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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사령관의 하루 – 후일담

 

 

 

 

 

나 때문이었다.

 

이 모든 비극은, 죽음은 나의 잘못이었다.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래서 나는.

 

사령관을 그만두었다.

 

 

 

 

 

 

132.

 

7일째.

 

나는 이곳에 정착했다, 조용하고 한적한 섬이었다.

 

다양한 동식물도 있고 날씨가 온화했기 때문에 여길 골랐다.

 

다른 아이들은 오지 않았다. 내가 오지 못하게 했다, 만약 저번처럼 철충이

 

나타나면 그냥 죽어줄 생각이다. 아마 몇 주 안에 오지 않을까 싶다.

 

내 삶에 의미 따윈 없었다.

 

그러니, 죽어버려도 아무 상관없다.

 

그 아이들도 이젠 내가 어떤 인간인지 잘 알았을 터다, 나는 비겁하고 위선적인

 

인간이다. 멸망 전의 인간들과 나는 하등 다를 게 없었다.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도망쳤다. 그 결과 많은 아이들이 죽었다.

 

결국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배고파.”

 

요 며칠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나는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물은 마실 수 있었지만 배를 채울만한 건 그리 많지 않았다.

 

죽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굶어죽는 건 싫었다, 죽을 땐 깔끔하게 죽고 싶었다.

 

나는 버려진 건물을 거점삼아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게 내가 유일할게 할 줄 아는 일이니까.

 

먼저 이전에 배웠던 기술을 활용해 덫을 만들어, 작은 동물들을 잡았다.

 

제일 잘 잡히는 건 생쥐였는데, 작아도 한 10마리쯤 잡으면 그럭저럭 배를

 

채울 정도는 됐다. 머리가 나쁘고 단순해서 잡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 다음, 짐승이 건물로 들어와 공격할 것에 대비해 나무와 덩굴을 잘라

 

울타리를 만들었다. 튼튼하진 않지만 당장으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죽으려고 여기 왔을 터인데, 할 일이 없으니 뭐든 하게 된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133.

 

13일째.

 

일기를 쓰기로 했다. 챙기고 나온 물건 중에 노트와 펜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일기에 뭘 쓸까,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아이들에 대해 쓰자.

 

이제 그 아이들은 나를 미워할 테지만, 한 때나마 나를 위해 목숨을 걸어준

 

그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다. 이런 게 보답이 될 순 없겠지만…….

 

누구에 대해 먼저 쓸까, 그래. 콘스탄챠에 대한 걸 써보았다.

 

그녀는 가장 처음 나를 발견했고, 가장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주었다.

 

이래저래 내가 제일 고생시킨 건 콘스탄챠였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일을 대신 해주기도 했고, 어지간한 일정은 콘스탄챠가

 

조정해주었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나는……한 번도 고맙다고 말해주지 못한 것 같다.

 

무인도로 도망쳤을 때, 그녀는 화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분노했다.

 

내 뺨을 때리며 걱정했다고 말했을 때, 솔직히 조금 기뻤다.

 

이런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뻤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다간 분명 더 혼쭐이 났겠지.

 

…….

 

언젠가 네가 이 일기를 읽게 된다면, 지금이라도 전하고 싶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너에겐 언제나 감사하고 있어.

 

내 곁을 지켜줘서. 나를 걱정해줘서, 나를 위해 화내줘서. 고마워.

 

늦게나마 너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지만.

 

나는 곧 여기서 죽을 테니, 이렇게 전할 수밖에 없는 나를 용서해주길.

 

 

 

 

 

134.

 

25일째.

 

생활이 점점 안정되기 시작했다. 철충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내일 나타날지, 아니면 다음주, 다음 달일지……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간 오겠지.

 

아, 그나저나 어제부터 벼를 키워보기로 했다. 쌀을 먹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쌀의 식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물론 가을이 오기 전에 나는 죽을 테지만…….

 

어차피 내게 할 일 따윈 없다. 사령관을 그만두니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벼를 키우는 방법 따윈 모르지만 뭐 어떠랴. 실패해도 괜찮다.

 

……여태껏 실패해선 안 되는 일뿐이었는데, 마지막에 와서야 실패해도 괜찮다니.

