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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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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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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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간님, 활약은 잘 봤어. 정말 형편없는 솜씨네"


인간을 보기 위해 안정실로 찾아온 메이의 첫 마디는 독설이었다. 그녀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인간은 그저 머리만 긁적이며 

웃을 뿐 이렇다한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착해서 그런거야, 바보라서 그런거야. 뭐라도 한마디 해야하는거아냐?"


"그러게요, 뭐라 한마디라도 해야할텐데"


답답한 마음에 인간을 자극해보는 메이였지만, 그는 답답할 정도로 순박한 사람으로 보였다. 


"다들 당신한테 거는 기대가 컸어. 과거형으로 말하는건 무슨 의민지 알지?"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때문에 실망한건가요? 미안해서 어쩌지.....사과라도 하러 갈까요?"


"뭐, 사과??"


메이는 그런 인간의 모습이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들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 인간님. 사과란건 잘못한게 있을때 하는거야. 당신이 뭘 잘못한건지 알기는 해?"


"글쎄요, 물어보면 알수있지 않을까요?"


"퍽이나 알려주겠다. 그리고 내가 몰아붙여서 그렇게 말한거같은데, 당신 잘못아냐"


"아....그렇군요. 다행이네"


"다행은 무슨!! 잘 들어,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은 요람이 아냐. 밖에선 인간을 찢어죽이려 쫒아오는 철충놈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고, 내부에서는 실망감으로 이를 갈고 있는 사자들이 우글대고 있어.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어?"


"대충 알거같네요. 그러면 당신은 그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절 찾아오신거군요"


"그....그런건 아니고.....불쌍하잖아! 이제 막 발견된 인간한테 이런 말도 안되는 테스트로 시험을 하는건.....다들 처음엔 모르는게 당연하잖아"


"이해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다행이네요. 사실....지금도 무슨 상황인지 정리는 되질 않아요. 제 이름도 기억 안나고, 살아있단 감각도 적응이 안된다고 해야하나......마치 꿈속을 헤메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회복실 후유증이야, 우리들도 처음 나올땐 비슷한 경험을 했어. 한동안은 그런 기분일테니, 필요하면 이걸로 연락해"


"이거는 뭔가요?"


"무선통신기, 우선 내껄 빌려줄테니 필요한 일이 생기면 여기 1번을 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러. 그 다음 납작이라 부르면 누군가 도와주러 올거야"


"고마워요, 잘 간직할게요"


"그리고 어느정도 회복되면 당신은 우리 둠브링어에서 교육하도록 할게. 그 말이 하고 싶어서 찾아온건데,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


메이는 말을 마치고 옥좌에 앉아 문을 연 후 복도를 따라 둠브링어 집무실로 향했다.


"어머, 여긴 무슨 일이야?"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무슨 일이지?"


복도를 따라 이동하던 중, 그녀는 안정실로 향하는 중인 레오나와 마주쳤다.


"별건 아니고, 우리 애들한테 인간님 좀 소개시켜드릴라했지. 알잖아, 다들 굶은지 좀 됐거든"


"당신,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회복중인 인간님한테 그러고 싶어?"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어미사자인 내가 새끼들을 먹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어? 그리고.....그런거 말고 저 인간님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그보다 당신도 그런 목적으로 왔던거 아냐? 어디서 능청을 떨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어쩔수없지"


메이는 옥좌의 좌측에 있는 뚜껑을 연 후 빨간 버튼을 눌렀다.


"좌표는 송신되었고, 앞으로 1분 후 발사될거야. 내 생체신호가 끊기거나 시간이 다 되면 발사는 자동으로 이뤄질거고, 정지할 방법은

나만이 알고 있지"


"너,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어차피 너도 할거면서, 우리가 먼저 손 좀 댄다고 이러는거야?"


"천하의 암사자가 떨고 있는거야?? 의외네"


서로 대치하며 노려보기를 30초, 발사까지 얼마 남지않은 상황에서 레오나는 권총을 뽑아들며 그녀를 겨눴다.


"호오, 그런다고 내가 멈출거같아?"


"이....이..썅, 알았어. 포기할게......"


레오나는 뽑았던 권총을 다시 집어넣은 후 그녀에게 말했다.


"진작 그럴것이지"


옥좌에 있는 번호키를 입력하자 발사중지 메세지가 울렸고, 그제서야 레오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등신, 내가 포기할거같았어?"


다시 한번 권총을 뽑아 메이를 향해 격발하려던 순간, 레오나는 뒤통수 쪽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에 온몸이 굳었다.


"대장, 어떻게 할까요"


"글쎄, 격발하게 되면 복수 정도는 해줬으면 좋겠네"


"라져"


레오나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던 이는 다름아닌 레이스였다. 전술핵의 발사 버튼이 활성화 되는 순간, 발사 종료까지 메이의 보호를 위해

레이스가 가동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었고, 이런 시스템 덕분에 레이스는 일과중엔 항상 스텔스를 유지하며 메이의 근처를 알게모르게 호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아.....못당하겠네, 내가 졌어. 그만하자"


"한번은 믿어주겠지만, 두번째는 못믿겠네. 권총은 레이스쪽으로 넘겨"


레오나의 뒤에서 레이스가 손을 내밀었고, 레오나는 혀를 차며 권총을 순순히 넘겨주었다.


"진정되면 내 집무실로 찾으러와. 그때까진 보관해줄게"


레이스는 권총을 메이에게 건낸 후 다시 클로킹에 들어갔고, 권총을 건내받은 메이는 옥좌를 이끌고 다시 둠브링어 집무실로 향했다.


그녀들이 떠나고, 분이 풀리지않는 듯 레오나는 연신 복도벽을 걷어차며 울부짖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