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lastorigin/25703183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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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존나게 고통스러울 때, 우리는 간혹 '생살을 씹는~' 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아, 아니야. 표현이랄 것도 없지. 씨발것의 생살을 씹으면 존나게 고통스러운 건 당연한 사실이니까. 


"다프네!  아파! 아아악!"


다들 혀나 입술 안 쪽, 혹은 그 어딘가의 언저리를 깨물어 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어땠나? 존나 아프지 않았는가? 입 어딘가를 깨물어도 그렇게 아픈데 하물며 다른 부위는 어떨까? 그것도 이빨이 파고들어 살점을 뜯어낼 정도로 씹어버린다면 과연 얼마나 아플까?


"놔 줘! 다프네! 아악!"


 그 고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광경이 지금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평소의 목소리보다 한 3옥타브 정도 높은 것 같은 비명을 질러대는 리제와 그런 리제 위에 올라타서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팔뚝에 이빨을 박아넣는 다프네. 


"꺄아아악!"


아, 다프네가 방금 막 리제의 팔뚝 살을 한 입 크게 물고서 뜯어냈다. 그 볼에 뭘 머금고 있는지 안다면 보통은 기겁을 하고 바로 퉷- 하고 뱉어냈을텐데, 질겅질겅- 질긴 오징어 다리를 씹는 것 마냥 느긋히 움직이는 다프네의 볼에서는 저항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기야 처음부터 저렇게 생살을 맛있게 씹어 넘길 생각으로 이빨을 들이 민 것일테니 저항감이니 뭐니, 정상이니 아니니 다프네에게 소리쳐보더래도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게헤엑…!"


충분히 씹은 팔뚝살을 꿀꺽하고 목으로 넘긴 다프네는 다시 한 번 쩍 벌린 입을 리제에게 들이댄다. 이번엔 목. 리제가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건 처음 뿐이었기에 다프네가 그 희고 고운 리제의 목덜미를 뜯어내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걸레짝이 된 리제의 목거죽과 근육, 핏줄이 덜렁거리고 그 언저리에서 맥박에 맞춰 퓩퓩 하고 핏줄기들이 튀어오른다. 정말 대단한 치악력이다. 어떻게 인간… 아, 아니… 어떻게 바이오로이드의 치악력으로 같은 바이오로이드의 생살을 저렇게 깔끔하게 뜯어낼 수가 있는거지? 다프네라는 개체의 구강에는 뭔가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기능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다프네라는 개체에 대한 개요나 제원을 다시 한 번 읽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한가하게 굴 시간이 없었다.


"제압 해!"


너나 할 것 없이 넉이 나가있던 우리 중에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리앤이었다. 역시 리앤, 그 비상한 머리 만큼이나 행동력도 남다르다. 그래도 목소리를 내는게 조금만 더 빨랐다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뭐, 내가 그럴 처지는 아니지. 나는 지금도 얼어서 이 빌어먹을 스턴 캐논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릴 뿐이니까. 그러나 내가 멀쩡했더라도, 한창 맛있게 식사 중인 저 다프네의 머리통에 손쉽게 캐논을 쳐박을 수 있었겠냐고 묻는다면, 글쎄. 자신은 없다.


일단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중에 하는 걸로 보류하고 우선은 다프네다. 램파트가 깅깅 거리는 소리를 내며 들어올린 팔로 취조실의 문을 후려치자 켈베로스와 세이프티가 제빠르게 진입한다. 반거울 너머로 보이는 다프네는 놀란 기색도 없이, 유연하고 빠르게 쉰소리를 내고있는 리제에게서 거리를 벌리고, 촙메이커를 들이밀어오는 켈베로스에게 달려들고자 살살 간을 본다. 휙- 휙- 고양이의 앞발질을 연상케하는 팔놀림으로.


"방해하지 마! 언니랑 놀고 있잖아아악!!"


탕-


"커흑!"


마른 비명을 지른 건 다프네가 아닌 켈베로스였다. 세이프티의 피스톨에서 뛰쳐나간 탄환 한 발이 다프네의 왼 쪽 대퇴를 꿰뚫었지만 다프네는 미동도 않았다. 그래서 탄환이 발사됨과 동시에 달려든 켈베로스가 당황했는지 다리가 꼬여버려 중심을 잃고 말았다. 그걸 기다렸다는듯, 고양잇과 맹수 처럼 엉덩이를 쭉 빼고 상체를 굽히고 있던 다프네는, 팽팽히 긴장되어있던 다리근육을 퉁겨 박차고 나가 온 힘을 다해 켈베로스를 들이받았다. 이건 뭐 근육질의 투사가 연상 될 만한 그 역동적인 움직임에 켈베로스의 촙 메이커는 취조실의 벽에 한 번 튕기고서 맑은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나뒹굴었고 세이프티는 생각도 못한 다프네의 반응에 얼어붙어서 피스톨을 쥔 손을 바르르 떨고있다.


탕- 탕- 탕-


내가 캐논을 들어올린 그 때, 바로 옆에서 울린 총성이 귀에 이명을 때려박았다. 이번엔 켈베로스의 생살을 씹으려들던 다프네는 확실하게 죽일 목적으로 발사 된 탄환 세 발에 의해 제압당했다. 관자놀이에 두 발 목에 한 발. 탄환이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반거울에 남긴 흔적들을 바라보며 취조실로 들어간 리앤은, 켈베로스의 옆으로 고꾸라진 다프네와 몸 안에 있는 피란 피는 다 쏟아낸 것 같은 리제를 번갈아보다가 읊조렸다.


"더… 더 있을거야."


그렇겠지. 다프네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참으로 아쉽게도, 이제 시작 됐을 뿐이다. 나는 방금까지도 핏발 선 눈을 번뜩이던 다프네를 빤히 쳐다보다가 캐논의 출력을 최대치로 조정하고, 방금부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복도를 의식하면서 사무실의 출입구를 바라보았다.


"사령관이 복귀 하기 전까지 정리해야 해. 그렇지 못한다면…"


다프네 꼴이 나거나, 아니면 리제 처럼 산채로 뜯어먹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어떻게 되든, 싹 다 뒤지는 건 확정이다.

혹시라도 타이밍 좋게 오르카가 부양이라도 한다면 그 땐 진짜로 끝장이고.

그런 경우까지 생각한다면, 이대로 오르카를 수장시켜 버리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다.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 말이다.

그건 리앤도 잘 알고 있겠지. 나도 알 정도인데 리앤이 모를 리 없다. 


"어, 어쩌다 이렇게…"


겨우 촙메이커를 챙겨들고 일어선 켈베로스가 세이프티에게 의지해 오들오들 떨면서 취조실을 나왔다. 쯧, 저래선 금방이다. 먹히던가, 아니면 내 살을 노리고 덤벼들던가. 둘 중 하나가 된다.


"…" 


어쩌다 이렇게, 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가.

타이밍이 안좋았다?

부주의 했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거다?


다 아니다. 그리고, 모르겠다. 굳이 대답하자면, 그냥 씨발 존나게 재수가 없었던 거라고 밖엔 대답을 못하겠다.

저 죽고 못사는 자매가, 동생이 언니를 산채로 뜯어먹게 된 원인을 더듬어 가본다면, 그 날의 일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때는… 약 일주일 전인가. 그래. 스카이 나이츠가 아이돌 공연이니 뭐니 난리법석을 떨어댔던 날, 그 전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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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의 복귀 까지 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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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오르카는 어떨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