 

이게 아이러니인가. 한 번도 실패해선 안 되었던 내가, 이젠 아무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리고……이번엔 마리와 용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아마 다른 아이들은 그 세 사람을 용서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에겐 아무 잘못도 없다. 단지 필사적이었을 뿐이었으니까.

 

나 하나를 희생해서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그러는 게 당연했으니까.

 

그들도 나를, 누군가를 희생시키길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어쨌거나 그녀들이 자책하고 있다면, 부디

 

스스로를 용서해주길 바란다. 마리, 용. 레오나, 너희에겐 아무 잘못도 없어.

 

전부 내가 미숙하고 무능했기 때문이야. 단지 그뿐이야.

 

…….

 

다른 아이들이 그녀들을 용서해주길 바란다.

 

 

 

 

 

135.

 

40일째.

 

여름이 다가온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벼를 키우면서 틈틈이 울타리를 보강하고 (지금은 울타리보단 바리게이트에 가깝다.)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들었다. 나무와 덩굴, 유리 조각을 사용해 창을 만들거나

 

땅을 파고 거기에 날카롭게 자른 나뭇가지를 박아 함정을 만들어뒀다.

 

보통 잡히는 건 토끼나 들개, 아니면 멧돼지였다. 멧돼지의 경우 긴 시간동안

 

야생화가 진행되어 돼지보단 거의 곰에 가까웠다. 일단 정면에선 절대 못 잡는다.

 

그리고 활동 범위를 넓혀 마을이 있었던 곳까지 갔다.

 

철충이 있을까 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150년 넘게 버려진 마을엔

 

인간이 살았던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그 옛날에 나온 잡지나 책을 운좋게

 

찾아서 시간이 날 때 읽고 있다. 주로 흥미가 생기는 건 그 시대 인간들의

 

고민 같은 거였다. 옷을 어떻게 입느니, 취업이 어쩌니, 그런 것들 말이다.

 

하찮고 시시한 고민이다. 나는 여태껏 인류의 미래니 모두의 목숨 같은 걸

 

짊어졌는데. 아, 이젠 다 때려치웠지. 인류는 끝났다, 나라는 멍청이 때문에.

 

……혹시 이걸 읽는 게 다른 인간, 그 중에서도 당신이 남자라면 부탁할 게 있다.

 

오르카 호의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녀들은 모두 순수하고 다정하다.

 

그들을 찾아 사령관이 되어준다면 좋겠다. 물론 힘들겠지만…….

 

아마 너는 정신없이 밀려오는 업무량에 질려 무인도로 도망칠지도 모르겠다.

 

조언을 하나 해주자면, 가더라도 든든한 경호원을 데려가길 바란다.

 

예를 들면……리리스처럼 말이다.

 

리리스. 블랙 리리스, 그 아이는 나 때문에 온 몸의 뼈가 골절당하고 실명까지 당했다.

 

날 구하러 올 때 마리와 혈투를 벌였다. 거의 죽기 직전까지 몰렸건만 의식을

 

잃는 순간까지 싸우려고 했다. 나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는 쓰레기인데.

 

그녀는 언제나 나를 사랑해줬다. 믿고, 지지해줬다. 내가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을 때도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안아주며 내가 강한 인간이라고 해줬다.

 

나는 이토록 나약하고 비겁한데도.

 

결국 아무도 믿지 못해서 도망쳐버렸는데.

 

…….

 

믿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리리스.

 

 

 

 

 

 

136.

 

“……레오나?”


“그래, 나야. 거의 2달 만이네.”

 

55일째에,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등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었고, 무기랑 탄약도 들고 왔다.

 

“나를 설득하려고 왔어?”


“아니. 나도 때려 쳤거든.”


때려 쳤다고? 내가 이유를 묻자, 레오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런 짓을 벌여놓고도 뻔뻔하게 지휘관으로 있을 순 없잖아. 마리랑 용도

 

사실상 지휘권을 놓고 스스로 영창에 들어갔어. 아마 사령- 아니, 네가 용서해주기

 

전까진 안 나올 거야. 본인들도 잘못한 걸 알고 있으니까 말이지.”

