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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니 그래서 사령관이 글쎄…”

 

사령관이 오르카에서 일하는 거에 왜 지원했냐고 물었을 때 ‘몰아치는 찌찌의 파동’이라고 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그러면 오르카에 안 태웠겠지?

 

“하하… 저… 레아 님, 제가 업무가 아직 남아서요… 요것만 먼저 끝…”

 

“아유, 우리 태양이는 뭐 그렇게 일만 할라고 그런디야? 어릴 때는 일이랑 쉬는 거랑 균형이 중요해.”

 

내 상반신만큼 쌓여있는 서류 더미가 이 아줌마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걸까? 아니면 이 정도 되는 양이 평범한(아니면 심지어 평소보다 얼마 안 되는) 양인 걸까? 차라리 전자였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좋으니 레아줌마가 눈이 침침해서 그런 것일 거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두세 번 정도 빠삭하게 튀겨지겠지만, 그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

 

“하하하… 그, 그런가요…?”

 

“그럼 그럼, 그래, 맞아. 태양이 또래인 우리 아쿠아도…”

 

딱 잘라 거절도 못 하는 내가 한심스럽다. 몸이라도 청년 몸이었으면 어느 정도 거절할 수 있었을까? 아니겠지. 지난번에도 말실수했다가 한 번 튀겨질 뻔했잖아.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곁눈질로 옆자리의 닥터에게 구조요청을 보냈다. 이쪽은 쳐다도 안 보고 기계 팔로 ‘파이팅!’이 지랄이네. 매정한 새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악마, 아니 악마가 다 뭐야, 여기가 이미 지옥이고 앞에 앉은 이 아줌마가 벨제붑인데, 별의 아이한테도 영혼을 팔 수 있을 것 같다.

 

불경한 기도를 올린 천벌일까? 심해괴수에게 5번 정도 빌었을 때, 랩실 문이 열리고 키 180짜리 금발의 루시퍼가 들왔을 때, 나는 그만 정신을 잃었다.

 

 

2

“씨발… 그때 니 말 듣고 자격증이나 이것저것 준비해서 빤쓰런 쳤어야 됐었나 봐.”

 

“인제 와서 그 얘기 해봤자 뭐 하냐.”

 

그 이상으로 덧붙이는 말 없이 현우는 태양의 빈 잔만 다시 채워주었다.

 

“세 달만 있으면 벌써 서른여섯이다. 하… 요즘엔 서른 후반만 돼도 빡세더라. 게네들은 머리 굳을 때까지 몇 년 더 남은 셈이잖아? 나 같아도 유통기한 널널한 젊은 애 뽑는다.”

 

금태양은 현우가 채워준 잔을 단숨에 털어 넣었다. 소주에 들어간 설탕의 단맛만 기분 나쁘게 식도를 간질였다. 마치 소화제 같은 질감으로.

 

누군가 인생이 써서 술이 달다고 했던가? ‘에휴… 똥 싼다.’ 하면서 넘긴 말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단맛이 초콜릿이나 과일처럼 기분 좋은 단맛이 아니라 이상하고 좆 같은 단맛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여기까지 생각하자 한층 더 늙은 것 같아 침울해지는 금태양이었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애초에 순수과학 전공부터가 문젠가? 아니야, 그것보다 뭐 할라고 20대를 그렇게 버렸지? 그땐 잘생긴 건 아니어도 깔끔하게 생겼었는데…”

 

바닥에 놓인 소주병들 사이에서 한참을 헤맸지만 남은 거라곤 조금도 없었다. 벌써 이렇게 많이 마셨나? 하면서도 한 병을 더 시켜 기어코 잔을 채웠다.

 

“연애도 공부한다고 안 해, 공부한다고 놀아보지도 않아, 그래 놓고 이게 뭐냐. 공부로 밥 벌어 먹고살 수도 없는 거 뭣 하러 했을까?”

 

“잘했었잖아. 그리고 교수가 옆에서 부추긴 것도 있지.”

 

“잘하기는 무슨…. 재능 있었으면 벌써 임용됐겠지… 뭐? 자기가 다 끌어준다고? 그냥 노예 찾는 거였어… 개새끼….”

 

“… 야, 좀 쉬어가면서 마셔라. 그만 마시던지.”

 

입안에 술을 탁 털어 넣고는 다시 잔을 채우려는 태양의 손에서 현우는 병을 빼앗았다. 취한 건지, 기운이 없는 건지, 태양은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병을 내놓았다.

