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것일까?


기습을 당했다.

그것도 보기좋게 최악의 형태로


우스운 일이다.


철충들의 섬멸이 끝나고 안전하다고 판단된 섬에

각하의 휴식차 잠시 오르카가 정박했다.

최근들어, 이유를 알 수 없던  컨디션불량

각하의 몸상태를 걱정해 결정한 이 선택


충분한 정찰과 탐색은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갑자기 나타난 철충의 무리가 각하를 습격했다.

무리를 이끄는 연결체는 검붉은 스토커 개체

통상에 보던 스토커와는 다르게 완충속도가 훨씬 빠른 이 개체에

평소 처리하던 철충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철충의 부대는

마치 이순간만을 기다리고 함정을 파던 정예부대처럼

파죽지세의 기세로 적장의 목을 노리러 달려들었고

각하의 호위를 맞던 캐노니어 부대와 우리 스틸라인 부대는 필사의 각오로 이들을 막아섰다.

그렇지만, 방심했던거다.

그 순간, 그 상황까지 가서도

이 철충들을 이끄는 '연결체' 가 저 스토커 '한 명'일것이라 단정지었다.

그리고 이 최악의 교만은 최악의 결말로 이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정예 철충들을 막아서며 적의 연결체를 쓰러뜨리고자 힘을 합치던 리리스와 마리는

교착중이던 전투속에서 있을 수 없는것의 그림자를 보았다.


한쌍의 방패와 칼


인간에 가까운 형상을 하고 있는, 단 한번의 교전 기록만 존제하는 적

그리고 그때 겪은 강함은 지금 상황에서 더한 최악에 가깝다.

설상가상 적의 스토커가 힘을 부풀렸다 

여태껏 쏘던 충전된 공격은 진짜 충전이 아니었단 듯이 엄청난 에너지를 충전하는 스토커

지금까지의 경험상 저 공격은 한방에 확실하게 적을 처리하기 위한 공격

더욱이 지금까지 아끼고있던 특대급 차지샷

또다른 연결체의 등장으로 생긴 빈틈을 이용해

노리고자 하는것은 분명...!

리리스와 마리는 그 순간 서로의 역활을 즉석에서 파악했다.

마리는 사령관과 스토커의 사선으로,

리리스는 익스큐셔너를 막기위해

충전중인 스토커는 무방비하다.

그렇기때문에 지금까지 과충전을 하지 않았을 터,

하지만 지금, 주변의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의 공격에도 아랑곳 없이

단 한발만 쏘면 충분하단듯, 스토커는 충전을 멈추지 않았다.


저게 사령관을 향해 쏘여진다면 위험하다.

마리는 최대한으로 역장을 끌어모은다.

이 일격은 설령 자신이나 리리스라도 맞으면 공짜로는 끝나지 않는다.

특히 리리스라면 자신보다 좀더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것이다.

...리리스라면..?

생각의 공이 올바른 위치에 들어갔을땐

스토커의 총구가 목표를 겨냥한 뒤였다.

그리고 그 뒤로는 너무 늦다.

예상이 빗나간것일까 아님 스토커의 마음이 바뀐것일까

쏘아진 최대 충전의 공격을 맞은 리리스는 

스스로가 조금전 추락시킨 실드 블레이드 옆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 위를 날아가는 그림자

막아서는 이가 사라진 익스큐셔너가 목표를 향해 죽음을 선사하러 나아갔다.


"각하!!!"

마리는 자신의 몸을 꺾어 뛰쳐 나갔다.

하지만 늦다.


먼저 움직이고 있던 익스큐셔너가 선수를 취한다.

주변의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장갑으로 가볍게 무시하며


낮게 중얼거린다.

"..끝이다 이단자.."


막아서는 적에의해 실드 블레이드는 이미 제어를 듣지 않는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제 방패는 필요없다.

더이상 자신을 막아서는 적들에게 자신을 상처입힐 정도의 힘은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최강의 칼로 목표를 배어내면 되는 일 뿐이다.

그리고 목표는 아직까지도 전장에서 떨어지지 못하고 전황에 지시를 내리는 어리석은 인간

더러운 이단자


교황님의 길에서 벗어난 이 이단에게 단죄를

자, 처형 개시다.


익스큐셔너는 자신의 블레이드를 힘껏 들어올렸다.

그리고 내리쳤다.