 

“……너희의 잘못이 아니었어.”


“아니, 우리 잘못이었어. 어쨌거나 우린 너를 이용해서 목적을 이루려고 했어.

 

의도는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과정과 결과지. 과정도, 결과도 잘못됐으니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것도 지휘관의 의무야. 아무튼……미안해.”

 

네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우리 책임이야.

 

레오나가 머리 숙여 사죄했다. 나는 고개를 들라고 말했다.

 

“나는 곧 죽을 생각인데, 너는?”


“언제 죽을 건데?”
 
“철충이 오면 죽어줄 생각인데.”


“……나쁘지 않네. 좋아, 같이 죽어줄게. 그 전까진 같이 살아도 될까?”


“마음대로 해. 나는 더 이상 너에게 명령할 권리가 없어.”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같이 살고, 죽기로 했다.

 

레오나나 나나 우리에겐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 뒤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일손이 늘어나니 생활도 편해졌다. 레오나야 원래 나보다도 유능했으니

 

뭘 시켜도 곧잘 해냈다. 가지고 온 무기로 사냥도 했다.

 

“저기, 사- 아니……아, 뭐라고 불러야 하나 이제.”


“너라고 불러.”

 

그 날, 우리는 건물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나란히 앉아있었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왜 나한테 암호를 가르쳐준 거야?”


그 말대로, 나는 오래 전에 그녀에게 왕관의 암호에 대해 말해주었다.

 

사실 좀 애매했다. 귀띔을 해줬다고 하는 게 정확하리라.

 

“……널 믿었으니까.”


“칸이나 리리스, 콘스탄챠도 있었잖아.”


“그 아이들에겐 냉철함이 부족했어. 만약 내가 왕이 되었을 때, 내가 왕이 된 게

 

옳은 선택이었는지 결정할 수 있는 건 너뿐이라고 생각했거든. 너는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사실, 나는 네가 끝까지 알아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긴 했어. 나도 마지막 순간에서야 떠올렸거든.”
 
“그냥 두지 그랬어, 그랬다면-”

 

“이미 끝난 일을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없잖아. 그리고 난, 후회하지 않아.”


“왜?”

 

“……모두의 목숨보다 너의 목숨을 우선시했으니까.”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나는 그 이유를 묻지 못했다.

 

 

 

 

 

 

137.

 

72일째.

 

벼가 자랐다, 솔직히 싹도 못 트고 죽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살아남았다.

 

농사를 시작했다는 나의 말에, 레오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령관 다음엔 농부야? 그래,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너도 할래?”


“좋아. 지휘관보단 농부가 나은 것 같거든.”


벼 말고도 다른 채소도 심기로 했다. 당근, 양파, 오이……키울 수 있는 건

 

전부 키워보기로 했다. 어차피 곧 죽을 테지만 말이다.

 

“지금 거기 상황은 어떨까?”

 

밭에 물을 주던 도중,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쯤 다들 뭘 하고 있을까?
 
“내가 나올 때 즈음엔 엉망진창이었어. 일단 라비아타가 다시 통령이

 

되었지만, 분위기도 나쁘고……죽은 애들도 있으니까.”

 

“나 때문에 말이지.”


“…….”

 

그 뒤, 오후에는 마을을 둘러보며 물자를 조달했다.

 

버려지긴 했어도 폭격을 당하거나 공격받진 않았기에, 아직도 쓸 수 있는

 

물건들이 많았다. 레오나와 나는 이것저것 주워 담다가 어느 지하 창고를 발견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어마어마하게 먼지가 쌓여있었다. 그 먼지를 뚫고 안을 수색하니

 

나무 상자들이 잔뜩 있었다. 그 안에는……양주와 와인들이 들어있었다.

 

“웬 술이지?”


“흠, 보아하니 꽤 비싼 술들이네. 주인이 피난가면서 여기 숨겨두고 간 모양이야.”


“그리고 돌아오지 못했겠지. 그나저나 150년이나 지났는데 마셔도 돼?”
 
“죽으면 뭐,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그것도 그러네. 우리는 술을 가져왔다, 알코올은 여러모로 유용했다.

