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 나 애기라붕 제과교실 복습하려고 글 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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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 아스널이 제과 교실 가기전에 크림 파이 예습하고 가라 해서 늦었어!


- 괜찮습니다. 주인님. 주인님 같이 어벙한 분이시라면 분명 늦으실거라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주인님이 예습하신 크림파이가 아닌 파운드 케이크가 오늘 수업 내용이니, 아스널 씨완 헛수고 하셨네요.


히잉...


- 쓸데없이 힘 낭비하실 줄 알고 오늘 만드실 파운드케이크 계량은 제가 미리 다 확인해 두었습니다.


보자... 박력분 800g, 설탕 640g, 버터 640g, 달걀 640g(11개), 유화제(쇼트닝) 16g, 소금 8g, 탈지분유 16g, 베이킹 파우더 16g, 바닐라 향 4g이라... 바닐라 향은 우리 바닐라 어디서 닦아내면 될까?


- 쥬지 짜내서 고추기름 만든다는 소리 하시지 마시고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아스널 씨께 부탁해서 방아질로 고춧가루 만들기 전에요.

 일단 가루 재료들은 체쳐서 한곳에 모아두시죠.


알았어 알았어, 가루니까 박력분, 탈지분유, 베이킹파우더, 바닐라향, 소금, 설탕 넣으면 되지?


- 소금과 설탕은 가루 재료가 아니란 걸 알려드렸어야 했네요. 둘은 따로 들어가야 하니 나중에 넣으십시오.


그럼 일단 체질해두고, 믹싱기에 버터를 넣고 돌리면 되지?


- 네, 버터 유지를 잘 풀어 크림화 시켜주셔야 합니다. 이것을 '포마드화'라고 하죠. 주인님 머리통에 든 곤죽처럼 될 때까지 믹싱하시면 되겠네요. 고속으로 믹싱하면서 중간중간 스크레핑 해서 튀는 것들도 모아 주셔야 합니다.


좋아, 엘븐들의 노력을 봐서라도 버터가 낭비되게 할 수는 없지(싹 - 싹)


- 어느 정도 크림화가 진행되었군요. 이제 설탕, 소금, 쇼트닝을 한번에 집어 넣고 다시 믹싱해 주시길 바랍니다. 믹싱 중에도 몇 번 멈춰주시면서 스크래핑 해 주세요.


이정도면 다 된 걸까?


- 크림을 만져 보았을 때 설탕 알갱이가 만져지면 좀 더 돌려 주셔야 합니다.  설탕이 완전히 녹아야 색이 고르게 잘 나오고, 표면이 매끄럽습니다.


(달 달 달 달 달달 달)


좋아 이제 계란을 넣으면 될 것 같은데? 한 번에 다 넣으면 될까?


- 그랬다간 계란 수분과 유지가 섞이질 않아서, 마치 주인님 머릿속에 든 비지찌개 모양처럼 될 것입니다. 천천히 다섯번 정도 나눠서 넣으세요. 점점 계란 양을 줄여가며 넣어야 하니 4 3 2 2 정도로 넣어주시면 되겠네요.


이것도 멈출 때마다 스크래핑 해주면 되지?


- 그렇습니다. 주의할 것은 믹싱이 덜 된 상태로 멈추면 분리될 수 있기 때문에 크림화가 충분히 진행된 후에 멈추고 그 다음 양을 넣어주셔야 합니다. 


(달 달 달 달 달 달 달 )


- 계란도 다 섞었고 이제 믹싱기 안에 체쳐 둔 가루들을 넣고 주걱으로 섞어주시면 됩니다. 밀가루가 눈에 띄지 않도록 열심히 저어 주세요. 그럼 전 주인님과 포이 씨가 한바탕 한 것 같은 주방을 치우고 설거지 하고 있겠습니다. 


다 된거 같아 이 정도면 될까?


- 그 정도 되직함이면 충분해 보입니다만, 반죽 온도와 비중을 체크해 주시지요.


비중? 비중은 뭐야?


