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요즘 들어 사령관님이 더 의기소침해지셨어요.”


“음……좋지 않은 상황이군.”


“심지어 요즘엔 동침 일정도 미루실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으신 것 같아요.”


“심각하군. 아주 심각해.”


다시 찾아온 각 부대 모임시간.


잔뜩 풀이 죽어서 최근 사령관의 상태를 브리핑하는 콘스탄챠의 말에 지휘관들은 모두 한숨과 탄식을 흘린다.


몸이 편해야 마음이 편한 것이 진리이니 최대한 업무도 나눠가며 부담을 줄이려 했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는 듯 하다.


그동안 사령관이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홀로 감당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새삼 깨닫고 통탄할 뿐.


애정을 표현한다거나 긍정적인 말을 자주 해주는 식의 일상에서 치유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도 크게 와닿진 않는지 별다른 변화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태도에 거부감이 드는건지 알게 모르게 밀어내는 듯한 제스쳐도 보인다.


“아무래도 이런식으로는 안되겠어요.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해요.”


자리를 비운 라비아타 대신 배틀메이드의 대표로 참석한 콘스탄챠가 안경을 올리며 더없이 진중하게 회의를 진행한다.


“이런 자잘한 것들론 안된다면 큰 거 한방으로 해결 하면 되는 거 아냐?”


“큰 거라면 무엇을 말인가?”


메이가 별 생각없이 뱉은 말에 무적의 용의 관심과 함께 모두의 시선이 모이자 순간 당황하여 우물쭈물 말끝을 흐린다.


“이, 이벤트라던가 뭐 그런거…?”


“이벤트?”


메이에게서 나온 그 단어에 모두가 솔깃한다.


그 와중에 조용히 있던 아스널이 손을 든다.


“이벤트라면 가끔 내가 준비한다만.”


“그런 쪽 이벤트를 말하는 건 아니실거에요.”


“그런 쪽 이벤트? 뭘 말하는거야?”


“자네는 알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네 메이.”


“응? 뭐가?”


콘스탄챠는 의아해하는 메이를 바라보는 칸의 눈빛이 LRL을 돌보던 에이미의 그것과 같다고 느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는다.


“아무것도 아니네. 그보다 지금은 동침도 미룬다고 했으니 어차피 그런 쪽은 의미가 없겠지.”


“그래도 이벤트를 준비하자는 의견은 나쁘지 않아보이는걸.”


“생각해보니 그동안 고생하신 각하께 우린 무엇 하나 특별한 걸 해드린 적이 없군.”


“주인님은 그 힘든 와중에도 저희를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도 챙겨주셨었는데 말이죠.”


이벤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레오나의 말에 마리와 리리스가 덧붙인다.


“허나 한다면 무슨 이벤트를 하면 좋을지 모르겠군. 그나마 기억으론 멸망 전 다른 이들이 간혹 생일 축하를 이벤트로 준비하는 경우를 보긴 했네만.”


“하지만 과거의 기억이 없는 각하이시니 생일이라고 할만한 날을 언제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잠깐.”


무적의 용의 생일이라는 말에 난색을 표하던 마리가 번뜩 무언가 머리를 스쳤는지 곰곰히 생각에 빠진다.


“그러고보면 각하께서 처음 발견된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은데.”


“네. 정확히는 이 날이에요.”


사령관이 원하지 않아 크게 기념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항상 소소하게 선물을 챙겨주던 콘스탄챠가 정확한 날짜를 확인시켜준다.


“그럼 그 날을 생일 삼아 파티라도 준비하면 감동하고 좀 나아지지 않겠어?”


“그거 괜찮군. 각자 선물도 준비하고 말이지.”


“부대원들이 각각 따로 선물을 가끔 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선물과 이벤트를 해준 적은 없으니 분명 좋은 경험이 되겠지.”


메이와 아스널, 레오나가 순서대로 발언하고 모두는 거절할 이유가 없기에 빠르게 세부 기획안을 상의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얼추 정리가 되고.


