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좀 어글 끌어보려고 한남이라고 했어

나도 철남충이니까

일단

총구 돌려








난 슬슬 아저씨라 불리는게 익숙해질 나이야

마음만큼은 아직 대학교 새내기 같은데 금요일에 술만 좀 마셔도 토요일 저녁까지 누워있게 되더라고



아무튼 내 또레의 남자들은 잘못된 일을 겪어도 되도록이면 반박하거나 고쳐달라고 하질 않아

그래봐야 귀찮아질거라고 생각하고 걍 좀 참고 대충 살자 라고 여기더라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봐온 나랑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들은 대부분 그렇더라고





내 어릴때 학창 시절을 추억해보면 남자애들은 언제나 그랬어


남자애들만 무거운 짐을 나르게 했어

난 좆멸치라 책상 하나만 날라도 팔이 부들거렸지만 여자애들이 의자 마저도 나르지 않을때 군말 없이 책상과 의자를 날랐었지


남자애들만 빠따, 각목, 큐대, 심지어는 목검으로 빵댕이를 쳐맞았어

난 어떻게든 안아프게 맞아보겠다고 교복 밑에 체육복까지 입고도 엉덩이가 아파 앉지도 못할때 여자애들은 회초리로 손바닥을 맞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


남자애들은 더운 여름날 체육시간에 무조건 축구를 해야했어

난 체육이 싫어서 여자애들처럼 그늘에 앉아 쉬고 싶었지만 선생님의 불호령이 무서워 기절할만큼 무더운 운동장에 나가 터덜터덜 뛰는 시늉을 했었지


남자애들만 체육복 갈아입을때 화장실 가서 갈아입어야 했어

난 한번 체육복을 떨어뜨려 씨발씨발하며 화장실 구정물에 젖은 체육복으로 갈아 입을때 여자애들은 교실에서 커튼을 치고 갈아입곤 했었지


남자애들만 칼같은 두발 검사를 받아야 했어

난 5mm 반삭을 하고도 구레나룻이 귓구멍 아래로 내려왔다고 빠따를 맞을때 여자애들은 검사하는 날에만 죄다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 통과하곤 했었지





그치만 이럴때 불만을 토로하는 남자애들은 많지 않았어

물론 아예 없지야 않았지만 언제나 그 수는 적었지

말하자면 까라면 까는 분위기였다는거야


게다가 불만 의사를 내봐야 선생님들의 반응은 언제나 똑같았어





"사내 새끼들이 말이야, 말들이 많아! 쪼잔하게"






그래 물론 나와 내 친구들도 처음부터 가만있진 않았지

우리도 초등학생이나 그 이전에는 땡깡 많이 피우고 징징거리기도 했었을꺼야

근데 점점 나이를 먹을 수록 남자는 이러면 안돼, 이래야만해 라는 분위기와 체벌&기합에 굴복하게 되더라고


손해를 보고 피해를 입더라도 이에 반발하고 반박하며 권리를 주장하면 치사하고 쪼잔한거고

묵묵하게 시키는대로 하며 까라면 까는건 미덕으로 보더라


게다가 선생님의 말씀에 토를 단다?

과장 조금 보태서 선생님의 하늘 같은 권위에 도전하는 건방지고 반사회적인 사악한 양아치가 되는거야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가혹한 체벌과 기합은 덤이었고




이렇게 남자는 손해보는거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해도 오히려 욕을 먹는 세상이었어

그리고 학창시절 내내 이런 분위기가 반복되다보니 불평등한 취급을 받아도 순응하고 감내하는걸 당연시 여기게 되더라

그리고 이런 세뇌는 군대를 다녀오는 순간 완성되는거지



쨔잔, 불만 표출 없이 닥치고 일만 하는 노예 한마리 완성!









내와 친구들은 지금 사회에서 주임이나 대리급 직책을 맡고 있어

딱 일병 수준이지

살짝 늦게 나온 친구들은 아직 사원일지도 모르고 잘난 놈들은 뒷글자가 장일 수도 있지만 적당히 생각하자고


일단 우리 회사에서 야근을 하는건 전원 남자 뿐이야
주말에 나와 잔업을 하는것도 남자들 뿐이지

무거운 짐을 나르는것도 남자들 뿐이고

기타 잔심부름을 하는것도 남자들 뿐이야


여직원들이 못났고 남직원들이 잘한다는게 아냐

오히려 포괄임금제라는 이름으로 맨날 9시 넘게 부려먹고 제대로 챙겨 주지도 않는 주말 출근을 시키는 회사가 미친거고

이런 부조리에도 고분고분 따르는 남자들이 이상한거지






그래서 난 사실 지금의 10, 20대 남자애들에게 너무 미안해

남자면 닥치고 고분고분 따르는걸 당연시 여기는 이 사회를 바꾸지 못했고 바꾸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세대로서 너무 미안해


그리고 점점 낮아져만 가는 남성들의 인권에 목소리를 올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

이미 노예가 되어 자의식 따위 꺽여버린 나와는 달리 아직 투쟁할 수 있는 열의가 남아있다는거잖아


그리고 이런 와중에도 그냥 저런 사람들이 알아서 다 고쳐주겠지 하며 똥글이나 싸며 유튜브 보고 낄낄 거리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해







요즘 편의점 때문에 또 말 많던데

여자라는 이유로 손해 보고 차별받은게 물론 있기는 할꺼야

남자들보다 극심한 외모 스트레스를 받았을거고 여자니까 이러면 안돼, 이래야만해 하는 말도 많이 들었겠지

근데 난 딱히 내가 남자라는 이유로 특권이라고 할만한걸 누린 적은 없다고 생각하거든?

그치만 걔들 말로는 내가 엄청난 특권 계층이고 불합리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 하더라고

좆소기업 다니며 월 200 따리 받는 내가 특권 계층 취급을 받다니 참 놀랄 일이야




너무 두서없이 새벽감성으로 쓰다보니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고 슬슬 키보드 누르는것도 귀찮으니까 슬슬 그만 줄일게




마지막으로

잘못되어가는 사회와 망가져만 가는 남성 인권을 바로세우지 못한 세대의 한명로서 여러분 모두에게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