- 제가 공부하라고 드린 책은 라면받침이나 쓰라고 드린게 아닙니다. 아니면 한글도 이젠 이해 못하실 정도로 머리에 문제가 생기신 겁니까?


하지만 내용이 너무 많은걸... 반죽을 이렇게 둘 순 없으니 빨리 말해줘


- 비중은 반죽의 질량을 확인할 때 쓰며, 비중의 공식은 같은 부피의 반죽무게/물 무게입니다. 비중 컵에 물을 가득 담은 물이 100g 이라 쳤을 때 같은 컵에 눌러담은 반죽의 무게가 90g이면 90/100 = 0.9의 비중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표정을 보아하니 4성 작 한답시고 열심히 돌머리 굴리시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계산은 계산기가 해줄테니 일단 이 컵에 담아보시죠.


알았어, 영점을 맞추고 물을 부어보니... 92g이네? 같은 컵에 반죽을 넣으니까... 82g이야. 그럼 이 반죽의 비중은 0.89인 거구나


- 그래도 계산기는 만질 머리가 되시니 다행입니다. 파운드 케익과 같은 크림법 반죽은 보통 0.9의 비중을 가지는 것이 좋으니 외워두세요. 반죽의 온도는 23도로 딱 알맞게 잘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바로 틀에 부으면 되는거야?


- 유선지를 깔아 주셔야 합니다. 주인님께서 열심히 닦아서 원상태로 해둘 건 아니잖아요?

우선 유선지를 반으로 접은 뒤. 틀을 두고 테두리를 따라 펜으로 마킹해 주세요. 그 다음 틀의 높이에 맞춰서 그림대로 접고 오려 주시면 됩니다. 당연히 마킹한 면은 반대로 접어서 바닥을 향하게 해야겠죠? 그정도 생각도 못하실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대충 참고 도면)


- 자른 부분은 날개를 접어 상자 모양으로 만들어 주시고 틀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이제 네 틀에 모두 넣어 주셨으면 반죽을 패닝하도록 하죠. 유선지를 틀에 맞춰 자르는 것도 똑바로 못해서 낭비하시는 한심한 주인님.


미..안해... 그럼 패닝은 반죽을 바로 부으면 될까??


- 그랬다간 각 틀마다 반죽 무게가 달라질 수 있고, 구석구석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으니, 짤주머니에 넣어 U자 형태로 모서리 부터 채워주시면 됩니다. 무엇보다 주인님이 반죽을 제대로 집어 넣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네요.


그래도 저울에 먼저 틀을 놓고 반죽 무게를 맞출 생각은 했다구, 반죽 총 무게가 2,700g 조금 넘으니까 600g씩 패닝하고 남은건 조금식 나눠 넣으면 되겠지?


- 그래도 눈치밥은 먹을만큼 먹어선지 잘 이해하시네요. 꼼꼼히 패닝하신 뒤, 팬을 아래로 쳐서 반죽을 평탄하게 만들어 주세요


(탕! 탕!)


- 이제 스크레퍼로 반죽이 아래를 향해 완만한 곡선을 그리도록 밀어주시면 됩니다. 아래로 휘어진 초승달처럼요. 반죽은 가운데로 부풀기 때문에 아래로 밀어주지 않으면 발정난 주인님 아침 텐트마냥 솟구치듯 올라오게 됩니다.


어? 너무 딸려 올라오는 반죽이 많은거 같은데?


- 힘으로만 밀어붙이시니 그렇게 주인님 상판마냥 못생기게 덩어리지게 나오는겁니다. 힘은 쭉 빼시고. 아래서부터 편안하게 위로 올린다고 생각하세요. 스크레퍼에 묻은 반죽은 떼서 가운데 쪽에 다시 넣어주시고, 양 옆으로 올려쳐진 반죽들은 유선지가 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약간을 접착제처럼 붙여 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이제 철판 위에 네개를 다 올려두고 오븐에 넣으면 될까?