“우선 컴패니언 분들은 주인님이 감정적으로 큰 사고를 저지르지 않게 경호해주시고 저희는 최대한 들키지 않게 계획을 진행해보죠.”


“음. 당일이 되어 마주쳐야 감동이 클테니.”


마지막으로 콘스탄챠와 무적의 용이 회의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모두는 각자 맡은 일에 의욕적으로 나선다.


회의 내용을 정리하던 스크린에 크게 띄워져 있는 깜짝파티의 D-day.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처음 이상을 느낀 이후 점점 사태는 심각 해지고 있다.


아닌 척 티를 내지 않으며 나름의 살 방도를 모색해 보지만 빈틈이 없다.


최대한 내 유용함을 증명해서 버리지 말아달라고 어필하려 했으나 오히려 그녀들은 점점 내 일을 뺏어갈 뿐이다.


억지로 일을 하려고 하면 자칫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 하루하루 일거리를 빼앗겨 공허한 시간만 늘어나고 있다.


거기다 내가 모르게 무언가를 뒤에서 꾸미고 있는 것을 포착했다.


꾸준히 컴패니언 아이들에게 감시당하는 탓에 활동할 수 있는 반경이 좁아 제대로 실체를 잡진 못했지만 한정된 정보 속에서 나 몰래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설마 그 날이 내 최후의 날인건가.


권력 승계의 과정에서 생기는 소음을 줄이기 위한 사전 작업을 마치고 마지막에 확실하게 공표하는 것으로 날 끝장내려는 것인가.


어디하나 기댈 곳 없고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역시 그동안 너무 못된 짓만 하며 살았던건가.


그 업보가 쌓이고 쌓이다 결국 이렇게 되어버린건가?


젠장 이럴줄 알았더라면 한달 전 탐색하다 찾은 시니어 건강기능식품을 레아한테 주는 짓은 하지말걸.


하지만 이제와 후회한들 늦었다.


난……난 대체 어떻게 하면 좋지?


똑똑.


“안에 있지 사령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지난 날을 후회하고 있는데 노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시티가드의 유능한 형사 리앤.


만에 하나 적이라면 절대 방심 할수 없는 그녀의 등장에 겉으로 들키지 않게 긴장을 감춘다.


방금 전 사령관실에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았기에 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무슨 목적인지 몰라 물어본다.


“무슨 일이야?”


“결재 부탁할 내용이 있어서.”


리앤이 넘겨주는 서류를 받아 훑어본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처음부터 손을 댔어야 할 시티가드의 내부 근무 개편 등등 부대에 관련한 온갖 기획들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


내용이 많아 꼼꼼히 살펴보지만 어느 하나 틀린 곳이 없다.


내가 할 일이 또 하나 줄어들었다.


이런식으로 내가 설 자리를 또 없애는건가 싶어 속으로 쓴 눈물을 삼키며 결재한 서류를 다시 리앤에게 넘겨준다.


“훌륭하네. 이대로 진행하면 되겠어.”


“으음.”


“음?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를 보는 리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속을 꿰뚫어보는 듯한 그 시선에 나도 모르게 위축되는데 갑자기 리앤에게서 충격적인 말이 들려온다.


“혹시 사령관. 뭔가 눈치 챘어?”


덜컹-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내 안에 울려퍼진다.


쿵쿵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싶은 충동을 힘겹게 참아내고 '뭐, 뭐가?' 라며 애써 태연함을 가장한다.


어떻게 알아차린거지?


이상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도록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티가 나버린건가?


아니면 형사의 감?


제발 그냥 괜히 해본 말이어라라고 어설픈 희망을 가져보지만 리앤은 흐응~ 하고 웃으며 내 반응에 확신을 가진다.


“역시 왓슨! 알아차렸구나. 나도 도와서 최대한 모르게 진행하려고 했는데 우리 유능한 왓슨에겐 통하지 않았네?”