 

“맨정신으로 살 수가 없어 씨발. 야, 닥터라고 아냐? 바이오로이든데 기술 개발용이래. 뭐라더라? 박사학위 열댓 개랑 맞먹는 수준이라는데 이젠 나이 어린애들도 모자라서 그런 거랑도 경쟁하게 생겼어.

 

강의에선 알렉산드라한테 치이고, 연구에선 닥터한테 치이고 뭐 어쩌란 건지….

 

하, 대학교에서 20대고, 돈이고 다 꼬라박고 남은 건 종이 쪼가리야 그냥… 이젠…. 아, 씨… 모르겠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만 벅벅 긁어대는 그를 보고 있자니 현우 역시 속이 불편해 왔다. 인간은 남의 행복을 싫어하고 남의 고통을 좋아한다던가? 그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안타까운 감정만 들었다.

 

재능과 노력과 열정이 차고 넘치던 친구가 단지 세상 돌아가는 꼴에 대한 눈치가 조금 없었다고 전쟁 후에 밖에 널린 노숙자 꼴이 나기 직전이니. 처자식 딸린 어른이 되었어도 인생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것투성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 연구실에 인턴이라도 해볼래? 마음 같아선 내가 어디 괜찮은 데 정규직으로 꽂아주고 싶은데 아직 햇병아리 관리쟁이라 이정도밖에 안될 거 같다. 미안해.”

 

“아니야. 됐어. 괜히 너만 곤란해지면 어쩔라고 그러냐?”

 

금태양은 답답한 마음과 술로 오른 열을 한데 모아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이름은 무슨 앙헬한테 로크도 NTR 할 거 같이 생긴 새끼가 왜 그렇게 기가 죽어있냐?”

 

‘내가 다 안쓰럽네.’라고 덧붙이려다 말았다. 안쓰러우면 뭐 어쩔 건가?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하물며 말한다고 꺾인 마음이 세워지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만 처지지.

 

“일단 와서 며칠만 해봐. 내가 너 인턴 자리 하나 만들어 준다고 딱히 곤란할 건 없는데, 내가 위에 말해둔 날에 너 안 오면 좀 곤란해지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됐다니까…. 쪽팔리게 이 나이 먹고 스펙 하나도 없이 낙하산으로 들어가면 뭐라 그러겠냐.”

 

“어차피 거기 들어오는 애들 다 비슷해 인마. 전쟁 터지고 나서부터 학교에 자리 없고 하니까 굴러 굴러 이쪽으로 오는 거지.

 

낙하산이야 뭐, 요즘 한둘이냐? 놀고먹다 들어오는 애들도 잘만 다니는데, 너 정도면 스펙상으로도 꿇릴 것도 없어.”

 

‘쯧.”하고 혀를 한 번 차곤 입술만 잘근잘근 씹던 태양은 한숨에 가까운 실소를 흘렸다.

 

“그래도 되는 걸까? 괜히 나 때문에 나보다 열심히 산 다른 사람이 거기 못 들어가는 거 아니야?”

 

“너보다 한참 덜 치열하게 산 나도 빽 없이 들어왔어. 열심히 살아온 게 자격 조건이면 넌 충분히 자격 있어.”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격려와 함께 담뱃갑를 내밀었다. 그가 아는 자신의 이미지랑 다른 말을 하게 되면 몸이 베베 꼬이고 불편할 줄로만 알았는데,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만큼 코너에 몰린 사람과 말하고 있다는 방증인 걸까?

 

태양은 갑에서 삐져나온 담배 한 개비를 받아 코로 궐련지를 훑으며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연구가 생각대로 잘 안 풀릴 때 이러면 마음이 편해지곤 했는데, 지금만큼은 되려 가슴이 먹먹해졌다.

 

“…고마워. 그런데 뭐라고 해야 될까. 기분이… 참…”

 

“좆같지.”

 

“응, 좆같네.”

 

 

3

우웨에엑!

 

캡슐에서 내동댕이 쳐지듯 나오자 마자 누런 액체를 쏟아냈다. 속도 비어있을 텐데, 이 지저분한 정화의식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멈출 줄 모르고 목을 간질이는 토사물로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주변을 살폈다. 매뉴얼대로라면 가장 먼저 깨어난 사람이 제어실로 이동해 상황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조처를 해야 했으니까. 생명유지장치에 튜브로 연결된 양분이 떨어진 거라면 다른 사람들의 것도 확인하고 보충해야 하는 거고, 긴급 상황이라 판단한 AI가 깨운 거라면 각자의 이유로 아직 못 깨어난 사람들을 깨워야 하기 때문이다.