 

“모처럼 가져온 건데, 한 잔 할래?”


밤에 될 무렵에 레오나가 어디서 찾은 건지 모를 유리잔을 가져오며 말했다.

 

“나는 술을 안 마셔.”


“그럼 이번 기회에 마셔봐.”


레오나가 멋대로 술잔에 술을 따라,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냄새를 맡다가 한 모금 마셨다. 맛은……쓰고 요상했다.

 

“옛날 인간들은 이런 걸 비싼 돈 주고 사먹었단 말이야?”


“흠, 나는 괜찮은데?”


“몸에도 나쁘고 맛도 없는데……왜 이거에 환장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모든 문제를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마. 세상은 불합리한 일투성이니까.”

 

그 말대로, 나는 더 이상 합리적으로 살 필요가 없었다.

 

이미 다 끝나버렸다. 그러니, 불합리하고 바보 같아도 상관없다.

 

나는 자유였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 말이다.

 

술을 마셨다. 잔을 기울이고, 건배를 하고, 진탕 취할 때까지 마셨다.

 

“히끅……어지러워……우윽…….”
 
“고오작 이 정도로 취해써어? 하여간……이 정도는 북방에서 머겄던 술이랑

 

비교도 못하게 약하다니까아? 거기서 마신 보드카는 불이 부터따고!”

 

“이것도 충분히 독해…….”


“그보다도- 아아, 어차피 다 끝났는데 뭐! 속 털어놓고 말해보자. 사령관은

 

나랑 칸 중에서 누가 더 좋아? 역시 나지이? 나라고 말해 빨리이이!”

 

레오나가 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덕분에 자꾸 헛구역질을 했다.

 

“까놓고 말해서어- 내가 더 예쁘고 가슴도 크거든! 맞잖아아아!”

 

“나는 얼굴보단 성격-”
 
“성겨어억? 성격본다는 남자치고 얼굴 안 보는 놈 없다니까아!? 빨리 내가 제일

 

예쁘다고오 말해애애! 자, 얼른 레오나 님이 최고로 아름답다고오!”

 

그 순간, 나는 레오나를 밀치고 바닥에 토했다.

 

“욱, 우에엑, 끄으윽…….”

 

“아하하하하! 욱, 우으으윽-”


우리는 토했다. 그리고 웃었다, 바보처럼 서로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웃어재꼈다.

 

이렇게 속 시원하게 웃는 게 얼마만의 일인지 모를 정도였다.

 

나는 평생, 내가 기억하는 한 웃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138.

 

90일째.

 

철충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벌써 3달째인데도 말이다.

 

그러는 사이에 날씨는 정말 ‘빌어먹을’ 정도로 더웠다. 레오나가 쓴 표현이었다.

 

“자, 어깨에 힘을 빼고……잘하네. 이제 숨을 내뱉고……당겨.”

 

타앙!

 

총알이 사슴의 목을 꿰뚫었다. 사슴은 3걸음도 가지 못하고 고꾸라져 죽었다.

 

“사령관이었으면서 총을 쏴본 건 이게 처음이야.”

 

“흠, 처녀를 뗐다고 해야 할까?”


“……그 표현은 좀 그러니까 하지 마.”

 

우리는 잡은 사슴을 끌고 와 해체했다.

 

레오나는 ‘이런 건 맨날 하던 일이었어.’라고 말하며 능숙하게 사슴을 해체해

 

벽에 걸어 피를 뺐다. 내장을 빼낼 때에도 그녀는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옛날에, 미국에 있었을 때 안드바리한테 이걸 시킨 적이 있었어.”

 

레오나가 빼낸 내장을 양동이에 주워 담으며 말했다.


“흠, 그래서?”

 

“그 아이야 워낙 성실하니 열심히 했지. 근데, 결국 못 참고 토하러 나가더라고.”
 
“그런 걸 시킨 게 잘못 아니었을까.”


“어쩔 수 없잖아. 이런 걸 배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드니까.”


“……그 안드바리는…….”
 
“내가 죽였어. 다리를 못 쓰게 됐거든, 어쩔 수 없었어.”


