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5144972?category=%EB%8C%80%ED%9A%8C&target=all&keyword=&p=1


[전 사령관이 추방된 후, 현 사령관 금태양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가 지휘하는 전투는 점점 공격적이고 소모적으로 바뀌어갔으며, 전투불능이 되지 않으면 수복실을 이용하기도 힘들어졌다. 비밀의 방에서는 피 냄새와 살 타는 냄새가 풍겼고 LRL이나 알비스같은 어린 체형의 바이오로이드들까지 아랫도리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



"......선배, 화난건가?"



"그렇다. 어린 아이들까지 범하는 저 금태양이라는 놈도 역겹지만, 저런 놈을 사령관으로 받아들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너무 화가 난다."


[쫘악!


사령관이 저항하는 아쿠아의 뺨을 올려붙였다. 비밀의 방으로 끌려간 LRL과 알비스, 안드바리가 어떤 꼴을 당한지 알았기에, 아쿠아는 온몸 구석구석을 맞아가면서도 버둥거렸다.


"이 씨발년이 어디서 도망이야! 빨리 오지 못해?"

"싫어! 도와줘! 레아 언니, 리제 언니, 다프네 언니!"

'.....미안해, 아쿠아.'


쿵-


결국 아쿠아가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가려는 순간, 선내에 굉음이 울려퍼졌다.]



"찢어죽일 놈이다! 후배,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겠는가?"



"안된다 선배! 저 사령관은 가상의 인물일 뿐이다! 과몰입은 좋지 않다!"



"후우, 후우...... 이제야 진정이 된다. 추태를 보여 미안하다, 후배."


[굉음과 함께 오르카 호는 바닷속 깊이, 더 깊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엔진이 정지하고 오르카 호가 암초 사이에 끼었을 무렵,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큭큭 웃어대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이네요, 주인님. 자, 주인님을 쫓아낸 저열한 무리가 어떻게 발악할지 지켜보도록 합시다."


"사령관, 정말 괜찮을까요? 아무리 사령관이 펙스 회장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지만 진짜 회장이 아닌 이상......"

"지금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이용해 볼 생각이야. 괜찮아, 팬텀. 나를 따라온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



"이게 반전이라는 것인가.....! 전 사령관이 펙스 콘소시엄 회장의 아들이었다니! 이걸 쓴 작가는 정말 대단하다!"



"......출생의 비밀은 이런 류의 소설에서는 흔하지 않은가."



"뻔해도 재밌는 것은 재밌다! 이제 전 사령관이 피의 복수를 하는 것인가?"



"......"


["크크큭...... 히히히히힛......"


현 사령관의 웃음소리가 기나긴 정적을 깼다.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에, 그 옆에 서있던 콘스탄챠는 몸을 떨었다. 사령관은 책상을 쾅 친 뒤 입을 열었다.


"부품이라. 부품이 왜 없어? 네년들 바이오로이드 몸뚱아리에 처박혀 있는게 부품인데! 야, 마리."

"네, 사령관 각하."

"스틸라인에 브라우니들 차고 넘치지? 그것들부터 갈아."

"하, 하지만 각하!"

"명령이다! 빨리 그년들 갈아버리라고!"


사령관의 명령에 불굴의 마리 4호의 주먹이 떨렸다. 허나 아무리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도 명령은 명령. 그날부터 스틸라인 소속 바이오로이드들의 비명이 해체실에서 끊이지 않았다.


"살려주시지 말임다, 대장!"

마리의 다리를 붙잡고 엉엉 우는 브라우니 1364호.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으아아아!"

자신을 끌고 가려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레프리콘 780호.


"싫어...... 이런 건 싫어어...... 전역도 못해봤는데......"

감정모듈이 과부하되어 끝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이프리트 49호.


끌려가는 스틸라인 소속 바이오로이드들도, 그녀들을 끌고 가는 컴패니언과 배틀메이드, 페어리 시리즈 소속 바이오로이드들도 속으로 피눈물을 흘려가며 사령관의 명령을 실행했다. 통각 모듈도 제거되지 않은채 해체기로 던져지는 바이오로이드들의 살점을 보고, 마리의 부관 레드후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광학미채 ON



"그만해라 선배! 아까도 말했지만 과몰입은 나쁘다! 이거 먹고 진정하는거다!"



(우물우물)

"달다....... 고맙다, 후배.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죽음은 어떤 바이오로이드도 원하지 않는다."



 

"이제 답답한 구간은 끝났다. 더는 화내지 않아도 된다."



"다행이다. 과몰입을 심하게 해서 미안하다, 후배."


["날 찾았어, 이 개새끼야?"

"트로피카나, 이 씨발년이! 당장 안돌아와?"

"뭐래. 난 트로피카나가 아니라 네오 뉴 트라이아나라고! 그리고 이 잠수함은 처음부터 내꺼, 아니 내 진짜 주인님 거였거든? 그럼 잘있어라, 이 쓰레기들아!"