 

태양의 우려와 달리, 방 안의 다른 캡슐은 대부분 문이 열려 빈 내부만 보여주고 있었고, 그나마 닫혀있는 캡슐의 화면에는 전부 생명 신호가 끊어졌다는 불그스름한 알림만 점멸하고 있었다.

 

금태양은 속이 진정되자마자 냉동 캡슐 근처에 비치된 보관함에서 물을 꺼내 입을 헹구며 패널을 조작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증명하듯 사람들은 다시 도륙당했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인간을 도륙하는 주체가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점뿐.

 

이런 침략을 염두에 둔 건지, 아니면 폴X웃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을 대비한 건지 놀랍게도 삼안에는 임원 전용 벙커가 있었다. 아무리 임원 전용이라도 그들의 가족까지 생각하면 벙커의 수용 가능 인원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있는 게 어디인가?

 

그런 임원 전용 벙커에 금태양이 잠들어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임원 안에서 그리 높은 위치가 아니었던 현우는 마누라랑 애들 두고는 못 들어가겠다며 금태양에게 양도한 현우 덕분이었다. 죽기 전까지 몇 년이 지났건 상관없으니 깨어나면 연락하라는 그의 말이 기억난 금태양은 연락이 닿는 시설이 없음에 당황했고, 그제서야 패널 구석에 적힌 연도가 눈에 들어왔다.

 

“2204년….”

 

벙커에 들어온 게 2111년이다. 90년을 꼬박 잠들어 있었다 라. 멸망 전 인간의 평균수명은 110 근처였다. 평균 나이에서 10여 년은 넘은 나이. 그것도 뒤집힌 세상에서 전과 같은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 못하면서.

 

벙커 안의 운영 매뉴얼상 깨어있는 사람의 수는 한 명이거나 벙커의 인원 전원. 그런데도 대부분은 이곳을 나갔거나, 캡슐 안에서 말라가거나. 남은 사람은 나 하나.

 

바깥 상황을 비추는 저화질의 카메라가 전송하는 명백하게 멸망한 세상의 모습.

 

“하,“

 

주저앉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하, 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하하, 프흐하하하하하하하…”

 

왜 그러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일그러진 웃음을 터트리며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4

삐이이이익! 삐이이이익!

 

신경질적으로 울리는 경고음에 사령관은 깨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패널로 향했다.

 

평소라면 잔을 조심히 다루라고 타박할 레오나도 늘 짓고 있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서도 들고 있는 찻잔을 내려놓거나 입으로 가져가지 않고 가만히 있는걸 보면 그녀도 긴장했음이 틀림없었다.

 

“철충이야?”

 

언제 챙겼는지 사령관의 손에는 작동 준비가 끝난 HMD가 들려있었다.

 

“아아, 그… 철충은 아니야. 아니지, 철충이 있기는 한데 있다고 하기에도 좀 그럴만한 상태야. 미안해 사령관, 놀라게 했나 보네.”

 

심상치 않은 그의 표정을 보고 하르페이아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아… 다행이다. 난 또 무슨 일 생겼을까 봐.”

 

누군가가 긴급채널로 연락을 넣을 때마다 언제나 보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하르페이아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당황스러운 상환과는 별개로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음… 그게… 무슨 일이 생기긴 했거든 사령관? 그래서 긴급 채널로 연락을 넣었는데…”

 

“응, 말해봐. 무슨 일인데 그래?”

 

하르페이아는 시선을 몇 번 지상으로 옮기더니 입을 열었다.

 

“인간을 찾았어.”

 

“발키리, 나야. 지휘관 회의 소집해. 한 명도 빠지지 말라고 해. 긴급상황이야.”

 

사령관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레오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레오나는 사령관실을 나서며 사령관에게 평소와는 조금 다른 눈빛을 보냈고, 사령관은 말이라도 나눈 듯이 대답했다.

 

“고마워. 아르망도 불러줘. 바로 갈게.”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령관실을 나갔고, 사령관은 HMD를 썼다.

 

별로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나이트 칙에게서 한 남자가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아직 너희 있는 건 모르지?”

 

“응, 저기 보이는 인간은 물론이고, 나이트 칙도 아직 모르는 것 같아. 나이트 칙이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이네.”