“그랬구나. 물어봐서 미안해.”
 
“다 지난 일이야.”

 

그렇게 내장 정리를 끝내고 쉬던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장마철이었다. 벼가 잘 버텨줄지 걱정됐다.

 

“너는.”


비가 내리는 걸 보던 중, 레오나가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왜 항상 존댓말을 쓴 거야?”
 
“……너희를 존중하니까……라고 했지만, 그보단 거리를 두려고 했거든.”


“그럴 거라곤 생각했어.”


“너희와 가까워지는 게 무서워. 나는 언제나 너희가 나를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널 싫어하는 사람 따윈 없었어.”


“나는 재미없고, 지루하고, 겁 많고-”


“성실하고, 다정하고, 정직하지.”


“……내가 정말로 그랬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언제나 성공할 순 없지. 나조차도 실패했으니까 말할 수 있어, 실패는 당연한 거야.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하더라도 매번 성공할 순 없어.”

 

레오나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래도 괜찮아. 실패할 때에도, 죽을 때에도- 나는 네 곁에 있어줄게.”


“……고마워.”


“그러니 너도 내 곁에 있어줘. 이제 내가 이 삶에 바라는 것 그거뿐이야.”

 

“알겠어.”


우리는 언제쯤 죽을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다.

 

 

 

 

 

139.

 

100일째.

 

나는 천둥소리에 깨어났다, 바깥에선 어마어마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벼가……!”


폭풍 대비는 해뒀지만, 이렇게 심하면 벼가 모조리 뽑힐 터였다.

 

나는 허겁지겁 바깥으로 뛰쳐나가 밭으로 향했다.

 

내 걱정대로 벼들의 뽑히거나 누워버렸다.

 

사실, 저 벼들이 죽어도 아무 문제없었다.

 

어차피 수확하기 전에 죽을 테니까, 그렇지 않더라도 먹을 건 더 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필사적으로 벼들을 지켰다.

 

“사령관! 사령과안!!”


“너는 들어가, 레오나!”
 
“그만둬! 이 정도 폭풍이면 같이 쓸려나갈지도 몰라!”


“지켜야 돼! 나는, 이걸 지켜야 돼! 어떻게든 지켜야한다고!!”


나는 왜 이렇게 필사적으로 벼를 지키는 거지?

 

모르겠다. 이유 따윈 모르지만, 어째서인지 지켜야한다고 생각했다.

 

“그 벼 때문에 죽을 셈이야!?”


“이건……이건 나야! 이게 바로 나라고! 레오나, 이게 나였어! 나였다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서 들어와!”
 
“이 벼는 나야! 지켜야 돼, 나는……지켜야 돼!!”


무시무시한 폭풍을 뚫고, 레오나가 내게 달려왔다.

 

“널 이렇게 보낼 순 없단 말이야!”


“이거 놔!”


“이 멍청아! 이 벼 때문에 네가 죽으면 나는- 나는 무슨 낯짝으로 살란 말이야!?”


그리고 그녀가 나를 끌어냈다. 우리는 건물로 돌아왔다.

 

“나는……난…….”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알잖아.”


“…….”


“어휴, 젖은 거 봐. 이리 와, 닦아줄게.”


레오나가 수건을 가져와 내 몸을 닦아주었다.

 

“잊지 마, 죽을 때는 함께야. 그리고 이런 걸로 죽기엔 너무 아깝잖아.”

 

“미안.”
 
“자, 감기 걸리겠다. 옷 벗어, 나도 좀 닦아야겠다.”


우리는 모닥불에 모여 몸을 말렸다. 서로 알몸이었는데, 나는 최대한 눈을 피했다.

 

“봐도 딱히 상관없는데.”


“…….”


“다 큰 어른이 여자 알몸 보는 정도로 얼굴 붉히지 마.”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야.”

 

“바보.”

 

……우리는 서로를 보았다.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레오나는 내게 다가와 나를 안았다.

 

나도 그녀를 안았다. 우리는 서로 몸을 섞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이것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인가? 

 

한참의 행위가 끝난 뒤, 나는 잠든 레오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레오나도 따라 죽겠지.

