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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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기록 ACB-008. 시작하겠습니다."


(드르륵, 의자를 끄는 소리)


"자, 그럼 이야기해보세요."


"......"


"왜 그랬어요? 


"......"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해서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어요. 뭐라도 말을 해야..."


"나, 나는 잘못 없어!"


(덜컹,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소리.)


"나는 아무 잘못 없다구!"


"......우선 앉으세요. 그렇게 소리쳐도 별 수 없으니까."


"으윽......"


(덜커덕, 드르륵. 의자를 다시 세우고 끄는 소리.)


"우선, 변명거리라도 들어볼까요? 왜 자기는 아무 잘못 없다고 하는 거에요? 아무리 봐도 누가 잘못했는지는 명백한데."


"그, 그게 먼저 유혹했단 말이야! 나도 참으려고 했어! 그런데 그게 자꾸만 나를 달콤하게 유혹했단 말이야!"


(콰앙, 책상을 주먹으로 치는 소리.)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즐기게 해줬는데, 그걸로도 부족해서 또 손을 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냔 말이에요!"


"......"


"한두 번도 아니고, 10번째가 다 되어가요. 그렇게 욕심부려서 벌써 얼마나 많은 자매들이 피해를 입었는지 아세요?"


"그, 그치만......"


"하아......"


(톡톡톡,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는 소리.)


"넘어가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나름의 권한이 있는 저로서 더 이상 묵인할 수가 없다구요."


"......저기, 한 번만 더 봐주면......"


"앞으로 모든 접근권한을 금지시킬 거에요. 물론 매일 할당량까지 전부."


"뭐?!"


(드르륵, 의자가 거칠게 밀려나는 소리)


"왜, 왜 주던 거까지 뺏는 거야! 그건 너무하잖아?"


"오히려 지금까지 봐줬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관대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쿠당탕, 급하게 책상을 밀치며 움직이는 소리)


"그거......어떻게 안될까? 응?"


"이 손 놓으세요."


"이렇게 부탁할게. 응? 제발......"


"부탁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단계는 지났어요."


"나, 나 이제 평소 할당량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어버렸단 말이야!"


"자업자득이에요."


"나 정말 죽는다니까!"


"굶기는 것도 아니고, 조금 금욕한다고 해서 안 죽어요."


"으으......으으으......"


"이미 결정난 사항이니까, 그냥 받아들이세요. 반성의 여지가 충분히 보이면 이후에 처벌이 감량 될 수 있으니까......"


"흐아아아아아아앙!!!"


"......"


"흐윽, 흐윽, 흐에에에에에엥!!!"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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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휴, 언니.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거에요?"


C-33 안드바리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대성통곡하고 있는 T-13 알비스의 얼굴을 스윽스윽 닦아주며 말했다. 


"그러게 돌이킬 기회가 있었을 때 멈췄어야지 왜 후회할 짓을 계속 해요?"


"그치만, 히끅," 알비스의 얼굴은 벌써 퉁퉁 불어서 평소보다 더 빵빵해보였다. 


"초코바......너무 맛있는걸."


"그렇다고 보급품을 막 가져가고 그러면 레오나 언ㄴ, 아니 대장님한테 혼나는 거 알아요 몰라요? 으휴, 자 팽해요 팽!"


"패앵!"


안드바리가 축축해진 손수건을 대충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힝, 알긴 알지만......"


한바탕 눈물을 쏟은 알비스가 기운없이 축 쳐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치만 매번 먹는 참치캔은 너무 퍽퍽하고, 달콤하지도 않은걸......단 걸 안 먹으면 알비스는 힘이 안 난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알비스의 눈에 다시 닭똥 같은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안드바리가 싫어할 걸 알지만, 초코바가 없으면 제대로 전투도 못할 거 같고......그렇다고 안드바리나 레오나 언니한테 더 달라고 하면 화낼 거 같아서......"


"8번이나 몰래 가져가면 대장님이나 제가 화낼 거라곤 생각 안했어요?"


"흐윽, 미아내 안드바리야아아아!"


어리둥절해 하는 안드바리의 질문에 알비스가 별안간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 참, 왜 또 울어요!"


안드바리가 다시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알비스의 빵빵한 얼굴에 문질렀다. 


"......휴우."


한참을 알비스의 눈물을 닦아주던 안드바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가 몰래 가져간 초코바들 혼자 다 먹은 건 아닌 거 알아요. 같이 탐색 나가는 다른 부대 자매들한테도 기운내라며 나눠줬죠?"


"......훌쩍."


알비스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나 대장님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몰래 가져가는 건 나쁜 버릇이라고 저한테 이번에 엄격하게 처벌하라고 하신 거에요."


"훌쩍......미안해."


"그러니까 언니한테 내려진 처벌을 없는 걸로는 못하겠지만......대신 처벌이 끝날 때까지는 제 초코바를 드릴게요. 그럼 됐죠?"


"저, 정말?"


알비스가 눈물로 반짝이는 눈으로 안드바리를 바라봤다. 


"네. 저는 보급 담당이라 다른 자매들만큼 야외로 많이 나가지는 않으니까요. 대신, 한 번만 더 보급품에 몰래 손을 대면 그땐 정말 안 봐드릴거에요, 알겠죠?"


"......흐끅,"


알비스가 안드바리의 품으로 몸을 던졌다. 


"흐에에에에엥! 고마워 안드바리야! 고마워어어어!"


"......휴우."


자신의 품에서 오열하는 알비스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어주는 꼬마 보급관은,


'너무 오냐오냐해주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후회를 머릿속에서 나지막히 읊조리는 것이었다.






변칙적인 후회물도 된다길래......한 번 해봤습니다. 


녹취기록 ACB는 Alvis Chocolate Bar의 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