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물어봐도 돼?"

"네, 주인님."

" 이게 어떻게 된건지 설명해줄 수 있어?"

머뭇거리며 라비아타를 향해 묻자 그녀는 곤란한 듯 웃더니,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오르카호에는 적이 많이 있죠. 레모네이드 오메가. 철충. 별의 아이.
우선적으로만 추려도 이 셋이에요.

하나하나가 현재 오르카의 전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고요.

하지만 부사령관님은 지금 모든 전투 지휘를 주인님께 의지하고 있는 상태로

자신은 바이오로이들의 멘탈 케어역을 자청하고 계시죠.

그렇다고 그녀가 전투지휘를 맡지 못하시는 건 아니에요. 나름대로는 선전하고 계시죠.

하지만 그 정도 수준으론 터무니 없이 부족해요.

그런데 이 상황에 주인님을 쫒아낸다면
가뜩이나 부족한 전력에 전술적인 이득마저
사라지고 말거에요.

인간이 존재하는 이 오르카호는 틀림없이 철충들의 표적이 될텐데 그럼 틀림없이 오르카호는 버티지 못할 거에요.

…… 그리고 저도 예전에 여성인권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이라는 분들에 대해 많이 들었어요.

바이오로이드가 여성형인 이유가 여성을 성상품화 하려는 이유라며 삼안에서도 시위가 꽤나 일어났었어요.

바이오로이드들이 인간 여성의 외형을 한 채, 남성의 성욕 풀이에나 쓰인다며, 바이오로이드를 향한 무차별 테러 사건도 존재했었죠.

물론, 전부 삼안에 의해 진압당했지만.

대부분 논리를 따지시지 않고 그저 좋을대로, 자신들 입맛대로 주장하셨죠."

라비아타가 씁쓸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채 고개를 저었다.




"흠. 비슷한 경험이 있나 보오. 나도 예전에 본 적 있소. …꽤 골치 아파보였소. 모순적이라고 해야하나? 밑도 끝도 없이 여성은 남성보다 모두 불리하지만 우월하다는 논리를 펼쳤소.

……그리고 해군의 상당 수가 바이오로이드로 교체되는 걸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나서 그렇다며 저와 저의 부대원들을 폄하하며 포장했었소.

그 사실이 참으로 언쩒았소.

우리 부대원들은 단지 여성이라서 뛰어난게 아니라 한명한명이 뛰어난 아이들인 것이오."

라비아타의 의견을 긍정하며 그 무적의 용도
약간 질린다는 듯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칸이 조용히 손을 들며 발언권을 구했다.


"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투표날은 앞으로 일주일 정도 남은 상태입니다.

부대원들은 이번 선거가 사령관을 쫒아낸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죠.

그리고 자칫, 함부로 사령관의 권한으로 부사령관을 파면시킨다면 어느 정도의 반발심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엔 부사령관이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해 사령관에게 반기를 들지도 모릅니다."

칸의 의견에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사태에서 오르카의 내분만큼은 반드시 피해야한다.

지금의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부사령관을 압도해야 된다.

이 차이를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납득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총 세가지.

하나씩이라면 모를까 세가지를 한번에 완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첫 단추를 꿰어야만 하는데 잘못 끼는 순간 그걸로 끝.

갈피가 보이질 않는다.

머리를 감싸쥐고 고민할 무렵, 나를 향해 한 줄기 구원이 찾아왔다.


" 뭐가 문제이시죠? 사령관님?"

…… 알파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의아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

그녀에게 상황을 다시 말해주려 고개를 들자 나를 향한 그녀들의 얼굴이 내 눈에 비춰졌다.

포기하지 말라며



"…… 그래. 뭐가 걱정이야. 삼안,  블랙 리버, 그리고 펙스의 최고 바이오로이드들이 내 편인데."

내 말에 그녀들은 입가를 올리며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 후후~ 주인님. 저는 에바 언니에게 비할바는 못되지만 삼안과 블랙리버를 경험해 본 적이 있어요 . 부사령관님의 음모는 음모 축에도 들지 못해요."

" 어머, 라비아타씨. 펙스에서 일곱 수장들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았다고요?"

" 삼안에선 꽤나 살벌했었소. …… 김지석 그 자는 정말 괴물이었소. 그런 곳을 자신의 손으로 지배하다니."


그녀들의 살벌한 과거 회상을 마리, 칸, 레오나는 조용히 경청하고 있었다.

그 때 조용히 손을 든 여성을 향해서 모두의 시선이 향했다.




" 말해보게, 대령."

무용의 허락이 떨어지자 손을 든 여성은 입을 열었다.

" 그렇다면 투표가 끝난 뒤,
 현재 부사령관님의 편에 선 바이오로이드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제가 알기론 많든 적든 각 부대별로 그녀의 편에 선 사람들은 꽤 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 그녀들은 모르고 했다지만 결국, 사령관님에 대한 반란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일일이 책임을 묻자니, 그녀에게 속아서 그랬으니 많은 불만이 생길 겁니다."

"…… 대령. 자신들의 대장을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겠어. ……하지만 각오는 해놓는게 좋을 거야."

나이트 앤젤은 무겁게 긍정했다.

이곳에 모인 얼굴들에 심란함이 비춰보였다.

자매들이 나쁜 의도를 먹고 한 행동이 아닐지라도 사령관을 추방시키는 것애 대해 동참한 건 사실이라 군법에 의해 아예 처벌을 피할수는 없었으니까.


"모두들. 바보같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를 지금처럼 가벼운 장난인 수준에서 끝내고 싶어.

 …… 오해가 되었든 다른 의도가 되었든 결국엔 부사령관의 의도대로 놀아났다는 거
소리란 거잖아?

그럼 적어도 그녀만 벌받는 선에서 끝내고 싶어. 그리고… 너희들도 자매들이 처벌받는 건 원치 않잖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