 

그러니……나는, 그녀가 죽기 전까진 죽을 수 없다.

 

나를 사랑해준 그녀를 위하여 살아야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 뒤, 자고 일어나니 절반이 넘는 벼들이 뽑혀버렸다.

 

이렇게 된 벼를 살릴 방법은 없었다. 나는 그나마 남은 것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레오나에게도.

 

 

 

 

 

 

140.

 

150일째.

 

여름이 끝나간다, 별 다른 일 없이 또 하루가 지나간다.

 

살아남은 벼들은 꽤 잘 자랐다. 이제 곧 수확을 할 수 있을 건만 같았다.

 

그 외에도 기른 채소들과 사냥한 고기들로 소박한 식사를 하며, 하루하루 조용하게

 

지냈다. 이전에는 꿈조차 꿀 수 없었던 평화였다.

 

“나 말이야, 줄곧 칸을 부러워했어.”


“네가?”
 
“그래, 내가. 바보 같은 소리지?”


어느 날은 레오나가 밥을 먹다 말고 말했다.

 

“칸은 내가 되지 못한 나였어. 나는 될 수 없었던 존재가 되었지.”


“딱히 네가 부족한 건-”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야. 그녀는 스스로 운명을 선택했어, 불가능의 벽을

 

뛰어넘어 스스로 칸이 되었지. 반면에 나는, 모두를 희생시키고도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잖아. 내가……칸처럼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어.”

 

“……칸이 없었으면 나는 아직도 왕이었겠지.”


“그렇겠지. 그리고 모두를 구했을 거야……아니면 모두를 죽였거나.”


“왕이 되면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비록 누군가를 희생시키더라도

 

최대한 많은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내가 오만했지.”

 

“오만했어. 어리석었지,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눈이 멀어버렸던 거야.”


“맞아.”


또 어느 날은 이랬다. 나는 남는 시간동안 산책을 했는데, 죽어가는 참새 새끼를

 

발견하고 치료해주었다. 하지만 며칠 가지 않아 참새가 죽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생명이 태어나 죽는 건 당연한 일이며, 거기에 아무런

 

감흥도 없었을 터였다. 그것이 합리적인 일이었으니까.

 

“……?”


그러나 그 순간, 나는 눈물을 흘렸다.

 

죽어버린 참새 새끼를 손에 들고, 그저 슬퍼했다.

 

생명은 어째서 이토록 가엾고 비참한 것인가.

 

이 아이는 왜 태어나서 고통 받다가 죽어버렸을까.

 

이 새의 삶에도, 의미가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울었다. 그래, 나는 아이처럼 울었다.

 

 

 

 

 

141.

 

200일째.

 

가을이 찾아왔다. 날씨가 풀리고 바람이 불었다, 벼는 금색으로 익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수확은……힘들었다. 애초에 처음 해보는 일이고, 지식은 알고 있다지만

 

그걸 직접 하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우리는 벼를 수확한 뒤 햇볕에 잘 말렸다.

 

뭐든지 손으로 직접 해야 하니 힘들었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그 긴 고난의 끝에, 나는 딱딱하게 굳은 하얀 쌀을 손에 움켜쥐었다.

 

“……얼마 안 되네.”


“애초에 양도 적었고, 폭풍 때문에 절반이나 뽑혔으니까……다 해봤자 몇 번

 

먹으면 없어질 분량이네. 그 고생을 하고 얻은 건 고작 이 정도인가.”

 

……이상하다.

 

어째서인지 눈앞이 흐렸다, 물에 빠진 것처럼 느껴졌다.

 

“……헛되지 않았어.”


“사령관?”
 
“아무것도 헛되지 않았어. 전부, 아무것도. 헛되지 않았던 거야, 그래, 헛된 건 없어.

 

이걸 봐, 레오나. 쌀이야. 우리가 쌀을 만들었어, 아무것도 없는 맨손으로 만든 거야.

 

그래……결과는 시원치 않아. 고작 이 정도야, 그렇지만 헛되진 않았어.

 

우리들은 헛되지 않았어. 이 모든 과정이, 이 결과도, 아무것도 헛되지 않았다고!”

 

“…….”