- 예열도 할 생각 안하시고 넣겠다는게 딱 주인님 마인드 그대로네요. 제가 예열해두지 않았다면 생각없는 주인님과 긴 시간을 보낼 뻔 했습니다. 상부 200도 하부 180도로 예열해 두었으니 그대로 12분간 구워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따닥따닥 붙여서 넣으시면 가운데 있는 반죽들은 익지 않으니 잘 떨어뜨려 주세요.


ㅇㅋㅇㅋ;; 그럼 이제 12분 동안은 바닐라랑 오붓하게 바닐라 향이나 만들고 있을까?


- 주방 곳곳에 아스널 씨와의 정사 이후 침실마냥 질질 반죽을 흘려 놓으시고선 저랑 그러고 싶으십니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고춧가루 되기 싫으시면 행주로 닦으시죠.


힝...


(12분 후)


오오오 바닐라 이것 봐 어느정도 노릇해진 것 같아 이제 뭘 하면 될까?


- 칼이나 스프레더로 정 가운데에 일자로 칼집을 내어 주시면 됩니다. 굳이 필요한 과정일까 싶겠지만 이건 시험에서 요구하는 거니까요.


엄마나! 깜짝이야!


- 원숭이 같은 주인님... 그 뜨겁게 달궈진 철판을 맨손으로 잡으시면 어떡합니까? 칼질한답시고 붙잡는 버릇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걱정되니 가서 찬물에 좀 식히고 오세요. 제가 다시 오븐에 넣어두겠습니다.


(손 식힘)


- 아까 처음과는 다르게 온도를 상부 180도 하부 170도로 낮춰 굽고 있습니다. 이 온도로 25~27분 정도 구워주시면 됩니다. 총 오븐에서 굽는 시간은 35~40분 정도로 맞춰 주시면 되는 거죠. 

물론 시험 중 사용할 오븐엔 타이머가 없으니, 시계를 잘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시길 바랍니다.


(남은 오븐 시간 동안 주변 청소 및 반죽 관찰)


와.. 바닐라 예쁘게 가운데가 올라왔어! 색도 좋은거 같은데? 


- 젓가락으로 찔러보았을 때 반죽이 묻어나오지 않으니 다 익은 듯 합니다. 이제 빼내서 냉판에서 식히도록 하죠.


(대략 10분 뒤)


맛있어보여... 빨리 같이 먹으면 좋겠다.


- 일단 제품 검사가 먼저입니다. 참을성 없으신 주인님. 칼집을 내서 터진 윗면의 색이 옆부분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야 합격점입니다.

(반으로 가른다) 또 단면을 보았을 때 겉 껍질이 두껍다면 오버 쿠킹 된 것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폭신폭신 누르는 기분이 좋네


- 비중이 낮은 케이크와 높은 케이크의 차이는 질감에서도 나타납니다. 높은 케이크가 더 단단한 느낌이죠. 방금 구웠을 때가 가장 말랑말랑한 느낌이니 주인님의 아랫도리 같네요.


그렇다는 건 식으면서 점점 단단해진다는 거잖아. 내일 아침에 두고보자구


- 그...그럼 일단 방금 만든 건 맛만 보시고 내일 아침에 커피와 함께 먹도록 하죠.


오... 전에 스틸라인 애들이 보급받아 먹던 전식에 들어있는 파운드케익은 무슨 물고기 떡밥 맛이더니 이건 완전 맛있네 이런걸 모르고 살았다니... 바닐라도 좀 먹어봐


- 전 괜찮습니다. 돼지처럼 너무 드시면 금방 살이 오르실 테니 적당히 주워드시죠.


에이.. 같이 만들었는데 좀 같이 먹자.. 오늘 밤에 또 같이 힘써야 하는데 배고플껄?


- 그... 그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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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



수업이 끝나면 만든 제품은 가져올 수 있다!

내가 다니는 수업은 3인 1조 진행이기 때문에 이렇게 나눠서 가져옴.

수강생 중에 내가 청일점이라 참 부끄럽거든요. 

조에 계신 아주머니께서 ㄹㅇ 고수라 잘가르쳐주셔서 좋다.


저번엔 마들렌이었는데 일단 파운드 케익만 이렇게 복습용으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