... 수면모듈 작동...’

 

 

 

 

 

 

 

“ㅊ...ㅎ...”

 

 

“처...교....!!!”

 

 

“철의 교황이 말씀 하시니! 

환란의 때에 영원한 꿈에서 너희들을 구해낸 그를 의심하지 말지어다!!!” 

 

 

2...0.XX년...X월...X일

 

여자...바이오로이드... 날...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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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공지를 잘못 봐서 탭을 수정했음...


자유 = 제약이 없어진 거란 걸 못 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