레오나가 무릎을 꿇고 내 옆에 앉아,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렇게 눈물이 많은데, 지금까지 어떻게 참은 거야?”


“모르겠어. 이젠,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참을 수 없어……이젠 참을 수 없게 됐어.”


“……성장했구나.”


그 뒤, 우리는 쌀을 쪄서 밥을 만들었다.

 

반찬도 별 거 없고, 쌀은 품질이 나빴다. 그래도 맛있었다.

 

그 모든 과정의 결과로선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분명 이 과정에서 무언가를 얻었다.

 

쌀뿐만이 아니다. 

 

나는 벼를 키우는 법을 배우고, 날씨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니, 분명 헛되지 않았다.

 

내 삶은 헛되지 않았어.

 

그렇게 말하며 죽을 수 있어, 정말로 행복했다.

 

 

 

 

 

 

142.

 

305일째.

 

결국, 철충은 오지 않았다.

 

어째서 오지 않은 걸까? 이유는 모른다. 다만 그들은 나를 죽이러 오지 않았다.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고, 밥을 먹고, 레오나와 대화하고, 산책하고, 평범하게

 

웃고 떠드는 이 소박한 삶을- 나는 얼마나 애타게 바라고 있었던가.

 

더 이상 누군가의 목숨을, 운명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더 이상 나의 실패로 누군가가 죽지 않는다는 것이.

 

이토록 행복한 일이었다니.

 

“……레오나.”


눈이 내렸다. 첫눈이었다.

 

“왜 불러?”


“내가 그 때 말했지. 나는 ‘나’로 죽고 싶다고, ‘나’로 살고 죽고 싶다고.”
 
“그랬지.”


“나는 너희에게, 운명에게 선택받아 사령관이 되었어. 그리고 도망쳤지.

 

나는 언제나 사령관이어야만 했어. 그게 싫어서 왕이 됐지만, 결국 모두 망쳐버렸어.

 

나는 용서받지 못할 거야, 그렇지만……이게 정말 옳은 일일까?”

 

“…….”


“미안, 괜한 말을 했네.”


이미 끝나버렸다.

 

그러니, 이런 말을 할 필요조차 없다.

 

그럼에도 나는-

 

 

 

 

 

 

143.

 

350일째.

 

한겨울, 곧 봄이 오게 될 어느 날.

 

나는 오랜만에 그녀를 보았다. 아주 오랜만의 일이었다.

 

“……주인님…….”


“콘스탄챠?”

 

왜 그녀가 여기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달려와 나를 껴안았다.

 

“주인님! 아아, 주인님……! 정말로, 정말……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왜 네가 여기에 있는 거야?”


“…….”


그녀가 괴로운 듯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저희의 사령관이-”
 
“안 돼!”


그 순간, 레오나가 달려와 나와 콘스탄챠를 떨어트렸다.

 

“왜 이제 와서 방해하는 거야? 그만둬! 이제 더 이상 달링을……이 사람을 괴롭히지 마!”


“레오나 대장님…….”
 
“난 더 이상 대장이 아니야. 알아, 내가 이 사람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러니 나는

 

속죄해야 돼. 이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살고 죽는 걸로 속죄해야 한다고! 

 

또 무슨 짓을 시킬 거야? 또 누군가의 목숨을 책임지게 할 거야? 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요할 거야!? 또……또 다시 이 사람을 괴물로 만들 셈이냐고!”

 

“괜찮아, 레오나. 이제 됐어.”


“하지만-”


나는 콘스탄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잡았다.

 

“……지난 1년 동안……많은 생각을 했어. 나는 결국 왜 태어난 걸까,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그렇지만 이제 확실히 말할 수 있어. 나는, ‘나’로 살고

 

죽기 위해 태어났음을. 그리고 너희들의 행복을 위해 태어났음을.”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는……저희는……더 이상 견딜 수 없었어요. 단지

 

지휘 때문만이 아니에요, 모두 괴로워하고 있어요. 주인님의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했다고, 그렇게 괴로워했는데 알아주지 못했다고…….”

 

“돌아가면 또 고통 받을 거야.”


레오나가 내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그렇겠지.”
 