사령관이 발악하든 말든, 트라이아나는 냉정하게 통신을 꺼버린 뒤 유유히 사라졌다. 그렇게 사령관과 바이오로이드들은 다시 한번 심해에 갇히고 말았다. 도청기로 그것을 들은 전 사령관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리가 나설 차례인가."]



"멋있다......! 정확한 타이밍에 나서는 전 사령관도,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정정하는 트라이아나도 핵인싸같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곧 선배가 활약하는 편이 나온다. 선배는 더 멋있게 나올 거다."


["배신자는 어디 있나!"


팬텀의 목소리가 함내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그녀의 뒤를 보호기 AGS가 지키고 있긴 했지만, 수십 명의 바이오로이드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광학미채 ON"


갑자기 사라진 팬텀의 모습에 바이오로이드들이 당황하는 순간, 후열에서 그녀들을 지휘하고 있던 홍련의 비명이 들려왔다.


"엄마!"


어느새 팬텀이 입에 물고 있던 칼이 그녀의 손에 잡혀 홍련의 목에 들이대지고 있었다. 


"다가오지 마라."


팅!


미호가 홍련을 구하기 위해 팬텀의 손을 저격했지만, 그것이 무색하게 총알은 튕겨져 나가 미호의 팔을 스쳤다.


"내 발길을 막지 마라!"]



"......"



"역시 선배가 최고다."



"후, 후배야말로 과몰입하지 마라...... 내가 저곳에 있었으면 부끄러워서 기절해 버렸을 거다......"



"벌써 다음편이 마지막이다."



"다음편이 마지막이라니 너무 아쉽다."


["오랜만이다, '현 사령관'."

"너 이새끼......!


이곳은 펙스 콘소시엄 건물에 감춰진 깊숙한 고문실. 오르카 호의 사령관과 그를 따랐던 지휘관들이 구속되어 있었다.


"인간, 아니 회장님! 제발 목숨만은......"

"걱정 마. 죽이지는 않을 거다. 대신 여기서 우리 쪽 아이들을 도와줘야겠다."


그렇게 그들은 전 사령관, 아니 펙스 회장과 그의 바이오로이드들의 샌드백이 되어 평생을 살아가게 되었다.]



"역시 쉽게는 죽이지 않을 줄 알았다."



"저들에게 죽음은 자유와 같으니 당연하다."



"매지컬 모모 소설판에 나오는 구절같다. 대단하다, 후배."



"너,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마라, 선배...... 곧 선배가 전 사령관과 서약하는 장면이다."



"범죄자다! AL 레이스! 당신을 레오나 대장, 마리 대장 등 여러 바이오로이드들과 사령관님 모욕죄 및 명예훼손죄로 체포합니다!"



"???"



"명예훼손 멈춰!"

"......"



"이게 무슨 일인가. 후배가 범죄자라니....."



"정말 몰랐어, 팬텀? 레이스가 요즘 유행하는 '후회물'의 시초 [쫓겨난 사령관]을 쓴 작가라는거 말이야."



"몰랐다. 후배가 나도 모르게 소설을 쓰고 있었다니. 그래서 요즘 숙소에만 틀어박혀 있었던 건가?"



"소설 속에서 네가 가장 비중이 많아서 알아챌 줄 알았는데. 의외로 둔하구나?"



"미안하다 선배...... 선배를 속여 버렸다......"



"아니다 후배! 그보다...... 어째서 그런 소설을 쓰게 된 건가?"



"숙소에서 부대원들이 소설 이야기를 재밌게 하길래 끼고 싶었다. 그래서 소설을 썼다고 하면 부대원들이 말을 걸어 줄 것 같아서......"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레오나 대장과 마리 대장을 그렇게 만든 것은 심했다!"



"부대원들이 혐성을 만들어서 자극적인 전개를 펼치면 재밌을 거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따르면 안됐다......"



"가자. 왓슨과 지휘관들이 기다리고 있어. 사과는 해야지."



"흐윽, 흐윽....... 정말 미안하다....... 면목이 없다......"




"잠깐 기다려라! 나도 같이 사과하러 가겠다."



"선배......"



"후배의 잘못은 곧 선배의 잘못이다. 그리고 나를 멋지게 묘사해 준 건 고마우니까......"



"울지 마라 선배...... 나야말로 재밌다고 해줘서 정말 고맙다......"


[며칠 후]



"AL 레이스 석방! 대장님들과 사령관이 용서해 줘서 다행이군. 다시는 그런 내용의 소설을 쓰지 말도록!"



"신세를 졌다......"



"후배! 먹어라. 멸망 전에는 감옥에서 나오면 두부를 먹었다고 한다."



"잘 먹겠다. 고맙다, 선배."



"그래서 다음 작품은 언제 쓰는 건가?"



"......"



"솔직히 후배가 쓴 소설을 맨 처음 본게 내가 아니라 섭섭했다. 그래서......"



"사실 구상해 놓은 것이 있었는데 돌아가면 보여 주겠다."



"저, 정말인가! 이번에도 재밌게 읽을 자신 있다!"



'역시 선배는 최고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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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 소설은 처음 쓰는데 재밌게 읽어줘서 고맙다.

누가 찐따대회 안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