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오르카 호에서 중간관리자 이하의 직급으로 일하는, 전투-비전투부대 막론한 대다수의 바이오로이드에게 월급이란 존재하지 않는거지.


대신 일당으로 참치캔 3개와 기타 재화성 아이템 1, 2개씩 나눠지는데

하다못해 거지런 출격 때 필요할 법한 안전모나 작업복 같은 장비조차 대여료가 참치캔 5개나 기타 재화성 아이템 2, 3개.


물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산으로 장비를 대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더라도 일단은 요청하면 장비를 선선히 내 줘.

대신 그 지불하지 못한 차액은 결국 빚으로 달아두는 거고, 이 빚은 다음에 받는 일당 등에서 공제되는거지.


게다가 머물고 있는 숙소 역시, 이런저런 문화생활은 꿈도 못 꾸고 그냥 간단히 세수만 하고 잠만 잘 수 있는 그런 비좁은 공간인데 그런 선실에 대한 이용료는 물론이고 물값, 담요값 같은 것도 별도로 칼같이 받아가는 그런 시스템이란 거.


식사의 경우에도 기초영양분조차 좆까고 그냥 탄수화물과 염분으로만 구성된(가령, 잡곡밥과 소금국 같은 그런.) 식단이 제공되는거야. 아주 간혹 가다가 사령관의 생일이라거나 아니면 사령관이 기분 내킨다 싶으면 특식이라고 주어지는 게 우유 한 팩 정도가 고작인 그런.


다행히 이런 식단에는 요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매 끼 사령관이나 그 주변 인물들이 먹는 것 같은 식단을 먹으려면 자기 돈 주고 사서 먹으라면 먹을 수야 있긴 한데 한 끼 사 먹으려고 한다면 기백 일 가량 장비를 대여할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지출인거라 도저히 엄두를 못 내고.


그런데, 사령관을 비롯하여, 배틀메이드 같은 사령관의 최측근, 스틸라인,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같은 전투부대들의 지휘관과 중간간부 같은 관리자급들은? 곧바로 비유해보자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중산층이 일반적으로 누리는 생활이나 혹은 좀 더 여유있는 계층들이 누리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는거지. 특히 사령관에 더불어 사령관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배틀메이드는 그 정점에 서 있고 말이야.



그렇다면 하다못해 반란이라도 일으켜서 두들겨 패거나 총질 죽창질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말했잖아?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바이오로이드라고.


사령관은 간단히, '아무 불만 없이, 부지런하고 근면성실하게 일해라.'라는 오더를 인간의 명령권으로 하여금 발동시켜 버렸기 때문에 바이오로이드들은 하르크스가 얼마나 자본론을 설파하고 다니든 그냥 체념하고 계속 일하는 거야.



한편으로는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선전하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죽어라 일만 한 개체들 중에서도 중간관리자 급으로 승급하지 않은 개체가 없는 건 또 아니야.(가령, 발키리라든지......) 물론 이제까지 가뭄에 콩 나는 수준이라고 해도 많아보일 정도로 극히 드문 케이스이긴 하지만, 바이오로이드들은 '나도 저렇게 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승급해서 일당도 더 많이 받고 밥도 더 맛있는 거 먹고 숙소에서도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잘 수 있겠지'라는 기약없는 희망만을 목표로 삼아 일하는거지.


그리고 그렇게 승급한 개체는...... 앞장서서 사령관 계층들을 대리하여 더욱 혹독하게 바이오로이드들을 독촉하며 몰아붙이고 말이야.



이런 소재를 다룬 문학 있음?

나는 상상력이 빈약해서 이런 문학을 써내는 건 한계가 있는지라, 이 문학을 맛깔나게 살릴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써오는 걸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