깡!

금속과 금속이 부딛히는 소리

하지만 익스큐셔너는 공격이 막힌것보다

공격을 막은 존제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


움직일리 없던 실드 블레이드가

움직였다.


"..무슨 짓을 한거냐?"


"...나도 몰라"


주변의 바이오로이드들조차 이 상황에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익스큐셔너의 실드 블레이드가 사령관에게 날라가

익스큐셔너의 공격을 막았다.

마치 사령관을 지키려는것처럼


"...무슨 짓을 한건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익스큐셔너의 말대로 공격을 막아준 실드는 마치 자신의 할일을 다 했다는듯

이미 지면에 떨어져 있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바이오로이드들, 철혈의 마리가 사령관을 향해 달려갔지만


이번에도 익스큐셔너는 그녀들보다 빨랐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그의 바램은 한번 더 비슷하지만 다른 형태로 배신당했다.


"...이건 대체...!"

롱 블레이드가 인간이라면 심장이 있을 위치를 정확히 관통했다.

다만 그것이 꽤뚫은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익스큐셔너의 심부를 '관통' 한 한자루의 검



"네..네놈이!!!"


"...너무 성내지 않는게 좋을거야"

"어차피 조금있으면 몸이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갈테니까"


"더러운 이단자녀석이!!!!"


"난 이단도 뭐도 아니야"

"인간으로서의 나도, 철충으로서의 나도 이미 끝나버린지 오래니까"

"지금은 그저.." 


"니놈만큼은 여기서 반드시 끝내주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익스큐셔너는 사령관을 향해 몸을 던졌다.

칼을 휘두르지도, 아니 이미 칼을 휘두를 여력이 없음을 스스로가 알고있었다.

이 이단을 죽이기 위해 수많은 형제들이 피를 흘렸다.

필사의 포격을 날린 스토커는 이미 바이오로이들에게 파괴되었다.

이곳까지 길을 연 정예 철충들도 비록 지금은 이기고 있지만 

녀석들의 본대에서 지원이 오면 불리해질것이다.

여기서, 이런식으로 끝날수는 없었다.

저 가증스러운 이단을 길동무로 대려가자.

순간에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 익스큐셔너는 최후의 돌진을 하지만



마지막 그의 바램은 이번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좀더 최악의 형태로 벌어졌으니


"어쨰서..? 어떻게! 니놈이!?!"


"너랑 같이 온 아이들이니, 함께 가주라고"


좀전까지 바이오로이드들과 교전중이던 철충들, 수많은 감염된 AGS들이 익스큐셔너를 몸으로 막아섰다.

몸으로 누루기 시작했다.


"젠장 떨어져!! 떨어져라 형제들이여!!!!"

"더러운 배신자!! 안갈에게 저주받은 하등한...!"


시뻘건 꽃이 따사롭게 피어올랐다.

폭발음이 모든것을 삼켰다.

철충의 기습도, 사령관의 위기도,

붉은 불꽃과 연기만 남기고

치열했던 사투를 비웃듯이

싸움은 끝났다.


그리고 이제 살아남은 그녀들에겐

방금 일어난 있을 수 없는일과

이해할 수 없는 일에대해 판단을 내릴 때가 돼었다.



"#@$%@!!! @#@!^%@!..$$%@!!


"너랑 같이 온 아이들이니, 함께 가주라고"


의미불명의 괴성을 내뱉는 익스큐셔너와

그와 마치 의사소통하듯이 말을 뱉어내는 사령관의 모습

주변의, 아니 익스큐셔너를 제외하곤 모든 철충들이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고

그 중심에서 마치 그들을 통제하는듯한 사령관의 모습 


"가..각하..?"


분명 익숙한 모습과 익숙한 '뇌파'

하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그녀들은 직감했다. 무언가 달라졌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는 분명

어제까지 오르카의 총 사령관이자

그녀들의 정신적 지주이며

바이오로이드들을 누구보다 아끼는

최후의 인류이자 자신들의 동반자였다.


사령관은 피어오르는 연기와 불꽃에서 눈을 때 그녀들을 돌아봤다.

지금껏 계속 거대한 연결체 철충과 마주보며 뒷모습만 보여주던 사령관의 모습은

그리고 사령관의 얼굴에는

마리가 본 사령관의 얼굴에는

잊을 수 없는 붉은 철의 침식이 일어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