난감한 듯 뒷목을 만지작 거리는 리앤은 두렵게도 나에게 정보통제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떳떳하게 말해버린다.


이럴수가. 역시 리앤도 나를 몰아내려는 편에…….


그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그렇다는건 역시?”


“그래. 우리들이 신경써서 준비하고 있으니까 사령관도 너무 마음 무겁게 가지지 말고 편하게 받아들여줘.”


추상적이던 나의 축출을 확실한 형체로 눈 앞에 가져다대는 리앤의 확답이 무겁게 나를 짓누른다.


편하게 받아들이라니.


대체 어떻게 이 악몽을 편하게 받아들이라는 거야?


비명 지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그리고 많이 힘든건 알고 있지만 나쁜 마음 먹지 말고.”


그녀가 뒤에 이어 한 말이 비수가 되어 박혀들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반항하다 끔찍하게 고통받느니 겸허히 최후를 받아들이라는 그 말.


누구보다 절친하던 친구라고 생각했던 리앤의 배신에 난 속으로 오열을 토해낸다.


그렇게 내가 석상처럼 멈춰서 떨리는 동공을 느끼며 그 말을 듣고 있으니 리앤이 천천히 다가와 내 머리를 끌어안는다.


“우린 모두 그 어떤 것보다 사령관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이번에도 모두 사령관을 위해서 벌인 일이고.”


사탕발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의 난 무엇하나 저항할 수단 없는 무력한 한 마리의 토끼에 불과하니까.


결국 서러움이 차올라 눈가에 습기가 어른거리는걸 느끼며 일단은 당장 느껴지는 리앤의 포근함에 기대 얼굴을 부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얼추 진정이 되자 떨어진 리앤은 오늘 알아차린건 그 날까진 모두에게 비밀이라며 눈을 찡긋인다.


난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곧 리앤은 사령관실 밖으로 나간다.


나홀로 남은 사령관실에 다시 적막이 찾아온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건 오직 앞으로 다가올 필연을 두려워하며 떠는 것 뿐이었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쉼없이 흘러간다.


그 사이 살아보기위해 치던 발버둥은 미약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고 리앤에게 들킨 이후엔 완전히 의욕을 상실한 채 출하날짜가 정해진 가축처럼 하루하루 시름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찾아온 오늘 저녁.


본래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소완이 준비한 식사를 차려주는 메이드들이었건만 오늘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다.


이젠 식사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건가 하고 참담한 심정을 느끼고 있는데 무슨 바쁜 일이 있었는지 숨이 차보이는 콘스탄챠가 허둥지둥 사령관실을 방문한다.


늦어서 미안하다며 식사 자리로 안내하겠다는 그녀.


“안내라니. 오늘은 사령관실에 따로 음식이 오지 않는거야?”


“네? 아아~ 그게 오늘은 주방장님이 특별히 식당에서 드셔야만 하는 메뉴로 준비하셨다고 하셔서요. 아하하.”


서투른 거짓말.


평소 거짓말을 잘 하지 않던 콘스탄챠이기에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지적하지 않는다.


이제와서 그런들 의미가 없을테니까.


콘스탄챠는 아닌 척 하지만 들뜬 속내가 보여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걸 깨닫고 만다.


그래 오늘인 모양이다.


이후 일어날 일을 상상하다 이내 눈을 질끈 감아 버린다.


그렇게 두려움에 굳어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식당으로 가는 길.


앞서가는 콘스탄챠를 따라가는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점점 늦어지는 걸음걸이로 뒤쳐지는 나를 콘스탄챠가 돌아보며 의아한 듯 묻는다.


“무슨 문제 있으신가요 주인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 와중에도 내가 도망치진 않을까 걱정하는건가.


어차피 잠수함인 오르카에서 도망쳐봐야 숨을 곳은 없을텐데.


아니지. 아마 만에 하나 탈출포트로 달아나려는 수작은 허용하지 않겠다는건가.


치밀하게 잠항중인 스케쥴에 맞춰 오늘을 준비했으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그 모습이 내심 대견하면서도 내가 대상이라는 사실에 서글퍼진다.