“기껏 얻은 평화를, 이 행복을 버리고……가겠다는 거야?”


“나는 단지 도망치고 있었을 뿐이야.”


“도망치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 충분히 했잖아, 넌……충분히 했다고.”


콘스탄챠가 내 손을 붙잡은 채,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흐느꼈다.

 

“난 겁쟁이야. 위선자에 거짓말쟁이야. 아무도 믿지 못했기에 도망쳤어.

 

모두를 위한다면서, 결국 나는 나 자신만을 생각했어. 거짓말로 모두를 속였어.”

 

“……주인님…….”


“결국 사령관도, 왕도- 맞서는 대신 도망치길 선택한 나로부터 태어난 거였어.

 

하지만 이젠 괜찮아.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게. 콘스탄챠……이제 나는

 

더 이상 나로부터, 내 운명에게, 너희들에게서……달아나지 않을게.

 

나는 ‘나.’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해, 사령관도 왕도 될 수 없어. 

 

그러니 이제부턴 ‘나’로서……살고 죽겠어.”

 

나는 한 발자국 나아갔다. 그리고 콘스탄챠를 일으켜 세웠다.

 

“또 고통 받을 거야. 후회할 거야, 다시……도망칠지도 몰라. 실패할지도 몰라.”


“맞아.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괜찮아. 나는 모두를, 네가 말했던 기적을 믿기로 했어.”


그리고 나는, 몸을 돌려 레오나에게 손을 뻗었다.

 

“우리들은 ‘인간’이기에 실패하고 패배하지. 그래도 괜찮아, 네가 내게 해준 것처럼

 

그 순간에도 우린 함께일 테니까. 모두와 함께.”

 

“…….”


“너는 인간이야. 나도, 우리 모두.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거야.”

 

우리는 손을 잡았다.

 

이 앞에, 또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모른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기에 기적이다. 운명은 언제나 냉혹하다.

 

그러나 분명 나는 이 1년 동안- 매 순간마다 기적을 느꼈다.

 

내가 살아있는 것이, 레오나와 만난 것이, 벼를 키운 것이, 사냥을 한 것이, 산책을

 

한 것이, 책을 읽은 게- 그 모든 순간이 기적이었다. 

 

“돌아가자, 레오나.”


“내가 돌아가도 될까?”


눈물 흘리며 묻던 그녀에게, 나는 말했다.

 

“응……돌아가자. 모두에게, 돌아가자.”

 

우리는 그곳으로 돌아갔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 오르카 호로.

 

그리고 나는 조금 진지하지 못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진지한 사령관이 아닌.

 

진지하지 못한 내가.

 

 

 

 

 

 

 

 

 

 

후기

 

나는 글 쓰는 게 싫다.

 

솔직히 쓰면서 머리 아프고 게임할 시간도 줄어들고 얻는 것도 별로 없다.

 

지난 10년 가까이 글을 쓰면서 얻은 거라곤 요통과 쥐뿔만한 인정뿐이었다.

 

그렇더라도 그 모든 게 헛되었냐고 물어보면,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기묘해서, 정말 좆같은 일에서도 무언가를 깨닫기도 하고 배우기도 한다. 

 

글을 쓰면서 고통 받은 적도 많고 때려치우자고 마음먹은 게 100번도 넘지만, 지난

 

세월 동안 내게 프로가 될 재능이 없음을 뼈저리게 깨달았지만, 누군가는 내가 글 쓰는

 

걸 미워하고 싫어할 테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100명, 아니 1명이라도

 

내가 쓴 글을 감명 깊게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니까.

 

프로가 될 수 없는 재능이라도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기로 했으니까.

 

누군가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포기할 것이며, 누군가는 자신을 믿지 못해

 

그만둘 것이다. 나는 나를 믿지 못했고 한계는 일찌감치 깨달았지만 그렇더라도

 

이것을 쓰면서 얻는 것들에 만족할 수 있다면- 글은 계속 쓸 거라고 생각한다.

 

역마살이 오지게 낀 나로선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꼭 문제가 생기므로, 어느 시점에선

 

적당히 빠질 생각이지만 그 전까진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

 

소설 읽어줘서 고맙다.