 

그도 그럴 것이, 구동계가 고장이라도 났는지 이동속도도 느리고, 연사속도와 집탄율도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저 사람한텐 충분히 위협적일 거야.”

 

어디서 주워 입은 듯 옷매무새가 어설픈 해진 군복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뒤뚱뒤뚱 뛰는 모습이 전투 경험은 물론이고 훈련도 받아본 적 없는 인물인 것 같았다.

 

그때 나이트 칙에서 튀어나왔을 탄환이 가방을 때렸고, 남자가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이 보였다. 찢어진 가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참치캔과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그를 보면, 운 좋게 참치캔이 목숨을 구제해준 것으로 보였다.

 

“하르페이아, 오르카로 데려올 수 있겠어? 물론 살아있는 채로.”

 

“당연하지 사령관. 그런데… 괜찮을까?”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곤 있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눈을 보며 사령관은 그녀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 멸망 전처럼 행동하려 해도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

 

“하핫, 알았어 사령관. 나는 사령관을 믿으니까. 나이트 칙은 우리끼리 처리할 수 있으니까 얼른 회의 가봐.”

 

“그래, 고마워.”

 

통신을 마치고 HMD를 벗은 사령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피로감을 이겨내고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한 뇌의 상태를 보여주는 듯한 맑은 눈동자를 지나 드러난 그의 입꼬리는 가히 찢어진다는 표현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어 보였다.

 

“드디어…”

 

“아이에에엣!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사령관은 허공에 주먹을 있는 대로 내지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5

낯선 천장이다.

 

살았구나, 나.

 

고개를 내려 날아간 부위들을 확인했다. 지혈 캡슐로 잘 포장되어있었다.

 

“하아….”

 

구개를 베개에 떨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유나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한숨이 나왔을 뿐.

 

“사령관님, 그… 네, 손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단아한 여성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천천히 돌리자 푸른 눈동자에 갈색 머리를 한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는 ‘여성형’이겠지. 회사 옥상에서 보이는 공중정원에서 날아다니는 다프네를, 금태양은 몇 번 봤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팔자 좋게 한숨이나 쉬고 눈이나 붙일까 생각했다니, 금태양은 그런 자신에 대해 개탄스러움과 함께 미약한 공포를 느꼈다.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사령관이라면 인간일까? 여기는 남은 인류가 모인 일종의 쉘터나 저항군 기지고? 혹시 그렇다면 현우도 이곳을 거쳐 가지 않았을까?

 

애초에 사령관이라는 자가 인간이 아니면? 암담한 현실이지만 그편이 확률은 더 높을 것이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보다 튼튼하니까. 그렇다면 아마 지휘관 바이오로이드나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같은 원 오프 타입 모델이 사령관이겠지.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전자든 후자든 걸리는 게 하나 있다. 나는 이 다프네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

 

현우를 따라 회사에 들어가며 별의별 인간을 만났다. 자기 소유의 바이오로이드 역시 자신의 물건을 다루듯 깍듯이 대하길 바라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바이오로이드를 조심스럽게 대하면 인간의 정의 같은 개똥철학을 들먹이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바이오로이드를 인격체로 보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바이오로이드를 철저히 물건 취급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령관님께서 직접 뵙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럴싸한 의료시설까지 갖춘 걸 보아 꽤나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 보이는 이곳에서 다시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면, 나는 과연 몇 시간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마 몇 시간도 아니고 몇 분 만에 리타이어 되지 않을까?

 

내가 이곳에 남기 위해, 사령관이라는 작자가 인간이건 바이오로이드건,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면, 나는, 이 다프네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회사에서 배운 대로 말이다.

 

“혹시 몸 상태가 아직 안 좋으시면 충분히 쉬시고 오셔도 괜찮으시다고 해요.”

 

그런 금태양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프네는 최후통첩이나 마찬가지일 그 말을 꺼냈다.

 

“어떻게, 지금 뵈시겠어요?”

 

“… … 네.”

 

금태양은 그가 선택한 대답이 옳았기를 기도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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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게 읽기 편할까 해서 이것 저것 시도해보고 있음ㅇㅇ 분량부터 대사 문단 나누는거나 기울임꼴 쓰는거나 문장 단문으로 바꾸거나 등등


그런고로 피드백 많이 해주시면 감사드리겠넴마-!


삽화도 넣을라고 그렸는데 와타시의 분수를 깨닫는 2시간이었다! 나무삼!



글이나 연습해야지


3~4편 생각하고 있으


소재준 라붕이 고맙고, 늦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