일초가 일년 같은 시간이 지나서 마침내 식당에 도착한다.


오르카호의 대부분의 인원이 사용하는 식당이니만큼 그 크기는 상당하다.


원래 이시간이라면 그 안을 가득 채운 대원들로 북적거리고 있어야 할 식당의 문 너머는 무서우리만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문 앞에 서서 옆에 대기하는 콘스탄챠를 돌아본다.


언제나와 같은 미소 띈 얼굴로 나에게 문을 열어보라며 손짓한다.


병사들의 식사시간도 미뤄가며 이 안에서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걸까.


만찬회라도 여는걸까?


오르카호의 권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 확실하게 날 끌어내리며 축하하기 위해?


거기서 마음을 다잡는다.


도망칠 곳은 없다.


피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최후의 순간 만큼은 당당해지리라.


인류 마지막 생존자이자 최후의 저항군 사령관으로서 기개를 보이겠다!


벌컥-


문을 힘차게 열며 안으로 들어간다.


하나의 조명도 켜져있지 않은 식당의 컴컴한 내부가 시야에 들어온다.


왜 이렇게 어둡지?


그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갑자기 환한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고.


“”생일 축하합니다 사령관님!!!”””


수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함성이 귀를 때린다.


……뭐?


생일?





“생일이라니 무슨소리야?”


당황을 감추지 못한 사령관의 목소리가 덜덜 떨린다.


심플한 디자인의 식당은 언제들 이렇게 꾸며놓았는지 알록달록 온갖 장식과 플래카드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안을 빼곡하게 채운 오르카호의 승무원들은 저마다 웃음꽃을 만발한 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잊은거야? 오늘 네가 처음 발견된 날이야 인간.”


사령관을 처음 발견한 둘 중 하나인 그리폰이 머쓱함을 감추기 위해 볼을 긁적이며 다가와선 나직하게 '새, 생일 축하해 인간.' 이라며 그 뺨을 붉게 물들인다.


같이 발견했었던 콘스탄챠도 어느새 뒤따라 들어와 사령관에게 축하를 건넨다.


“사령관님이 태어난 날은 아무도 모르지만 저희와 함께한 첫 날은 오늘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다같이 힘을 모아 준비했어요.”


한 가운데 자리한 커다란 케이크.


그리고 테이블마다 수많이 준비된 음식들과 한 쪽에 가득 쌓인 커다란 선물상자들.


그것들을 바라보는 사령관이 아직도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넋 놓고 있는 사이 끌려가듯 파티의 한 가운데로 안내된다.


그런 사령관에게 LRL과 안드바리가 다가와 주먹만한 선물을 내민다.


“권속을 위한 선물이다! 특별히 이 몸의 마력이 담긴 위험한 아티팩트를 준비했으니 기뻐하도록!”


“자원을 함부로 쓰는 사령관님은 밉지만 그래도 사령관님이 슬퍼하시는 건 싫어요. 이거받고 기운내세요.”


서툰 솜씨지만 정성스럽게 포장한 LRL의 선물 상자와 안드바리의 꼼꼼한 솜씨가 보이는 반듯한 선물 상자.


그 선물들을 양 손에 받아들고 그제야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이 끝난 사령관은 긴장이 풀려 다리에 힘을 잃고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는 이윽고.


“흐어어엉!”


살았다는 안도감에 터져나오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꺽꺽 오열하고만다.


옆에서 선물을 줬더니 갑자기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는 사령관에 모습에 당황한 LRL과 안드바리가 허둥지둥 위로를 한다.


“우, 울지 말거라 권속! 감동한 건 알겠지만 그렇게 울어버리면……히잉…나, 나도 울 것 같단 말이야.”


“사령관님 바보! 왜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우는거에요 정말! 정말…바보…흐엥…!”


그렇게 감수성 풍부한 두 소녀는 결국 사령관의 눈물이 전염되어 같이 양 옆에서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을 하고만다.


““흐아아앙!!””


속사정을 모르고 보면 아름다운 그 모습에 여기저기선 감동이라며 같이 훌쩍이거나 푸근한 미소를 짓는다.


“고마워어~ 내가 앞으로 정말 잘할께 흐어어엉!”


무슨 생각으로 하는 말인지는 본인만 알고 있을 눈물범벅 엉망진창인 사령관의 말과 함께 파티는 무르익어가고.


그제야 웃는 얼굴을 찾은 사령관은 모처럼 모인 모두와 함께 즐겁게 파티를 즐긴다.


그렇게 오해로 시작되고 오해로 마무리된 사건은 훈훈하게 끝이 나게 되었다.





재밌는 소란이었어 그치?


네. 이걸로 폐하께서도 당분간 너무 심한 사고는 치지 않으실테고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다른 분들이 폐하를 대하는 태도도 한동안 부드러워지시겠죠.


거기다 지나치게 사령관이 부담하던 업무 비중도 각 부대로 분배되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네. 그래서 본심은 뭐야?


본심이라뇨?


굳이 그 정도의 보상들을 바라고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면서까지 일을 이렇게 거창하게 벌린건 아닐테니까.


후후. 역시 리앤 양이네요. 그저 이 참에 폐하께서 좀 마음고생 해봤으면 싶었습니다.


어째서?


얼마 전 폐하가 닥터 양에게 최면제를 만들어 달라며 요청한 일이 있습니다. 어디서 이상한 걸 보고 오셨는지 먹은 사람이 시키는대로 행동하게 만들어달라는 허무맹랑한 말이였지요.


그런 간편한게 있을리가. 아니 그보다 애초에 쓸 대상이 우리들 밖에 없을텐데 그냥 사령관이 명령하면 되는거 아냐?


그건 맛이 안산다고 그랬다는군요.


하아.


아무튼 그래서 닥터 양은 대충 영양제를 속여 최면제라고 사령관님께 드렸고 테스트할 대상을 미리 확인한 뒤 그녀에게 적당히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아, 그 대상이 그럼.


네 저였습니다. 거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폐하께서 그 최면제를 가지고 무슨 일을 하실지는 높은 확률로 예상되었기에 흠흠.


뭐 딱히 거절할 필욘 없었겠지.


너무 표정이 능글맞습니다 리앤. 아무튼 예상하시는 대로입니다. 그래서 그 최면약을 가장한 영양제를 먹었는데…….


먹었는데?


저를 절대 움직이지 말라며 방 안에 앉혀 두시고는 살럿 대장에게 연락하시더군요. 한참을 이야기 하다 마지막엔 침소로 부르시면서요.


세상에 그건 너무한데. 설마 아르망을 둘의 관계에 쓸 소품으로 쓰려고 한거야?


결국 거기서 참지 못하고 폐하께 소리치니 놀랍게도 폐하께서는 크게 웃으셨습니다.


어라? 설마?


네. 다 알면서 절 놀리신 거였습니다. 샬럿 대장에게 하는 연락도 거짓이었고요. 낮은 확률이긴 해도 예상범위에 없었던 것은 아니나……처한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저도 미처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아하핫 이번 일 같은걸 보면 우리 사령관은 엄청 바보같으면서도 가끔 이상한데서 똑똑하니까. 아르망도 가끔은 사령관에게 당하는구나.


폐하의 그 불확실한 유능함이 변수로 끼어들면 저도 예측이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거기까진 괜찮았습니다. 분위기를 다시 잡고 사랑을 속삭이실 때 까지는요.


오오? 그럼 괜찮은거아냐?


아뇨. 분위기만 잡다가 울리는 알람에 시간을 확인하시더니 스틸라인 온라인 랭크 게임 듀오 약속시간이라면서 게임하러 가셨습니다.


어?


듀오하기로 약속했다고 게임하러 가셨습니다.


어…그, 그렇구나.


…….


……고생이 많아 아르망.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